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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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라는 불리는 지역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많았고, 많은 이들이 미국은-일관성을 위해 당시에 쓰이던 지명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권을 상대로 한,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이 민주주의의 성패와 일치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주장은 편협한데다가 자신들만의 외곬적인 정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수출품이었습니다. -15쪽

정신이라는 건, 제 생각엔, 시대의 지배적인 분위기와 관련된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은 미래의 불확신성을 호기심과 낙관적인 태도로 맞설 수 있는 능력이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차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일종의 확신입니다. 하지만 정신은 부서지기 쉽습니다. 두려움과 미신에 오염되기 쉽죠. 2050년경, 충돌이 시작되었을 때, 세계는 두려움과 미신으로 가득찬 시기였습니다. -17쪽

공화국 주민은 국가를 통해서만 능력을 최고조로 발현할 수 있다. 주민이 곧 국가이며, 국가가 주민이기 때문이다.

공화국의 건국자들은 개인을 인정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진리도 무시했습니다.
개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유일한 것은 이상입니다. 이상은 변화하고 퍼져 나가죠. 이상은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 현실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이상을 꿈꾸는 사람을 바꾸기도 합니다. -69쪽

대화를 나눌수록 아트의 생명력에 대한 환상이 더 강해집니다.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대화를 나누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와 다르다고 믿는 수많은 근거가 있다하더라도, 상대방을 나와 같은 종류의 존재로 대하게 마련입니다. 역시 시간이 흐르면,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이성을 조금씩 몰아내, 결국 이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죠. 아담은 자기 머리를 믿지만, 결국 마음을 따릅니다.-1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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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5-0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난 자동차 이름 '제네시스'를 떠올려버린....;;
이게 다, 불과 1,2시간 전에 친구가...자동차 '제네시스'를 이야기한 탓...( -_-);
아..나, 너무 무식해보여요..ㅜ_ㅡ

이매지 2010-05-02 21:26   좋아요 0 | URL
서평단 도서인데, 이 책 서평단 도서로 나간다고 한 글에는,
2058을 보고 치약을 떠올렸다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뭐 ㅎ

L.SHIN 2010-05-03 10:30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핫

stella.K 2010-05-0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치약 생각했었어요.
이책은 참 여러모로 장점인 동시에 단점을 가진 책으로 남을 것 같아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매지 2010-05-03 22:0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다 비슷비슷하다니까요 ㅎㅎㅎ
장점인 동시에 단점을 가진 책, 이라는 평은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미도리의 책장 1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작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미도리의 책장'에 약간 관심이 생겨서 시리즈 첫 권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를 골랐다. 사실 <월광게임>은 뭐 추리소설을 가장한 청춘소설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외딴섬 퍼즐>은 그나마 괜찮구나 싶었기에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어쩐지 시큰둥하게 읽어갔다. 총 4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인 평으로는 뒤로 갈수록 괜찮은 작품이라 초반에 그만두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서는 에가미 선배가 탐정으로 등장한다면,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임상범죄학자인 히무라 교수가 탐정으로 등장한다. 경찰의 요청에 히무라와 아리스가 참여한다는 설정으로, 아리스는 그저 추리소설 작가다운 엉뚱한 발상을 던지거나 사건을 기록하는 역할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에가미 선배는 어딘가 인간미가 없어서 아쉬웠다면, 히무라는 아직 시리즈의 초반이라 그런지 캐릭터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작품 자체만 보면 강력한 한 방은 없어도 소박한 잔재미가 있어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한 여자를 놓고 삼각관계에 빠진 사이가 좋지 않은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부재의 증명>은 쌍둥이가 등장한다는 설정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트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고만고만했다. 이어지는 <지하실의 처형>은 한 테러집단에 잡혀간 형사가 살인을 목격하는 이야기로,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어딘가 긴장감이 떨어져서 아쉬웠다. <X의 비극>을 언급하는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은 그나마 엘러리 퀸의 팬이나 다잉 메시지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이 단편을 읽으며 다잉 메시지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표제작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분량이나 내용 모두 만족스러웠다. 하얀 토끼를 닮은 극단 여배우가 스토킹을 당하는데, 그녀가 잠시 도망쳐 있는 사이에 스토커가 살해당한다는 설정. 여배우과 스토커를 토끼와 거북이에 비유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복잡하기 그지 없는 시간표 트릭도 흥미로웠다. (물론 시간표 트릭은 항상 100프로 이해하기엔 머리가 지끈하지만)

  셜록과 왓슨의 구도를 따르고 있지만, 셜록 쪽인 히무라도, 왓슨 쪽인 아리스도 아직은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매력을 느낄 수 있을라나, 아니면 장편이 더 매력적이려나. 어쨌거나, 이래저래 아쉬움은 들었지만 신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나름의 재미를 안겨줄 듯 싶었다. 그나저나, 책을 읽고 나니 어쩐지 <X의 비극>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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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미도리의 책장 1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작 / 2008년 7월
품절


지하실의 주민이란다. 네가 아키야마 슌이냐, 도스토예프스키냐. 실제로 성실한 소녀일지도 모른다. 아웃사이더에 대한 동경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근거도 따져보지 않고 지하실 주민에 대한 동경을 품었다면 사카구치 안고나 읽으면서 올바르게 타락하는 길을 모색해야 했다. 아마도 오이시 안나에게 필요한 것은 컬트적인 유사 종교가 아니라 문학이다. 안나는 알고 있을까? 굳이 백치가 되어가는 사회를 경멸하지 않아도, 이미 서점의 서가에는 세상을 저주하는 말을 풀어놓은 문학작품이 수백 권이나 꽂혀 있다는 사실을. -112쪽

"온통 거짓투성이야. 지상도…… 지하도……."
"아아, 그래."
히무라는 차갑게 말했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나도 말해주고 싶었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눈을 뜨고 스스로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다면. -130쪽

본격 미스터리의 대표적인 테마인 밀실 살인 작품의 최근 경향은 어째서 범인은 현장을 밀실로 만들어야만 했나 하는 필연성이 테마가 된다. 다잉 메시지 작품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피해자는 그런 이해하기 힘든 메시지를 남겨야만 했나? 아직 범인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완곡한 메시지를 남겼다는 말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뭔가 설득력 있는 사정이 필요하다. 거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곁들일 수 있다면 과제 하나는 끝나는데-역시 메시지 자체의 참신함도 중요하겠지?-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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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30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0쪽 글이 마음에 듭니다.^^;

이매지 2010-04-30 22:04   좋아요 0 | URL
사실 기교적인 면이나 긴장도 면에서는 떨어져서 아쉬운데,
저렇게 가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ㅎㅎ
 
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여교사와 제자의 사랑이라는 소재라는 사실보다는 어쩐지 나를 빤히 쳐다보는 듯한 표지 속 남자에 끌려 읽게 된 책. 얇은 두께라 둘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해질까라는 걱정도 조금 됐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슈텔라 페테르젠 선생님의 추도식에서 시작되는 이 책은, 주인공인 크리스티안과 슈텔라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담고 있다. 차마 선생님께 추도사를 바칠 수 없었던 크리스티안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슈텔라를 추도하고, 슈텔라와 자신의 사랑을 추억한다. 교사와 제자라는 점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침묵 속에 두어야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슈텔라를 침묵 속에서 그리워한다. 책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살다 보면 백 마디 말보다 침묵이 효과적일 때가 더러 있"다. 슈텔라를 자신만의 비밀로 담아놓고 슈텔라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크리스티안에게 침묵은 그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편이다. 사랑을 지키고, 사랑을 기억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것은 어떤 달콤한 말도, 들뜬 표현도 아닌 침묵인 것이다. 조용히 자기만 간직하고 있기에 어쩌면 사랑은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리라.

  어찌보면 <침묵의 시간>은 참 통속적이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고, 매력적인 여선생님과 제자의 만남. 그리고 뜨겁게 불꽃이 튀지만, 세상이 금지하는 사랑임을 알기에 드러내지 못하고 비밀스러운 관계를 유지해간다는 것은 참 익숙한 설정이다. 그럼에도 노장의 작품이라 그런지 이 작품은 노골적이라거나 통속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어쩐지 공허하면서도 아련한, 하지만 천박하지 않은 순수한 느낌이 들었다.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는 작품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사랑에 다소 내공이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선생님 혹은 연상의 여인을 짝사랑하는 남학생들이 읽는다면 크리스티안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이 책은 첫사랑을 아련히 추억하는 느낌으로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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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절판


교장선생님은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한순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뜬 다음 강당에 모인 학생들을 훑어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이제 다 함께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페테르젠 선생님을 추모하자고 했다. 교장선생님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영정을 내려다보았다. 우리도 대부분 고개를 숙였다.
아, 지금껏 우리 강당에 이런 침묵이 흐른 적이 있었을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일제히 사로잡은 이런 침묵이. 그러나 나는 이 침묵 속에서 노 젓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33쪽

자의건 타의건 각자 다양한 모습으로 침묵을 견디고 있다는 것은 강당에 모인 학생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침묵이 흐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옆에 있는 친구들과 눈빛을 주고받았고, 몇몇은 제자리걸음을 했으며, 어떤 남자애는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자기 얼굴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심지어 서서 조는 아이도 있었고, 틈나는 대로 시계를 들여다보는 녀석도 눈에 띄었다.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몇몇 아이들에게는 이 시간을 이겨 내거나, 아니면 아무 일 없이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것이 하나의 과제처럼 여겨지는 게 분명했다.-41쪽

얼핏 어머니 얼굴에 불만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당신이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지 못하고, 어떤 면에서는 내가 어머니에게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못마땅한 듯했다. 자식에 관한 한 뭐든지 다 알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그건 어쩌면 자식이 저지를 온갖 잘못과 자식이 받을 상처, 그리고 부모에게 안길 실망감을 미리 막아 보려는 모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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