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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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전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간의 유전자를 통해 개인의 정보는 물론 개인의 가족관계나 조상의 정보까지 알 수 있는 기술들이 발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전자를 통해 범죄자는 잡는 기술들까지 발달한다. 그런 전 국민의 유전자의 정보를 국가가 손에 넣으면 어떨까? 쉽게 생각하면 범죄자나 성 폭력범 등이 쉽게 잡힐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무언가 끔찍하고 무서운 일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흥미와 재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사회적인 문제 등을 예리하게 다루고 있다.  [미등록자]란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미등록자는 일단은 유전자와 다중인격이라는 두 가지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진행시킨다. 모두들 SF 영화나 스릴러 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이런 흥미로운 소재뿐만 아니라, 국가가 개인들의 유전자 정보를 모두 관할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를 아주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가구라'는 유전자를 통해 범죄자를 잡는 연구원이자 경찰 조직인 과학경찰연구소 소속이다. 그는 어렸을 때 도예가인 아버지가 도예 위조품을 구별하지 못하고 모욕을 당하고 죽는 과정을 보았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가구라에게는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하나는 인간은 마음이나 정신이 없는 오로지 유전자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유전자를 연구하고 유전자로 범인을 잡는 연구를 하게 된다. 또 하나는 인격인 분리된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의 충격으로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류'라는 다른 인격이 활동하게 된다.

가구라의 유전자 연구를 통해 일본의 범죄자 검거율은 순식간에 완벽에 가깝게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여성들을 성폭행 하고 권총으로 살해하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여성의 몸에서는 남자의 정액까지 나왔다. 경찰들은 이제 쉽게 범인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유전자의 정보를 검색해도 범인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유전자 정보에 없는 미등록자가 생긴 것이다. 유전자 정보는 단순히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가족이 정보들까지 유추해 내기에 유전자 정보에서 발견되지 않는 사람은 이론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시스템의 오류일까.

가구라의 도움을 받기 위해 자신의 유전자 연구를 돕는 다테시나 남매를 찾아간다. 두 남매는 대인관계를 기피하면서도 수학에 천재적인 능력이 있어서, 수많은 유전자 정보를 입력하고 구별해 낼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들은 철저한 보안이 이루어지는 7층 연구소에서 있었고, 가구라의 연구소는 5층에 있다. 마침 다테시나 남매를 찾아가는 날 가구라의 인격 대신 류의 인격이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다테시나 남매가 살해된다. 당연히 경찰들은 다테시나 남매의 살해 현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유전자를 특정할 수 있는 머리카락을 발견한다. 가구라는 이 유전자를 조사하다가 깜짝 놀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컴퓨터를 통해 발견한 유전자의 주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가구라는 자신이 다른 인격인 류가 다테시나 남매를 죽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가구라는 경찰에 쫓기는 몸이 되고, 사건의 숨겨진 부분을 파헤치려 한다. 그러다가 이 사건에 숨겨져 있는 국가의 엄청난 음모를 발견하게 된다. 단순히 시스템의 오류나 사이코패스의 연쇄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한 두 사건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그곳에서는 국민이 유전자를 통제하려는 국가의 엄청난 음모가 숨어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재미로 인해 항상 순식간에 읽게 된다. 그러나 읽고 나면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어떤 것이 정의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사회정의의 이면에 숨은 어두운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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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8-11-1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곧 영화화될거 같은 예감 드는 스토리네요^^ 잘 읽고 갑니다
 
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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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도 죽음은 낯설다. 호상이라고 불리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죽음부터, 내 또래의 낯선 사고사까지, 하다못해 나와 일면도 없는 유명 대배우의 죽음까지... 죽음은 항상 우리에게 낯설다.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더욱 낯설다. 그러나 너무 뻔한 말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점점 죽어간다. 인생은 죽음과 함께 한다. 생각하기 싫은 진리이고 평상시 잊어버리고 살기 쉬운 사실이지만, 이것을 기억하고 살면 우리 인생이 좀 더 지혜롭고 가치 있어지지 않을까?

벨멘 앤드 블랙]은 이런 죽음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저자인 다이앤 세터필드는 [열세 번째 이야기]로 이미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이다. [열세 번째 이야기] 저자의 첫 작품으로 영국의 부유한 앤젤필드 가문에 숨겨져 있는 3대에 걸친 광기 어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사랑을 잃어버린 버린 사람과 가문, 그리고 건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벨맨 앤드 블랙] 역시 전작과 주제는 비슷하다. 그러나 전작보다 조금 더 분위기가 어둡고, 시대적인 묘사가 뛰어나고, 죽음에 대한 메시지가 더 강렬하다.

소설은 비록 윌리엄 벨맨이란 주인공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이 부분은 에필로그 성격이 강하고 소설의 본격적인 시작은 윌리엄이 10세 때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사촌인 찰스, 빵집 아들인 프레드, 그리고 대장장이 집 아들인 루크와 함께 들판을 뛰놀다가 떼까마뀌 를 발견한다. (소설에서 '떼까마귀'로 번역되어 있어, 읽는 내내 여러 마리의 까마귀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일반 까마귀보다 좀 더 큰 까마귀의 한 종류이다) 윌리엄은 멋진 새총과 뛰어난 실력으로 떼까마귀를 맞추어 죽게 한다. 그때부터 윌리엄의 인생은 변하기 시작한다.

이후 소설은 윌리엄의 삶에 드리워진 어두운 죽음의 이미지가 지배한다. 그러나 전반부에 있어서는 그 어두운 이미지가 간간이 등장하고, 주로 윌리엄의 성공적인 인생을 이야기한다. 찰스의 아버지이자 윌리엄의 큰아버지인 폴은 윌리엄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자신의 방직공장에서 일하게 한다. 윌리엄은 성실함과 뛰어난 재능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방직공장에서 점점 승승장구한다. 그러는 사이에 할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죽고, 큰 아비지 폴도 죽는다. 죽음으로 인해 힘들어했지만, 그는 사랑스러운 여자인 로즈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점점 성공한다. 큰아버지가 죽은 후에는 방직공장을 물려받아 점점 더 크게 성장시킨다. 행복이 절정인 순간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그를 쫓아다닌다. 어린 시절 함께 까마귀를 죽였던 친구들도 차례대로 죽는다. 그리고 1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마을에 열병이 돌아 자녀들이 죽고, 아내마저 죽는다. 이제 윌리엄은 인생이 자신을 가지고 놓다고 생각하며 절망에 빠진다.

"술에 취한 어느 순간, 윌리엄은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세계, 이 우주, 그리고 만약 존재한다면 신까지도, 인류와는 대립관계에 놓여 있었다. 새롭게 드러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행복은 잔인한 장난이었다. 자신이 운이 좋다고 믿게 만들어놓으면 나락으로 끌어내리기가 한결 쉬울 테니까. 그는 자신의 본질적인 미천함을, 운명을 통제하려 했던 허영심을 깨달았다. 방직공장 주인 윌리엄 벨맨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긴 세월, 그는 자신의 힘을 믿었고,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그를 짓밟을 수 있는 거대한 경쟁자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다. 그의 노력과 재능으로 일구어낸, 견고하다 믿었던 성공과 행복은 민들레 홀씨만큼이나 연약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정체불명의 경쟁자가 숨을 한 번 훅 내쉬자 홀씨는 사라져버렸다. 지금껏 왜 그걸 몰랐던가? 모든 걸 알았던 그였는데? 무엇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무지 속에 살게 했던가? (P 182)"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죽으려 하나, 마지막 순간에 블랙을 만난다. 그리고 그와 계약을 한다. 2부부터는 소설이 한층 더 어두워진다. 아내와 자녀들을 잃은 벨맨은 오로지 사업에만 매달린다. 그 사업이란 블랙과 계약한 '벨맨 앤드 블랙'이란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당시로는 획기적으로 장례용품과 장례식을 기획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업은 점점 번창하고 막대한 돈을 벌어드린다. 그러나 정작 윌리엄 자신은 점점 고독해지고, 외로워진다. 그리고 결국에 블랙이 찾아와 자신의 지분을 요구한다.

소설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여러 부분에서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에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정확한 의미를 해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소설 마지막 부분에 저자의 주제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결국 인생의 죽음과 동행하는 거이라고, 그리고 죽음 앞에 남는 것은 인생의 추억뿐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살아 있는 삶을 즐겨야 한다고... 벨맨의 죽음과 함께 열병으로 겨우 살아난 딸 도라가 다시금 육체적으로 소생하는 장면을 통해 저자는 이 부분을 보여준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저자인 다이앤 세터필드의 시대적인 분위기가 무척 뛰어나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내내가 19세기 영국의 방직공장의 시골마을의 모습, 영국의 상가의 모습들이 그대로 그려졌다. 또한 윌리엄을 둘러싼 개인의 감정 묘사 부분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인생에서 한 인간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의 묘사가 소설에서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살과 죽음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생각이 소설에 배여 있다. 저자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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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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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점점 자극적인 음식보다 담백한 음식이 좋아진다. 예전에는 무언가 얼큰하고 톡 쏘는 맛을 좋아했다면, 점점 깔끔하고 편안한 맛을 좋아하게 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만났을 때 '저 사람 참 좋다!' '저 사람 참 재미있고 성격이 유쾌하다!'라는 느낌보다, 조금 무뚝뚝하고 어색해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가는 깊이 있는 관계에 끌린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담백해져야 한다. 우선 나에 대해 한결 더 너그러워지고, 타인에 대해서도 한결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이란 책은 이런 담백한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통해 유명한 저자는 담백한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요즘은 물건을 봐도 포장 기술이 너무 발달해서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장지는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모아두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식당에 가보면 음식에 화려한 장식을 하는 곳이 참 많은데, 처음에는 감탄하다가도 먹고 난 후에는 오히려 그 화려함이 부담스러운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그처럼 화려한 음식을 먹고 집에 돌아온 날에는 오히려 물에 찬밥을 말아 김치 하나, 짠지 하나를 얹어 먹고 나서야 '아, 시원해! 이 맛이야!'라고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화려하게 포장된, 부자연스러운 관계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일단 강한 인상을 주려고 하면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된다. 우리는 상대방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면서도,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고 떠날까 봐 두려워서이다. 그런 모순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는 임상에서 내가 늘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P 41-2)"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사람에게 분노하고 미워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상대에게 실망한다고 말한다. 이런 넘치는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은 지치고 힘들어한다. 저자는 이런 넘치는 인간관계가 아닌, 한 발자국 떨어져 거리를 두면서 나와 남을 볼 수 있는 담백한 인간관계를 이야기한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변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기의 변화이다. 자신 안에 있는 병든 감정들을 바라보고 그것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기대하는 마음, 자신 안에 있는 불안한 마음, 자신의 실수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욕심과 분노나 열등감 같은 마음들, 이런 마음들을 들여다보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마음이 아닌, 유연성 있는 마음, 내려놓는 마음을 가지기를 권한다.

"실제로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사람일수록 관계 속에서 바라는 것이 많다. 즉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언제나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하고, 내가 모임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나를 최고로 좋아 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느끼는 환상에 가까운 기대치를 들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런 마음이 일으키는 병폐도 크다.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내려면 거기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돈도 커지기 때문이다. (P 77)"

"우리는 흔히 '나는 내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안다. 내가 나를 들볶고 못살게 꿀 때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너무 자주 자기 자신을 남과 비교하고, 과거에 한 일로 스스로를 비난하며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미래를 살아갈 자신이 없어 세상과 단절하고, 끊임없이 '난 자신이 없어. 나 같은 건 살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힌다. 반대로 지나친 욕망과 욕심으로 자신을 파괴시키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나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P 115-6)"

'나는 어떡해야 한다!'라고 스스로 정해 놓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신에게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상대가 이러해야 한다고 정해 놓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실망하고, 비판하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담백한 인간관계에서는 이런 마음들을 내로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 대해서 너그러워지고, 상대에 대해서 너그러워지고, 현재의 인간관계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낙엽이 떨어지고,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기가 되면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면 한 해 동안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서 상처 입었던 마음이나,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완벽주의적인 감정 등을 생각해 보게 된다. 복잡한 삶에서 잠시의 여유로움을 통해 인간관계와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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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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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 마치다 나오코의 그림책 [고양이 손톱과 밤]입니다.
일본작가가 그려서인지 유럽식의 그림책과는 다른 분위기의 그림책입니다.
일본식 집들과 거리들이 배경이 되어 색다른 분위기를 내는 그림책입니다.
무엇보다도 고양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ㅎㅎ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 고양이를 많이 좋아해서 이불 속에 껴안고 자기도 했지만,
커서는 별로 좋아하지를 않습니다 ㅎㅎ
아무 가까이 할 기회가 없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대신 3살 난 아들이 좋아해서 고양이를 보면 무척 좋아합니다.
여름에 할머니 집에 놀라갔다가, 할머니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와 함께 논 후 계속해서 고양이를 외쳐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책의 내용은 늘어지게 자고 있던 고양이가 밤에 갑자기 긴장하면서 일어납니다.
무언가 큰 일을 준비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마치 조폭영화에서 조폭들이 거사를 치루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모여드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모두 모여 애타게 하늘을 바라봅니다.
마치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네요.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고양이 발톱...
원래 스릴러 소설 등을 리뷰할 때 결말을 이야기하면 엄청 욕을 먹던데...
혹시 이 그림책 리뷰도 그런 건 아닌지 ㅎㅎ
그래도 이 장면이 너무 멋져서 올립니다.

 

 

 

그리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헤어지는 고양이들...

 

 

 

 

 

 이상 일본작가 마치다 나오코의 그림책 [고양이 손톱과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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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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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위인전들을 좋아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한 인물은 나폴레옹이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를 외치며, 이각 모자를 쓰고 알프스 산을 넘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동경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의 말년을 읽을 때면 어린 나이에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한때 러시아까지 진격해서 세계를 점령할 것 같았지만, 노년에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외딴 섬에 갇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결국 나폴레옹을 죽인 것은 적군도 아니고, 러시아의 추위도 아니었다. 노년의 황량함과 쓸쓸함이 나폴레옹의 생명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갔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말년의 나폴레옹 이미지가 계속해서 떠오른다. 늙어간다는 것은 젊을 날의 열정과 의지들이 점점 자신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닐까? 남는 것은 나이 든 육체와 주변의 쓸쓸함과 황량함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가끔 요양병원에서 아무런 소망이 없이 주저앉아 있는 노인분들을 보거나,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병상에 누워 있는 나이 드신 분들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내 안에서 젊었을 때 뜨거웠던 열정과 의지들이 빠져나가려 할 때마다 몸부림치며 이것들을 붙잡게 된다.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가 쓴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를 읽을 때면, 육체의 나이 듦에 저항하여 끝까지 자신만의 열정과 의지로 살아가는 노인들을 만나게 된다. 메르타 할머니와 그의 친구들인 천재, 갈퀴, 스티나, 안나 그레타가 그들이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는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로 시작해서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를 가다]에 이어 3편인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인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1편에서 메르타와 노인들은 요양원의 무료하고 소망 없는 삶에 순응하기를 거부하고,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 그 다른 삶이라는 것이 바로 감옥이다. 메르타가 생각하기에 요양원의 삶이 감옥의 삶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감옥에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처음에는 고급 호텔에 투숙하면 스파의 캐비닛의 귀금속을 터는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점점 스케일이 커지더니 결국에는 박물관의 그림을 턴다. 그것도 르누아르와 모네의 작품을... 2편에서 노인들은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나면서 우여곡절의 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3편에서 노인들은 스케일이 커졌다.

3편에서는 시작부터 노인들의 은행털이가 시작된다. 소설의 초반에 노인들은 대형 쓰레기차를 몰로 은행을 턴다. 폭탄으로 금고의 문을 폭파시키고, 쓰레기 흡입기로 돈과 보석들을 흡입한다. 물론 모든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흡입기의 버튼을 잘못 조작해 흡입했던 돈을 다시 토해내기도 하고, 경찰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지독한 청어 냄새의 쓰레기를 사방에 뿌려대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대형 쓰레기차를 잘못 주차시켜, 이웃집 수영장으로 처박아 버린다. 수습하는 스케일도 남다르다. 수영장에 빠진 증거품인 쓰레기차를 처리하기 위해 수영장을 콘크리트로 매립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인들의 강도행각은 의도하지 않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

콘크리트로 메꾼 이웃집 수영장을 해결하기 위해, 이웃집 주인에 대해 조사하던 그들은 깜짝 놀랄 사실을 알아낸다. 이웃집 주인이 희대의 사기꾼이자 어마한 조세포탈꾼임을 안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까지 노인들의 강도행각은 오히려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꿈인 노인마을인 빈티지 마을을 세우기 위해 이웃집 주인의 요트를 훔치기로 결정한다.

3편에서는 커진 스케일과 함께 노인들의 목적의식과 사회비판적인 생각도 분명해진다. 그 전에 메르타와 노인들은 단순히 양로원의 무료한 삶이 싫어서, 또는 일탈을 꿈꾸면서 강도행각을 저질렀었다. 그러나 3편에서 이들이 은행을 털고, 요트를 훔치는 데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다. 그들은 빼앗은 돈으로 병원과 복지시설 등에 돈을 나누어 주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훔친 돈을 손세탁하기 위해 카리브 제도의 은행으로 보내는 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궁극의 목적이 있다. 그것은 노인들만을 위한 노인 마을을 세우는 것이다. 노인들이 여유롭고 우아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노인마을, 일명 빈티지 마을을 세우는 것이 메르타 할머니의 꿈이다. 또한 전편에서보다 더 강한 사회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 곳곳에서 관료들의 탁상행정으로 통한 엉터리 복지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메르타는 할 수 없이 옆에 있는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사회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지도자들이 현실과 만나지 않고 사무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다. 은행을 털어서 부정한 돈을 빼내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은, 이런 부조리로 인해 생긴 틈을 메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잘못되어 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기반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 모든 것 속에 개인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관공서들이 돈벌이 사업을 하고, 시장과 도지사들은 이익만 남기려고 한다. 그들이 내린 결정이 돌물들이 아닌 바로 인간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그들은 잊고 있는 것일까? (P 317)"

그래서인지 3편은 전편에 비해서 분위기가 조금 무겁다. 항상 긍정적이고 유모가 넘치는 메르타 할머니도 3편에서는 조금 지쳐 보인다. 강도 생활이 힘든 것이 아니라, 그 강도 생활을 통해 얻은 돈을 가지고 세상의 방식과 타협하지 않고 돈을 나누어 주려고 하다 보니 힘든 문제가 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메르타와 노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싸워간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에 순응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젊었을 때는 작은 불합리에도 분노하고 대항하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세상이 다 그런 거지!'라는 말로 세상과 싸우기를 포기한다. 그러면서 꿈을 잃어간다. 세상이 정해 준 대로 열심히 직장을 다니고, 통장에 돈을 불리고, 아파트를 사고, 노후를 준비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들 늙어가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늙었어도 세상의 불합리에 분노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꿈을 가지고, 자신 안의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몸부림을 가지고 싸우는 사람은 늙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반면 아무리 젊었어도, 세상에 순응하며, 꿈과 열정을 잃어가는 사람은 그 안에서 이미 늙음에 지배 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메르타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꿈을 가지고 세상에 도전한다면 노후도 멋진 삶의 일부분이지 않을까? 내가 재미있는 소설을 너무 무거운 시각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인생]에서 점점 사회적인 책임감이 강해지는 메르타 할머니를 만나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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