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남은 마지막 그곳 남미 내 인생을 바꾼 여행

안동수 글.사진/VOOXS 북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아빠의 이미지를 '가방싸는 아빠'를 그렸다고 한다. 두 딸에게 늘 미안한 마음과 아버지의 직분(?)을 멀리하고 저자는 중남미의 매력에 빠져 지금도 가방을 꾸릴 준비를 한다. 이 책은 SBS 모닝와이드의 한 코너인 <내 인생을 바꾼 여행>을 촬영하면서 틈틈히 쓴 글과 사진을 모은 것이다. 여름휴가의 절정기에 한 번쯤 중남미여행(브라질,파라과이,아르헨티나,칠레,페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듯 싶어 가볍게 올려봅니다. *^^*

 

중남미는 빈부의 격차가 심한 곳. 부자는 극단적으로 부를 과시하고 가난한 서민들은 극단적인 가난을 보인다. 한화로 250원 정도 하는 엘리베이터를 '천국으로 가는 정거장'이라고 불러야만 하는 그들의 고통. 하지만 그들에게는 마지막 보루가 있다. 바로 천국으로 가는 정거장이 그들 곁에 있으니 마음속으로라도 실컷 타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리우 사람들은 하느님이 7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실 때 리우만 이틀이 걸렸다고 말한다. 또한 9.11 테러가 있은 뒤, 미국의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자 브라질 정부는 미국에게 이웃나라니깐 자기네만 간편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미국은 거절했다고. 이를 괘씸하게 여긴 브라질 정부는 바로 자국으로 들어오는 미국인들을 줄 세우기 시작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나름의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우리네를 투영해본다.

다큐멘터리 PD가 극단적인 아름다움과 극단적인 가난이 어우러져 있는 중남미를 촬영하면서 쓴 이 책은 힘에 밀려 열대강들의 군림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네의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으며 초연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종일 일했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약간의 돈, 그러나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오늘 번 돈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곳곳에 펼쳐진 자연이 가져다주는 천상의 아름다움이 그들의 주린 배는 채우지 못했지만 삶의 여유는 줄 수 있었다. 하느님은 과연 하느님은 이것까지도 생각하면서 중남미를 만드셨던 것일까? 가장 사랑했던 이들의 절망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서였을까?

때때로 자신이 떠나왔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는 나라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중남미다.

악마의 목구멍의 슬픈 전설이라고 부르는 이과수 폭포와 삼바가 있는 브라질에서 노예들의 한을 느끼고, 거북이를 먹고 사는 자코 원주민과 불시착한 사람들의 도시 아순시온이 있는 파라과이를 돌아보면서 그들의 넉넉함을 배운다. 영화를 위해 지어진 듯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탱고와 반도니온이 있는 아르헨티나를 통해 예술적인 기질을 깨치고, 바람이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파이네와 150개의 성당의 칠로에 섬 그리고 수많은 먹거리가 있는 칠레에서 실컷 웃으며 삶의 고단함을 잊는다. 고향집처럼 그리운 꾸스코와 천상의 호수 띠띠까까, 책에서만 접해본 로빈슨 크루소 섬이 있는 페루에서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칠레 - 공항과 섬 중심 마을을 잇는 배

통통배에 무사히 나눠 탄 우리는 1시간 30분 동안 페르난데즈 제도 저편에 있는 로빈슨 크루소 섬을 향한 항해 길에 올랐다. 힘 좋은 보트로는 30분도 안될 거리건만, 이놈의 통통배는 그저 여유로운 뿐이다. 덕분에 일행들 모두 아침에 먹은 것들을 고스란히 바다에 쏟아내야 했다. 리포터 현경이는 노래를 부르면 뱃멀미가 덜하다는 소리를 듣고 '바위섬'을 필두로 '연가', '등대지기' 등 아는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와 일행에게 함께 부를 것을 강요하는 그녀. 젊은 사람이 어찌 그렇게 옛날 노래만 부르는지 기진맥진한 우리는 울렁거리는 속을 안고 '바위섬' 만도 스무 번 이상 불러야 했다. 하지만 뱃멀미만 없다면 그 풍경은 가히 경탄할 만하다.짙은 쪽빛을 띤 바다에 풍덩 몸을 던지는 물개며 바닷새는 자연의 시간을 뒤로 돌려놓고 있었다. 드디어 검은색이었던 섬을 도니 녹음이 푸른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이 바로 셀커크가 6년의 세월을 묻었던 로빈슨 크루스 섬. 우리는 뱃멀미로 지친 속을 달래며 그의 여행에 한 발짝 다가섰다.
 



브라질 - 슬픈 전설을 가진 악마의 목구멍과 이과수 폭포

"이과수 폭포는 흘려 쓴 U자처럼 생겼어요.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거대한 폭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구부러져 이어지는 꼴이죠. 넘나들며 보는 수밖에 없어요. 다시 말해 우리가 걷는 쪽으로도 폭포가 떨어지고 있어요." 그의 말처럼 270여 개의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둥그렇게 돌면서 형성돼 있다.

 



페루 - 갈대를 바닥에 깔아 섬을 만든 우로스섬

 그들은 밥을 지을 때도 주변에 있는 갈대를 그러모아 불을 피웠고, 갓 잡은 싱싱한 물고기도 갈대로 덮고, 한 달에 한 번 장에 갈 때도 갈대로 만든 포대기에 물건을 이고 지고 간다. 심지어는 입이 심심할 때마다 갈대를 뚝 뜯어 속살을 야금야금 씹어먹기도 한다.

 



페루 - 마을에서 바라본 노을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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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8-0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제 제2의 고향 중남미! 아직도 가끔씩 그리워요.
저는 어렸을 때 코스타리카라는 곳에서 살았었거든요. 퍼갑니다 :)

이매지 2006-08-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코스타리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었군요^^
왠지 부러운 마음이 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