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 경제학
김국현 지음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구판절판


웹 2.0은 어쩌면 웹 0.0이라 불러야 할 것 같은, 웹의 초기 정신, 즉 '개방'된 순환 구조를 제로베이스에서 되찾는 일에 있습니다. 누구나 공평하게 '참여'하고, 기득권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가치를 '공유'하는 일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가 어떤 단일 기업의 전략이나 개인의 판단에 좌우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열린 표준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무모해 보이는 해방 선언이 빚어낸 성공 사례는 지금 수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32쪽

키워드 광고는 웹 2.0이 제시하는 이상계의 3대 통념인 '현실의 대안, 소수자의 대두, 기존 질서의 붕괴' 이 모든 것을 보여 줍니다. 이상계의 이상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현실의 상식을 파괴하고 이상적 가치의 전달 구조를 만들어 내는 일. 이는 단지 이상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노부부와 키워드 광고 대행사라는 이상계의 회사는 돈을 벌고 있으니까요. 놀라지 마세요, 이 키워드 광고는 현재 포털 수익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1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이라니, 선영아 작가정신 소설향 18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전에 <굳빠이, 이상>을 읽으며 나름 독특한 작가라는 인식을 가지며 다시 한 번 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김연수의 또 다른 작품. 제법 얇은 분량에 연애소설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지만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어 시작했는데 꽤 쏠쏠한 재미를 얻게 됐다.

  몇 년 전, '사랑해 선영아'라는 모 인터넷 사이트의 홍보물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마치 그 문구를 살짝 비틀어 '사랑이라니, 대체 무슨 말이야? 선영아'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결혼을 앞둔 새신랑 광수. 마냥 행복에 들뜬 그의 결혼식 날, 그는 신부 선영의 부케의 팔레노프시스가 꺾여진 것을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징조로 생각한다. 그 원인은 다름아닌 선영과 자신의 동기이자 선영의 옛 애인인 진우. 진우는 신부대기실에서 '얄미운 사람'을 부르고 이를 광수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다. 그 순간부터 광수는 진우가 선영과 잤을까, 안 잤을까하는 점을 두고 질투에 휩싸이기 시작하는데... 과연 선영의 진심은 무엇일런지.

  어찌보면 그저그런 빤한 이야기였지만 이 책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은 현실 세계를 반영해서 이걸 소설에 차용했다는 점과 '사랑을 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라는 논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을 비틀면서 그 속에서 웃음을 주기때문에 좀 더 폭넓은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 그리고 다른 소설들을 읽을 때는 잘 모르는 단어가 거의 없다시피했는데 이 책에서는 처음 보는 단어들도 몇 개 눈에 띄어서 그런 걸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문맥상으로 이해는 가능했지만) 이 얇은 책 속에서 광수의 생각도, 진우의 생각도, 선영의 생각도 모두 담아내는 것은 조금 무리처럼 느껴졌고, 때문에 왠지 깊이 없이 쓰윽 훑고 지나가는 느낌도 들어서 아쉬웠지만 각각의 인물들을 통해 작가의 사랑에 대한 생각은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볍게 키득거리면서 볼 수 있는 다소 현학적인 연애소설이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3-0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현학적"........ 그렇군요. ^^

비로그인 2007-03-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품이 김연수의 변화를 감지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답니다^^

이매지 2007-03-1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SHIN님 / 그냥 가벼운 연애소설로 치부하기엔 뭔가 걸리더라구요^^
바람난책님 / <굳빠이 이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사실 좀 당황했어요. ㅎㅎ
 
사랑이라니, 선영아 작가정신 소설향 18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구판절판


오백 원짜리 동전을 던지면 학 그림과 500이라는 숫자 중 하나가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을 한꺼번에 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들 단 하나뿐인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다. 진눈깨비가 비인지 눈인지 판명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복채를 내놓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만 한다. -15쪽

진우의 대답은 이런 뜻이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여자가 있다. 지금 사랑하는 여자와 앞으로 사랑할 여자. 그렇다면 한때 사랑했던 여자는? 회한과 추억과 그리움의 대상일 수는 있겠지만, 여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진우에게 어떤 존재가 여자로 보이기 위해서는 거기에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갈망이 더해져야만 한다. 갈망한다면 마지막 재고를 품은 그럴듯한 옷으로 보이지만, 갈망이 사라진다면 그건 공연히 가위로 자르고 실로 묶어놓아 못쓰게 만든 천으로 보일 뿐이다. 사랑했던 여자도 마찬가지다. 마음도, 몸도 더 이상 부풀어오르지 않으면 그건 그냥 Y염색체가 결여된 인간에 불과하다. -43~4쪽

낭만적 사랑의 첫 번째 테제. 우리는 서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니까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신의 사랑에 KS마크를 받아야만 한다. 두 연인이 일부일처제 가정을 꾸려 그 후로도 행복하게 살아갈 때, 낭만적 사랑은 최고의 사랑으로 완성된다고 사람들은 믿잖아. 그런데 이게 다 환상이란 말이야. 음모란 말이야. 사실은 18세기 자본가들이 발명한 사랑이란 말이야. 낭만적 사랑의 공식, 낭만적 사랑의 표준 규격이 그때 다 발명됐단 말이야. 왜 그렜겠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안 그러면 인간들이 노동을 안 하니까. 니가 내 농노라면 채찍만 들어도 수만 평 고랑을 다 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수가 없잖아? 그렇다면 무슨 수로 너를 주당 44시간씩 컨베이어벨트 옆에 세워놓을 수 있겠냐? -46~7쪽

옛날에 사랑했던 여자? 그건 포커판에 펼쳐진 카드에 불과해. 앞으로 내게 어떤 카드가 들어올 지 몰라. 하지만 분명한 건 바닥에 펼쳐진 카드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지. -50쪽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 사랑을 '이루지'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 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넣어도 그 관계를 채워지지 않는다. 정열, 갈망, 초조, 망설임, 투정, 침착, 냉정, 이기심, 헌신, 질투, 광기, 웃음, 상실, 환희, 눈물, 어둠, 빛, 몸, 마음, 영혼 등 그 어떤 것이든 이 깊은 관계는 삼켜버린다. 모든 게 비워지고 두 사람에게 방향과 세기만 존재하는 힘,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원초적인 감정의 움직임만 남을 때까지 그 관계 속으로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밀어 넣는 일은 계속된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마침내 마음의 숲 속 빈터가 열리게 되면 뜨거운 육체의 아름답고 털 없는 동물들이 뛰놀게 된다고 서양의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55~6쪽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들었지만, 모든 게 끝나고 나면 각자 혼자 힘으로 빠져나와야 하는 것, 그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57쪽

사랑은 우리의 평생교육기관이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성인 인증을 거쳐야만 입학할 수 있는 성인들의 학교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낼 때까지 우리는 계속 낙제할 수밖에 없다. 죽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할 테니, 결국 우리가 그 학교에서 졸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81쪽

질투란 숙주가 필요한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질투란 독립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딸린 감정이다. 주전선수가 아니라 후보선수라 사랑이 갈 때까지 가서 숨을 헐떡거리면 질투가 교체선수로 투입된다. 질투가 없다면 경기는 거기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13세기 사람 앙드레 르 샤르팽은 "질투하지 않는 자는 사랑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했다.-103쪽

사랑이 입을 열면,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다. 사랑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면 거기서 멈춰야만 한다. 너무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즉 너무 알려고 하지 말아야만 한다. 너무 사랑한다는 말은 상대방의 정체성마저 요구하는 일이다. 그건 무방비 도시의 어둠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너무 무리한 요구다. 현대적인 사랑의 방식이란 우리가 절대로 알지 못하는 게 잇다는 걸 받아들이는 일이다. -107쪽

기억이 아름다울까, 사랑이 아름다울까? 물론 기억이다. 기억이 더 오래가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라도 상관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덧정을 쏟을 곳은 기억뿐이다. -12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젠트
가쿠다 미츠요 지음, 양수현 옮김, 마쓰오 다이코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선물이라고 하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뭔가 특별하게 받는 물건을 떠올린다. 물론 그렇게 받은 선물도 의미가 있겠지만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도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 받은 선물은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는데 힘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힘을 가진 '선물'들에 대한 12개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다. 때문에 조금은 감성적인 느낌이 다분하지만 여성만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이는 자신이 꿈꾼 가정과 다른 가정을 이루고 그 속에서 지쳐가고 있고, 어떤 이는 첫키스를 통해 이제 막 아이에서 소녀로 거듭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딸의 결혼식과 자신의 이혼을 앞두고 있다. 그냥 보기에는 제각각인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마음 속에 '기억에 남을 선물'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친구들이 만들어준 결혼식 베일과 같은 특별한 물건에서부터 따뜻한 죽, 첫 여행의 기억, 자취를 시작하면서 엄마에게 받은 냄비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이지만 그 하루의 기억을 그들은 자신의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요컨대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선물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이 책의 저자가 받은 것처럼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누군가에게 받는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들 수 있을까? 좋아하던 아이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 엄마에게 받은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 아무 이유없이 친구가 준 귀걸이? 몰래 빼돌려준 사랑니? 인형? 신발? 추억? 작가처럼 선뜻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떠올린 선물들도 역시 물질적인 값어치가 있다기보다는 선물을 준 사람의 마음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어서 지겹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삽화도 컬러풀하게 들어있어서 밋밋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삽화는 이야기와 매치가 되지 않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사람과 사람. 이 개별적인 관계 속에 숨어있는 사랑을 선물들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남자가 읽어도 나름의 재미가 있겠지만 이 책은 여자를 위한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주인공들의 평범한 삶을 보며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같은 느낌을 받았던 책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호인 2007-03-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이 듬뿍 담긴 정성스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매지 2007-03-06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동화 행복한세상을 읽은 듯한 느낌도 살짝 들었어요^^
 
프레젠트
가쿠다 미츠요 지음, 양수현 옮김, 마쓰오 다이코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장바구니담기


나는 남편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그리고 아마 남편도 내가 정말로 어떤 인간인지 모르고 있겠지만), 우리들은 둘 다 귀찮은 것을 싫어했다. 다른 애인을 만들거나 거짓말을 꾸며대는 건 성격에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 둘의 생활을 맺어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귀찮음이다. 그러나 그건 결코 슬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심할 만한 일이었다. 류지와의 연애도 다이지와의 연애도, 나에게는 사이즈가 너무 작거나 큰 구두 같은 것이었으니까. -15쪽

정말로 우리들의 생활은 커다란 평범함과 커다란 따분함으로 이루어져 있다. -15쪽

이름은 그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고 나는 종종 감탄하곤 한다. 만약 내가 하루미라는 이름이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름 같은 건 단순한 기호에 불과한데도, 그 이름이 소유자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15쪽

어른이란 또 얼마나 어린아이 같은 것일까. 뭐든지 다 알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36쪽

나는 나이를 스물일곱이나 먹을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행복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랑이 나에게 무얼 가져다주는지, 실연이 나에게서 무엇을 빼앗아가는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신기하다. 옛날에는 그렇게나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모르는 것이 늘어나는 것일까. -39쪽

사람의 기분이란 푸딩 같은 것이라고 당시의 나는 생각했었다. 틀 가득히 넘칠 만큼 푸딩액이 차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푸딩을 만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푸딩액이 흘러나가서 부피가 부족해질 때마다 다시 채워넣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내게 있어 푸딩틀에 뚫려 있는 작은 구멍 같은 존재였다. 나의 푸딩액은 틀 속에 가득 차 있지 못하고 그 작은 구멍에서 계속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나는 그 비어 있는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했던 것이다. -138~9쪽

같은 곳을 걷고, 같은 것을 보아도, 우리들의 기억은 조금씩 다르다. 점점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달랐던 것이다. -161쪽

계란은 딱딱하게 굳어 있고 간은 전혀 맞지 않지만, 뜨거운 죽에서는 신기하게도 다정한 맛이 났다. 내가 훨씬 맛있게 만들 수야 있겠지만, 남편의 죽은 내가 만들 수 없는 맛이었다. 엄마가 만들어주는 밥 같다. 엄마의 맛이라고들 하지만, 아무리 흉내래겨 해도 엄마와 같은 맛은 절대 나지 않는다. 문득 요리에는 사람의 혼 같은 것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드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아도 조리과정에서 그런 재료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다. 떨어뜨리고 떨어뜨려도, 먹고 먹어도, 바닥이 나지 않는 혼. -20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