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유록, 조선 선비 일본을 만나다 - 기행문 겨레고전문학선집 16
신유한 지음, 김찬순 옮김 / 보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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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이야 비행기로 몇 시간이면 일본에 도착하겠지만 바다건너 배타고 가야만 했던 옛날 사람들은 일본을 어떻게 접했을까? 이 책은 과연 조선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눈으로 일본을 바라봤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신유한은 글을 잘 써서 일본에 가는 사신들과 함께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극구 사양했지만 어쩔 수 없이 결국 일본에 가게 된 신유한. 그는 일본에 가는 과정에서 겪은 일, 일본에 도착해서 보고 듣고 겪은 것들에 대한 내용들을 일기를 쓰듯이 써내려간다. 개인적인 성격을 가진 글이었기에 신유한의 눈을 통해 일본을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당시의 일본의 문물, 풍경, 풍습 등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그가 일본으로 떠났던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다. 일본에게 나라를 짓밟힌 이후라 내심 일본에게 주눅든 상태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와는 전혀 반대로 일본의 불합리한 관행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는 꼿꼿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일본의 풍습등을 보면서 은근히 깔보는 분위기도 자주 등장했다. (일본의 풍습은 기괴하다와 같은 표현이 꽤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조선보다 한 수 아래에서 일본을 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들의 풍습에 대해 호감을 갖기도 하고, 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일본에서 보고 들은 것에 대해서는 따로 모아놓았기때문에 이 부분만 보아도 제법 문헌적인 가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써는 무려 261일동안 일본을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오히려 그렇게 천천히 일본을 둘러볼 수 있었기에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사신 일행이 모두 475인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한 번에 움직인다면 나도 이 책 속의 일본사람들처럼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의 기행문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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