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를 타고 - [초특가판]
스탠리 도넌 외 감독, 데비 레이놀즈 외 출연 / 영상프라자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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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속의 한 장면은 잘 알고 있다. 한 남자가 비를 맞으며 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며 탭댄스를 추는 장면. 내 기억이 맞다면 그 장면은 CF에서도 사용되기도 했으니 정말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모르기도 힘든 영화. 나도 이 영화의 그 장면만은 떠올릴 수 있었지만 그 외에는 무슨 내용이 전개되는지, 그리고 무슨 노래와 춤이 더 등장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게 되었다.


  때는 무성영화가 한참 유행하던 시절. 주인공인 돈 록우드는 어려웠던 시절을 딛고 스타가 된 사람. 그와 늘 파트너로 등장한 여배우 리나 라몬트와 곧 결혼한다는 기사들도 난무했지만 실상 그는 리나에게 별 관심이 없다. 여기에 록우드의 친구이지만 아직까지 큰 인기는 없는 코스모 브라운과 돈 록우드가 우연히 만나게 된 당돌한 아가씨 캐시 셀든까지 포함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벌어진다. 이야기의 발단은 무성영화가 유성영화화 되는 것. 돈 록우드는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까지 모두 가능해서 별 문제가 없지만 그동안 스타로 대중에게 추앙받던 리나 라몬트는 실은 목소리가 아주 듣기 고역일 정도. (그나마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현영의 목소리는 그녀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된다.) 유성영화를 우여곡절 끝에 찍긴 하지만 리나의 목소리때문에 영화는 엉망이 되어버리고 돈과 코스모, 캐시는 영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약간의 음모(?)를 꾸미게 되는데...

  이 영화는 지금 개봉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뮤지컬 영화하면 손에 꼽히는 영화로 자리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이 억지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 진짜 그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기때문이다.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 리얼해서 더 가깝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배우들이 즐기면서 찍었을지도 모르겠고) 얼마 전에 본 같은 감독의 <7인의 신부>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는데 재미로만 따지면 이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 현대의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맛이 나긴 하지만 난 현대의 뮤지컬들보다 이 영화가 백 배 더 좋았다.


덧) 이 영화를 보고 문득 탭댄스가 배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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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 하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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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은 독자라면 베일에 가려진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기억할 것이다. 단순히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회사 회장에게 초대를 받아서 회장의 별장에 가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꽁꽁 숨겨진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모인 사람들은 총 4부로 구성된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 있는데,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1부가 바로 이 책 <흑과 다의 환상>이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소개된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제 1부는 <흑과 다의 환상>. 이 4부작에는 각각 부제가 있어요. 이 부에는 '바람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답니다. 이 4부작은 어느 것이나 로드무비풍이라고 할까요. (중략) 1부는 노인 네 명이, 노인이라고 하면 너무한가요. 장년 남녀 네명이 여행을 하는 이야기예요. 정말로 그게 다랍니다. 장소는 아마도 야쿠시마 섬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확실히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하여튼 한가로운, 굼벵이처럼 느릿느릿한 여행이에요. 등장인물이 하는 이야기 곳곳에서 섬 맨 안쪽에 있는 전설의 벚나무를 찾아가는 게 이 사람들의 여행 목적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조금도 진전이 없는 거예요. 길을 잃기도 하고, 늑장을 부리기도 하죠. 네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잘도 떠드는 사람들입니다. 그것도 온통 이상한 사건들 이야기만 하죠. 네 사람이 각자 안락의자 탐정의 역할을 하는 셈이랍니다. 하지만 명쾌하게 진상이 밝혀지는 사건이 있으면, 실컷 벌일 대로 벌여놓기만 하고 끝나는 사건도 있고, 언뜻 암시만 하고 그대로 지나가버리는 사건도 있어요. 그 부분이 완전히 닥치는 대로인지, 또는 철저하게 계산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각각의 이야기들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책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인용문과는 다른 구석도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위와 같다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총 4명의 인물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바라본 상황과 그들의 내면 속에 잠자고 있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개 이럴 경우에는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인물들이 바라보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시각의 차이없이 사건 1은 A라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건 2는 B라는 사람의 입장에서와 같이 바라보고 있다. 사건이 진행되어 가면서 각 인물들의 내면이 변해가는 것도 직접 들여다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사건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본 모습도 등장해 책에 재미를 더해준 것 같았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네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유리'라는 인물에 대해서 각 인물들이 어떻게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또 그녀가 이 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녀는 과연 살아있는지 등에 대해 궁금증을 안고 볼 수 있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또 하나의 재미는 최근 내가 읽은 온다 리쿠의 작품들이 <밤의 피크닉>이나 <네버랜드>, <굽이치는 강가에서>처럼 소년, 소녀들이 등장한 성장소설이었다면 이 책은 성장 소설에 등장하기엔 조금 어릴 것 같긴 하지만 어쨌거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느꼈다. 중년의 네 남녀가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모습, 자신이 외면하고 싶어했던 과거의 진실을 마침내 마주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진실과 노련하게 마주하는 모습은 주인공들이 중년이고, 그들이 낯선 섬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온다 리쿠를 좋아한 독자라면 이 책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 아직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물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듯 하지만 말이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이야기도 물론 기대가 되지만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에서 이 책 속에서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유리를 직접 만날 수 있다고 하니 특히 더 빨리 읽고 싶어진다. 여운이 가라앉기 전에 빨리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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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 하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절판


모두가 사랑을 구걸한다. 그렇게 근사한 사랑이라는 것을 받을 가치와 능력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랑은 인생의 아이템 중 하나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남자에게 사랑이 인생의 한 통과지점이요, 그 순간을 즐겁게 해주는 양념이라는 걸 어째서 눈치 채지 못하는가. -14쪽

그래, 세상은 진부하다. 세상은 비참하고 아름답지만 역시 진부하다. 비참함도 아름다움도 이미 진부한 것이 되었다. 좌우지간 인류의 탄생 이래로 세상은 늘 그래왔으니까. 늘 존재하는 것을 진부하다 하지 않으면 어떻다고 하랴. -63쪽

사랑받는 사람은 언제나 오만하다. 사랑하는 쪽이 자기를 깎아서 사랑을 쏟는 것을 모른다. 사람은 호의에는 민감하지만 사랑받고 있는 건 눈치 채지 못한다. 그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고독하다. 사랑한다는 행위만으로 벅차서 그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49~50쪽

인간은 누구나 없는 것을 갖고 싶어한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서 찾는다. 아무것도 없는 여자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 자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력, 학력, 외모 등 상대방이 갖고 있는 권리를 자기 것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 권리를 나는 내 마음대로 '기득권'이라고 부른다. 그런 여자들은 좀더 많은 '기득권'을 가진 남자를 얻으려고 날마다 싸우고 있다. 경제력이 있는 여자, 선천적으로 여러 좋은 조건을 타고난 여자가 그런 여자들을 비웃기는 간단하지만, 본인들에게는 웃을 일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의 생활과 자존심이 걸려 있으므로 그것은 매우 치열한 싸움이다. 어중간한 근성으로 임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탈락되는 여자들, 싸움에 패한 여자들을 나는 여러 명 보아왔다. 산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역시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싸움이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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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구판절판


물론 어느 부모에게나 이상이 있다. 아이가 이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저런 사람은 안 됐으면 좋겠다. 엄격하고 위엄 있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아이의 성장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싶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당연한 일이다. 사리에 맞는 훈육, 아이가 자유롭고 구김살 없이 커가게 해주는 교육. 부모는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도 큰 꿈을 품는다. 그러나 겨우 몇 개월 만에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난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점차 이쪽의 모순과 태만을 의식하게 만든다. 언제나 이쪽의 급소를 찔러 다음에 할 말을 꿀꺽 삼키게 한다. 그런 일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나는 내가 아이를 기르고 있다고 단언할 자신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를 기르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아이가 알아서 자라는 것을 머뭇머뭇하면서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자식은 하늘이 점지해준 것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어쩌다가 우연히 나에게 태어났을 뿐, 내 것은 아니다. 전력을 다해 아이를 대하려면 기력 소모가 상당히 심하다. 그래서 부모들은 지쳐가고 하나둘씩 현실을 외면하기 시작한다.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본심과는 다른 의도로 무장하고, 뒤에서 아이구야, 하면서 어깨에 힘을 빼고 쉰다. 아이도 부모의 그런 태도를 눈치 채고 그것에 익숙해진다. -22~3쪽

남자들은 어쩌다 가끔 해준 일은 참 잘도 기억해. 그 한 번이 다른 열 번의 면죄부가 된다고 생각한다니까. -24쪽

자아, 여러분. 그렇다면 무엇이 미스터리인가? 미사키 아키히코가 생각하는 미스터리는 어떤 것인가? 그것은 딱 잘라 말해 '과거'다. '과거'에야말로 진짜 미스터리가 있는 것이다. 시간에, 기억에, 길모퉁이에, 광 한구석에 소리 없이 묻혀가는 것들 속에 '아름다운 수수께끼'가 있다. 지금 손 안에 남아 있는 작은 조각에서 우리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거기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탐색한다. 물론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우리의 뇌세포는 날마다 죽어가고, 증인은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린다. 세계는 항상 낡은 것을 파괴하고 매장한 다음 잊으려고 한다. 우리의 기억, 그것도 시체나 다름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뇌는 기억을 계속해서 바꿔나가고 있다. 기억을 좀더 감미롭게 개찬하고, 좀 더 질서정연하게 고쳐 나열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덧칠을 계속한다. 그렇지만 나는 '과거' 속에 진실이 있고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탐구하는 것은 인간이 무의식 중에 희구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행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34쪽

사랑이 시작되었을 무렵의 침묵은 이야기되지 않는 말로 가득하다. 말 그대로 '말은 필요 없다.' 그러나 사랑이 식었을 무렵의 침묵은 공허한 주제에 납덩어리처럼 무겁다. 그 무렵에는 말은 너무나도 무력해서, 어떤 말이든 블랙홀 같은 침묵이 삼켜버린다. 이 단계의 침묵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이 침묵을 깨뜨리고 싶어한다. 그리고 아직 사랑이 남아 있는 쪽은 침묵을 깨뜨리기 위해 사랑이 남아 있지 않은 쪽에게 설명을 요구한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말이란 서비스고, 대가를 얻기 위한 수단이다. 이미 대가를 바라지 않게 된 사람에게 서비스해 봤자 소용없다. 남편이라는 인종은 곧잘 '말 안해도 알아 줄 줄 알았다.'라며 아내와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진짜 이유는 분명히 이것이다. -100쪽

다람쥐 쳇바퀴 같다. 일도 연애도, 결과가 모든 것. 뭐가 문제였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런 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막다른 골목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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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원숭이 - 전2권 세트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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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네번째 접하는 링컨 라임 시리즈. 읽을 때마다 워낙 기대치를 만족시켜줬기에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라는 호기심을 자아냈는데 어째 읽을 때마다 손을 땔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줘서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한 번 잡았다하면 내리 2시간동안 나를 쥐고 흔드는지라 정신차리고 다른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 다음 시리즈인 <사라진 마술사>는 또 어찌 읽을런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휴. 어쨌거나 늘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찾아오는 제프리 디버에게 고마워 해야할 지 미워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앞선 사건들에서는 연쇄 살인범들을 주로 다룬 링컨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이번 사건에는 독특하게 불법이민자들을 다루고 있는 밀입국 브로커인 고스트를 쫓게 된다. 사건의 성격상 이민자와 관련된 부서와 FBI, 그리고 뉴욕시경까지 가세해 사건에 대한 집중력도 다소 분산되는 듯 하다. 다양한 기관의 공조수사가 그렇듯 주도권 다툼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스트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미국 땅에 발을 내딪고 잇달은 살인을 벌이기 시작하고 때마침 수사본부에도 예기치않은 사건이 생겨나 점점 링컨 라임이 주도권을 잡고 고스트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중국인 불법 이민자들을 다루고 있기때문에 이 책 속에는 그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비교적 자주 접한 유교적 규범이나 도교 사상 들이 곳곳에 담겨져있다. 서양인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개념이지만 우리 정서에는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구인의 시각에서 쓰여진 소설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는 '서양인이 만들어낸 동양인'이라는 분위기도 풍기긴 했지만, 중국인 불법 이민자들이 모든 것이 제공되는 '아름다운 나라'를 향해 온갖 고생을 하며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은 공감이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스트가 워낙 다양한 살인 사건들을 벌이는 지라 살인사건의 장소도 여러 곳으로 변해간다. 때문에 책 속에서 톰의 기록을 활자로 옮겨놓아 각 현장에 대한 수사가 끝나면 앞선 현장의 것과 함께 정리를 해놓아 이해를 도왔다. (물론, 이 부분은 건너뛰어도 무방할 듯 싶었다.) 늘 비슷비슷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조금은 독특하게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킨 점도 인상적이었다. 고스트를 쫓아 체포하고 말겠다는 집념으로 미국까지 쫓아온 소니 리가 바로 그 주인공. 과학수사만을 앞세우는 링컨 라임과 여러 점에서 대립하기도 하지만 동양인의 심리나 태도,풍습 등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수사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링컨 라임도 분명 소니 리를 만나게 됨으로 인해 과학적인 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범인 자체를 폭넓게 파악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느 링컨 라임 시리즈에 뒤지지 않는 즐거움을 줬던 책이었다. 초반에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중반 이후 고스트의 정체를 쫓기 시작하면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 듯 싶다. 시리즈물의 특성상 전작과 비슷비슷한 성향도 살짝 드러나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괜찮은 듯 싶었다. 제프리 디버만의 영리하고 센스있는 반전을 다음 책에서도 조금 기대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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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1-0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컨 라임 시리즈 정말 재밌죠? 다음편도 기대충족이랍니다. 전 벌써부터 그 다음편은 언제 나올까 기다려져요. ㅎㅎㅎ

이매지 2007-01-0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진 마술사도 바로 읽을까하다가 한 박자 쉬어가려구요^^
바로 읽으면 다음 권 나올 때까지 너무 길 것 같아서요^^

비로그인 2007-01-07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프리 디버,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