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크러셔 밀리언셀러 클럽 45
알렉산더 가로스.알렉세이 예브도키모프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8월
절판


능동형 인간들은 인생을 소비했고, 수동형 인간들은 인생살이에 소모되었다. 그러나 존재적 정체성은 성 정체성보다 더 바꾸기 어려웠다. 양쪽 인생 모두가 똑같이 허섭스럽게 끝난다는 사실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25쪽

인도의 전통 의술인 베다 의학에서는 정신 및 신체 건강에 가장 해로운 의식 상태를 특수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수면' 상태라 불리는 것이다. 우리의 생이 안정된 이완 상태에 이르러 동력의 가속도를 완전히 잃는 것을 뜻한다. 매일매일 우리는 복제되고 반복되며, 일련의 동일한 필수 행동을 아무 생각 없이 수행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29쪽

그러나 아무도 200라트 위스키가 지금 바짐이 야만스럽게 병째 마시고 있는 위스키보다 열 배 더 나은 맛이 난다고 그를 설득시킬 수는 없었다. 아니, 이 사람아, 그건 정말 백 퍼센트 사기야. 권위 의식에서 생기는 노골적인 환상이지. '내게도 그거랑 똑같은 넥타이 있어, 근데 내 거는 1만 라트 주고 샀다는 게 다르지.'라는 생각 같은 거 말이야.(마음만 먹으면 발견하기 쉬운) 어떤 한계선을 지나면 돈은 어떤 것과도 동등한 가치를 갖는 물질이기를 멈추고, 그것을 벌고 쓰는 사람들만의 생활 수단으로서 스스로 복제하기 시작해. 그 한계선을 넘어서면 창조와 진화의 왕인 인간은 단순한 생식기관, 관념적 실체의 눈에 보이는 성기, 돈의 공급처로 전락하는 거라고. -257쪽

먹고 입는 데 필요한 충분한 돈이 없어서 끊임없이 돈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은, 최소한 돈의 상징과 돈으로 상징되는 것 사이의 상관관계를 머릿속에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래의 상징을 획득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상징의 상징성에 의미를 둘 정도로 물질적 부를 성취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 혹은 자신의 필요와는 전혀 상관없이 무(無)를 확장하는 과정에 집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중고차 한 대를 샀다고 하면, 그 차의 속력이 얼마나 나올지 혹은 어디다 세워둘지 따위를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삐까뻔쩍한 비엠더블유나 아니면 더 번쩍번쩍한 메르세데스로 바꿨다면, 이미 그것은 오로지 무를 확장하려는 욕심에서 나온 결과가 된다. 축하하네, 친구, 자네도 마침내 머저리 집단에 속하게 됐어! 자네 허세의 크기는 자네의 멍청한 정도와 정비례하지. -25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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