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품절


그녀는 정말 어두운 어항 속의 한 마리 다랑어처럼 사는 여자였다. 그녀의 방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는 먼저 방 안을 석탄처럼 채우고 있는 고독의 냄새를 맡았다. 눈이나 비가 내리는 밤이면 자주 귀가 들리지 않고 눈앞이 보이지 않는 단단한 고독. 이를테면 축축한 공기 속에 베어 있는 키 작은 여자의 오래 된 슬픔. -36쪽

따지고 보면 사람의 기억이란 것도 단지 필요한 것 중 하나일 뿐예요. 생필품처럼 말예요. 어둠 속에 혼자 벌거벗고 누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무의미한 존재로 변해요. 지금부터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쿨하고 심플하게 살아가는 거예요. 아마 그게 인생의 전부인지도 몰라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아직 못 가진 것들이 많지만 하나씩 마련할 생각이구요. -9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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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 하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는 일본드라마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 일본드라마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찜해놓은 작품들은 모이무라 세이치나 마츠모토 세이조,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었다. 되도록 원작을 읽고 그 감흥이 식기 전에 드라마를 봐야지하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인간의 증명은 드라마부터 보게 되어 내심 실망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골격만 동일하고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드라마와 다른 점이 상당히 많아서 책은 책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에는 세가지 축이 존재한다. 가장 중심에 놓이는 것은 도쿄 중심부의 호텔의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흑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이름은 조니 헤이워드. 그가 왜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 일본에서 무엇을 하였는지에 대한 정보도 베일에 싸여있다. 이에 인터폴을 통해 미국측에 조니에 대한 정보를 요청해 조니가 '키스미'에 간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조니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집을 한 권 발견하고, 그 안에서 키스미에 대한 단서를 잡아낸다. 간신히 생긴 수사의 끈으로 무에스에와 요코와타리 형사는 가느다란 끈을 이어잡으며 범인의 진상을 향해 다가간다.

  한 편에서는 정치가인 남편을 둔 야스기 교코의 이야기가 놓인다. 가정 안에서 아이들과의 불화없이 사는 법에 대해 수필을 쓴 그녀는 실상 대외적인 모습에만 신경쓰는 무심한 엄마에 불과하다.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듯하고 번듯해보이는 가정. 하지만 속은 썩을대로 썩어 있을 뿐이다. 그 가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

  마지막 축은 아내의 실종을 접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쉴 수밖에 없었던 오야마다. 아내는 오야마다의 약값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호스티스로 일하기 시작한다. 남편으로 달갑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인 오야마다지만 얼마 전부터 그녀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긴 것 같은 낌새를 느낀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아내의 애인과 함께 도망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상황. 이에 오야마다는 아내의 애인을 찾기 시작하고 그와 대면한다. 하지만 그 역시 그녀의 행방을 몰라 걱정하던 차. 자체적으로 조사를 시작한 두 사람. 그리고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경찰측에서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선뜻 손을 대지 않으려 한다. 이에 범인을 직접 잡아넣기 위해 두 남자는 묘한 동맹을 맺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퍼즐의 조각처럼 보였던 것들이 차곡차곡 맞춰져 마침내 하나의 완성된 퍼즐로 완성됐을 때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인간의 증명이라는 이름답게 이 책 속의 사건은 인간의 본성을 두고 일종의 증명을 하고 있다. 과연 겉으로 냉정해보이고 한 치의 틈도 없어보이는 인간에게 인간다운 면모는 남아있는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내면은 얼마나 다른가. 인간의 내면은 속으로 얼마나 썩어문드러질 수 있는가 등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었다.

  책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이 드라마에서는 등장하기도 하고(무에스에의 소꿉친구나 야스기 교코의 선거 관련 인물.야스기 교코의 젊은 시절을 알고 있는 소마 하루미 등), 몇몇 설정이 다르기도 하고(드라마에서 야스기 교코는 몸이 불편해진 남편을 대신해 선거에 출마하고, 오야마다는 몸이 불편해 휠체어 신체를 지고 있는 것으로 등장한다, 조니 살해사건에 대한 수사를 위해 무에스에가 직접 미국으로 떠나기도 한다) 인물의 성격도 좀 더 극적으로 개선되서 책보다 더 극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책도 나름대로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먼저 봐서 그런지 드라마쪽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모이무라 세이치의 다른 작품들도 접해보려고 하는데 과연 어떨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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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4-0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제일 좋구요. 야성의 증명은 이것보다는 좀 떨어져요^^;;;

이매지 2007-04-0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층의 사각지대는 어떤가요? 흠흠.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스토리
임경선 지음 / 뜨인돌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이 일본문학을 접하게 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가 중학생이었는데 그 때는 내용은 둘째치고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외설스러운 부분에 낯을 붉히기만 했더랬다. 최근에는 과대평가받은 작가의 이름으로 오르내리기도 하고, 일본 군국주의적 색채를 가진 작품이라는 말들도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하루키를 좋아해온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도 나처럼 하루키를 좋아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수업시간에 비평론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역사주의 비평적 요소가 꽤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용은 그리 비평적이지 않다만) 역사주의 비평이라는 것이 작가의 생애를 연구하고 그 속에서 작품과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인데 이 때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물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지, 문학적으로는 어떤 사람의 영향을 받았는지, 심지어는 성적이 어떠했는지까지 망라해야한다. 이 책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장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 스타일 이렇게 3부로 나누어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때문에 늘 책갈피에서 하루키의 간략한 약력만 보아온 하루키의 팬이라면 이 책으로 아쉬움을 조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하루키의 에세이들도 좋아해서 그런 방식으로 하루키를 좀 더 개인적으로 접해보기도 했는데 에세이로 접한 내용말고도 새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특히 아내인 요코와 관련된 이야기들)

  작가에 대한 비평론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하루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아니지만 나처럼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저자였기 때문인지 꽤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작가인 하루키가 아닌 한 인간으로의 하루키를 만나게 되서 왠지 반가웠다. (물론, 이 역시 저자가 다리를 놔줘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전혀 느낌이 다른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가 함께 책을 쓴 적이 있었다는 점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구하기 어렵다니 아쉽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뒷편에 하루키와의 인터뷰 부분을 마치 직접 인터뷰한 것처럼 써놓고 인터뷰 끝에 재구성한 것임을 밝혔을 때는 조금 허무한 느낌도 들었다. 달리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을 것 같은 책이었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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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7-04-0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라카미 하루키에 그닥 관심이 없었지만, 이 책 만큼은 그래도 잼있더라구요.:D

이매지 2007-04-0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달님의 리뷰도 봤어요 ㅎㅎ
 
꽃을든남자 코엔자임 Q10 화이트닝 에센스 기획세트 - 50ml
소망화장품
평점 :
단종


  얼마 전부터 부쩍 얼굴이 칙칙해지고, 봄이라 그런지 얼굴이 건조해져서 화장이 들뜨곤 해서 속상했어요. 스킨이 너무 유,수분기가 없어서 그런가 싶어서 다른 스킨으로 바꿔봤는데 조금은 얼굴이 촉촉해지긴 했지만 칙칙한 감은 계속 되더라구요. 그래서 화이트닝 제품을 한 번 써봐야하나라고 고민하던 차에 알라딘에서 받은 이 제품의 샘플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간 받아놓고 한 번도 쓰지 않았는데 다 모아서 통으로 옮겨보니 제법 양이 되더군요. 한 1주일쯤 사용해봤는데 칙칙함이 많이 사라지고 원래 얼굴색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평소보다 조금 밝아진 것 같은 느낌도 들구요. 

  제 피부는 복합성, 민감성 피부인데 이 제품은 별 트러블 없이 사용하고 있어요. 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코 부분이 조금 번들거리는 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 느낌이예요. 케이스가 흰색이라 제품도 흰색이 아닐까 싶었는데 슈크림처럼 약간 노란느낌이 도는 제품이예요. 향도 별 거부감없어서 향에 민감하신 분들도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저같은 경우에는 스킨푸드의 아보카도 스킨과 함께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끈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스며들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이 라인을 싹 구입해서 써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네요. 가격이 조금 비싼 감이 없잖아 있지만 성능만 생각한다면 다른 비싼 화장품들 못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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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유록, 조선 선비 일본을 만나다 - 기행문 겨레고전문학선집 16
신유한 지음, 김찬순 옮김 / 보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이야 비행기로 몇 시간이면 일본에 도착하겠지만 바다건너 배타고 가야만 했던 옛날 사람들은 일본을 어떻게 접했을까? 이 책은 과연 조선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눈으로 일본을 바라봤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신유한은 글을 잘 써서 일본에 가는 사신들과 함께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극구 사양했지만 어쩔 수 없이 결국 일본에 가게 된 신유한. 그는 일본에 가는 과정에서 겪은 일, 일본에 도착해서 보고 듣고 겪은 것들에 대한 내용들을 일기를 쓰듯이 써내려간다. 개인적인 성격을 가진 글이었기에 신유한의 눈을 통해 일본을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당시의 일본의 문물, 풍경, 풍습 등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그가 일본으로 떠났던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다. 일본에게 나라를 짓밟힌 이후라 내심 일본에게 주눅든 상태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와는 전혀 반대로 일본의 불합리한 관행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는 꼿꼿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일본의 풍습등을 보면서 은근히 깔보는 분위기도 자주 등장했다. (일본의 풍습은 기괴하다와 같은 표현이 꽤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조선보다 한 수 아래에서 일본을 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들의 풍습에 대해 호감을 갖기도 하고, 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일본에서 보고 들은 것에 대해서는 따로 모아놓았기때문에 이 부분만 보아도 제법 문헌적인 가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써는 무려 261일동안 일본을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오히려 그렇게 천천히 일본을 둘러볼 수 있었기에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사신 일행이 모두 475인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한 번에 움직인다면 나도 이 책 속의 일본사람들처럼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의 기행문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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