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비룡소의 그림동화 5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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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근래에 부쩍 존 버닝햄에 관한 관심이 많아져서 그의 책들을 한 권씩 보고 있다. 그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그는 아이들과 동화를 읽는 어른 모두에게 교훈을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교훈도 대놓고 '자, 이건 나쁜 일이니까 하면 안돼요!'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전혀 동떨어져보이는 이야기를 통해 우회적으로 가르쳐주기때문에 오히려 더 지루하지도 않고 거부감도 없는 것 같다. 이 책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에서는 환경파괴로 인해 살기 어려워져 기차에 태워달라고 조르는 동물들이 등장해서 우리에게 환경보호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꿈 속에서 기차여행을 하게 된 소년. 기차여행 도중 만나게 되는 동물들(물개, 코끼리, 호랑이, 두루미 등)은 그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하며 애원해서 기차에 겨우 탑승한다. 그렇게 탄 동물들은 새로운 동물이 나타나 태워달라고 하면 "우리 기차에서 내려!"라고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곧 사정을 듣고 함께 기차를 타고 눈싸움도 하고, 연날리기도 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기차에 탈 때는 불안해보였던 동물들도 소년과 함께 기차여행을 하면서 한층 밝아진 표정들로 변하게 된다. 

  점점 환경오염이 심해져서 하나 둘씩 멸종해가는 동물들의 모습. 아이들에게는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존 버닝햄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왜 동물들이 태워달라고 애원을 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동물들이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느낄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이런 교훈에 치우치치 않고 재미로만 보더라도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라고 소리치는 부분을 재미있게 읽어준다면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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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400 산행기
김형수 지음 / 깊은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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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엄마가 취미로 등산을 시작하셨어요. 뒤이어 아빠도 등산을 취미로 시작하셨구요. 두 분이 처음에는 북한산, 수락산, 도봉산과 같은 가까운 산들에 다니시다가 산악회를 따라서 점점 지방에 있는 산들을 다니시더니 이제는 여러 등산 책들을 통해 접하신 정보로 가고 싶은 산만 꼭 찝어서 다니시곤 한답니다. 그렇게 가고 싶은 산을 고르는 과정과 떠나기 전에 저희 부모님이 꼭 들춰보시는 책이 바로 이 책 <한국 400 산행기>예요.

  서울, 경기 지역에 있는 산들을 시작으로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전남, 제주의 순서대로 전국에 있는 400개의 산을 저자가 직접 다니며 썼기때문인지 그 내용이 더 믿음직스럽더라구요. 대개 한페이지 정도에 한 곳 혹은 인접한 다른 산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왼쪽 페이지는 지도로 채워져있고, 오른쪽에는 위치와 구간별 시간, 개관, 등산기점과 등산로, 교통편(연락처까지)을 실어놓아서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등산코스를 짜는데 어려움없이 짜여져있어요. 저희 부모님들께서 산악회에서 산행을 가시는 경우에는 이 책을 통해서 미리 어느 정도, 어떤 코스로 산행하겠구나라는 걸 짐작하고 가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가실 때는 어떤 코스로 가는 게 좋을까하고 계획도 세우시곤 해요. 코스같은 경우에는 세세하게 나눠서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가는데는 몇 분 소요인지 나타내주기때문에 더 편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책이 두껍기도 하고 칼라양장본이라 무거워서 휴대하고 다시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같은 경우에는 지도부분만 복사해서 떠나시곤 한답니다. 등산을 처음하시는 분들이나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들 누구나 보시면 만족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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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야 1903년 가을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 지음/김진경 외 옮김/개마고원


이 책은 러시아어로 씌어진, 20세기 초의 한국에 관한 기록으로는 <조선, 1898년> <국역 한국지> <내가 본 조선, 조선인>에 이어 네 번째로 국내에 번역 소개되는 책이다. 러일전쟁 발발 직전이라 할 1903년 10월 10일, 민속학자이자 작가인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러시아 황실지리학회 탐사대의 일원으로 일본 거쳐 부산항 발을 내디뎠다. 곧이어 그는 뱃길로 원산에 도착한 뒤 금강산(안변) → 평강 → 양담(황해도) → 안양 → 양주 → 서울로 이어지는 여행길을 도보로 구석구석 탐색했으며 이를 러시아의 한 잡지에 연재했다. 환국한 뒤, 1905년 그 연재물을 수정보완하여 묶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 세로셰프스키는 글의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판에 박힌 모호한 설명뿐인 당시의 한국에 대한 전설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부딪쳐 얻는 생생한 정보를 원했기 때문에 마침내 한국의 해안에 닿게 된 나는 오히려 그 어떤 고정관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상태에서 마부와 통역사를 대동한 도보여행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러한 지적 탐구심 때문에 불과 한 달 남짓한 여행이었음에도 이처럼 치밀하고 방대한 여행기를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몸으로 부딪쳐 얻은 체험적 정보에만 그치지 않고 (아마도 환국 후 재작업시 보태어졌을) 당시 비숍, 그리피스, 해밀턴, 달레, 레클뤼, 오페르트 등의 숱한 기록물들 역시 종합하고 분석하여 반영해놓고 있다.

이 책이 집필될 당시, 저자의 조국 폴란드는 러시아의 속국이었다. 책에서 러시아 침략자란 표현을 스스럼없이 쓰는 데서도 드러나듯 그의 러시아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은 대단히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저자가 제대로 유럽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변방 폴란드 출신이어선지, 한국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선 미개한 야만국을 대하는 서구인의 문명론적 시각이 더욱 도드라지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자신의 조국 폴란드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반(半)식민지가 되어 있는 대한제국에 대해 동병상련이 일개 경유 국가인 한국에 대해 방대한 저술을 하게 했음직하나, 그 시선은 때로 너무 신랄해서 경멸감까지 내비치는 식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인다.

일본의 우월성과 한국 침략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대한제국 당시 백성들의 피폐한 삶과 곪을 대로 곪아 무너지기 직전의 사회체제, 패악이 극에 달한 관료주의 등에 대한 냉엄한 관찰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대한제국 당시의 여러 현실을 목도하면서 비판적이 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노릇일는지도 모른다.

 

세로셰프스키의 여행경로



지도 출처 : I.O. 라비노비치,<한국의 자연과 사람들> 1904년,페테르부르크

 

한국은 놀라운 나라예요! 땅은 아주 비옥해서 이집트처럼 작황이  좋지요! 한국산 쌀은 심지어 일본 쌀을 능가할 정도구요! 한국은 숲으로 끝없이 뒤덮여 있어요! 그리고 숲에는 값비싼 나무들뿐이랍니다. ....

한국은 매력적인 곳이에요. 꽃 핀 버드나무에는 동백나무와 월계수 숲의 축축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지요! 부드러운 공기와 햇볕과 따뜻하고 푸른 바다가 모든 걸 감싸고 있구요. 사람들은 지극히 선량하고, 아이들은 몸집이 크고, 기꺼이 세금을 내며, 권력을 무서워하고, 노동력도 아주 쌉니다. 그들은 대체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 것일까요?! 단, 한 가지 결함이 있는데, 불결하다는 겁니다. 대신 한국 여자들은 착하고 균형 잡힌 체구에 가슴이 크지요. 몸과 비누만 쓸 수 있다면, 극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일 겁니다!

 



1903년 10월 10일 아침 6시, 우리는 부산항의 넓고 둥근 만에 닻을 내렸다. ....

거리에 한국인들은 많지만, 시내에는 한국식 집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식 집을 보려면 멀리, 그러니까 산중턱 골짜기에 위치한 시골 마을까지 가야만 했다. 멀리서 보니 마을은 폐허 같다. 사납게 짖어대는 회색 개들과 흰색 마포(말꼬리털로 만드는 '갓') 옷을 입은 아이들이 떼지어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한국인들은 크게 떠들며 대화하지만 움직임만큼은 조용하다. 그들은 길모퉁이나 집 담벼락 아래, 혹은 상점 주위에 모여 앉아 아주 작은 놋쇠 파이프를 긴 담뱃대에 끼워 점잖게 말없이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수염을 기르고 진지한 표정을 한 한국인들이 거리 가운데 쭈그리고 앉아서 우리를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밭은 좋은 도구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심지어 폴란드나 독일의 밭보다도 개간이 잘 되어 있다.

 



겉보기엔 촌스럽기 그지없는 한국 농민들의 태도가 유색인종을 대하는 서양 군중의 태도보다 훨씬 신중하고 정중하며 더 훌륭한 것은 사실이다.

날은 아직 훤했고 비도 그쳤기 때문에, 딱정벌레를 잡기로 하고 도와줄 아이들을 불렀다.

 



내가 곁에 앉아 책과 공책을 들여다보려고 했더니, 아이들은 그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으면서도, 끝내 책을 계속 읽어나가려 들지 않았다. 교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한 소년이 책에 있는 큰 한자를 봉으로 짚어가면서 흥분 때문에 툭툭 끊기는 목소리로 뭔가 중얼대기 시작했다.

 





사방이 꽉 막힌 검은색 가마를 들고 짐꾼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앞면에 난 작은 창으로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스쳐가듯 보이는데, 가마를 호송하는 키 큰 남자가 옆에서 우리를 경계하듯 뚫어져라 살펴본다.

 



서울의 시장. '배추' 를 팔고 있다.



궁궐 문을 나서는 황제의 행차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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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gg book

 

 21세기 남과 여 꽃미남과 여전사

이명옥 지음/노마드북스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 으로 평가받던 시대가 가고 있다.

대신에 '아름답고 부러우면서 감성적인 남자' 와 '능력 있고 씩씩하며 의지력이 강한 여자' 인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이 21세기 남녀 트렌드가 되고 있다. 여자 같은 남자와 남자 같은 여자를 괴물 취급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왜 21세기인들은 꽃미남과 여전사에 열광하는 걸까?

 

저자 이명옥은 이런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기 위해 인류의 문화유산인 신화, 종교, 심리학, 예술, 대중문화의 근원지를 답사하면서 남자와 여자가 반대의 성과 닮은꼴이 되어가는 현상을 흥미롭게 파헤친다. 저자는 '남자다운' 혹은 '여자다운' 이라는 전통적인 남녀관이 형성된 배경은 가부장제의 존속과 사회 통제를 위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이처럼 전통사회가 성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하고 남녀의 역활과 의무를 책임 지웠기에 인간은 진짜 남자, 진짜 여자가 되는 법을 애써 배우고 연기해야만 했다. 왜 그토록 철저히 남성과 여성을 분리했을까? 성을 구별하는 것이야말로 가부장적 제도를 지탱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수천 년 동안 남녀를 이산가족으로 갈라놓았던 철조망이 제거되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둘이던 독일이 통합된 것처럼 남녀는 성의 경계선에서 상봉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대체 왜 그처럼 철통같던 철조망이 끊어진 것일까? 가부장제의 붕괴, 여성해방운동의 영향으로 성적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적 남녀 상이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 

 

또한 부권제의 몰락에 이은 페미니즘 운동, 남녀양성을 부추기는 대중문화의 확산,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이 꽃미남과 여전사, 즉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이 등장한 배경이라고 말한다,

 

즉 예쁜 남자를 부추기는 대중문화가 청소년들의 의시과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이다. 비트 제너레이션, 앵그리 영맨, 히피, 펑크족 등 새롭게 탄생한 청년문화 역시 남성적인 외모에 집착하지 않았다. 청년들은 성적 금기를 깨기 위해 장발을 하고 성도착자도 아니면서 여성처럼 외양을 꾸몄다. 질서유지라는 명목으로 외모까지 국가와 사회가 통제한다? 청년들은 웃기지 말란다. 외모를 어떻게 꾸미는가 개인적 취향이 아닌가. 또 1980년대에 이르면 커밍아웃한 동성애 문화도 보수적인 남성형을 와해하는 데 큰 몫을 한다. 동성애자들은 패션 분야에서 맹활약을 했다. 동성애 디자이너들은 여성처럼 우아한 남성 의상을 선보였고 성별을 초월한 아름다운 남자모델에게 의상을 입혔다. 이 대중문화와 청년 문화, 동성애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새로운 남성미가 창조된 것이다.

 

비록 참혹한 전쟁이지만 제1차 세계대전은 여성들에게 뜻밖의 기회를 제공했다. 여성들은 남성을 대신해서 가정과 가게, 농장, 회사 등 일터를 경영했다. 어디 그뿐인가. 전쟁은 여성에게 목숨과도 같던 정조관념마저 무너뜨렸다. 심지어 몇 번씩 결혼하고 순식간에 과부가 된 여성도 많이 생겨났다. 윤리도덕도, 풍습도, 인간의 사고방식도 변했다. 사회체제 역시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전통과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기계문명, 통신, 교통수단의 발달 역시 여성을 집안의 멍에에서 해방시켰다. 남성의 부재가 여성에게 자유를 주었기에 여성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 오히려 남성과 동등해지기를 원했으며 똑같은 교육과 직업을 요구했다. 이렇게 외모, 복장, 말과 행동에서 남자와 구별하기 힘든 여성들이 등장한다. 남성의 경쟁자로서의 여성, 남성 없이도 살 수 있는 제3의 여성, 필자는 그녀들을 콘트라섹슈얼로 부른다.

- 본문 중에서 -

이 책은 출발점에서부터 남녀는 둘이 아닌 원래 하나의 존재였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가부장제의 존속과 사회 통제를 위해 남녀를 억지로 분리시켜놓은 전통사회의 문제점 또한 놓치지 않고 지적한다. 그러고는 수많은 근거를 통해 그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우선 1장에서 세계 신화, 종교, 연금술에 나타난 인간의 원형은 남녀양성이라고 증명해 보인다. 그런 후 2장에서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양성적 아름다움이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후 본격화된 3~4장에서는 여성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남자인 메트로섹슈얼과 남성처럼 강한 힘을 지닌 여자인 콘트라섹슈얼의 전형적인 인물들의 매력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듯 긴 역사와 문화의 스펙트럼을 관통하며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인간은 늘 몸도 마음도 영혼도 반대 성과 닮기를 갈망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것은 통합형 인간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은연중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성을 향한 원초적 갈망을 충족시켜 주는 꽃미남과 여전사, 즉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에 매혹당한다는 것이다.

가니메데스, 히아킨토스, 아도니스, 나르키소스, 엔디미온, 안티노우스, 바이런, 루돌프 발렌티노, 제임스 딘, 엘비스 프레슬리 등 아름답고 매혹적인 남자들 & 아테나, 아마존 여전사, 아탈란테, 하트셉수트, 잔 다르크, 엘리자베스 1세, 조르주 상드, 마돈나 등 세상을 쥐락펴락한 여자들

이 책에 소개되는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다름 아닌 양성적 이미지이다. 여성을 입은 남자들과 남성을 입은 여자들.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21세기는 이러한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의 시대이다.
그러나 책에 등장하는 선구자들이 없었다면 전통적인 남녀상이 붕괴되는 이런 해괴한 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분화되어 있는 성의 경계를 포크레인으로 허물어내는 매력적인 인물들. 이들은 가장 매력적인 것은 지극히 여성적인 것도, 지극히 남성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나같이 양성적인 매력을 한껏 뿜어내고 있다. 이 인물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면 신화 속 인물과 현존했던 인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매력으로 세상을 매혹시킨 신화 속 아름다운 남자로는 가니메데스와 히아킨토스, 아도니스를 비롯해서 나르키소스와 엔디미온아 등장한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신화 속 강인한 여자들은 제우스의 딸 아테나 여신과 전설적인 아마존 여전사, 그리고 달리기의 명수인 아탈란테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계보는 현존했던 인물들로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다.
남성의 몸에 여성의 자궁을 지닌 시인 바이런과 최초의 메트로섹슈얼 남자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 여성의 모성본능을 자극해 불멸의 스타가 된 제임스 딘, 그리고 화장하는 남자의 시대를 연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이들은 모두 신화 속 꽃미남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 메트로섹슈얼들이다.
또한 여전사의 계보를 잇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현존했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와 영웅이자 마녀였던 잔 다르크, 여자의 몸으로 위대한 통치자의 모습을 보여줬던 엘리자베스 1세, 프로소설가의 꿈을 실현한 여걸 조르주 상드, 마지막으로 양성적 이미지로 대중문화를 제패한 마돈나가 그들이다. 이 5명의 여성 역시 남성의 영역에 도전해 자랑스러운 승자가 된 대표적 콘트라섹슈얼들이다.
그리고 이들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의 매력적인 요소들을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아름다운 도판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짚어주는 저자의 연금술적인 재주는 이 책을 지탱시켜 주는 커다란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꽃미남과 여전사>가 갖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또 한 가지 있다.
기존의 남녀 트렌드를 분석하는 여러 책들에서 발견할 수 없는 아름다운 도판들이 200점이 넘게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물론 미술 전문가인 저자 이명옥의 내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더욱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은 그녀가 마치 연금술사와 같이 모래처럼 흩어져 있던 방대한 지식을 채집해서 세기의 명화에 접목시킨 점이다. 이것은 저자가 한국미술계에서 톡톡 튀는 전시기획을 주도한 탁월한 기획자였기에 가능한 일인 듯 싶다.


 



이명옥 (세레명:사바나.국민대 미술학부 겸임 교수)

 



(안드로지니 Androgyny : 남녀양성 | 15세기 문헌 <여명>에서 발췌

고대인들이 남자이면서 여자인 자웅동체상을 제작한 것에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바로 완전한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와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고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현실을 초월해서 합일하고 싶었다. 상반된 두 속성의 차이를 없애고 단편들을 병합하는 것, 즉 둘로 갈라진 성을 결합하고 싶은 욕망이 자웅동체상에 나타난 것이다.

 



미켈란젤로, <에레미아 위에 있는 노예>, 프레스코 (시스티나 성당 천정화의 부분)

인간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예술가들은 남성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굳이 구별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전통적 사회가 원심분리기로 구분한 미를 통합하고 싶었다.

만일 사람들이 양성적 아름다움이 얼마나 황홀한지 느낀다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는 노래가사처럼 세상은 절로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양성적 아름다움은 모래에 스며드는 물처럼 부드럽게 내면으로 젖어드는 아름다움이다. 그 촉촉한 아름다움이 메마른 인간의 영혼을 해갈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1503년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화상>1516년

릴리언과 라우렌스 슈바르츠 <모나레오> | 컴퓨터 합성

모나리자는 여장 남자, 또는 양성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양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모나리자가 실물이 아니며 다 빈치가 꿈꾼 인류의 이상형, 즉 양성형 인간을 비밀 초상화에 담은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들은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듯 화가의 자화상과 모나리자의 얼굴을 절반으로 뚝 잘라 컴퓨터로 합성된 작품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르느와르  <잠든 누드>

누드화에 등장한 여성은 대체로 잠이 들거나 관객의 눈길을 피하거나 또는 관객에게 추파를 던진다. 여성이 눈길을 피해야만 남성 관객들은 마음놓고 눈의 육욕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니는 자신의 위치를 여성 누드를 관람하는 남자의 자리와 바꿔치기했다. 마초 같은 남성을 부드럽게 연마해 무기력한 남성으로 변성시켰다. 이제 그녀는 미술의 권력을 장악했는가. 그렇지만 피니여, 안심은 금물이다. 경계심을 늦추면 남근주의자들이 금세 반격을 시도할 테니까. 그녀는 바짝 날이 선 눈빛으로 무장해제된 남자의 몸을 감시한다.

 



티치아노<비너스와 아도니스>1553~1554년/루벤스<비너스와 아도니스>1635~1638년
"아도니스여, 그대가 도망치는 짐승을 보거든 용기를 내서 뒤를 쫓아도 좋다. 그러나 만일 사냥감이 도망치기는커녕 공격하는 기색을 보이면 겁 없이 대들지 말고 반드시 피해야 옳다. 자연이 그대와 대적할 무기를 내린 짐승 앞에선 절대로 도발하면 안 되니까."

그러나 그림 속 아도니스는 결사적으로 사냥을 만류하는 비너스를 안쓰럽게 내려다보면서도 발길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사냥 충동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다. 저 떠나는 남자의 눈을 응시하는 비너스의 간절한 시선을 보라. 여신은 사랑하는 남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품위 손상도 마다하지 않는다. 연인이 자신의 품에서 떠난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도니스는 조금도 주저하는 기색이 없다. 사랑하는 여인보다 사냥의 기쁨이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초의 메트로섹슈얼 남자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

그는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고 보란 듯 여성들을 유혹했다. 영화에서 발렌티노는 양성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새로운 남성미를 선보였다.

루돌프 발렌티노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으로 최정상에 섰던 남자 배우이다. 다른 남자 배우들이 기를 쓰고 여성적인 성향을 지우던 시절에 대담하게 (여성성에) 승부수를 던졌다.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고 화려한 패션에 액세서리를 걸치고 보란 듯 여성들을 유혹했다. 멋 부리는 남자, 여성처럼 외모를 치장하는 남자, 남자 = 야성미라는 공식을 깬 최초의 남자 배우가 바로 발렌티노이다.



여성의 모성본능을 자극한,제임스 딘

그는 원하는 이미지에 맞추어 외모와 목소리, 옷차림, 심지어 눈빛마저 바꾸었다.

불과 세 편(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의 영화에 출연한 후 요절했지만 불멸의 스타가 되었다.

 



화장하는 남자의 시대를 연, 엘비스 프레슬리

 



스프랑게르 <무지를 무찌르는 아테나>

그림 속 여신은 무장을 한 채 악의 무리들을 무찌른다.

그런데 위협적인 느낌보다 더없이 선정적으로 느껴진다. 여신의 몸에 찰싹 달라붙은 야한 갑옷 때문이다. 갑옷은 나체보다 더 육감적이다. 화가는 갑옷 패션을 강조하기 위한 듯 여신의 가슴 부위를 대담하게 열어젖혀 순결한 젖가슴을 노출시켰다.
 



루벤스 <잔 다르크의 초상> 1618~1620년

여성 영웅 제1호, 잔 다르크

그러나 필자는 당당한 상드의 모습에서 문득 고독의 그림자를 보았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에게서만 감지되는 고품격의 외로움, 하지만 상드의 쓸쓸함은 천재 여성에게 따르는 당연한 업보가 아닐까?

그녀는 여성과 지성은 함께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부쉈다.

숱한 스캔들에도, 험담과 비난에도 인생을 궤도 수정하지 않고 우주적 길을 개척한 행성이다.

지성과 개성이 미모보다 매력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여자. 마이웨이 My way를 실천한 여자. 여성안에 잠든 남성을 깨운 여자. 그 무엇보다 여성도 철학과 사상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 여자. 그토록 무거운 짐을 짊어졌기에 그녀는 늘 외로웠으리.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년

영웅적인 삶을 보여준 죄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잔 다르크.

하지만 잔이 물꼬를 튼 여성 영웅의 이미지는 후세 화가들의 영감을 자극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첫 번째가 들라크루아의 걸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그림은 프랑스 혁명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잇다. 화면의 배경은 1830년 7월 27~29일 파리 시민 봉기 현장이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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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남은 마지막 그곳 남미 내 인생을 바꾼 여행

안동수 글.사진/VOOXS 북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아빠의 이미지를 '가방싸는 아빠'를 그렸다고 한다. 두 딸에게 늘 미안한 마음과 아버지의 직분(?)을 멀리하고 저자는 중남미의 매력에 빠져 지금도 가방을 꾸릴 준비를 한다. 이 책은 SBS 모닝와이드의 한 코너인 <내 인생을 바꾼 여행>을 촬영하면서 틈틈히 쓴 글과 사진을 모은 것이다. 여름휴가의 절정기에 한 번쯤 중남미여행(브라질,파라과이,아르헨티나,칠레,페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듯 싶어 가볍게 올려봅니다. *^^*

 

중남미는 빈부의 격차가 심한 곳. 부자는 극단적으로 부를 과시하고 가난한 서민들은 극단적인 가난을 보인다. 한화로 250원 정도 하는 엘리베이터를 '천국으로 가는 정거장'이라고 불러야만 하는 그들의 고통. 하지만 그들에게는 마지막 보루가 있다. 바로 천국으로 가는 정거장이 그들 곁에 있으니 마음속으로라도 실컷 타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리우 사람들은 하느님이 7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실 때 리우만 이틀이 걸렸다고 말한다. 또한 9.11 테러가 있은 뒤, 미국의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자 브라질 정부는 미국에게 이웃나라니깐 자기네만 간편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미국은 거절했다고. 이를 괘씸하게 여긴 브라질 정부는 바로 자국으로 들어오는 미국인들을 줄 세우기 시작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나름의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우리네를 투영해본다.

다큐멘터리 PD가 극단적인 아름다움과 극단적인 가난이 어우러져 있는 중남미를 촬영하면서 쓴 이 책은 힘에 밀려 열대강들의 군림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네의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으며 초연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종일 일했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약간의 돈, 그러나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오늘 번 돈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곳곳에 펼쳐진 자연이 가져다주는 천상의 아름다움이 그들의 주린 배는 채우지 못했지만 삶의 여유는 줄 수 있었다. 하느님은 과연 하느님은 이것까지도 생각하면서 중남미를 만드셨던 것일까? 가장 사랑했던 이들의 절망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서였을까?

때때로 자신이 떠나왔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는 나라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중남미다.

악마의 목구멍의 슬픈 전설이라고 부르는 이과수 폭포와 삼바가 있는 브라질에서 노예들의 한을 느끼고, 거북이를 먹고 사는 자코 원주민과 불시착한 사람들의 도시 아순시온이 있는 파라과이를 돌아보면서 그들의 넉넉함을 배운다. 영화를 위해 지어진 듯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탱고와 반도니온이 있는 아르헨티나를 통해 예술적인 기질을 깨치고, 바람이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파이네와 150개의 성당의 칠로에 섬 그리고 수많은 먹거리가 있는 칠레에서 실컷 웃으며 삶의 고단함을 잊는다. 고향집처럼 그리운 꾸스코와 천상의 호수 띠띠까까, 책에서만 접해본 로빈슨 크루소 섬이 있는 페루에서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칠레 - 공항과 섬 중심 마을을 잇는 배

통통배에 무사히 나눠 탄 우리는 1시간 30분 동안 페르난데즈 제도 저편에 있는 로빈슨 크루소 섬을 향한 항해 길에 올랐다. 힘 좋은 보트로는 30분도 안될 거리건만, 이놈의 통통배는 그저 여유로운 뿐이다. 덕분에 일행들 모두 아침에 먹은 것들을 고스란히 바다에 쏟아내야 했다. 리포터 현경이는 노래를 부르면 뱃멀미가 덜하다는 소리를 듣고 '바위섬'을 필두로 '연가', '등대지기' 등 아는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와 일행에게 함께 부를 것을 강요하는 그녀. 젊은 사람이 어찌 그렇게 옛날 노래만 부르는지 기진맥진한 우리는 울렁거리는 속을 안고 '바위섬' 만도 스무 번 이상 불러야 했다. 하지만 뱃멀미만 없다면 그 풍경은 가히 경탄할 만하다.짙은 쪽빛을 띤 바다에 풍덩 몸을 던지는 물개며 바닷새는 자연의 시간을 뒤로 돌려놓고 있었다. 드디어 검은색이었던 섬을 도니 녹음이 푸른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이 바로 셀커크가 6년의 세월을 묻었던 로빈슨 크루스 섬. 우리는 뱃멀미로 지친 속을 달래며 그의 여행에 한 발짝 다가섰다.
 



브라질 - 슬픈 전설을 가진 악마의 목구멍과 이과수 폭포

"이과수 폭포는 흘려 쓴 U자처럼 생겼어요.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거대한 폭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구부러져 이어지는 꼴이죠. 넘나들며 보는 수밖에 없어요. 다시 말해 우리가 걷는 쪽으로도 폭포가 떨어지고 있어요." 그의 말처럼 270여 개의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둥그렇게 돌면서 형성돼 있다.

 



페루 - 갈대를 바닥에 깔아 섬을 만든 우로스섬

 그들은 밥을 지을 때도 주변에 있는 갈대를 그러모아 불을 피웠고, 갓 잡은 싱싱한 물고기도 갈대로 덮고, 한 달에 한 번 장에 갈 때도 갈대로 만든 포대기에 물건을 이고 지고 간다. 심지어는 입이 심심할 때마다 갈대를 뚝 뜯어 속살을 야금야금 씹어먹기도 한다.

 



페루 - 마을에서 바라본 노을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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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8-0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제 제2의 고향 중남미! 아직도 가끔씩 그리워요.
저는 어렸을 때 코스타리카라는 곳에서 살았었거든요. 퍼갑니다 :)

이매지 2006-08-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코스타리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었군요^^
왠지 부러운 마음이 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