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 - 자신을 죽이지 말고 무기로 삼아라!
세토 카즈노부 지음, 신찬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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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인생을 보면 부럽습니다. 그 사람은 그 일을 어떻게 찾아낸 걸까요. 나는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기에 그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누구나 스스로 빛나는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는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잠재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족한 걸 개선하려고 노력하느라 성취 욕구가 방해받습니다. 비효율적인 곳에 선택하고 집중하는 거죠. 왜 우리는 못하는 일에 집착하는 걸까요.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환경을 접한 후, 갤럽사의 갤럽 인정 스트렝스 코치 자격을 취득하고 직장의 관리자로서 구성원들의 강점을 극대화한 팀 운영을 실천하고 있는 세토 카즈노부 저자는 강점과 약점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알려줍니다.


약점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협력을 통해 보완, 도움받기라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잠재 능력을 발전시킨 강점을 내 삶을 위한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성공을 향한 길은 자신의 무기를 최대한 투여하고, 여기에 남들의 무기까지 지원받으면서 함께 구축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 책 속에서


강점이란 뭘까요. 잠재 능력이 발전하여 형성됩니다. 잠재 능력이란 말에서처럼 잘 드러나지 않은 재능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는 미처 깨닫지 못한 재능을 찾아서 강점으로 키우는 데 활용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미국 상위 500개 기업의 90%가 활용하는 클리프턴 스트렝스 테스트는 잠재 능력 찾는 데 활용하기 좋다고 합니다. MBTI 같은 진단 툴을 들어봤다면 함께 활용해도 좋습니다.


우리는 정말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을까요. 솔직히 착각에 불과한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미국 심리학자 타샤 유리크는 자기인식에 관한 연구에서 95%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기인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0~15%만이 올바르게 자기인식을 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열에 아홉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자기인식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에서 말하는 자기인식은 겉으로 드러나는 인상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행위를 의미합니다. 남을 신경 쓰지 않는 진짜 자신의 모습입니다.


자신을 정확히 안다는 건 자기다움을 뜻합니다. '뭐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신 자기답게 산다는 것은 자신의 역량과 소신, 실력에 맞는 일을 해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전 이런 일에 소질이 있습니다.'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강점으로 삼을 수 있는 개인적인 특성인 잠재 능력을 인지하는 것이 끝일까요. 강점으로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근육이 단련되듯 인생을 살아가는 무기로 삼을 수 있게 발전합니다. 사실 이런 자기 계발 투자에는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지요. 유효한 곳에 제대로 투자한다면 그 가치는 빛날 겁니다.


평생 내가 뭘 원하고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른 채 보내긴 싫습니다. 무엇이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꾸준히 해야겠어요. 이직 상황을 통해 잠재 능력 발견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재능은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해내는 일과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해 내는 것에 숨어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걸 벗어나는 상황을 마주하면 화가 날 수 있다고 해요. 누구의 어떤 행동에 화가 나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울컥하면 자신의 잠재 능력을 알아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하니 사소한 일상의 감각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고맙다,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포인트도 내 잠재 능력입니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때면 그 지점이 바로 나의 약점이라고 합니다. 내가 못하는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 준 때일지도 모릅니다. 내 감정과 행동을 분석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을 알려주는 내용이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꾸려가면서 행하는 모든 행동에 자신의 잠재 능력이 숨어있다." - 책 속에서


내 잠재 능력을 안다는 것은 나의 성장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일과 일상생활에서 서로 협력해야 할 때 각자의 잠재 능력을 파악해 두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겠죠. 


<나는 죽을 때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가 주는 의미 중 인상 깊은 건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자 식이 아니라 내 강점이 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데 있습니다. 내 강점과 타인의 역량이 더해질 때 최고의 결과를 낳는다는 걸 짚어줍니다. 강점을 활용한 타인에 대한 공헌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까지 흥미롭습니다.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면, 먼저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점차 깨닫게 된다고 말이죠. 자기인식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살다 보면 게을러집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까지 짚어줍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피드백이라면 반드시 검토해봐야 합니다. 내 능력은 내가 제일 잘 안다며 자만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흔들림 없이 정직하게 자기다움을 일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리더로서 강점 교환이 잘 이뤄져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면, 부모로서 만족도 높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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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특별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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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로 완벽한 짝을 찾아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DNA 매치 시스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더 원>. 넷플릭스 오리지널 8부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어 저는 영상으로 먼저 접했는데 기대한 것보다는 좀 밋밋하더라고요. 드라마는 인물이나 사건이 변형되어 있는데, 제 취향은 원작 소설 쪽입니다. 소설은 스릴러 분위기 제대로 뿜뿜인데다가 다이내믹한 전개가 일품입니다.


영혼의 동반자를 갈구하는 이들에게 DNA 매치는 그야말로 과학의 선물입니다. 사랑의 성공률은 100퍼센트, 실패율은 제로. 서로에게 완벽한 존재를 찾게 되는 거니 필생의 인연을 찾기 위해 허비하지 않게 됩니다.


DNA 매치 시스템에 유전자 정보가 등록된 이들에 한해 이뤄지는 거라 모두가 매치되는 건 아니긴 하지만요. 그래서 DNA 매치의 부산물인 데이터 어플이 성행하기도 합니다. 아직 매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같은 처지의 외로운 사람을 만나려 애씁니다.


매치가 이뤄지면 실연으로 고통받을 일도, 고독에 몸부림칠 일도 없이 행복한 여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DNA 매치는 정말 이로운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의문. 저는 기혼이란 말이지요. 이런 시스템이 성행한다면 내 남편이, 내 아내가 영혼의 짝인지 궁금해질 것 같아요. 매치가 아니라면 진정한 영혼의 짝이 이 세상 어디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계속 신경 쓰일 것만 같습니다. 특히 삐거덕거릴 땐 더 그런 생각이 들 법 하고요.


소설 <더 원>은 누군가에겐 최고의 과학 기술이 누군가에겐 악몽이 될 수도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상상했던 부작용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어서 책장을 덮을 때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어느 날 매치가 되었다는 소식을 받은 맨디. 남편이 DNA 매치를 찾아 떠난 바람에 결혼이 파탄 난, DNA 매치 시스템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맨디에게 드디어 영혼의 짝이 생긴 겁니다. 매치의 SNS를 들여다보니 자신의 관심사와는 천지 차이여서 의심스럽지만, 여동생들은 모두 DNA 매치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기에 기대를 해봅니다.


DNA 매치에서 짝지어준 남자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어서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전화 통화만으로도 행복에 겨운 제이드도 있습니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탓에 쉽게 떠날 생각을 못 하며 뭉그적댔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그가 사는 곳으로 찾아갑니다.


약혼 상태인 닉과 샐리의 사연도 흥미진진합니다.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에 운명의 상대를 찾았는지 궁금해하는 샐리 때문에 둘은 결국 DNA 매치 시스템에 등록하고 결과를 기다립니다.


DNA 매치의 유전자를 발견했던 과학자이자 이 시스템을 상용화한 회사의 대표인 엘리 역시 이번에 DNA 매치가 확인되었다는 메일을 받습니다. 10년 전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해뒀었는데 드디어 완벽한 파트너가 나타난 겁니다. 그동안 엘리의 영향력 때문에 꼬인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랑에 넌더리난 상태인 엘리는 이참에 온전한 사랑의 감정을 만끽할 수 있을까요.


다들 이미 매치가 된 이상 호기심을 누그러뜨리긴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가지 않습니다. 맨디의 매치는 서로 만나기도 전에 사고를 당해 추도식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 제이드의 매치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약혼 관계였던 닉과 샐리는 영혼의 동반자가 아님이 확인된 데다가 이성애자라고 생각했던 닉에게는 남자가 매치된 상황에 이릅니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이 이어집니다.


이런 와중에 영국 최악의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의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스릴러의 정점을 찍습니다. 그도 매치가 된 겁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직업이 경찰입니다. 서른 명의 여자를 살인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크리스토퍼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이코패스이고, 스스로도 자신의 상태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정말 냉혹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매치가 된 경찰 에이미와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낯선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저는 크리스토퍼의 에피소드가 가장 흥미롭더라고요. 과연 어떻게 될지 결말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섯 팀의 사연이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소설 <더 원>. 드라마의 다음 시간에 효과를 톡톡히 내는 끊어치기 신공이 대단한 진행 방식입니다. 서로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커플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깨지게 되고, 가정이 파탄 나기도 하는 온갖 부작용이 있는 과학 기술 DNA 매치. 실제로 이런 기술이 생긴다면 유전자를 통해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픈 욕구를 잠재울 수 있을까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인간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사랑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여정에서 사랑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완전한 행복을 위해서라지만 결국 이 일에도 선택과 책임이 동반됩니다. 소설 <더 원>의 다섯 에피소드의 결말 역시 그 책임의 결과물입니다. 놀라운 반전이 이어지는 다섯 에피소드 중에서 유독 끌리는 에피소드가 있을 거예요. 그 지점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느낌이라 나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꿈꾸는 엔딩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만한 소설입니다. 제법 두툼한 분량인데도 순삭일 정도로 재미만큼은 정말 탁월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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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를 하다 -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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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뭘까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이론적인 개념으로서의 정치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성, 정치를 하다>에 등장하는 21명의 여성들은 막연하거나 혹은 식상한 정치를 거부하고 현실과 밀접한 정치를 보여줍니다. 직접 관여하고 행동함으로써 말이죠. 무엇보다도 직업적 정치인 뿐만 아니라 각자 머무는 자신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성들의 생애를 복원하는데 힘쓰는 장영은 교수는 여성이 여성의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사회적 실천들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합니다. 법률, 행정, 문학, 예술, 교육, 언론, 종교,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들이 바로 정치인인 겁니다. 저자는 이들의 도전으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여성, 정치를 하다>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는 대신, 왜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드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차별, 멸시, 가난, 고독, 생명의 위협 등을 겪으면서도 왜 그들은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섰을까요.


78651이라는 숫자가 팔에 새겨진 아우슈비츠 생존자 시몬 베유는 프랑스의 존경받는 위인들이 안장되는 판테온에 안장되었습니다. 시몬 베유는 여성해방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인물입니다. 프랑스인들이 '베유 법'이라 부르는 '임신 중단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시몬 베유는 평생 자신의 기억을 부정하지 않으며, 역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위엄을 지켰습니다.


1945년에 출간된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의 동화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새로운 면모도 발견합니다. 어른들의 세계를 거침없이 흔들었던 말괄량이 삐삐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캐릭터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이면서도 당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을 강력하게 비판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정치 행위 사례를 소개합니다. 명성 드높은 작가가 어떻게 정치적 글쓰기를 예리하게 펼치며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 만날 수 있습니다.


케테 콜비츠의 그림은 정말 강렬합니다. 「전쟁은 이제 그만」 (1924) 작품은 이 책의 표지에도 사용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몸소 겪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펼친 케테 콜비츠. 아들과 손자를 전쟁으로 잃었고, 반파시즘 연대를 추진하다 히틀러 정권으로부터 핍박받은 독일 예술가입니다. "내가 작업을 할 수 있는 한 나의 예술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야말로 정치의 출발점임을, 기꺼이 예술과 정치를 결합했습니다.


포크 가수 존 바에즈의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시민권 운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에 감화해 운동가들과 동고동락했던 인물입니다. 노래와 정치를 분리하지 않은 실천적 정치를 하다 보니 반항적이며 비주류파 여성으로 호도되기도 했지만, 굳건한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여전히 노력합니다.


시각 장애에 국한해 바라봤던 헬렌 켈러의 스토리도 놀랍습니다. 1937년 식민지 조선을 방문해 "교육을 주라!"고 조선 사회를 향해 호소했고, 이후 여성 참정권 획득, 인종 차별 철폐, 아동 노동 폐지 등 사회 현안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던 인물입니다. 특별한 장애인으로만 취급하고 싶어 했던 사회 분위기에서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에 뛰어든 용기 있는 행동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 폭력 생존자에서 칠레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된 미첼 바첼레트, 다큐멘터리 기획자가 된 미셸 오바마, 자신의 말과 글로 정치에 참여한 언론인 팔라치, 타이완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 그리스의 민주주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애쓴 유명 배우 멜리나 메르쿠리 등 21명의 여성들이 펼치는 정치적 행위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여성, 정치를 하다>. 2021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맞춰 출간된 책으로, 이 세상 여성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가도록 응원합니다. 저마다의 삶에서 전해지는 진한 감동에 푹 빠져든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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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쉽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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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나온 국내 최초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이 꾸준히 리뉴얼 되고 있는데요,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 덕분에 그동안 못 읽은 책도 다시 한 번 눈길을 끄는 효과가!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스 크리스의 <살인은 쉽다>, <열세 가지 수수께끼>,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가 최근 새 옷을 입고 출간되어 저도 한 권씩 읽고 있습니다.


<살인은 쉽다> 원작소설에는 푸아로도 마플도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을 각색한 줄리아 맥켄지 주연의 마플 시리즈 (Agatha Christie's Marple 2004-2013) 시즌 4에 등장한 에피소드에는 마플도 등장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루크 역을 맡았습니다.


추리 소설하면 기차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후광이 워낙 커서일까요. 한번 출발하면 멈추기 전까진 밀실 효과를 톡톡히 내기에 열차의 매력은 추리소설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소설에서 기차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아닙니다.


<살인은 쉽다>는 1939년에 출간된 소설로 Murder is easy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은퇴 경찰 루크가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할머니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의심하는 사람이 없는 한 살인은 아주 쉽답니다."라고 말이죠. 할머니는 마을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들이 연쇄 살인범의 짓이라며 런던 경시청에 신고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루크는 그 할머니가 런던 경시청에 도착하지 못한 채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는 걸 신문에서 발견합니다. 게다가 대화를 하며 언급했던 이름도 며칠 뒤 부고란에서 발견되자 이 사건에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당시 할머니는 다음 번 희생자 역시 누구일지 안다고 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 실제로 죽은 겁니다.


그저 기막힌 우연일까요, 할머니가 했던 말이 진실일까요. 그렇게 많이 죽이고도 무사히 빠져나간다는 게 어려울거라 생각되지만, 할머니가 말한대로 살인은 정말 쉬운 걸까요. 루크는 이 사건이 조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위치우드 시골 마을로 향합니다.


감기약과 염색약을 잘못 구분하고 마셔 죽은 에이미, 창문에서 추락사한 토미, 다리에서 추락사한 해리, 패혈증으로 죽은 험블비 박사, 차 사고로 죽은 핀커튼 부인 등 죽은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일은 그저 불행한 사고였을 뿐 살인은 없었다고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뭔가 찝찝한 구석을 남깁니다.


그 마을에 사는 친구 사촌의 도움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작전 계획을 짜는 루크.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하나 둘 만나보며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지금으로치면 범죄심리학자의 프로파일링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한 명 한 명을 용의선상에 세우고 추리하며 지워나가는 방식입니다. 요즘 미스터리 소설과는 달리 정통 추리 소설의 맛이 바로 이거지요. 루크가 아는 정보는 독자와 같기 때문에 독자 역시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기분입니다. 루크보다 더 똑똑한 추리 도우미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얼마나 쉽게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 확신이 얼마나 큰 독이 되는지, 무엇보다도 살인의 동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일상의 증오를 대면하는 <살인은 쉽다>. 오랜만에 읽은 정통 추리소설의 맛, 담백하고 시원시원함이 역시 최고입니다.


"어떤 사람도 타인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는 못해요."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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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엄마
김정미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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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무한도전>, <꽃보다 시리즈>, <남자의 자격> 등 예능방송 작가 김정미 저자. 촬영차 해외 곳곳을 다닐 기회가 많았기에 여행을 좋아하고 잘하지만, 정작 엄마와의 여행에는 인색했습니다. 김정미 여행사는 가족, 친구, 지인들의 여행 일정을 짜주고 동반 여행을 다녀오기 했지만 엄마와는 기약 없는 약속만 계속되었을 뿐.


유일하게 비빌 언덕이자 버팀목인 엄마. 저도 참 많이 비볐습니다. 나이가 드니 딸을 생각해 배려해 주셨던 행동들의 의미를 하나씩 깨달아갑니다. 결혼한 딸의 신경을 하나라도 덜 쓰게 하려고 먼 길 안 와도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고, 너희 가족 건강한 게 제일 감사한 거라며 말 그대로 돈 드는 건 일절 신경 쓰지 못하게 매번 먼저 말을 꺼내셨던 엄마. 하지만 엄마도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것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누릴 줄 왜 모르겠어요. 그 배려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시절이 부끄럽습니다.


<꽃보다 엄마>의 모녀도 여느 모녀지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엄마의 암 진단을 계기로 변화를 맞이합니다. 환갑맞이 여행 대신 폐암 수술을 받은 엄마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마침 <무한도전> 종영이 되며 잠정적 백수가 되면서 드디어 오로지 엄마를 위한 김정미 여행사를 오픈합니다.


"다른 나라 가도 어떵 안 해(괜찮아). 넌 이탈리아랑 스위스 여러번 가봐시난(가봤으니까) 또 가면 재미없네. 엄마는 집 밖에만 나가면 아무 데나 좋으난 너가 가고 싶은 곳으로 정해부러." 이 세상 엄마들의 대표 자질, 은유와 반어가 난무하는 대사치기. 엄마는 아무 나라나 가도 괜찮다는 표면에 숨은 속뜻을 잘 눈치채야 하지요.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일정에 콕 집어넣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엄마를 떠올리게 하고 엄마와의 여행을 꿈꾸게 할 수도 있는 특별한 여행. 경유지를 통해 약 19시간이라는 긴 비행 끝에 드디어 이탈리아 도착,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됩니다. 화장실은 가고 싶지 않아도 휴게소는 궁금했던 엄마, 한국엔 없는 메뉴니 특이하다며 선뜻 고르는 엄마.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엄마의 취향과 호기심을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현실 모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 뭘까요. 잘 해야지 하다가도 불쑥 화를 내고 마는 일이지요.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데도 서운하고 욱해버립니다. 엄마에게 가장 하지 않는 말 중에 한 마디가 '미안해' 이기도 하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먼저 손 내미는 건 엄마입니다. 엄마 찬스는 쇼핑할 때만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


여행 중 예상 시나리오를 벗어나는 일도 빠지면 섭섭하죠. 평생 걱정할 거리를 하루 만에 다 했다는 엄마의 말처럼 기차를 놓치고 일정이 틀어지는 상황을 겪은 날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 엄마의 가슴앓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의 마음을 진하게 느낍니다.


그럼에도 계획에 없던 도시를 가자고 할 정도로 즉흥적으로 대처하기도 하면서 점점 자유여행을 즐기게 되는 엄마. 스위스 온 게 꿈만 같다며 아침부터 싱글벙글인 엄마, 가게에서 깎아달라고 말해보고 싶었다며 갑자기 흥정을 시도하던 엄마...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엄마의 소녀 같은 미소를 만나는 기회가 된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 긴 비행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태블릿을 사서 영상을 집어넣는 센스를 발휘하고, 좀 더 예쁜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기 위해 핸드폰도 최신 기종으로 바꾼 저자의 마음 하나하나 공감됩니다. 꼭 해봐야 하는 머스트 두 대신 엄마가 하고 싶은 머스트 두를 위해 보조 맞춘 김정미 여행사입니다.


엄마와의 여행기 곳곳에 여행 팁도 깨알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장롱면허여서 렌터카 여행은 못했지만 직접 운전하는 걸 추천하는 지역이 있다면 따로 코멘트를 해두기도 하고, 단체 투어를 이용할 때도 경험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팁을 쏟아냅니다.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딸들이 꼭 명심해야 할 마음가짐과 노하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소중한 팁입니다.


예능 방송작가 특유의 입담은 <꽃보다 엄마>에서도 터져 읽는 내내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 되었어요. 건강을 잃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여행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지금 안 되는 이유만 줄줄이 생각하며 미뤄왔던 엄마와의 여행. 게다가 설마 하늘길이 막힐 줄 누가 상상했을까요. 코로나로 먼 여행길이 막혀 못 가는 것처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지금 바로 가까운 곳으로라도 계획을 세워보세요.


"단 한 번도 자식에게 '갑'이 되어본 적 없는 엄마를 딱 한 번만 '갑'으로 모셔보는 거예요. 살면서 허구한 날 '을'로 살던 자식들이 유일하게 엄마한테만은 '갑' 행세를 하잖아요. 그러니 엄마는 누구에게도 '갑'인 적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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