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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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가끔 군대시절의 꿈을 꾼다.

꿈에서 군대를 제대했는데 행정착오로 다시 군대를 복무하게 되었다.

억울한 것을 참고 다시 2년의 세월을 근무했는데 제대 날짜가 다가오자 또 행정착오로 다시 근무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소리를 지르며 꿈을 깬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꿈도 자주 꾼다.

중요한 시험을 보는데 답안지를 밀려섰다.

답안지를 고쳐 쓰는데 뒤에서부터 시간이 다 되어 뒤에서부터 시험지를 걷어온다.

허겁지겁 답안지를 쓰다가 또 꿈에서 깬다.


프로이드와 같은 심리학자들은 과거에 느꼈던 트라우마나 압박같은 것이 오랜 시간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무의식에 남아 꿈이나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이 느꼈던 과거의 무게에 눌리는 경우가 있다.

요네스뵈의 해리홀레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형사를 보면 무거운 과거에 눌려 있는 한 인간을 보게 된다.

그는 매력적이고 뛰어난 형사이지만 어린 시절 동생과의 사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실수로 동료를 죽인 사건 등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것에 눌려 있다.

그리고 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을 벌주며 스스로를 망가 뜨린다.

이런 와중에서 사건 해결에 대한 짐념이 그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고, 그를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게 한다. 

해리 홀레라는 인물을 보면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의 상처와 싸우며 치열하게 앞으로 나가고 있는 한 인간을 보게 된다.


[데빌스스타]는 흔히 요네스뵈의 오슬로 삼부작으로 불린다.

오슬로 3부작은 [레브브레스트], [네메시스], 그리고 [데빌스스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책을 오슬로 3부작이라고 하는 것은 배경이 노르웨이의 오슬로이기도 하지만, 세 소설이 모두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각 자의 소설마다 개별의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 개별의 사건을 잇는 커다란 사건이 하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레브브레스트]에서는 암살범을 쫓고, [네메시스]에서는 옛 여자친구의 살인자를 쫓고, [데빌스스타]에서는 연쇄살인범을 쫓는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사건 배후에는 모두 무기밀매상이자 자신의 동료 여형사인 '엘렌'을 죽인 '프린스'라는 별명을 가진 범인과 관련되어 있다.

소설은 이미 [레브브레스트]부터 '프린스'가 해리의  동료 형사이며, 오슬로 최고의 엘리트 형사인 '톰 볼레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증거와 증인을 없애는 과감한 살인으로 해리 외에는 모두의 의심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데빌스스타]는 시작부터 망가진 해리 홀레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다른 소설에서는 주로 사건의 중간부분부터 해결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면서 알콜중독으로 망가지는 해리의 모습이 나오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반면 [데빌스스타]에서는 초반부터 망가진 해리의 모습이 등장한다.

해리는 동료 형사인 엘렌의 살인범과 볼레르가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목격자를 확보하고 볼레르가 엘렌 살인의 배후자이자, 무기밀매범 프린스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 사실은 자신의 상관이 뮐레르와 총경에게 이야기 하지만, 증인은 갑자기 증언을 번복한다.

그로 인해 해리는 잘나가는 동료 경관을 시기하는 알콜중독 경찰관으로 몰린다.

결국 엘렌 사건을 해결하지 못햇다는 죄책감과 계속되는 과거의 악몽에 의한 불면증으로 다시금 알콜 중독에 빠져 들게 된다.

결국 뮐레르 역시 더 이상 해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해고를 하게 된다.

해고를 앞두고 대기 중인 해리에게 갑자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미모의 여성들이 손가락이 잘린채 갑자기 죽거나 사라지는 사건이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별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발견이 된다.

해리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주변에서 별모양의 상징이 거꾸로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고대에서부터 악마의 별(데빌스 스타)로 불려진 것을 알게 된다.

사건 현장을 조사하던 중 해리는 사건의 장소들이 지도상으로 악마의 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지막 살인 장소를 추즉해 내고 범인을 잡기 위해 출동을 한다.


이런 수사의 와중에 볼레르의 끊임없는 유혹이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해리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며, 진정한 힘과 권력을 가지기 위해 자신의 무리에 들어오기를 종용한다.

또한 해리의 여자 친구인 라켈과 그의 아들 올레그를 언급하며 그에게 공포를 주기도 한다.

유혹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유혹이란 내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유혹을 느낀다는 것은 나의 내부에 그런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볼레르의 대사를 통해 해리 안에 있는 욕망과 갈등을 보여준다.


"해야 하는 게 아냐. 해야 하는 건 없어, 해리. 어릴 때 다른 아이들의 레고를 뺏어다가 내 건물을 크게 만들곤 했지. 이건 무엇을 원하느냐의 문제야. 초라하고 시시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초라하고 시시한 집에서 살고 싶어? 아니면 너 자신보다 위애한 무언가, 네가 얻으려고 애쓰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오페라 하우스와 대성당, 웅장한 건물을 갖고 싶어?" (P265)


"성당을 짓는 일은 소명이야, 해리. 이탈리아에서는 성당을 짓다가 죽은 석공들에게 성인의 자격을 부여하지, 비록 성당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인류 역사상 인간의 피와 뼈 위에 세우저지 않은 성당은 없어. 우리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지. 앞으로도 그럴 거고. 우리 가문의 피는 여기 보이는 숱한 건물의 반죽으로 쓰였어. 난 그저 더 많은 정의를 원할 뿐이야.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 필요한 건축 자재가 있다면 얼마든지 쓸 거고." (P267)



많은 독자들이 [데빌스스타]를 오슬로 삼부작의 최고 작품으로 주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복잡한 구성과 볼레르와 해리의 대립구조가 너무 밋밋해서인지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하지는 못하겠다.

역사소설이나 역사스릴러를 좋아해서인지  [레드브레스트]를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한다.

다만 오슬로 3부작의 결말이라는 부분에서, 3편의 방대한 스릴러 속에 하나의 거대한 스릴러를 이어간다는 독특한 구성의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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