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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4 - 김치찌개 맛있게 만들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식객 14권에서는 다른 책들에서보다 특별난 음식은 없었지만 그렇기때문에 유독 생활 속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음식과 직접 해먹어볼만한 음식이 골고루 등장한 것 같다. 이야기는 대구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는 식성이 변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비린 음식을 싫어하는 그가 대구를 갑자기 좋아하기 시작하고 이후 대구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졌다. 약대구, 대구간국, 건대구 등 다양한 대구의 요리법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뒤이어 책의 부제인 '김치찌개 맛있게 만들기'와 일치하는 김치찌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1~2주에 한 번씩은 꼭 한 번씩 밥상에 오르곤 하는 김치찌개가 뭐 그렇게 특별하게 맛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 속에서 나온 김치찌개는 조금은 특별했다. 바로바로 이북식 김치찌개였던 것. 이북에서는 김장을 할 때 맨 밑에 넣는 포기에 돼지고기를 넣어두고 겨울 내내 먹다가 봄이 다가오면 마지막 남은 포기들을 돼지고기와 함께 김치찌개로 해먹는다고 한다. 겨울 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초봄에야 맛볼 수 있는 그 별미! 허영만은 실향민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직접 해먹었는데 여느 김치찌개와는 다른 담백하고 깔끔하며 곰탕과도 같은 깊은 국물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왠만한 시간이 아니고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이북식 김치찌개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올 해 김장할 때 한 번쯤 해먹어봄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음식도 우리의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김'이었다. 요새는 시장에 가면 기름까지 발라서 나오는 김들도 많고 해서 맨 김을 먹는 일은 별로 없는데, 가끔 맨김을 사다가 밥을 싸서 간장을 조금 찍어 먹기도 하는데 정말 맛있는 김은 별다른 조미료없이도 고소하고 맛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것도 바로 그렇게 맨 김으로 먹어도 맛있는 김이다. 김을 어떻게 양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김의 역사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있어서 흥미로웠다. 김 한 장을 많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는지! 이제는 김 한 장을 먹으면서도 그 분들의 땀을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이어지는 우럭젓국과 닭강정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었다. 특히나 우렁젓국은 처음 접한 음식인데 집에서 해먹어도 부담없을 것 같은 음식이었다랄까. 물론, 책 속에서는 산에 가서 해먹는 것이 일품이더라고 언급했지만. 닭강정의 이야기는 다소 스토리가 부실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음식들 가운데 묻혀졌거나 독특한 음식들을 소개하던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현대적인 음식이라 그런지 친숙한 느낌은 있었지만.
다른 분이 언급하신 것처럼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스토리가 다소 빈약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10권이 넘는 책들이 나옴으로 인해 저자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어찌보면 소재의 고갈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소개할 음식들은 많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슬럼프(?)를 이겨내고 더욱 멋지고 감동적인 음식 이야기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쉽고, 좀 더 가깝게 우리 음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