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구판절판


뭐든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꼭 독설가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떤 발언이 독설로 들린다 해도 반드시 거기 진짜 독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15쪽

정확한 질문을 올바른 시기에 적합한 상대에게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31쪽

불행이란 대개의 경우 그런 거죠. 이쪽을 바로 세우려 들면 저쪽이 기울어지는 식으로 서로 엇갈려 있죠. 마치 헝클어져 풀리지 않는 실처럼-472쪽

우리 집에, 오염은 없다. 집 안은 청결하다. 계속 청결할 거라고만 믿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사람이 사는 한, 거기에는 반드시 독이 스며든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이 바로 독이기 때문에. -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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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5 - 돼지고기 열전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식객을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가 다뤄지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처럼 군침을 삼키며 읽을 수 있었다. 이전에 식객 3권에서 '소고기 전쟁'이라는 부제를 달고 이야기를 진행해 소고기에 대해 몰랐던 점들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제목 그대로 돼지고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잔뜩 펼쳐진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에서부터 일이 잘 풀리게 해주십사 고사를 지내는 곳의 돼지머리, 서울에서는 소금을 부산에서는 막장을 제주에서는 간장을 찍어먹는다는 순대 등 이 책은 제법 다양한, 그리고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돼지고기 요리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돼지고기와 관련된 지식인데 예를 들어, 돼지를 어떻게 잡는가에 대해서는 본문에서도 자세하게 나와 있지만 들어가기에 앞서 사진을 통해 미리 만날 수 있어서 더 실감나게 다가왔고, 돼지머리의 웃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입에 나뭇가지를 끼워서 삶는다는 말에는 왠지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돼지고기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와 관련된 사람들의 삶.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무시당하고 소외당한 도육업자들의 모습, 순대를 만드는 데 인력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한다는 점, 제주 순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온 독특한 방언 등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작가의 노력일 것. 특히 순대를 좋아해서 순대일기라는 것을 쓰고 있는 고등학생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단지 그 고장의 순대를 먹고 사진을 찍어오기 위해 고생한 작가의 모습을 보며 '역시 프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 다른 기사를 참고해서 돼지고기의 효능에 대해서도 썼는데 불포화지방산이 많다는 말을 듣고 혹했다. 물론 적당히 먹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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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문학을 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재미고 다른 하나는 교훈이다. 어쩌다 이 두가지가 겹칠 때도 있지만 대개는 하나만 있어도 본전은 뽑은 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들도 많고, 최고라고 하기엔 좀 미적지근한 느낌이 드는 책들도 있다. 이 책은 재미면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라고 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재미있는 소설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면 역시 '밤을 새워 읽을 마음이 드는가?'를 하나로 들 수 있을텐데 이 책은 정말 오랜만에 밤을 새워서라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방학 때 같았으면 밤을 새워서 읽었을텐데.)

  최근 TV에서도 부쩍 의학드라마들이 보인다. 예전에 의학드라마들처럼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초보 의사를 그리기도 하고, 병원 내 권력을 얻기 위해 애쓰는 의사를 그리기도 하는 등 나름의 리얼리티를 구축해가는 것 같다. 이는 물론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춘 것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병원이라는 막연한 공간에 대한 일종의 대리만족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런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가 직접 쓴 책이라 그런지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총 3부로 구성되어있는 이야기의 처음에는 권력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부정수호외래진료만은 담당하며 소일하는 다구치라는 의사가 등장한다. 병원장에게 불려간 그에게 떨어진 이야기는 최근 연달아 수술을 실패한 바티스타팀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는 것. 피를 보는 것을 꺼려해 수술과 멀어진 그에게 급작스러운 이야기였지만 빼도박도 못하게 병원장에게 발목을 잡힌 그는 바티스타 수술팀에 대해 파헤쳐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외과수술과는 워낙 담을 쌓고 살았고, 팀원들 간에 몇 가지 균열은 보였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에 두 손 든 다구치. 이에 병원장은 후생노동성의 공무원인 시라토리를 불러들이게 되고 로지컬 몬스터인 그는 다구치와 손발을 맞춰(사실 다구치는 왼손처럼 거들뿐이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바티스타 수술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데...

   제법 두꺼운 분량의 책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했던 다구치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리고 로지컬 몬스터라고 불릴만한 시라토리는 어떤 방법으로 바티스타 수술팀원들의 심리를 파악해가는지 등이 흥미로웠다. 물론, 리얼한 수술장면이나 의료 시설의 허점 등의 세부적인 문제도 조금은 느낄 수 있었지만. 역자 후기에 보니 이 책이 나온 뒤 독자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시라토리 시리즈가 두 권 더 나왔다고 하는데 이왕이면 이 책들도 조만간에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데뷔작치고는 제법 완성도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 은근히 놀랐다.


  덧) 참고로 바티스타 수술의 학술적인 정식 명칭은 '좌심실 축소 성형술'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정식 명칭보다 창시자인 R.바티스타 박사의 이름을 딴 속칭 쪽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확장형 심근증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 방식 중 하나다. 평균 성공률은 60퍼센트라고. 이 책 속에 나오는 바티스타 수술팀은 30번 수술에 연속으로 3번 실패하여 다구치의 감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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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월드의 4번째 작품인 <이름없는 독>이 드디어 나왔다. 기존에 <누군가>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탐정인 스기무라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누군가>를 읽으면서도 스기무라가 지독하게 똑똑한 사람이 아니고 약간은 어눌하면서도 사람좋은 느낌이라 별 거부감이 없었는데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독'은 청산가리처럼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악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은 두께도 제법되서 더 기대되는. (어째 미야베 미유키 작품은 길수록 재미있는지.)



오랜만에 만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최근에 쓴 책인가 싶었더니 예전에 나온 책이 재출간된 것. 1988년 작이더라. 지금이야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장편소설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작품이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이라고. 바나나 소설의 초기형태나 좀 미숙한 부분 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재출간된 책이긴 하지만 아직 접하지 못한 책이라 궁금함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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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7-03-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예감..분명히 읽은 소설인데, 알라딘 광고문구에 "2년만의 신작"이라고 떠서 갸우뚱했답니다. 바나나님의 딴 작품과 마찬가지로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나지만, 읽는 동안 잔잔한 슬픔에 젖었던 느낌은 떠오르네요. ^^:

이매지 2007-03-1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절판되서 그런지 인터넷 상에 본문이 꽤 많이 떠돌고 있더라구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 아직 안 읽어서 한 번 읽어볼까 해요^^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품절


볼 일도 없는데 켜둔 텔레비전에서는 아침의 뉴스쇼가 흐른다. 어제와 엊그제, 1년 전이나 별다르지 않은 사건들이 잇달아 화면을 스치고 지나간다. 살인, 미성년자의 범죄, 아동 학대, 집단 자살, 약물 중독, 정치가의 독직(瀆職) 사건, 다른 나라의 분쟁과 전쟁. 요즘은 무거운 화제들이 많아 암담하군요, 정말, 손을 쓸 수 없는 사건들뿐이라.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 패널이 어제와 엊그제, 1년 전과 별다르지 않은 말을 거듭 되풀이한다. 정말 속수무책이다. 더욱 불미한 것은 화제성 풍부한 이런 사건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실 사회에서는 뉴스에 되지 못하는 무수한 참극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가족의 병과 죽음, 뜻하지 않은 사고, 해고, 빚, 중소기업의 도산, 자살, 강아지 말고도 구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93~4쪽

지금은 고작 번트로 번티고 있지만 말이죠. 별다른 대단한 일도 하지 않고. 하지만 끈질기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4번 타자가 될 날도 있을 거라고.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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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3-1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이 책 다 못읽었네요.^^;;
옆지기가 회사에서 본다고 가져갔다가 어제 들고 왔어요.^^;;

이매지 2007-03-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대출중일 줄 알았는데 도서관 정리 선반에 있길래 낼름 집어왔어요^^
빌려오니까 그 뒤로 대출예약들어왔다고 난리인 ㅎㅎ
이제 단편 2개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