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빵파랑 - My Favorite Things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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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에세이 제목 가운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책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말 그래도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들이지만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의미의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게 행복을 안겨주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 <옥수수빵파랑>을 보면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우일의 딸 은서의 해맑은 모습의 사진(이런만해서 이우일씨에겐 미안하지만 은서는 만화같이 생겼다)이 담긴 이 책은 이우일의 favorite things에 관련된 이야기다. 복사지, 후드 달린 트레이닝복, 소포상자와 같은 물질적인 것에서부터 하이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줌 스코프, 라디오헤드와 같은 인물, 김밥, 귤, 에스프레소, 포와 같은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그것에 얽힌 사연이나 자신이 그것을 좋아하게 된 이유 등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렇게 두꺼운 책도 아니고 만화가 함께 실려있기때문에 한 권의 잡지를 읽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오늘 날의 많은 사람들은 부나 명예를 쫓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채찍질을 해서 성공을 하는데서 얻는 행복도 있겠지만 그런 행복은 잠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책 속에서 이우일이 언급한 것과 같은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소한 것들이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깨끗한 A4용지를 하나 꺼내서 내 삶에서 힘이 되어주는, 행복을 안겨주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적어봐야겠다. 가볍긴 했지만 이우일이 좋아하는 것을 옅보는 재미, 의외의 물건이 주는 행복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나만의 Favorite Things에 대한 생각으로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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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피필름 2006-09-09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우일씨에겐 미안하지만 이우일씨랑 은서랑 정말 똑같이 생겼는데 은서는 못생겼어요 ㅋㅋ 그래도 너무 사랑스러운 딸 같아요.
저도 이책 읽으며 행복해지는게 무얼까 떠올려 봤었는데..^^

이매지 2006-09-0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서가 선현경씨를 닮았더라면 좀 더 예쁘장했을 것 같은데 아쉬워요(아니 니가 왜 아쉽누-_-). 은서는 왠지 코믹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같은 느낌. 팔다리도 길쭉길쭉하고 생김새도 그렇고^^;; 이우일씨가 이런 글을 보지 않길 바랄 뿐이죠-_-;;

하늘바람 2006-09-09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부러운 가족이죠

i00111 2006-10-0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딸이라 이쁘답니다.^^

이매지 2006-10-07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
i00111님 / 이런 상황은 원치 않았건만 보시고 말았군요. 털썩. ㅋ 화목한 것 같아 늘 보기 좋은 가족이예요^^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 부탁드려요^^
 
식객 13 - 만두처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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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처럼 맛깔스러운 음식들과 평범한 우리의 삶이 잘 어우러져 있었던 식객 13권. 이번 책에서는 '만두처럼'이라는 부제로 대표되는 어우러짐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첫번째 이야기인 '소 내장에 대하여'에서는 더럽고 냄새나는 소 내장을 잘 손질하는 방법에서부터 맛있게 즐기는 법까지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만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 부위의 사진을 실어놓아 어떻게 생긴 부위인지에 대해서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 이야기인 '궁중떡볶이'에서는 아내와 자식을 멀리 타국으로 보내고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방학을 맞아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궁중떡볶이를 해주려는 아빠의 모습, 그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져 안타까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세번째 이야기인 '겨울 피라미'에서는 아들의 효심을 시험해보려는 아버지의 시험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책 앞에서 피라미 회를 뜨는 법에 대한 사진을 실어놓았는데 별다른 도구없이 손 하나로 회를 뜰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만 느껴졌다. 네번째 이야기인 '식혜'에서는 슬럼프에 빠진 유명한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후 취재일기에서 허영만 화백이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소재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히는데 그가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 그 독자가 누군지 몰라도 고맙게만 느껴졌다. 마지막 이야기인 '만두'에서는 잠시 거리가 멀어진 성찬과 진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반적인 돼지고기로 만든 만두가 아닌 꿩고기로 만든 만두는 과연 어떤 맛일까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기존의 책에서는 진수와 성찬의 연애담도 꽤 많은 분량을 차지했지만 이번 책에서는 5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진수가 등장하는 것은 달랑 하나. 짧은 에피소드에 등장했을 뿐이지만 다른 때보다 둘의 관계가 더욱 진지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각각의 사람들의 삶과 어우러진 이야기들. 그들의 이야기들이 잘 빚어진 만두의 조화로움처럼 다가왔던 것 같다. 

  늘 식객을 보면서 음식에 대한, 혹은 식재료에 대한 상식을 얻곤 하는데 이번 책에서는 식혜와 식해, 감주의 차이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서 의미깊었던 것 같다. 단순히 지역적인 방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다 다른 것이더라. 식혜는 쌀밥에 엿기름가루를 우린 물을 부어 삭힌 것에 생강, 설탕을 넣고 끓여 식힌 다음, 건져둔 밥알을 띄운 음료이고, 식해(예를 들어 가자미식해)는 생선을 토막 친 다음 소금, 곡류, 고춧가루, 무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것이다. 감주와 식혜는 밥알이 뜨고 안 뜨고에 따라 구별할 수 있는데 밥알이 뜨면 식혜, 가라앉으면 감주라고. 이 외에도 소 내장의 부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기때문에 어느 때보다 알찬 내용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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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만 나오면 발길을 옮기니=3=3=3^^

이매지 2006-09-06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이 꽉 찬 만두님!^^
조화롭기까지 하데요~^^
 
헤드크러셔 밀리언셀러 클럽 45
알렉산더 가로스.알렉세이 예브도키모프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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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형 인간들은 인생을 소비했고, 수동형 인간들은 인생살이에 소모되었다. 그러나 존재적 정체성은 성 정체성보다 더 바꾸기 어려웠다. 양쪽 인생 모두가 똑같이 허섭스럽게 끝난다는 사실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25쪽

인도의 전통 의술인 베다 의학에서는 정신 및 신체 건강에 가장 해로운 의식 상태를 특수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수면' 상태라 불리는 것이다. 우리의 생이 안정된 이완 상태에 이르러 동력의 가속도를 완전히 잃는 것을 뜻한다. 매일매일 우리는 복제되고 반복되며, 일련의 동일한 필수 행동을 아무 생각 없이 수행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29쪽

그러나 아무도 200라트 위스키가 지금 바짐이 야만스럽게 병째 마시고 있는 위스키보다 열 배 더 나은 맛이 난다고 그를 설득시킬 수는 없었다. 아니, 이 사람아, 그건 정말 백 퍼센트 사기야. 권위 의식에서 생기는 노골적인 환상이지. '내게도 그거랑 똑같은 넥타이 있어, 근데 내 거는 1만 라트 주고 샀다는 게 다르지.'라는 생각 같은 거 말이야.(마음만 먹으면 발견하기 쉬운) 어떤 한계선을 지나면 돈은 어떤 것과도 동등한 가치를 갖는 물질이기를 멈추고, 그것을 벌고 쓰는 사람들만의 생활 수단으로서 스스로 복제하기 시작해. 그 한계선을 넘어서면 창조와 진화의 왕인 인간은 단순한 생식기관, 관념적 실체의 눈에 보이는 성기, 돈의 공급처로 전락하는 거라고. -257쪽

먹고 입는 데 필요한 충분한 돈이 없어서 끊임없이 돈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은, 최소한 돈의 상징과 돈으로 상징되는 것 사이의 상관관계를 머릿속에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래의 상징을 획득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상징의 상징성에 의미를 둘 정도로 물질적 부를 성취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 혹은 자신의 필요와는 전혀 상관없이 무(無)를 확장하는 과정에 집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중고차 한 대를 샀다고 하면, 그 차의 속력이 얼마나 나올지 혹은 어디다 세워둘지 따위를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삐까뻔쩍한 비엠더블유나 아니면 더 번쩍번쩍한 메르세데스로 바꿨다면, 이미 그것은 오로지 무를 확장하려는 욕심에서 나온 결과가 된다. 축하하네, 친구, 자네도 마침내 머저리 집단에 속하게 됐어! 자네 허세의 크기는 자네의 멍청한 정도와 정비례하지. -25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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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수배 2 - 법의관
퍼트리샤 콘웰 지음, 김백리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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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카페타 시리즈의 열번째 작품인 <흑색수배>는 시작부터 찡한 느낌을 준다. 1년 전 세상을 떠난 벤턴 웨슬리로부터의 편지는 안그래도 힘든 스카페타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그리고 일어난 사건. 부둣가 컨테이너에서 처참한 모습의 시체가 발견되서 달려가지만 현장에는 현장감식요원은 보이지 않고 마리노는 제복을 입고 있는 등 뭔가 꼬여있는데다가 시체의 정체를 밝혀줄만한 단서들도 영 보이지 않는다. 그 어느때보다 스카페타가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사건 자체도 인터폴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난항을 겪는다.

  기존의 시리즈에서도 스카페타는 그녀를 음모하는 세력이나 비난하는 세력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는 이 책 속에 새로 등장하는 신임 부국장 다이안 브레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높은 지위에 앉아서 스카페타와 마리노를 몰아내려고 독을 발산하고, 그들이 실수를 하게끔 함정을 만들기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주위 사람을 그 독에 물들이고 숨이 막히게한다. 스카페타와 마리노에게 적대감을 갖고 그들을 파멸의 길로 이끌려는 그녀의 손아귀에서 과연 스카페타와 마리노는 무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스카페타는 이 의문의 시체에 대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스카페타 시리즈의 묘미는 물론 범죄를 해결해가는 과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각 인물들의 감정이나 관계에 대한 진행사항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전 책인 <카인의 딸>에서 밴턴이 죽었기때문에 그에 대한 파장으로 스카페타, 루시, 마리노가 힘들어하고, 그 슬픔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극복해가는 모습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런 재미는 스카페타 시리즈가 아닌 다른 시리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번 책에서는 이런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정치적인 압력(혹은 음모)가 중심이 됐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사건은 별로 집중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결말부에서 이야기가 너무 급박하게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왠지 찝찝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불만이 있긴 했지만 이 이야기가 기존의 스카페타 시리즈의 마무리와 새로운 국면을 위한 다리가 되어준 것 같아 앞으로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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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하나의 전성기가 지나고 두번째 전성기가 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매지 2006-09-0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산 사람은 그래도 살아야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카페타도, 루시도, 마리노도 다음 권에서는 좀 더 안정된 모습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미국민중사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하워드 진 지음/유강은 옮김/시울

 




1930년대 임금과 노동 조건의 향상을 요구하며 공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는 미국 세탁소 노동자들 

 



하워드 진 Howard Zinn

애틀랜타의 스펠먼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하워드 진은 보스턴 대학으로 옮길 때까지 많은 미래의 민권 운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만약 인간 진보를 위해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희생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희생당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게 가장 중요치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포기하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질병이나 건강, 삶이나 죽음처럼 명백하고 당면한 문제가 아닌 어떤 진보를 위해 다른 사람의 아이들, 심지어 자신의 아이들까지도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 속으로 던져 버릴 권리가 있는가? - 하워드 진-

 

이 책에도 콜럼버스와 '건국의 아버지들 Founding Fathers' 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콜럼버스 개인이 아닌, 콜럼버스와 미국 원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이 제기한 문제들에 있다. 미국의 창건자들은 뛰어난 정치가임에 틀림없지만,'평등'을 두려워한 부유한 백인 노예주이자 상인, 채권 소유자로서도 그려진다. 여타의 역사서와 마찬가지로 전쟁, 반란, 정쟁 등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만 읽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전쟁과 더불어 전쟁에 대한 저항을, 불의와 더불어 불의에 맞서는 반란을, 이기심과 더불어 자기희생을, 폭정 앞에서의 침묵과 더불어 도전을, 무정함과 더불어 연민" 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보려는 하워드 진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그는 아라와크족의 시각에서 본 아메리카 대륙 발견의 역사를, 노예의 관점에서 본 헌법제정의 역사를, 체로키족의 눈에 비친 앤드루잭슨의 역사를, 뉴욕의 아일랜드인들이 본 남북전쟁의 역사를, 스코트 부대의 탈영병들이 본 멕시코 전쟁의 역사를, 로웰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의 눈에 비친 산업주의 발흥의 역사를, 쿠바인들이 본 스펜인-미국 전쟁의 역사를, 루손 섬 흑인 병사들의 눈에 비친 필리핀 정복의 역사를, 남부 농민의 시각에서 본 금박시대의 역사를, 사회주의자들이 본 제1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평화주의자들의 시각으로 본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할렘 흑인들의 눈에 비친 뉴딜의 역사를, 라틴아메리카의 날품팔이 노동자들이 느낀 전후戰後 미 제국의 역사를 서술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여러 고전들이 견지하는 역사로서의 '총체성'과 '일관성'을 견고히 유지하며 미국사의 거대한 흐름을 담고 있다. 또한 기존 역사에서 소외당한 파편화된 역사도 놓치지 않고 해체되어 있던 수많은 민중들의 목소리, 지워진 기억,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촘촘히 아로새기며 '유기성'과 '다양성'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미국민중사>는 미국 역사의 총체적인 흐름과 그 속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면서, 과거와는 다른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지침서다.

 



워싱턴 대행진

20만 명이 운집한 워싱턴 대행진. 이곳에서 마틴 루서 킹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은 흑백 미국인들을 전율시켰지만 흑인들이 느끼는 분노가 담겨 있지는 않았다.
 



워싱턴 D.C.의 흑인 빈민가

국가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오래 전부터 다수를 차지했으나 이 나라의 입법가들은 이 도시에서 흑인들이 겪는 차별과 빈곤, 불이익을 방관하기만 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1945년 8월 6일 세계최초로 미국 공군에 의해 원자폭탄 공격을 당해 폭탄이 투하된 중심지에서 반지름 2킬로키터 이내는 전면 파괴 전소되었고, 사망자 수는 20만 명이상으로 방사선과 독성 물질로 인한 사망자는 수년 동안 계속 늘어났다.

 

인디언들은 힘들게 바다를 건너온 콜럼버스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러나 황금에 눈이 먼 콜럼버스와 그의 후예들은 대량학살로 인디언들에게 보답했다. 윌슨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에 개입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전쟁은 기실 ‘부상하는 강국인 미국을 위해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히로시마가 “군사적인 목표물”이기 때문에 원자탄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히로시마에서 사망한 10만 명 거의 전부가 민간인이었다. 베트남전에 대해서 모든 대통령들이 거짓말을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전쟁이 남베트남의 공산화를 막을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실제로는 남베트남에 아시아 대륙의 가장자리에 있는 미국의 전초기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욕심 때문에 희생된 베트남인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가 없다. 아버지 부시는 1991년 쿠웨이트를 지키기 위해, 지금의 부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라는 거짓된 명분을 앞세워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실제로는 중동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거래되는 흑인 노예들

차꼬와 족쇄를 찬 흑인들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흑인들은 대규모로 사냥되어 낙인이 찍힌 채 유럽인의 노예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수의 흑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의 역사를 서술하는 진 Zinn 의 관점 엿보기

 

수많은 미국사들 가운데 '미국민중사'가 독보적인 지위를 20년 넘게 유지해온 비결은 바로 '관점' 의 독특함에 있다. 누구 말대로 역사는 곧 '관점'이다. 원제에 '피플스 히스토리 People History' 라고 못 박은 그 '피플'의 시선. 지은이는 '피플'의 '시선'과 이야기를 조합해 이 책을 완성했다.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었다는 전제에서 미국을 읽게 된 것이다.

 

국가의 기억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어떤 나라의 역사가 한 가족의 역사처럼 보이더라도 사실 정복자의 피정복자, 주인과 노예, 자본가와 노동자, 인종 및 성별상의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서 이해관계의 격렬한 갈등을 감추고 있다. 이런 갈등의 세계,희생자와 가해자의 세계에서 알베르 카뮈의 표현처럼 가해자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이 생각 있는 사람이 할 일이다.

그리하여 역사에서 선택하고 강조하는 행위로부터 나오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하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있어서 나는 희생자의 눈에 비친 미국의 역사를 서술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건 아무리 애쓰러라도 한계에 부딪칠 정도까지 다른 이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보고자' 한다.

내 말의 요점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가해자들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향해 던져진 눈물과 분노는 현재를 위한 우리의 도덕적 에너지를 고갈시켜 버린다. 그리고 그 구분선이 항상 분명하지만도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 압제자도 결국 희생자이다. 단기적으로 스스로가 자포자기하고 자신을 억누르는 문화에 오염된 희생자들이 다른 희생자들에게 화살을 돌린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이런 복잡한 현실을 풀어나가는 동시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장한 거대한 거미줄로 보통사람들을 사로잡으려는 정부의 시도를 회의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나는 체제의 화물칸에 빽빽하게 갇힌 희생자들이 서로에게 가한 잔인한 행위를 간과하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희생자들을 낭만적으로 그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외침이 항상 정의롭지는 않지만,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의가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민중운동을 위해 승리의 기록을 날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역사 서술의 목적이 과거를 지배하는 실패만을 요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역사가들은 끝없는 패배의 순환에서 공모자가 되어 버린다. 역사가 창조적이려면,또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도 가능한 미래를 예견하려면 사람들이 저항하고, 함께 힘ㄹ을 모으며, 때로는 승리한 잠재력을 보여준 과거의 숨겨진 일화들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가능성들을 강조해야 한다. 어쩌면 순전히 희망사항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미래는 수세기에 걸친 전쟁의 견고함에서가 아니라 덧없이 지나간 공감의 순간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둔감해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역사를 대하는 나의 접근법이다.

 

 

 아래로부터의 역사, 짓밟히고 빼앗긴 민중들의 수많은 독립선언!

 

인디언 :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비어 있는 땅이 아니라 인디언 부족들이 살고 있는 영토에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유럽인들이 거듭 이야기하듯이, 인디언들은 친절하게 유럽인들을 맞이하며 무엇이든 기꺼이 나누려고 했다. 이런 모습은 로마교황의 종교와 국왕의 정부, 서구 문명을 특징짓는 돈에 대한 열망, 그리고 결코 볼 수 없는 특성이었다.

그럼에도 500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고 있던 인디언들에 대한 유럽의 역사는 침략과 수탈로 시작됐다. 유럽인들의 행동 이면에는, 또한 인디언 대학살과 속임수와 야만성의 이면에는, 사유재산에 뿌리를 둔 문명에서 태동한 독특하고 강렬한 충동이 있었다.

1900년대에 인디언들과 함께 살았던 미국인 학자 존 클리어 John collier 는 인디언의 정신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가 그들의 정신을 가질 수 있다면 ,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대지에서 끝없이 지속되는 평화를 이루며 살게 될 것이다." 신화라는 것은 결함이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여러 종족을 절멸시키면서 진보가 내세운 구실과 정복자와 서구 문명 지도자들의 시각에서 서술된 역사에 의문을 던지게 서술된 역사에 의문을 던지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흑인 : 과연 '인종주의' 가 백인이 흑인에 대해 갖는 자연스러운 반감의 결과였을까? 이 질문은 중요한데, 역사적 정확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자연스러운 인종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체제의 책임을 완화 시키기 때문이다. 인종주의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상황이 낳은 결과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런 상황을 제거해야만 한다.

우선하는 다른 요인이 없다면 어둠과 검은색은 밤이나 미지의 것과 연결되어 그런 의미를 띠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들과는 다른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런 존재가 어떤 조건 아래 있느가 하는 점은, 단지 피부색에 따라 인간 이하의 존재로 격하시키는 최초의 편견이 어떻게 잔인함과 증오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관건이 된다.

우리는 순조로운 상황 아래서 백인과 흑인이 서로에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시험해 볼 방법은 없다. 초기 아메리카에서 흑인과 백인이 처해 있던 상황은 적대와 학대의 방향으로 강력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 아래서는 두 인종 사이의 하찮은 인간애의 표시조차도 공동체를 바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보여주는 증거로 간주될 수 있다. 17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흑인의 독특한 예속관계에도 불구하고 백인과 흑인이 공동의 문제,공동 작업,주인에 대한 공동의 적대감을 가지게 되는 곳에서는 서로를 동등하게 대했다는 증거가 있다. 한 노예제 연구자가 지적한 것처럼, 17세기의 흑인과 백인 하인들은 "눈에 보이는 육체적 차이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인종적인 이질감이나 공포감과 수백만 대규모 노예화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행은 자연적인 경향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 역사적인 조건의 결과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당하다.

우리는 이제 아메리카 흑인들을 노예제라는 함정으로 몰아넎은 역사적으로 복잡한 그물을 보게 된다. 굶주린 정착민들의 필사적인 생존 욕구, 고향에서 쫓겨 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무력감, 노예무역상과 농장주의 강력한 이윤 추구, 가난한 백인들이 느낀 우월한 지위에 대한 유혹,탈주와 반란을 막기 위한 정교한 통제체제, 흑인과 백인의 협력에 대한 법적, 사회적 처벌 등이 그것이다.

 

여성 : 역사책의 비가시성 속에서 여성들은 흑인 노예와 마찬가지인 어떤 존재였다(따라서 여성은 이중적인 억압에 직면했다). 여성의 생물학적 특수성은 흑인의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그들을 열등한 존재로 대우하는 근거가 됐다. 여성들에게 있어 실제로 피부색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중요한 무언가 - 출산자로서의 지위 - 가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이나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들어 임신을 할 수 없는 여성들까지 사회의 모든 여성을 뒤로 밀어내는 전반적인 압력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하인,성적배우자,친구,자기 아이의 출산자,교사,보호자 역활을 동시에 담당하는 여성의 육체적 특성은 남성들에게 편리한 도구가 되어 버린 듯하다.

여성들은 산업이나 전쟁,사회운동에서 그들의 활동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경우에 아내,어머니,여성,가사노동,외모 가꾸기,고립감 등의 감옥에서 처음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 일종의 가석방 프로그램을 통해 - 여성들은 변화를 위해 투쟁하게 됐다.

 

노동자 : 미국의 산업 및 정치 엘리트들은, 국가를 장악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제성장의 행진을 조직하려고 했다. 이것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만들어 내는 천재적인 발명가와 새로운 기업의 유능한 조직자,또는 관리자가 필요했으며 또한 토지와 광물이 풍부한 국토, 고되고 비위생적이며 위험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엄청난 인력이 필요했다. 엘리트들은 흑인 노동자, 중국인 노동자, 유럽 이민 노동자, 여성 노동자 등의 도움과 희생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그들은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인종, 성별, 출신 국적, 사회계급 등에 따라차별적으로 보수를 주어 분리된 억압 충위를 만들어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칼 맑스가 묘사했던 자본주의 국가와 거의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질서 유지라는 중립성을 가장하면서 부자들의 이해에 봉사했던 것이다. 부자들이 서로 합의를 이루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의 목표는 상층계급의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고 하층계급의 반란을 통제하며 체제의 장기적인 안정을 향상기키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은 점점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에게 눈을 돌리고 효과적인 저항 수단들을 이용하면서 점점 성장했다. 수많은 도전과 좌절을 경험하면서, 도농자들은 짧은 순간이나마 노동과 투쟁과 교우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기쁨을 통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출처 : http://paper.cyworld.nate.com/damho/173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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