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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ㅣ 한나 스웬슨 시리즈 1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살인사건이라고 하면 뭔가 피 튀기고 잔인한 것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추리소설은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즐거움을 놓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초콜릿칩 쿠키라는 뭔가 달달하면서 가벼운 느낌의 단어가 살인사건과 만났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은 기존의 추리소설의 잔인함때문에 시작을 꺼려했던 독자들을 위한 추리소설, 잔인함없이 일명 코지 미스터리물이라 할 수 있다.
시리즈물인 이 책의 주인공은 '한나'라는 30대 여성이다. 그녀는 고향을 떠나 공부를 하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고향에 내려와 조그마한 쿠키점인 '쿠키단자'를 운영하며 살아간다. 늘 반복되는 엄마의 잔소리(결혼하라는 것이 주내용으로 동네 남자들과 엮어주지 못해서 안달), 예약주문이 들어온 모임에 어울리는 쿠키를 위한 고심 등으로 지내던 어느 날, 그녀의 가게 뒤에서 배달원이 총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된다. 이에 온갖 곳에 자신의 쿠키를 무기삼아 정보를 캐내는 한나의 모험(?)이 시작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스 마플양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평범해서 상대방이 마음을 놓고 숨은 이야기까지 털어놓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통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얻는 모습 등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하나의 공통점이 되려나?!) 한나도 언제나 달콤한 쿠키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수다 속에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간다. 다만 둘이 다른 점이라면 미스 마플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신중하다면 한나는 좀 분별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로맨틱 소설같은 느낌도 얼추 풍기는 것 같다. 특히나 그냥 자기 편한대로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으며 살아가던 한나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점점 여자답게 변해가는 모습이나 처음에는 끔찍하게 생각했던 남자에게 점점 호감을 품게 되는 과정, 심지어 한꺼번에 두 명의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기까지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순간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 맞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평범한 주인공이 사건을 파헤쳐가기때문에 독자도 주인공과 함께 마음 편하게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책의 내용과 별개로 오탈자가 많아서 그 점이 좀 신경쓰였지만. 아. 그리고 소설 속에서 한나가 제공한 레시피들의 사진을 실어놓았다면 독자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좀 요리책같은 느낌이 많이 들까나?) 어쨌거나, 이어지는 <딸기 쇼트케이트 살인사건>과 <블루베리 머핀 살인사건>도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추리소설에 왠지모를 거부감을 가진 독자라면 한 번쯤 이 책으로 추리소설의 재미를 살짝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