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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남과 여 꽃미남과 여전사

이명옥 지음/노마드북스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 으로 평가받던 시대가 가고 있다.

대신에 '아름답고 부러우면서 감성적인 남자' 와 '능력 있고 씩씩하며 의지력이 강한 여자' 인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이 21세기 남녀 트렌드가 되고 있다. 여자 같은 남자와 남자 같은 여자를 괴물 취급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왜 21세기인들은 꽃미남과 여전사에 열광하는 걸까?

 

저자 이명옥은 이런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기 위해 인류의 문화유산인 신화, 종교, 심리학, 예술, 대중문화의 근원지를 답사하면서 남자와 여자가 반대의 성과 닮은꼴이 되어가는 현상을 흥미롭게 파헤친다. 저자는 '남자다운' 혹은 '여자다운' 이라는 전통적인 남녀관이 형성된 배경은 가부장제의 존속과 사회 통제를 위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이처럼 전통사회가 성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하고 남녀의 역활과 의무를 책임 지웠기에 인간은 진짜 남자, 진짜 여자가 되는 법을 애써 배우고 연기해야만 했다. 왜 그토록 철저히 남성과 여성을 분리했을까? 성을 구별하는 것이야말로 가부장적 제도를 지탱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수천 년 동안 남녀를 이산가족으로 갈라놓았던 철조망이 제거되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둘이던 독일이 통합된 것처럼 남녀는 성의 경계선에서 상봉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대체 왜 그처럼 철통같던 철조망이 끊어진 것일까? 가부장제의 붕괴, 여성해방운동의 영향으로 성적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적 남녀 상이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 

 

또한 부권제의 몰락에 이은 페미니즘 운동, 남녀양성을 부추기는 대중문화의 확산,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이 꽃미남과 여전사, 즉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이 등장한 배경이라고 말한다,

 

즉 예쁜 남자를 부추기는 대중문화가 청소년들의 의시과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이다. 비트 제너레이션, 앵그리 영맨, 히피, 펑크족 등 새롭게 탄생한 청년문화 역시 남성적인 외모에 집착하지 않았다. 청년들은 성적 금기를 깨기 위해 장발을 하고 성도착자도 아니면서 여성처럼 외양을 꾸몄다. 질서유지라는 명목으로 외모까지 국가와 사회가 통제한다? 청년들은 웃기지 말란다. 외모를 어떻게 꾸미는가 개인적 취향이 아닌가. 또 1980년대에 이르면 커밍아웃한 동성애 문화도 보수적인 남성형을 와해하는 데 큰 몫을 한다. 동성애자들은 패션 분야에서 맹활약을 했다. 동성애 디자이너들은 여성처럼 우아한 남성 의상을 선보였고 성별을 초월한 아름다운 남자모델에게 의상을 입혔다. 이 대중문화와 청년 문화, 동성애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새로운 남성미가 창조된 것이다.

 

비록 참혹한 전쟁이지만 제1차 세계대전은 여성들에게 뜻밖의 기회를 제공했다. 여성들은 남성을 대신해서 가정과 가게, 농장, 회사 등 일터를 경영했다. 어디 그뿐인가. 전쟁은 여성에게 목숨과도 같던 정조관념마저 무너뜨렸다. 심지어 몇 번씩 결혼하고 순식간에 과부가 된 여성도 많이 생겨났다. 윤리도덕도, 풍습도, 인간의 사고방식도 변했다. 사회체제 역시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전통과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기계문명, 통신, 교통수단의 발달 역시 여성을 집안의 멍에에서 해방시켰다. 남성의 부재가 여성에게 자유를 주었기에 여성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 오히려 남성과 동등해지기를 원했으며 똑같은 교육과 직업을 요구했다. 이렇게 외모, 복장, 말과 행동에서 남자와 구별하기 힘든 여성들이 등장한다. 남성의 경쟁자로서의 여성, 남성 없이도 살 수 있는 제3의 여성, 필자는 그녀들을 콘트라섹슈얼로 부른다.

- 본문 중에서 -

이 책은 출발점에서부터 남녀는 둘이 아닌 원래 하나의 존재였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가부장제의 존속과 사회 통제를 위해 남녀를 억지로 분리시켜놓은 전통사회의 문제점 또한 놓치지 않고 지적한다. 그러고는 수많은 근거를 통해 그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우선 1장에서 세계 신화, 종교, 연금술에 나타난 인간의 원형은 남녀양성이라고 증명해 보인다. 그런 후 2장에서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양성적 아름다움이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후 본격화된 3~4장에서는 여성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남자인 메트로섹슈얼과 남성처럼 강한 힘을 지닌 여자인 콘트라섹슈얼의 전형적인 인물들의 매력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듯 긴 역사와 문화의 스펙트럼을 관통하며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인간은 늘 몸도 마음도 영혼도 반대 성과 닮기를 갈망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것은 통합형 인간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은연중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성을 향한 원초적 갈망을 충족시켜 주는 꽃미남과 여전사, 즉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에 매혹당한다는 것이다.

가니메데스, 히아킨토스, 아도니스, 나르키소스, 엔디미온, 안티노우스, 바이런, 루돌프 발렌티노, 제임스 딘, 엘비스 프레슬리 등 아름답고 매혹적인 남자들 & 아테나, 아마존 여전사, 아탈란테, 하트셉수트, 잔 다르크, 엘리자베스 1세, 조르주 상드, 마돈나 등 세상을 쥐락펴락한 여자들

이 책에 소개되는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다름 아닌 양성적 이미지이다. 여성을 입은 남자들과 남성을 입은 여자들.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21세기는 이러한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의 시대이다.
그러나 책에 등장하는 선구자들이 없었다면 전통적인 남녀상이 붕괴되는 이런 해괴한 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분화되어 있는 성의 경계를 포크레인으로 허물어내는 매력적인 인물들. 이들은 가장 매력적인 것은 지극히 여성적인 것도, 지극히 남성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나같이 양성적인 매력을 한껏 뿜어내고 있다. 이 인물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면 신화 속 인물과 현존했던 인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매력으로 세상을 매혹시킨 신화 속 아름다운 남자로는 가니메데스와 히아킨토스, 아도니스를 비롯해서 나르키소스와 엔디미온아 등장한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신화 속 강인한 여자들은 제우스의 딸 아테나 여신과 전설적인 아마존 여전사, 그리고 달리기의 명수인 아탈란테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계보는 현존했던 인물들로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다.
남성의 몸에 여성의 자궁을 지닌 시인 바이런과 최초의 메트로섹슈얼 남자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 여성의 모성본능을 자극해 불멸의 스타가 된 제임스 딘, 그리고 화장하는 남자의 시대를 연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이들은 모두 신화 속 꽃미남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 메트로섹슈얼들이다.
또한 여전사의 계보를 잇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현존했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와 영웅이자 마녀였던 잔 다르크, 여자의 몸으로 위대한 통치자의 모습을 보여줬던 엘리자베스 1세, 프로소설가의 꿈을 실현한 여걸 조르주 상드, 마지막으로 양성적 이미지로 대중문화를 제패한 마돈나가 그들이다. 이 5명의 여성 역시 남성의 영역에 도전해 자랑스러운 승자가 된 대표적 콘트라섹슈얼들이다.
그리고 이들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의 매력적인 요소들을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아름다운 도판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짚어주는 저자의 연금술적인 재주는 이 책을 지탱시켜 주는 커다란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꽃미남과 여전사>가 갖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또 한 가지 있다.
기존의 남녀 트렌드를 분석하는 여러 책들에서 발견할 수 없는 아름다운 도판들이 200점이 넘게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물론 미술 전문가인 저자 이명옥의 내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더욱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은 그녀가 마치 연금술사와 같이 모래처럼 흩어져 있던 방대한 지식을 채집해서 세기의 명화에 접목시킨 점이다. 이것은 저자가 한국미술계에서 톡톡 튀는 전시기획을 주도한 탁월한 기획자였기에 가능한 일인 듯 싶다.


 



이명옥 (세레명:사바나.국민대 미술학부 겸임 교수)

 



(안드로지니 Androgyny : 남녀양성 | 15세기 문헌 <여명>에서 발췌

고대인들이 남자이면서 여자인 자웅동체상을 제작한 것에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바로 완전한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와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고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현실을 초월해서 합일하고 싶었다. 상반된 두 속성의 차이를 없애고 단편들을 병합하는 것, 즉 둘로 갈라진 성을 결합하고 싶은 욕망이 자웅동체상에 나타난 것이다.

 



미켈란젤로, <에레미아 위에 있는 노예>, 프레스코 (시스티나 성당 천정화의 부분)

인간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예술가들은 남성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굳이 구별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전통적 사회가 원심분리기로 구분한 미를 통합하고 싶었다.

만일 사람들이 양성적 아름다움이 얼마나 황홀한지 느낀다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는 노래가사처럼 세상은 절로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양성적 아름다움은 모래에 스며드는 물처럼 부드럽게 내면으로 젖어드는 아름다움이다. 그 촉촉한 아름다움이 메마른 인간의 영혼을 해갈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1503년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화상>1516년

릴리언과 라우렌스 슈바르츠 <모나레오> | 컴퓨터 합성

모나리자는 여장 남자, 또는 양성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양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모나리자가 실물이 아니며 다 빈치가 꿈꾼 인류의 이상형, 즉 양성형 인간을 비밀 초상화에 담은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들은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듯 화가의 자화상과 모나리자의 얼굴을 절반으로 뚝 잘라 컴퓨터로 합성된 작품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르느와르  <잠든 누드>

누드화에 등장한 여성은 대체로 잠이 들거나 관객의 눈길을 피하거나 또는 관객에게 추파를 던진다. 여성이 눈길을 피해야만 남성 관객들은 마음놓고 눈의 육욕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니는 자신의 위치를 여성 누드를 관람하는 남자의 자리와 바꿔치기했다. 마초 같은 남성을 부드럽게 연마해 무기력한 남성으로 변성시켰다. 이제 그녀는 미술의 권력을 장악했는가. 그렇지만 피니여, 안심은 금물이다. 경계심을 늦추면 남근주의자들이 금세 반격을 시도할 테니까. 그녀는 바짝 날이 선 눈빛으로 무장해제된 남자의 몸을 감시한다.

 



티치아노<비너스와 아도니스>1553~1554년/루벤스<비너스와 아도니스>1635~1638년
"아도니스여, 그대가 도망치는 짐승을 보거든 용기를 내서 뒤를 쫓아도 좋다. 그러나 만일 사냥감이 도망치기는커녕 공격하는 기색을 보이면 겁 없이 대들지 말고 반드시 피해야 옳다. 자연이 그대와 대적할 무기를 내린 짐승 앞에선 절대로 도발하면 안 되니까."

그러나 그림 속 아도니스는 결사적으로 사냥을 만류하는 비너스를 안쓰럽게 내려다보면서도 발길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사냥 충동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다. 저 떠나는 남자의 눈을 응시하는 비너스의 간절한 시선을 보라. 여신은 사랑하는 남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품위 손상도 마다하지 않는다. 연인이 자신의 품에서 떠난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도니스는 조금도 주저하는 기색이 없다. 사랑하는 여인보다 사냥의 기쁨이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초의 메트로섹슈얼 남자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

그는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고 보란 듯 여성들을 유혹했다. 영화에서 발렌티노는 양성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새로운 남성미를 선보였다.

루돌프 발렌티노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으로 최정상에 섰던 남자 배우이다. 다른 남자 배우들이 기를 쓰고 여성적인 성향을 지우던 시절에 대담하게 (여성성에) 승부수를 던졌다.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고 화려한 패션에 액세서리를 걸치고 보란 듯 여성들을 유혹했다. 멋 부리는 남자, 여성처럼 외모를 치장하는 남자, 남자 = 야성미라는 공식을 깬 최초의 남자 배우가 바로 발렌티노이다.



여성의 모성본능을 자극한,제임스 딘

그는 원하는 이미지에 맞추어 외모와 목소리, 옷차림, 심지어 눈빛마저 바꾸었다.

불과 세 편(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의 영화에 출연한 후 요절했지만 불멸의 스타가 되었다.

 



화장하는 남자의 시대를 연, 엘비스 프레슬리

 



스프랑게르 <무지를 무찌르는 아테나>

그림 속 여신은 무장을 한 채 악의 무리들을 무찌른다.

그런데 위협적인 느낌보다 더없이 선정적으로 느껴진다. 여신의 몸에 찰싹 달라붙은 야한 갑옷 때문이다. 갑옷은 나체보다 더 육감적이다. 화가는 갑옷 패션을 강조하기 위한 듯 여신의 가슴 부위를 대담하게 열어젖혀 순결한 젖가슴을 노출시켰다.
 



루벤스 <잔 다르크의 초상> 1618~1620년

여성 영웅 제1호, 잔 다르크

그러나 필자는 당당한 상드의 모습에서 문득 고독의 그림자를 보았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에게서만 감지되는 고품격의 외로움, 하지만 상드의 쓸쓸함은 천재 여성에게 따르는 당연한 업보가 아닐까?

그녀는 여성과 지성은 함께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부쉈다.

숱한 스캔들에도, 험담과 비난에도 인생을 궤도 수정하지 않고 우주적 길을 개척한 행성이다.

지성과 개성이 미모보다 매력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여자. 마이웨이 My way를 실천한 여자. 여성안에 잠든 남성을 깨운 여자. 그 무엇보다 여성도 철학과 사상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 여자. 그토록 무거운 짐을 짊어졌기에 그녀는 늘 외로웠으리.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년

영웅적인 삶을 보여준 죄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잔 다르크.

하지만 잔이 물꼬를 튼 여성 영웅의 이미지는 후세 화가들의 영감을 자극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첫 번째가 들라크루아의 걸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그림은 프랑스 혁명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잇다. 화면의 배경은 1830년 7월 27~29일 파리 시민 봉기 현장이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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