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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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점점 자극적인 음식보다 담백한 음식이 좋아진다. 예전에는 무언가 얼큰하고 톡 쏘는 맛을 좋아했다면, 점점 깔끔하고 편안한 맛을 좋아하게 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만났을 때 '저 사람 참 좋다!' '저 사람 참 재미있고 성격이 유쾌하다!'라는 느낌보다, 조금 무뚝뚝하고 어색해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가는 깊이 있는 관계에 끌린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담백해져야 한다. 우선 나에 대해 한결 더 너그러워지고, 타인에 대해서도 한결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이란 책은 이런 담백한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통해 유명한 저자는 담백한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요즘은 물건을 봐도 포장 기술이 너무 발달해서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장지는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모아두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식당에 가보면 음식에 화려한 장식을 하는 곳이 참 많은데, 처음에는 감탄하다가도 먹고 난 후에는 오히려 그 화려함이 부담스러운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그처럼 화려한 음식을 먹고 집에 돌아온 날에는 오히려 물에 찬밥을 말아 김치 하나, 짠지 하나를 얹어 먹고 나서야 '아, 시원해! 이 맛이야!'라고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화려하게 포장된, 부자연스러운 관계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일단 강한 인상을 주려고 하면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된다. 우리는 상대방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면서도,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고 떠날까 봐 두려워서이다. 그런 모순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는 임상에서 내가 늘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P 41-2)"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사람에게 분노하고 미워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상대에게 실망한다고 말한다. 이런 넘치는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은 지치고 힘들어한다. 저자는 이런 넘치는 인간관계가 아닌, 한 발자국 떨어져 거리를 두면서 나와 남을 볼 수 있는 담백한 인간관계를 이야기한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변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기의 변화이다. 자신 안에 있는 병든 감정들을 바라보고 그것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기대하는 마음, 자신 안에 있는 불안한 마음, 자신의 실수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욕심과 분노나 열등감 같은 마음들, 이런 마음들을 들여다보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마음이 아닌, 유연성 있는 마음, 내려놓는 마음을 가지기를 권한다.

"실제로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사람일수록 관계 속에서 바라는 것이 많다. 즉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언제나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하고, 내가 모임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나를 최고로 좋아 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느끼는 환상에 가까운 기대치를 들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런 마음이 일으키는 병폐도 크다.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내려면 거기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돈도 커지기 때문이다. (P 77)"

"우리는 흔히 '나는 내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안다. 내가 나를 들볶고 못살게 꿀 때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너무 자주 자기 자신을 남과 비교하고, 과거에 한 일로 스스로를 비난하며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미래를 살아갈 자신이 없어 세상과 단절하고, 끊임없이 '난 자신이 없어. 나 같은 건 살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힌다. 반대로 지나친 욕망과 욕심으로 자신을 파괴시키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나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P 115-6)"

'나는 어떡해야 한다!'라고 스스로 정해 놓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신에게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상대가 이러해야 한다고 정해 놓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실망하고, 비판하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담백한 인간관계에서는 이런 마음들을 내로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 대해서 너그러워지고, 상대에 대해서 너그러워지고, 현재의 인간관계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낙엽이 떨어지고,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기가 되면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면 한 해 동안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서 상처 입었던 마음이나,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완벽주의적인 감정 등을 생각해 보게 된다. 복잡한 삶에서 잠시의 여유로움을 통해 인간관계와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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