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주민이란다. 네가 아키야마 슌이냐, 도스토예프스키냐. 실제로 성실한 소녀일지도 모른다. 아웃사이더에 대한 동경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근거도 따져보지 않고 지하실 주민에 대한 동경을 품었다면 사카구치 안고나 읽으면서 올바르게 타락하는 길을 모색해야 했다. 아마도 오이시 안나에게 필요한 것은 컬트적인 유사 종교가 아니라 문학이다. 안나는 알고 있을까? 굳이 백치가 되어가는 사회를 경멸하지 않아도, 이미 서점의 서가에는 세상을 저주하는 말을 풀어놓은 문학작품이 수백 권이나 꽂혀 있다는 사실을. -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