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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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작가의 신작은 항상 반가움을 준다.

이번에 할런 코벤의 신작 [미싱유]의 출간 소식도 그렇다.

[미싱유]와 함께 책장에 있던 할런 코벤의 책을 끄집어 내다보니, 오래전에 구입하고 읽지 않은 책이 있었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으로 나온 할런 코벤의 [숲]이란 작품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들은 나름 특색이 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과거의 아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과거에 사라졌던 존재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과거의 아픔이 다시 재연된다.

[6년]에서는 6년 동안 사라졌던 연인이 나타난다.

[영원히 사라지다]에서는 살인범으로 몰려 가족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가져다주었던 형이 나타난다.


[숲]이라는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코프'로 불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 '폴 코플랜드'는 지금은 성공한 지방검사이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린 그는 어린 시절의 상처 속에 갇혀있다.

그의 부모님은 러시아 이민자이고, 한때 숲 속에 있는 청소년 캠프에서 일을 했다. 

'코프' 역시 여름에 그곳에서 생활하며, 캠프장으로서 또래 아이들과 캠프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캠프의 주인인 '아이라'의 딸 '루시'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루시'가 그를 유혹해 숲으로 데려가던 날 밤, 코프의 여동생인 '카밀'과 세 명의 또래 친구들이 숲에서 사라진다.

그중 두 명은 시신으로 발견되고, '카밀'과 '길페레즈'라는 아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얼마 후 경찰은 '여름 칼잡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웨인 스튜벤스'를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된다.

그는 '코프'와 같이 캠프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차례 살인을 저질렀고, 카밀의 여동생을 포함한 네 명의 살인사건도 그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건 이후 그의 어머니는 가출을 하고, 아버지 역시 과거의 사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최근에 죽음을 맞이했다.

'코프' 역시 과거에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자신의 여동생과 아이들을 살해되었다는 죄책감 속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경찰이 코프를 찾아온다. 한 남자가 코프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와 당시 사건의 신문기사를 주머니에 넣어둔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마놀로 산타아고'라고 불렸었다.

시체보관소에서 마놀라 산타아고라는 시체를 확인하는 순간 코프는 놀란다.

그의 팔뚝의 상처를 보고 그가 18년 전 숲에서 여동생과 함께 살해된 줄만 알았던 '길페레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의 부모조차 그가 길페레즈가 아니라고 말한다.

코프는 다시금 예전의 여자친구인 '루시'와 만나 과거의 사건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숲 속에 감추었던 무서운 진실을 만난다.


할런 코벤의 소설에는 과거의 상처 속에 아파하는 사람들의 상황과 심리를 잘 묘사한다. 

[영원히 사라지다]라는 작품에서는 이웃집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라진 형으로 인해 가족과 주인공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숲]에서도 과거의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를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

우선 당시 캠프의 주인이자, 루시의 아버지인 '이이라'는 그 후 망가진 인생을 살았다.

나이 때문인지 마약 탓인지 몰라도 아버지에게 조기치매가 찾아들었다. 아이라는 항상 멍한 모습이었고 과거에 갇혀 살았다.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치매 진단이 쉽지 않았다. 적어도 의사들의 설명은 그랬다. 하지만 루시는 그해 여름의 충격이 원인어었을 거리고 믿었다. 이이라는 숲 속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온갖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캠프장의 소유주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언론도 그렇지만 유족들의 비난은 특히 심했다. 마음 여린 아이라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그는 무너지고 말았다.
아이라는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연신 과거를 드나들었다. 그는 특히 1960년대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종종 자신이 아직 1968년에 살고 있다고 믿곤 했다. 표정만 보면 그가 과거에 갇혀 있는지, 아니면 진실을 알고 있는지 구분할 수 있었다. 진실을 알면서도 곧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건 큰 문제였다. (P124) 

루시 역시 과거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랜만에 재회한 코프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꼭 두 개의 인생을 살고 있는 기분이야. 아무 문제없었던 그날 밤 이전의 인생과 너무나 문제가 많았던 그날 밤 이후의 인생. 알아, 이런 내가 얼마나 딱해 보이는지, 하지만 가끔 그날 밤 낭떠러지로 떠밀려진 후로 아직까지 계속 데굴데굴 굴러떨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일어서도 이내 다시 무너지고 말아. 그래서 어쩌면...... 모르겠어......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나면, 그 끔찍했던 악몽에서 뭔가 위안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면, 이 한없는 추락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P 313)

인생에서 '과거'는 시간이라는 연속선상에서 한 번 발생하고 사라지는 사건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과거'는 단순히 시간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  '과거'는 상처를 받은 사람의 마음속에 남아서 계속해서 그를 그 과거 속에 가두어 둔다.

그러기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육신은 비록 현재를 살아도, 마음은 과거 속에 계속해서 갇혀있게 된다.

그렇다면 그 과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거를 대면하는 것이다.

끔찍한 과거로부터 피하려 들거나 그것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그것과 맞서는 것이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공 코프가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려 하자 주변 사람들을 그를 말린다.

과거의 죽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이 현재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또한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진실을 아는 것이 오히려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코프는 과거 속으로 들어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예상했던 대로 과거의 진실은 그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가 믿던 사람들과 세계가 철저히 무너지는 것이었다.

할렌 코벤의 소설은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하다.

이 소설 역시 코프가 알아낸 진실 속에 숨겨져 있는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소설 이후 주인공은 과연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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