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다의 환상 - 하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절판


모두가 사랑을 구걸한다. 그렇게 근사한 사랑이라는 것을 받을 가치와 능력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랑은 인생의 아이템 중 하나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남자에게 사랑이 인생의 한 통과지점이요, 그 순간을 즐겁게 해주는 양념이라는 걸 어째서 눈치 채지 못하는가. -14쪽

그래, 세상은 진부하다. 세상은 비참하고 아름답지만 역시 진부하다. 비참함도 아름다움도 이미 진부한 것이 되었다. 좌우지간 인류의 탄생 이래로 세상은 늘 그래왔으니까. 늘 존재하는 것을 진부하다 하지 않으면 어떻다고 하랴. -63쪽

사랑받는 사람은 언제나 오만하다. 사랑하는 쪽이 자기를 깎아서 사랑을 쏟는 것을 모른다. 사람은 호의에는 민감하지만 사랑받고 있는 건 눈치 채지 못한다. 그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고독하다. 사랑한다는 행위만으로 벅차서 그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49~50쪽

인간은 누구나 없는 것을 갖고 싶어한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서 찾는다. 아무것도 없는 여자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 자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력, 학력, 외모 등 상대방이 갖고 있는 권리를 자기 것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 권리를 나는 내 마음대로 '기득권'이라고 부른다. 그런 여자들은 좀더 많은 '기득권'을 가진 남자를 얻으려고 날마다 싸우고 있다. 경제력이 있는 여자, 선천적으로 여러 좋은 조건을 타고난 여자가 그런 여자들을 비웃기는 간단하지만, 본인들에게는 웃을 일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의 생활과 자존심이 걸려 있으므로 그것은 매우 치열한 싸움이다. 어중간한 근성으로 임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탈락되는 여자들, 싸움에 패한 여자들을 나는 여러 명 보아왔다. 산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역시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싸움이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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