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누가미가의 일족>을 보고 내친김에 <팔묘촌>까지 봤다. <이누가미가의 일족>은 전혀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봐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치중했다면 <팔묘촌>은 원작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기억이 남아있는 탓에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스토리는 책과 영화 모두 비슷하다. 팔묘촌이라는 마을의 이름의 유래, 그리고 그 마을의 피비릿내나는 사건, 아버지가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한 남자가 겪는 기괴한 이야기, 그리고 사건의 전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 이런 내용들은 대개 책과 비슷비슷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책에서 나름대로 비중있게(?) 등장한 노리코가 드라마에는 나와있지 않기때문에 노리코의 애정공세(?)를 보는 재미는 없었고, 모리 미야코가 소설에서는 노지마 소키지의 제수로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의사 쿠노의 제수로 나온다는 점 같이 각색된 부분도 있고, 몇 가지 소소한 부분이 빠져있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중심이 되는 사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세 번의 영화와 여섯번의 드라마로 옮겨진 작품이니만큼 일단 스토리면에 있어서나 화면으로 옮기는 부분에 있어서는 무리가 없는 듯 싶었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와 공포감 등이 긴장감있게 표현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머리속에서 떠올렸던 많은 부분들을 영상으로 다시 접하니까 아무래도 아쉬움이 좀 남는 것도 사실. 팔묘촌을 보신 분들이라면 책과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이라면 그냥 드라마만 봐도 좋겠지만 드라마를 보고 한 번쯤 책을 보셨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팔묘촌에서 기이한 일들을 겪는 타지마 타츠야 


타츠야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복누이 타지미 하루요.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꽤 비중있게 등장했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쌍둥이 고모님들. 두마리 원숭이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과 걸맞는 분위기,


서쪽집 과부로 나온 모리 미야코. 빼어난 미모로 타츠야의 마음을 뺏어간다고 하지만 드라에선 글쎄.
그러고보니 타츠야와 미야코의 관계도 좀 시원찮게 묘사된 것 같기도 하다.


동굴에서 타츠야의 모습.

마을 사람들이 타츠야를 죽이기 위해서
여덟개의 무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
오른쪽 약간 위쪽에 돌이 세워진 부분이 여덟개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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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기고 얻어맞기만 하는 왕따 중학생들이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탁구를 선택한다는 스토리. 박민규 작품이 대개 그러하듯 이 작품도 엉뚱하면서도 재치넘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주인공들이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탁구에 길들여진 인류의 대표들과 지구의 운명을 건 마지막 탁구경기를 벌인다는 내용을 보고 박민규다운 소재로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기대감이 스멀스멀. 계간 창작과 비평에 연재된 내용을 엮은 책인데 불행히도(?) 창비를 보지 않았던 관계로 책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 꾹 참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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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김영하의 <빛의 제국>을 읽기 전에 이번 책이 그의 다른 책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누군가는 실망스럽다고 했고, 누군가는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간 <오빠가 돌아왔다>에서 보여줬던 우회하면서 찌르는 방식도, <검은 꽃>에서 그들의 비극적인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아닌 근 20년 동안 남한에 내려와 살고 있는 공작원이 북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24시간동안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그 하루동안에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들을 한발짝 물러서서 그냥 담담하게 서술해나가고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2000년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종말이 올 것이라고 떠들었던 1999년의 모습에서부터 지하철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 의미없는 시선을 흘리는 모습, 무인텔에 들어가 두 젊은 사내와 몸을 섞는 중년의 여자의 모습, 미행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분주한 거리를 빠르게 지나쳐가는 사람들의 모습. 이런 모습들은 그저 우리가 고개만 돌리면 바라볼 수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전형적인 '남한'의 모습 속에서 이제는 그 곳의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김기영이라는 공작원이 4번 명령, 즉 북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게 되고 일상이라 여겼던 그런 모습들을 '마지막으로 본다'는 느낌으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게 되고 그 모습들을 되새기며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남한을 떠나고 싶지 않아한다. 하지만 북의 복수가 두려웠던지라 그는 이리저리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북에서 내려온 공작원의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어떤 비밀스러운 임무를 하는 인물을 떠올렸다. 하지만 김기영은 너무도 뛰어난 스파이였는지 그냥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단, 다른 사람에게 비교적 존재감을 덜하지만.) 남파 공작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자신의 임무에 대한 이야기나 성찰, 혹은 이념적인 내용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저 아내와 중학생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의 고뇌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공작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소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서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소통할 수 없는 사람,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여겼지만 실상은 커다란 비밀을 갖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그렇게 개별화된 사회 속에서 개별화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실상을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는 무겁지 않고, 분단이라는 소재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문제로 자리한다. 개별화된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 우리는 어쩌면 밝은 빛때문에 그 뒤에 숨어있는 것들을 못 보고 지나쳐버리는지도 모르겠다. 김영하에게는 사회를 보는 눈은 마련되어있는 것 같다. 다만 그의 연배때문인지 아직 숙성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가 어서 그의 경험치와 내면을 숙성시켜 좀 더 멋진 작품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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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4 - 김치찌개 맛있게 만들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식객 14권에서는 다른 책들에서보다 특별난 음식은 없었지만 그렇기때문에 유독 생활 속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음식과 직접 해먹어볼만한 음식이 골고루 등장한 것 같다. 이야기는 대구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는 식성이 변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비린 음식을 싫어하는 그가 대구를 갑자기 좋아하기 시작하고 이후 대구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졌다. 약대구, 대구간국, 건대구 등 다양한 대구의 요리법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뒤이어 책의 부제인 '김치찌개 맛있게 만들기'와 일치하는 김치찌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1~2주에 한 번씩은 꼭 한 번씩 밥상에 오르곤 하는 김치찌개가 뭐 그렇게 특별하게 맛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 속에서 나온 김치찌개는 조금은 특별했다. 바로바로 이북식 김치찌개였던 것. 이북에서는 김장을 할 때 맨 밑에 넣는 포기에 돼지고기를 넣어두고 겨울 내내 먹다가 봄이 다가오면 마지막 남은 포기들을 돼지고기와 함께 김치찌개로 해먹는다고 한다. 겨울 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초봄에야 맛볼 수 있는 그 별미! 허영만은 실향민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직접 해먹었는데 여느 김치찌개와는 다른 담백하고 깔끔하며 곰탕과도 같은 깊은 국물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왠만한 시간이 아니고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이북식 김치찌개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올 해 김장할 때 한 번쯤 해먹어봄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음식도 우리의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김'이었다. 요새는 시장에 가면 기름까지 발라서 나오는 김들도 많고 해서 맨 김을 먹는 일은 별로 없는데, 가끔 맨김을 사다가 밥을 싸서 간장을 조금 찍어 먹기도 하는데 정말 맛있는 김은 별다른 조미료없이도 고소하고 맛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것도 바로 그렇게 맨 김으로 먹어도 맛있는 김이다. 김을 어떻게 양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김의 역사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있어서 흥미로웠다. 김 한 장을 많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는지! 이제는 김 한 장을 먹으면서도 그 분들의 땀을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이어지는 우럭젓국과 닭강정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었다. 특히나 우렁젓국은 처음 접한 음식인데 집에서 해먹어도 부담없을 것 같은 음식이었다랄까. 물론, 책 속에서는 산에 가서 해먹는 것이 일품이더라고 언급했지만. 닭강정의 이야기는 다소 스토리가 부실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음식들 가운데 묻혀졌거나 독특한 음식들을 소개하던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현대적인 음식이라 그런지 친숙한 느낌은 있었지만. 

  다른 분이 언급하신 것처럼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스토리가 다소 빈약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10권이 넘는 책들이 나옴으로 인해 저자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어찌보면 소재의 고갈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소개할 음식들은 많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슬럼프(?)를 이겨내고 더욱 멋지고 감동적인 음식 이야기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쉽고, 좀 더 가깝게 우리 음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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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예전에 만들어진 영화인줄 알고 다운받은 건데 알고보니까 2004년에 후지 TV에서 한 드라마였다. (이 작품은 지금 일본에서 새로 영화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소 아쉬움은 남았지만 처음으로 긴다이치 코스케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아직 국내에 <이누가미가의 일족>이 출간되지 않은 관계로 내용을 알고 본 게 아니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어떻게 탐정이 되었는가에서부터(미국에서 우연찮게 일을 시작한다)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가 일본으로 돌아와 이누가미 일족의 유산 상속을 둘러싼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이어져간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의뢰인을 만나기도 전에 의뢰인이 살해당하고, 유언이 상속자들도 하나 둘 씩 살해당한다. 하나 둘 씩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긴다이치 코스케.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에서 느꼈던 것처럼 긴다이치 코스케는 어리버리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게다가 지저분하기까지 해서 머리를 긁을 때면 거의 폭설이 내리는 수준이다. 이런 어리버리한 그이기에 영 미심쩍지만 그래도 용케 사건을 잘 해결해간다. 영화에서 또 재미있었던 부분은 작가인 요코미조 세이지가 직접 긴다이치 코스케의 이야기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영화의 시작과 끝 부분에 그가 등장했다.) 아직 책을 읽지 못해서 원작과의 비교는 어렵겠지만 드라마 자체만 봐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초반에는 약간 지루하긴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몰아가는 맛이 있었다랄까.) 긴다이치 코스케를 영상으로 만나본 것으로 우선은 만족해야겠다. 이 왼에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들도 접해볼 수 있으면하는 아쉬움도 드는데. 한 번 찾아봐야겠다.





요게 바로 긴다이치 코스케.
모자하며 옷하며 책 속에서 나온 그대로.


이 사람이 바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요코미조 세이지.


이누가미가의 유산 상속의 중심에 놓여진 타마요.


유산을 한 푼도 물려받지 못한 이누가미가의 세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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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9-1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나가키 고로가 주연이군용. 저 타마요라는 언니는 IWGP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고... 한 번 어둠의 루트를 찾아봐야 +_+

이매지 2006-09-1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둠의 경로에서 팔묘촌도 구했는데 거기서도 긴다이치 코스케는 저 남자가 맡았더라구~이름이 이나가키 고로였구만 -ㅅ-;;;; 어둠의 루트를 찾으면 나올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