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정말 어두운 어항 속의 한 마리 다랑어처럼 사는 여자였다. 그녀의 방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는 먼저 방 안을 석탄처럼 채우고 있는 고독의 냄새를 맡았다. 눈이나 비가 내리는 밤이면 자주 귀가 들리지 않고 눈앞이 보이지 않는 단단한 고독. 이를테면 축축한 공기 속에 베어 있는 키 작은 여자의 오래 된 슬픔. -36쪽
따지고 보면 사람의 기억이란 것도 단지 필요한 것 중 하나일 뿐예요. 생필품처럼 말예요. 어둠 속에 혼자 벌거벗고 누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무의미한 존재로 변해요. 지금부터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쿨하고 심플하게 살아가는 거예요. 아마 그게 인생의 전부인지도 몰라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아직 못 가진 것들이 많지만 하나씩 마련할 생각이구요. -9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