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미도리의 책장 1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작 / 2008년 7월
품절


지하실의 주민이란다. 네가 아키야마 슌이냐, 도스토예프스키냐. 실제로 성실한 소녀일지도 모른다. 아웃사이더에 대한 동경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근거도 따져보지 않고 지하실 주민에 대한 동경을 품었다면 사카구치 안고나 읽으면서 올바르게 타락하는 길을 모색해야 했다. 아마도 오이시 안나에게 필요한 것은 컬트적인 유사 종교가 아니라 문학이다. 안나는 알고 있을까? 굳이 백치가 되어가는 사회를 경멸하지 않아도, 이미 서점의 서가에는 세상을 저주하는 말을 풀어놓은 문학작품이 수백 권이나 꽂혀 있다는 사실을. -112쪽

"온통 거짓투성이야. 지상도…… 지하도……."
"아아, 그래."
히무라는 차갑게 말했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나도 말해주고 싶었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눈을 뜨고 스스로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다면. -130쪽

본격 미스터리의 대표적인 테마인 밀실 살인 작품의 최근 경향은 어째서 범인은 현장을 밀실로 만들어야만 했나 하는 필연성이 테마가 된다. 다잉 메시지 작품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피해자는 그런 이해하기 힘든 메시지를 남겨야만 했나? 아직 범인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완곡한 메시지를 남겼다는 말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뭔가 설득력 있는 사정이 필요하다. 거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곁들일 수 있다면 과제 하나는 끝나는데-역시 메시지 자체의 참신함도 중요하겠지?-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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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30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0쪽 글이 마음에 듭니다.^^;

이매지 2010-04-30 22:04   좋아요 0 | URL
사실 기교적인 면이나 긴장도 면에서는 떨어져서 아쉬운데,
저렇게 가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