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최명기 지음 / 놀 / 2018년 2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바른길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들부터도 성실하게 공부하고,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무원에 취직하는 것을 가장 안정적인 취업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한 칸 한 칸 집을 늘려가서 안정적인 노후를 만드는 것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이런 인생들이 성공한 인생일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마치 자로 정해진 것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조금이라도 인생의 모험을 하려는 사람들을 무모하다고 말한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의 마음은 점점 굳어지고, 병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습니다]라는 책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말하는 바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정해진 길로만 걸어가는 인생이 아닌, 다른 길도 걸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매번 인생을 계획하고 계획한 대로만 살다 보면, 결국 삶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게 된다고 말한다. 때로는 무모한 도전이 삶의 에너지를 부어 준다는 것이다.
"연료가 바닥난 자동차는 아무리 핸들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봐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험난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위해 활발함과 적극성이라는 연료를 다시 채우고 액설러레이터를 밟는 방법부터 새로 배우자. 계획성, 참을성, 끈기, 조심성, 인내력과 같은 자기조절 브레이크를 신경 쓰기에 앞서 힘껏 달려야 한다. 에너지를 가득 충전한 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차를 굴려 보자. (P 5)"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자가 마치 모험 예찬가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이렇게 삶에서 무모한 선택을 이야기하는 것은 때로는 이것만이 삶의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정말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비록 현실도피라고 손가락질 받더라도 눈 딱 감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현실을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괴로워서 죽고 싶어진다면, 적극적으로 현실을 외면하자.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눈 뜨고도 코가 베이는 세상이다. 무서운 호랑이의 이빨을 눈앞에 두고 언제 죽을지 몰라 공포에 떨고만 있으니, '이것 꿈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딴 생각에 빠지는 것이 낫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더 아득바득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는 조언들이 넘쳐난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꼭 해결될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생은 모든 일이 반드시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는 순간들이 자주 닥쳐온다. 너무나 절망스러워서 '로또에 당첨되면 돈을 어디에 쓸까?' '유학을 간다면 어디 가 좋을까?' 같은 상상을 하면서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밖에 할 도리가 없을 때도 있다. (P 50)"
저자는 이 책에서 다른 많은 서적들이나 영화들을 인용하며 인생의 다양한 면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은 영화가 조엘 코엔 감독의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감옥의 죄수 셋이 탈출을 하는 영화이다. 그중 에버렛이란 죄수는 자신이 감옥에 오기 전 거액의 돈을 숨겨 두었다며 두 명을 꼬셔서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숨겨 두었다던 거액의 돈은 거짓말이었고, 이들은 그 거짓말에 속아서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그 거짓말을 쫓다가 오히려 행운을 발견한다. 저자는 영화의 대사를 인용하며 인생도 때로는 이와 같다고 말한다.
"큰 보물을 찾아봐, 자네들이 같이 사슬에 묶여 있긴 하지만 그래도 찾을 수 있을 거야. 혹시 자네들이 원하는 보물이 아닐 수도 있어. 그래도 일단은 멀고도 어려운 길을 가야 해. 가는 동안 많은 것들을 보게 되고 이야깃거리도 많아지겠지. 그 길이 얼마나 먼지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장애물들을 두려워하지 말게. 운명이 자네들에게 보상할 테니까. 가는 길이 굽이치고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따라가다 보면 결국 구원을 받게 될 거야. (P 52)"
모두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몸부림치며 일한다. 학생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젊은이들은 취업 준비나 일터에서, 나이 든 사람들은 각자의 장소에서...... 그렇게 밤늦게까지 정해진 바른 길만을 달려간다는 것이 꼭 정답인 인생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때로는 다른 곳에 눈도 돌리고, 다른 길을 가면서 마음도 새롭게 다짐하다 보면, 오히려 의외의 수확이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답답한 시간과 실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여유를 가지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