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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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가끔 군대시절의 꿈을 꾼다.

꿈에서 군대를 제대했는데 행정착오로 다시 군대를 복무하게 되었다.

억울한 것을 참고 다시 2년의 세월을 근무했는데 제대 날짜가 다가오자 또 행정착오로 다시 근무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소리를 지르며 꿈을 깬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꿈도 자주 꾼다.

중요한 시험을 보는데 답안지를 밀려섰다.

답안지를 고쳐 쓰는데 뒤에서부터 시간이 다 되어 뒤에서부터 시험지를 걷어온다.

허겁지겁 답안지를 쓰다가 또 꿈에서 깬다.


프로이드와 같은 심리학자들은 과거에 느꼈던 트라우마나 압박같은 것이 오랜 시간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무의식에 남아 꿈이나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이 느꼈던 과거의 무게에 눌리는 경우가 있다.

요네스뵈의 해리홀레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형사를 보면 무거운 과거에 눌려 있는 한 인간을 보게 된다.

그는 매력적이고 뛰어난 형사이지만 어린 시절 동생과의 사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실수로 동료를 죽인 사건 등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것에 눌려 있다.

그리고 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을 벌주며 스스로를 망가 뜨린다.

이런 와중에서 사건 해결에 대한 짐념이 그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고, 그를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게 한다. 

해리 홀레라는 인물을 보면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의 상처와 싸우며 치열하게 앞으로 나가고 있는 한 인간을 보게 된다.


[데빌스스타]는 흔히 요네스뵈의 오슬로 삼부작으로 불린다.

오슬로 3부작은 [레브브레스트], [네메시스], 그리고 [데빌스스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책을 오슬로 3부작이라고 하는 것은 배경이 노르웨이의 오슬로이기도 하지만, 세 소설이 모두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각 자의 소설마다 개별의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 개별의 사건을 잇는 커다란 사건이 하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레브브레스트]에서는 암살범을 쫓고, [네메시스]에서는 옛 여자친구의 살인자를 쫓고, [데빌스스타]에서는 연쇄살인범을 쫓는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사건 배후에는 모두 무기밀매상이자 자신의 동료 여형사인 '엘렌'을 죽인 '프린스'라는 별명을 가진 범인과 관련되어 있다.

소설은 이미 [레브브레스트]부터 '프린스'가 해리의  동료 형사이며, 오슬로 최고의 엘리트 형사인 '톰 볼레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증거와 증인을 없애는 과감한 살인으로 해리 외에는 모두의 의심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데빌스스타]는 시작부터 망가진 해리 홀레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다른 소설에서는 주로 사건의 중간부분부터 해결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면서 알콜중독으로 망가지는 해리의 모습이 나오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반면 [데빌스스타]에서는 초반부터 망가진 해리의 모습이 등장한다.

해리는 동료 형사인 엘렌의 살인범과 볼레르가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목격자를 확보하고 볼레르가 엘렌 살인의 배후자이자, 무기밀매범 프린스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 사실은 자신의 상관이 뮐레르와 총경에게 이야기 하지만, 증인은 갑자기 증언을 번복한다.

그로 인해 해리는 잘나가는 동료 경관을 시기하는 알콜중독 경찰관으로 몰린다.

결국 엘렌 사건을 해결하지 못햇다는 죄책감과 계속되는 과거의 악몽에 의한 불면증으로 다시금 알콜 중독에 빠져 들게 된다.

결국 뮐레르 역시 더 이상 해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해고를 하게 된다.

해고를 앞두고 대기 중인 해리에게 갑자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미모의 여성들이 손가락이 잘린채 갑자기 죽거나 사라지는 사건이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별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발견이 된다.

해리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주변에서 별모양의 상징이 거꾸로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고대에서부터 악마의 별(데빌스 스타)로 불려진 것을 알게 된다.

사건 현장을 조사하던 중 해리는 사건의 장소들이 지도상으로 악마의 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지막 살인 장소를 추즉해 내고 범인을 잡기 위해 출동을 한다.


이런 수사의 와중에 볼레르의 끊임없는 유혹이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해리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며, 진정한 힘과 권력을 가지기 위해 자신의 무리에 들어오기를 종용한다.

또한 해리의 여자 친구인 라켈과 그의 아들 올레그를 언급하며 그에게 공포를 주기도 한다.

유혹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유혹이란 내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유혹을 느낀다는 것은 나의 내부에 그런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볼레르의 대사를 통해 해리 안에 있는 욕망과 갈등을 보여준다.


"해야 하는 게 아냐. 해야 하는 건 없어, 해리. 어릴 때 다른 아이들의 레고를 뺏어다가 내 건물을 크게 만들곤 했지. 이건 무엇을 원하느냐의 문제야. 초라하고 시시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초라하고 시시한 집에서 살고 싶어? 아니면 너 자신보다 위애한 무언가, 네가 얻으려고 애쓰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오페라 하우스와 대성당, 웅장한 건물을 갖고 싶어?" (P265)


"성당을 짓는 일은 소명이야, 해리. 이탈리아에서는 성당을 짓다가 죽은 석공들에게 성인의 자격을 부여하지, 비록 성당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인류 역사상 인간의 피와 뼈 위에 세우저지 않은 성당은 없어. 우리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지. 앞으로도 그럴 거고. 우리 가문의 피는 여기 보이는 숱한 건물의 반죽으로 쓰였어. 난 그저 더 많은 정의를 원할 뿐이야.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 필요한 건축 자재가 있다면 얼마든지 쓸 거고." (P267)



많은 독자들이 [데빌스스타]를 오슬로 삼부작의 최고 작품으로 주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복잡한 구성과 볼레르와 해리의 대립구조가 너무 밋밋해서인지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하지는 못하겠다.

역사소설이나 역사스릴러를 좋아해서인지  [레드브레스트]를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한다.

다만 오슬로 3부작의 결말이라는 부분에서, 3편의 방대한 스릴러 속에 하나의 거대한 스릴러를 이어간다는 독특한 구성의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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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버티고 시리즈
마이클 푼케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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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의사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린의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수용소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고 한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은 삶의 목표를 잃은 사람들이었다.

반면 수용소에서 살아 남아서 만나야 할 가족이나, 해야할 일이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한다.

마이클 푼케의 소설 [레버넌트]를 읽으며 다시금 삶에 대한 인간의 집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200년 전 실제 인물 '휴 글래스'의 실화를 소설화 한 것이다.

휴 글래스는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은 산 인물이다.

그는 한 때 화물선의 선장으로 일하며 카리브해를 누볐다.

그러다가 해적에게 잡혀 포로가 되기도 하고, 탈출하다가 인디언에게 잡혀 그들과 같이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글래스가 헨리대위가 이끄는 모피사냥단을 따라 미주리강 오르면서 시작된다.

당시 미주리강 주변에는 여러 인디어인 있었지만, 그 중에서 '아리카라 족'이라는 호전적인 족속이 백인들을 공격하며 미주리강을 막고 있었다.

헨리 대위는 아리카라족의 공격으로 단절된 교역을 회복하려 모피사냥꾼을 이끌고 미주리강을 거슬러 북쪽의 유니언 진지로 향해 가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사냥꾼이었고, 인디언을 피해 사냥을 하며 식량과 모피를 조달하고 있었다.

혼자 사냥을 나갔던 글래스는 커다란 곰과 만나게 되고, 사냥 도중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헨리 대위는 글래스가 살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츠제럴드'와 '브리저'라는 두 명을 글래스 곁에 남겨 둔다.

글래스가 죽으면 그를 묻어 준 뒤에 따라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열한 노름꾼이자 협잡꾼인 피츠제럴드는 오로지 글래스의 안슈타트라는 총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는 인디언이 나타나자 글래스를 버려두고 그의 총과 소지품만을 약탈해 도망간다.

그리고 동료들에게는 글래스가 죽어 잘 묻어주고 왔다고 거짓말을 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글래스는 오로지 복수에 대한 일념으로 광활한 숲 속을 기거나 걸으면서 그들을 쫓아간다.

글래스를 살아움직이게 한 것은 오로지 복수하겠다는 일념이다.


이 소설은 글래스의 생존의 모습과 복수에 대한 일념을 처절한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따.


불가피한 지연에 짜증이 났지만 그랠스는 마음을 다잡았다. 기회가 올 때까지 욕망을 단단히 다져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기어이 살아남아 배신자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안기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날 글래스는 세 시간 이상을 엉금엉금 기어 이동했다. 2마일은 넘게 온 것 같았다. 그랜드 강의 기슭은 모래와 풀과 돌들로 덮여 있었다. 일어설 수만 있었다면 글래스는 발로 딛기 수월한 부분을 찾아 얕은 강을 마음껏 건너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글래스에게 강을 건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계속 북쪽 기슭을 따라 기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돌들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어느새 양모 패드는 너널너덜 해어져 있었다. 패드 덕북에 찰과상은 면할 수 있었지만 타박상까지는 아니었다. 글래스의 무릎과 손바닥은 검푸른 멍자국들로 덮여 있었다. 살짝만 건드려도 심한 통증이 느겼졋따. 왼 족 팔 근육에서는 경련이 일었고, 허기침에 온몸이 바르르 떨렸다. 예상한 대로 고기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당분간 풀로만 버터야 했다.(P106)


글래스는 뱀을 잡아 먹거나 늑대와 싸워 그들이 먹던 물소의 시체를 빼앗아 먹으며 치열하게 생명을 연장해 간다.

또한 계속해서 아라카라 족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살아남아 헨리 대위 일행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광할한 대자연을 묘사하고, 그 가운데 생존을 향해 발버둥치는 나약한 인간을 그려내고 있다.


유니언진지를 나선 글래스는 엘로스톤 강을 따라 이동했다. 헨리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단 미주리 강 상류쪽은 왠지 아닐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엘로스톤 강뿐이었다. 닷새에 걸쳐 엘로스톤 강을 따라 오르자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경이로운 풍경이 펄쳐졌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빅혼 산이 그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가장 높은 봉우리엔느 구름이 몇 점 걸려 있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한양 눈이 햇빛을 머금어 눈부시게 빛났다.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왔지만 그는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20년간 평원을 누벼온 글래스였지만 이런 황홀한 풍경은 처음이었다. (P225)


또한 이 소설을 통해 당시 미국의 서부개척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이 소설에는 루이스와 클라크의 여정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다.

루이스와 클라크의 탐험은 이 소설의 배경인 1820년대에서 얼마 전인 1804년에서 1806년까지 이루어진 탐험으로 미국 동부에서 로키 산맥을 넘어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까지 계속된 탐험이었다.

이 탐험으로 미국의 로키산맥 주변의 지역을 알 수 있고, 주변 여러 인디언들과 교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글래스의 여정 중 상당 부분이 바로 이 탐험의 여정과 겹치기도 한다.



소설의 끝에서 복수는 허망하게 끝난다.

그럴꺼면 굳이 왜 그렇게 고생을 하며 헨리 대위의 일행을 쫓았는지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복수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면 과연 글래스는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자신을 살게 하고, 힘을 주어 앞으로 나가게 하는 목표들은 막상 도달하고 나면 허상이거나 허무한 것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허무한 목표때문에 사람을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픈하우스의 '버티고시리즈'를 좋아한다.

단순한 장르소설이 아니라, 역사와 심리에 관련된 소설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독성면에서는 [레버넌트]가 가장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잡는 순간부터 한 순간에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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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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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 때는 모든 선택이 과감했다.

그러기에 실수도 많았고, 후회도 많았다.

나이가 들어가고, 세상을 알아갈 수록 선택이 망설여진다.

한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알기에, 그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내가 다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선택의 순간들을 놓치고, 과거의 결심들은 흐려진다.

어떤 때는 내 삶이 흐르는 물결에 그냥 휩쓸려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 더 어렸을 때의 그 무모하고도 과감한 선택이 그리워진다.


[제시렘의 선택]이란 책은 영국의 권위있는 SF문학상인 아서클라크상을 수상했다.

그러기에 당연히 이 소설은 SF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세계에 테러로 인해 MDS(모체사망증후군)이란 바이러스가 퍼지고, 그로 인해 임신한 여자들은 모두 죽게 되고 신생아는 사라진다.

이로 인해 사회는 극도의 혼란과 공포 속에 빠진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른 SF소설과는 더 세상과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MDS가 발병해 임신한 여성들이 죽고, 신생아들이 사라진다는 배경만 빼면, 대부분의 것들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과 같다.

특히 16세의 어린소녀 '제시램'의 세계는 여타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세계과 같다.

학업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부모님의 갈등으로 고민하고, 좋아하는 남자와 다른 여자의 만남으로 인해 질투하고, 나름대로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세상을 구하겠다는 환상에 빠져보기 하고....

그럼에도 이 소설은 여타의 장르소설과 같지 않게 우리에게 묵직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정말 내 자의에 의한 진정한 선택인가?'



소설은 어린 '제시렘'이 누군가에 의해 방안에 갇혀있는 상태에서 시작된다.

읽는 사람들은 왜 제시렘이 갇혀 있는지, 그를 가두워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녀의 독백적인 회상 속으로 들어간다.

MDS가 발병하고 세상이 혼란에 빠지지만 제시는 여전히 옆집 친구인 '샐'이나 서로 좋아하지만 아직 감정표현을 못한 '버즈'라는 남자 친구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사회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곳곳에 테러나 폭동들이 일어나고, 주변의 임신한 여성들은 계속 죽어간다.

제시와 친구들은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모임을 만들어 세상을 바꾸어보려는 계획을 가진다.

이언이라는 아이의 주도로 '요피'라는 모임을 만들고, 에너지 안 쓰기 운동이나 공항폐쇄등의 운동을 한다.

제시 역시 이 모임에 빠져 부모님에게 에너지를 쓰지 말라거나, 비행기 여행을 하지 말라고 강요를 한다.

그러나 이 모임에 참석한 아이들은 이 모임의 허구를 깨닫고 점점 다른 길로 흩어진다.

이언은 정치적인 야망으로 요피의 모임과 참석자들을 이용했었고,  리사는 아이들끼리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려 하고, 버즈와 몇 명의 친구들은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테러하는 극단적인 모임에 가입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MDS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의 아버지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잠자는 미녀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만든다.

MDS가 발병하기 전의 저장한 배아를 16세 이하의 소녀를 대리모로 만들어 아이를 출생시키는 것이다.

배아를 잉태한 소녀는 임신기간 마취상태에 빠지게 해서 MDS의 발병을 늦추고, 아이를 출생한 후에는 죽게 된다.

제시는 이 프로그램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이 프로그램에 자원한다.


제시의 선택은 처음에는 어린 아이의 즉흥적이고 반항적인 성격이 강했다.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좋아하는 남자친구들와는 다투고, 부모님은 이혼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제시는 자신이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 했다.

자신의 선택으로 집 나간 아빠를 돌아오게 하고, 이 프로그램만이 인류의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아빠에게 칭찬을 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칭찬을 기대했던 아빠는 오히려 강하게 반대하고, 주변 친구들도 반대를 한다.

여러 가지 반대에 부딪히면서 오히려 제시의 선택은 더 구체적이 되고, 확고해 진다.

이 책은 제시의 순간의 선택들이 그녀 안에서 확신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마치 그녀의 몸 속에서 또다른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처럼....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눈이 번쩌 뜨였다. 주위는 온통 암흑이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기억해내려 애쓰며 가만히 누워 있었다. 벽난로 불길 쪽으로 돌아보았지만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일어나서 거친 카펫에 발을 내려놓았다. 암흑이 마치 망토처럼 목을 조여왔다. 검은색 형제조차 없었다. 오직 칠흙같은 어둠뿐이었다. - 중략- 온 세상이 숯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산 채로 땅에 묻히는 상상을 했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어둠뿐이겠지. 어둠이 얼굴을 짓누르겠지. 밖으로 나갈 길은 어디에도 없겠지. 사람들이 마취를 했는데도 잠이 들지 않고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따면.... (P257)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손님방에서 방사능처럼 나쁜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아빠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양파와 마늘을 썰면 썰수록, 점점 더 이 모든 상황이 단순한 오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가 이해를 못 해서 그래.이게 아주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만약 이 결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만 이해시킬 수 있다면, 나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그 일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내게 힘을 준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다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마음이 평온하고 내 삶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 이해시킬 수 있다면, 나한테 화내지 않을텐데, 분명 두 분은 내가 행복하기를 바랄 것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엄마 아빠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나는 공항의 무빙워크에 올라탔다. 이미 준비는 끝났다. 수선을 떨고, 짐을 부치고, 갈팡질팡하고, 가슴 아파하는 시간을 모두 뒤로하고 이제 탑승구로 향하고 있다. 그곳에서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날아갈 것이다. 이것은 전혀 슬퍼할 일이 아니다. (P284-285)


주인공의 확신이 점점 강해질수록 이 책을 읽는 나는 오히려 그 확신이 점점 의심스러웠다.

정말 제시는 선택이 본인의 확고한 의지였을까?

어쩌면 주위에서 만든 환상에 속은 것은 아닐까?

단순히 그 나이의 부모에 대한 반발심리나 영웅심리는 아닐까?


그럼에도 제시는 이 선택이 단순한 선택을 넘어서 소명처럼 커져간다.

이 책에 처음부분에서 제시는 자신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날 수 있도록 태어났지만 그것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확고해질수록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날아간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신이 태어난 이유이고, 자신이 생명을 버리고 값진 것을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를 한 소녀의 관점에서 매우 진솔하게 풀어가고 있는 소설이다.

또한 저자는 이 소녀의 선택에 여러 가지 반대 상황을 제시할 뿐, 어떤 것이 맞거나 그라다고 말하지 않는다.

묵묵히 현실이 아닌, 현실같은 상황을 소설을 써 내려갈 뿐이다.

과연 제시램의 선택을 옳은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마 우리가 살면서 매일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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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3 - 야!야!야!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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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알과 콩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콩코양이 3편이다.

콩고양이를 읽다보면 어린 시절 고양이와의 추억이 유난히 많이 떠오른다.

우리집은 모두들 동물을 좋아해 항상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웠다.

특히 고양이는 유난히 장난을 좋아한다.

그 특유의 변덕으로 인해 가끔 발톱을 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리광을 부르며 잘 논다.

이 책을 보며 우리 집 고양이들과 닮은 점이 많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각하게 된다.


콩고양이 3편에는 유난히 새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새는 지붕 위에서 떨어진 참새다.

팥알과 콩알은 마당에서 놀다가 지붕 위에서 떨어진 새끼 참새와 만난다.

내복씨의 도움으로 마담 복슬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새는 집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팥알과 콩알은 참새와 세력다툼?을 하면서 비교적 재미있게 논다.



이 부분을 보면서 왜 자꾸 어린 시절의 기억과 오버랩이 될까?

예전에 우리 집에도 마당이 있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 때 고양이가 가장 잘 하는 놀이는 참새 잡기이다.

참새가 마당에 내려 앉아서 놀면서 갑자기 잠자는 고양이의 야생본능이 깨어난다.

고양이가 갑자기 자세를 낮추고 참새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정말 정지화면처럼 가만히 참새를 노려보며 참새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순시간에 참새를 덥친다.

물론 대부분 사냥은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어쩌다 한 번 성공하면...

그때는 참새 머리가 댕강? 짤려서 마당에 나뒹군다 ㅠㅠ

우리집 고양이는 팥알이나 콩알처럼 순수하지 않았나보다^^

반면 팥알과 콩알의 내 어릴적 고양이와는 다르게 참새와 잘 논다.

 

2편에 이어서는 마담 복슬의 터프함과 내복씨의 소심함은 계속된다.

문틈에 있는 여왕벌을 발견한 팥알과 콩알...

난데없이 벌이 달라들고, 내복씨는 몸을 던져 팔알과 콩알을 감싼다.

그런데 마담복슬의 간단한 한 방...

그리고 살충제로 마무리...

어린 시절 꼭 우리 어머니를 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고양이와 교통사고....

책에서는 팥알과 콩알은 무사히 교통사고의 위험을 벗어나지만....

가끔 운전을 하다보면 바뀌 밑으로 달려드는 고양이들을 만난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위험하게 뛰어드는걸까?

자신의 빠름을 증명하고 싶은 걸까?

전편에 이어서 계속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팥알과 콩알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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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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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작가의 신작은 항상 반가움을 준다.

이번에 할런 코벤의 신작 [미싱유]의 출간 소식도 그렇다.

[미싱유]와 함께 책장에 있던 할런 코벤의 책을 끄집어 내다보니, 오래전에 구입하고 읽지 않은 책이 있었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으로 나온 할런 코벤의 [숲]이란 작품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들은 나름 특색이 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과거의 아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과거에 사라졌던 존재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과거의 아픔이 다시 재연된다.

[6년]에서는 6년 동안 사라졌던 연인이 나타난다.

[영원히 사라지다]에서는 살인범으로 몰려 가족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가져다주었던 형이 나타난다.


[숲]이라는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코프'로 불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 '폴 코플랜드'는 지금은 성공한 지방검사이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린 그는 어린 시절의 상처 속에 갇혀있다.

그의 부모님은 러시아 이민자이고, 한때 숲 속에 있는 청소년 캠프에서 일을 했다. 

'코프' 역시 여름에 그곳에서 생활하며, 캠프장으로서 또래 아이들과 캠프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캠프의 주인인 '아이라'의 딸 '루시'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루시'가 그를 유혹해 숲으로 데려가던 날 밤, 코프의 여동생인 '카밀'과 세 명의 또래 친구들이 숲에서 사라진다.

그중 두 명은 시신으로 발견되고, '카밀'과 '길페레즈'라는 아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얼마 후 경찰은 '여름 칼잡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웨인 스튜벤스'를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된다.

그는 '코프'와 같이 캠프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차례 살인을 저질렀고, 카밀의 여동생을 포함한 네 명의 살인사건도 그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건 이후 그의 어머니는 가출을 하고, 아버지 역시 과거의 사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최근에 죽음을 맞이했다.

'코프' 역시 과거에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자신의 여동생과 아이들을 살해되었다는 죄책감 속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경찰이 코프를 찾아온다. 한 남자가 코프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와 당시 사건의 신문기사를 주머니에 넣어둔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마놀로 산타아고'라고 불렸었다.

시체보관소에서 마놀라 산타아고라는 시체를 확인하는 순간 코프는 놀란다.

그의 팔뚝의 상처를 보고 그가 18년 전 숲에서 여동생과 함께 살해된 줄만 알았던 '길페레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의 부모조차 그가 길페레즈가 아니라고 말한다.

코프는 다시금 예전의 여자친구인 '루시'와 만나 과거의 사건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숲 속에 감추었던 무서운 진실을 만난다.


할런 코벤의 소설에는 과거의 상처 속에 아파하는 사람들의 상황과 심리를 잘 묘사한다. 

[영원히 사라지다]라는 작품에서는 이웃집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라진 형으로 인해 가족과 주인공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숲]에서도 과거의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를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

우선 당시 캠프의 주인이자, 루시의 아버지인 '이이라'는 그 후 망가진 인생을 살았다.

나이 때문인지 마약 탓인지 몰라도 아버지에게 조기치매가 찾아들었다. 아이라는 항상 멍한 모습이었고 과거에 갇혀 살았다.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치매 진단이 쉽지 않았다. 적어도 의사들의 설명은 그랬다. 하지만 루시는 그해 여름의 충격이 원인어었을 거리고 믿었다. 이이라는 숲 속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온갖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캠프장의 소유주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언론도 그렇지만 유족들의 비난은 특히 심했다. 마음 여린 아이라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그는 무너지고 말았다.
아이라는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연신 과거를 드나들었다. 그는 특히 1960년대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종종 자신이 아직 1968년에 살고 있다고 믿곤 했다. 표정만 보면 그가 과거에 갇혀 있는지, 아니면 진실을 알고 있는지 구분할 수 있었다. 진실을 알면서도 곧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건 큰 문제였다. (P124) 

루시 역시 과거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랜만에 재회한 코프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꼭 두 개의 인생을 살고 있는 기분이야. 아무 문제없었던 그날 밤 이전의 인생과 너무나 문제가 많았던 그날 밤 이후의 인생. 알아, 이런 내가 얼마나 딱해 보이는지, 하지만 가끔 그날 밤 낭떠러지로 떠밀려진 후로 아직까지 계속 데굴데굴 굴러떨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일어서도 이내 다시 무너지고 말아. 그래서 어쩌면...... 모르겠어......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나면, 그 끔찍했던 악몽에서 뭔가 위안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면, 이 한없는 추락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P 313)

인생에서 '과거'는 시간이라는 연속선상에서 한 번 발생하고 사라지는 사건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과거'는 단순히 시간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  '과거'는 상처를 받은 사람의 마음속에 남아서 계속해서 그를 그 과거 속에 가두어 둔다.

그러기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육신은 비록 현재를 살아도, 마음은 과거 속에 계속해서 갇혀있게 된다.

그렇다면 그 과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거를 대면하는 것이다.

끔찍한 과거로부터 피하려 들거나 그것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그것과 맞서는 것이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공 코프가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려 하자 주변 사람들을 그를 말린다.

과거의 죽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이 현재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또한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진실을 아는 것이 오히려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코프는 과거 속으로 들어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예상했던 대로 과거의 진실은 그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가 믿던 사람들과 세계가 철저히 무너지는 것이었다.

할렌 코벤의 소설은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하다.

이 소설 역시 코프가 알아낸 진실 속에 숨겨져 있는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소설 이후 주인공은 과연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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