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윤동주 -

그립다고 써 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저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은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노라고만 쓰자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울었다는 말은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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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밤을 지새우며 썼다 지워버린 편지에는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은 정녕 따로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보고싶다, 그립다는 말 차마 쓰지 못하고 길을 가다 문득 떠오르더라고 몇마디 적곤 합니다. 그리움이 배어 흠뻑 젖어버린 편지는 차마 붙이지 못하고 꾸깃꾸깃 뭉쳐져 버려지곤 합니다.

그 시절 차마 편지지위에 적어보내지 못한 종이보다 커다란 그리움을 오늘밤 살며시 들추어봅니다. 그 사람도 그 커다란 그리움 살며시 들춰보았겠죠?




이동원 / 가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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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24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진주 2004-11-2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편지처럼 말이죠...^^

비연 2004-11-24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우...한숨이...

하얀마녀 2004-11-2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군요...

안녕하세요. 늦은 인사를 드립니다. 뻔한 레파토리죠. 긁적긁적... 몰래 드나든지는 오래됐지만 댓글은 이제서야.... 이젠 안 그러겠습니다.

잉크냄새 2004-11-2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이 가을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페이퍼가 아닐가 싶군요. 벌써 가을은 저만치 지나버리고 첫눈이 내린다는 소식도 들려오네요.

하얀마녀님. 반갑습니다. 종종 인사드리죠.^^

2004-11-24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4-11-2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거 시로요 시로 시로 ~~~ 흑흑흑 ~~

stella.K 2004-11-25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잉크님이세요.^^

잉크냄새 2004-11-2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가요? 전 그냥 아련한 추억 한자락일뿐...희미한 미소 한자락과 함께 할수 있는...^^

ceylontea 2004-11-2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 노래 좋아해요.... 퍼가요.. ^^

2004-11-25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4-11-2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모두 취향들이 비슷하시네요.^^

2004-11-26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련 2004-12-2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고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