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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사건으로 배우는 암호학 - 스테가노그래피, 셜록 홈즈, 앨런 튜링, 블록체인, 공개키, SHA까지, 흥미롭고 똑똑해지는 암호 알고리즘과 역사 이야기
윤진 지음, 이솔 그림 / 골든래빗(주) / 2024년 1월
평점 :
만화로 배우는 잡학 지식 잡학툰 신간 <결정적 사건으로 배우는 암호학>.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암호는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개인정보, 메일, 상거래, 금융 거래 등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우리는 거의 매일 수차례 암호를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디지털 세상의 필수불가결한 암호학 세계로 떠나볼까요?
만화의 힘을 빌려 과학을 쉽게 이야기하는 <아날로그 사이언스> 시리즈 암호학을 업그레이드한 이 책은 각 화마다 결정적 사건의 핵심 알고리즘과 인물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윤진 작가의 핵심을 찌르는 글과 밀레니얼 세대다운 그림을 선보이는 이솔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어려운 과학을 흥미진진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초기 암호부터 오늘날 인터넷 뱅킹을 지탱하는 RSA 암호 기술까지 암호 알고리즘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메시지를 들키지 않기 위해 메시지 존재 자체를 감추거나 메시지의 의미를 감추는 방법을 암호화라고 합니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만 알 수 있고 중간에 메시지를 보는 사람은 내용을 알 수 없게 감추는 과정이죠.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에서는 사이테일을 이용해 가죽끈에 적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암호를 사용합니다. 카이사르는 글자를 다른 글자로 바꾸는 대체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간단한 암호이기에 보안성은 낮았습니다.
초기 암호 방식은 추리소설에서도 곧잘 등장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 <황금풍뎅이>는 암호를 소재로 한 소설로 암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냈고,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의 귀환>에 실린 『춤추는 인형』에도 졸라맨 같은 그림의 암호문을 푸는 과정이 나옵니다.
암호를 만드는 걸 암호화, 푸는 걸 복호화라고 합니다. 암호학은 암호화와 복호화의 대결로 발전합니다.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요. 매번 난공불락 암호가 새롭게 등장합니다. 그러면 또 그걸 공략해 내는 해독법이 등장합니다.
과거에는 언어학자, 고전학자가 암호 기술의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수학자, 과학자들이 대거 등장하게 됩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전설적인 암호 해독 부서 ‘40호실’은 독일군의 암호문 코드북을 입수하면서 미국 참전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심상찮은 기운에 먼저 암호학에 관심을 가졌던 폴란드가 기술을 동맹국에 전달하며 본격 암호 전쟁이 펼쳐집니다.
이때 독일군은 에니그마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경우의 수가 무려 1경이라니 진정 난공불락의 암호 체계를 가지게 된 겁니다. 하지만 결국 뚫립니다. 에니그마 암호 해독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이 1년 앞당겨졌다고 할 정도로 악명 높은 에니그마였습니다.
에니그마 탈취 작전을 담은 <U-571>, 앨런 튜링이 등장하는 <이미테이션 게임>처럼 에니그마와 관련한 영화도 있지요. <이미테이션 게임> 촬영지는 실제 에니그마 해독을 연구했던 '블레출리 파크'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승리는 암호해독가였습니다. 이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때입니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기계, 컴퓨터가 등장하게 됩니다.
컴퓨터 세상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메시지를 전송하는데 누군가 가로챈다면 큰일입니다. 받는 사람은 해독할 수 있는데 해킹하는 사람은 해독할 수 없는 방법이 필요해졌습니다.
드디어 ‘공개키 암호’가 등장합니다. 이런 개념을 수학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IT와는 친하지 않은 저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대단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현재 쓰이고 있는 RSA 암호 기술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잡지의 퀴즈로 129자릿수 암호문을 소개하며 푸는 데 수백만 년 걸릴 거라며 장담했다지요. 재밌게도 이 암호는 푸는 데 17년 걸렸습니다. 무려 1,600대 넘는 컴퓨터와 전 세계 자발적 지원자 600여 명이 8개월에 걸쳐 계산해서 말이죠.
현재 RSA 암호는 250자리대까지 깨졌고, 아직 260자리는 깨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 인터넷뱅킹에 사용되는 암호 RSA-2048은 617자리입니다. 현재 기술로는 푸는데 100만 년 이상 걸릴 거라고 합니다. 인터넷뱅킹 암호 뚫리면 진짜 큰일이지요 ;;
그 외에도 오늘날 인기급상승 암호인 타원곡선 암호, 비트코인을 비롯한 블록체인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인 SHA-256 암호, AES 암호에 대한 설명까지 해줍니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전문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잡학툰입니다. 암호학 기초부터 최신 동향까지 폭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이 한 권만으로 암호학 전반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암호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보호하고 있는 암호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결정적 사건으로 배우는 암호학>. 암호학이 역사적으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