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토크쇼 섭외 담당자인 제인 굿웰. 어느 날 그녀는 새로 온 PD인 레이와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되고 레이에게 3년 동안 사귄 애인이 있었지만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옛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한 이후부터 이상하게 레이는 슬금슬금 제인을 멀리하기 시작하고, 그녀는 자신의 연애의 실패를 남자들의 탓으로 돌리기 위해 일명 '암소 이론'을 만들어내고 잡지사에 있는 친구의 부탁으로 자신의 그런 생각을 마리 챨스 박사라는가상의 인물의 입을 빌려 퍼트리기 시작하게 된다. 과연 그녀의 사랑은, 그리고 암소이론은 어떻게 진행되어 갈 것인가.



  일단 영화의 구성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마치 이번에는 어떤 씬을 찍는다고 예고를 하듯이 검은색 배경에 흰 글씨로 보여준 뒤 이야기를 이어간다. 제인의 연애의 발전과정, 암소 숫소 이론의 진행 과정을 그 장면을 통해 구분하여 볼 수 있었던 점이 독특했다. 그 외엔 중간에 아이들의 입을 빌려 환희, 절정과 같은 단어들의 의미를 끼워넣는 장면도 신선하게 느껴졌었다. 뭐 그걸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메디의 내용을 따라간다. '사랑에 빠진다. 헤어진다. 자신의 곁에서 위로해주던 남자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둘은 행복하다.' 뭐 이런 과정들. 시간 때우기용으로, 심심할 때 보면 재미있겠지만 굳이 찾아가면서까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은 영화. 약간의 매력은 있는 영화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구성을 지니고 있기때문에 김빠진 사이다같은 느낌이었다.  




- 2006년 5월 22일에 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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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모 화장품 CF에서 영화의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를 연달아 내보낸 적이 있었다. 그 때 패러디되었던 영화 장면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탱고장면이었다. 그만큼 이 영화의 탱고장면은 유명하다는 증거.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명장면은 탱고장면도, 그렇다고 영화의 제목처럼 '여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장면도 아니다.



  알콜중독에 성격까지 괴팍하고, 게다가 장님인 퇴역장교 프랭크 슬레드. 가난한 고학생인 찰리 심스는 크리스마스에 집에 갈 차비를 모으기 위해 추수감사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저 괴팍한 장님을 연휴동안 조카들을 대신해 보살펴주는 것. 하지만 조카가 떠나자 프랭크는 뉴욕으로 간다며 서두르고 결국 찰리도 함께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프랭크는 뉴욕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한껏 즐기며 연휴를 보내고, 그 와중에 찰리와 프랭크는 더욱 돈독해지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알파치노의 연기일 것이다. 맹인연기를 어찌나 잘 소화하고 있는지 실제 그가 맹인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들게할 정도. 그 뿐 아니라 겉으로 보기엔 괴팍해보이지만 사실 그의 진심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업으로 한다면 저정도는 해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연기였다랄까.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의 명장면은 탱고장면이 아니다. 추수감사절 연휴동안 찰리가 겪는 고민인 친구를 배신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 그는 그 일을 자신의 신념대로 밀고나가지만 좌절을 겪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프랭크는 전교생 앞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내면, 그리고 신념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찰리를 보호해주는 부분이 가장 감동적인 부분(혹은 인상깊은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그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발언이란!!



  혹 이 영화의 제목이나 탱고장면을 떠올리며 이 영화는 당연히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삶에 괴로움을 안고 있는 두 사람이 자신의 괴로움을 나누고 해소해가는 과정이며, 꿈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젊은이의 길을 의지해주는 올바른 기성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짠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알파치노가 왜 명배우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 보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

- 2006년 5월 12일에 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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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미국의 우주선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 우주선은 정체불명의 우주선에 의해 납치된다. 미국측은 이것을 소련의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소련은 강한 부인을 한다. 이에 괴우주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제임스 본드는 괴우주선이 착륙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괴우주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온갖 경험을 한다. 첫 장면만 보고 이번엔 혹 제임스 본드가 우주로 가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품었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우주로 간 제임스 본드는 아쉽게도 불발.

 


 이번 영화의 배경이 일본이지만 애초에 중국에서 머물고 있었기에 이 영화에는 유독 동양적인 색채가 강하게 나타난다. 중국이나 일본의 거리 뿐만 아니라 일본식 풍습들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접선 장소로 스모 경기장이 등장하고, 제임스 본드는 중국에서 한 번 죽은 것으로 알려졌기때문에 제임스 본드를 감추고 일본인으로 가장해 일본식 결혼식까지 올리기도 한다. 시리즈 사상 최초로 본드걸이라고 할만한 동양인도 등장하는 셈이고.


  이 영화의 묘미라면 그동안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만 등장했던 스펙터가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동안에는 대체 어떤 얼굴을 한 악당일까 궁금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포스는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악당급이었다고 생각.

  어느 때보다 속고 속이는 사건들이 많아서 긴장감있고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007 시리즈를 잇달아 보다보니 살짝 질리는 감도 없지 않은 듯 싶다. 당분간은 007 시리즈를 끊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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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7-2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렇군요!
사실 뭐 문레이커 같은 영화를 보면 원작과는 생판 다른 지경까지 가잖아요.
저 사실 007 원작은 읽어본 적은 없지만 ㅎㅎ
그나저나 하날리님 오랜만에 뵙네요 ㅎㅎㅎㅎ
 
할로 저택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교향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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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는 에인스윅 저택에 대한 얘기를 하느라고 시간가는 줄도 몰랐잖아. 우린 둘 다 행복한 기분에 싸여 있었어. 헨리에타, 그게 무얼 뜻하는 것인지 정말 모른단 말이야?"
"정말 모르는 사람은 에드워드, 바로 당신이예요 우린 오늘 오후 내내 과거의 추억 속에서 지냈다는 것을 모르세요?"
"과거로 되돌아가 보는 것도 때로는 아주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 순 없어요. 인간에게 아주 불가능한 일 중의 하나가 지나온 과거로 되돌아간다는 거예요."-78쪽

죽음이 어느 때,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너무나 순식간에 닥쳐온다는 거예요. 살아 숨쉬는 매 순간마다 죽음의 그림자는 항상 우리를 따라다니죠.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사라져 버린다는 건가요? 죽음 뒤엔 무엇이 오죠? 공허함이에요. 맞아요. 이 공허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이 죽지 않았다고 해서 한 죽음을 옆에 두고서도 카라멜 커스터드를 먹으며 희희낙낙했어요. 누구보다도 더 생의 의욕에 차 있던 존, 그 존은 이제 차가운 시체가 되어 누워 있는데 말예요. 전 죽음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고 되뇌었어요. 죽음, 죽음, 죽음, 죽음, 죽음, 그러나, 아무런 뜻도 없는 단어일 뿐이에요. 결코 어떤 의미를 지닌 게 아니에요. 단지 썩은 나뭇가지가 꺽인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것이 죽는다는 것이라고요. 그러니 죽음이란 단어도 그렇게 대단한 말은 못 되죠. 죽음, 죽음, 죽음, 죽음. 마치 정글 속에서 들려 오는 북소리 같죠? 죽음, 죽음, 죽음, 죽음, 죽음...-151쪽

난 대체로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건들을 많이 알고 있는 편이거든요. 다시 말해, 상상력이 최고로 발휘된 사건을 많이 접해 봤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창조력이 아닙니다. 그것에 필요한 것은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열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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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회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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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난 일을 날마다 기록하는 것은 고금이 다르지 않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일이 없지 않아 내 한 몸에 모여든 일이 언제고 그치지 않는다. 따라서 날이 다르고 달이 다르다. 무릇 사람의 일이란 가까우면 자세하게 기억하고 조금 멀어지면 헷갈리며, 아주 멀어지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일기를 쓴다면 가까운 일은 더욱 자세하게 기억하고, 조금 먼 일은 헷갈리지 않으며, 아주 먼 일도 잊지 않는다.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일은 일기로 인해 행하기 좋고, 법도에 어긋나는 일은 일기로 인해 조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기란 것은 이 한 몸의 역사다. 어찌 소홀히 할 수 있으랴. 나는 글을 배운 이후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3,700날 남짓을 살아왔다. 3,700날 동안 있었던 일을 아무 것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면 꿈을 꾸고 깨어나서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번개가 번쩍번쩍하여 돌아보면 빛이 사라진 것과 같다. 날마다 기록하지 않아서 생긴 잘못이다. - 유만주-27쪽

그대는 살림살이가 나보다 백 배나 넉넉한데 어째서 그칠 줄 모르고 쓸데없는 물건을 모으는가?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있기야 하지.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벗 한 사람, 신 한 켤레, 잠을 청할 베개 하나, 바람 통하는 창문 하나, 햇볕 쪼일 툇마루 하나, 차 달일 화로 한 개,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 한 개, 봄 경치 즐길 나귀 한 마리가 그것이라네. 이 열 가지 물건이 많기는 하지만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되네. 늙은 날을 보내는데 이외에 필요한 게 뭐가 있겠나. -김정국-45~6쪽

적당히 먹으면 편안하고
지나치게 먹으면 편치 않다.
의젓한 너 천군이여
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이양연-55쪽

나는 혼자다. 오늘날의 선비 가운데 나처럼 혼자 다니는 자가 있는가? 홀로 세상을 헤쳐 가니, 벗을 사귈 때 어느 한편에 치우칠 리가 있겠는가? 한편에 치우치지 않으면 나머지 넷 다섯이 모두 나의 벗이 되나니, 나의 교유 범위가 넓지 않은가? 그들의 냉혹함이 얼음장 같다 해도 나는 떨지 않고, 그 뜨거움이 대지를 불태운다 해도 나는 타지 않는다.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이, 오직 내 마음 가는 대로 쫓아갈 것이다. 내 마음이 찾아가는 곳은 오직 나 자신일 뿐이다. 그러니 거취가 느긋하여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유몽인-65쪽

매사에 전기라는 것이 있다. 좋지 않은 상황에 처했거나 위기에 빠졌을 때 그 상황을 반전할 계기를 마련하려 사람들은 좋은 날을 가려 전기로 삼는다. 지난날의 자신과는 다른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마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 전기로 삼기에 가장 적합할 것이다. 옛사람들의 글에서도 심기일전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자주 발견된다. 동짓날과 제야에 쓴 시문이 특히 그러하다. 이 세시명절은 모두 묵은해와 새해가 교차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179쪽

아 똑같은 봄이건마는 연꽃과 국화를 만난 봄은 반드시 머뭇머뭇하며 꽃을 피우기 어려우니 일찍이 피는 오얏꽃에 비교할 수 없다. 이것이 어찌 봄의 잘못이랴. 연꽃과 국화가 봄을 저버린 결과다. 가만히 생각하니 낯이 뜨겁고 창자에 열이 나서 차마 더 말을 늘어놓을 수 없다. 바라건대, 그대 문신은 나를 비루한 놈이라 여기지 말고 바보 같은 성품의 나를 한 번 더 도와서 예전 습성을 씻어버리게 해달라.내 비록 불민하나 새해부터는 조심하여 그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리라. 오늘은 세모라, 내 감회가 많이 생겨 붓꽃을 안주 삼아 들고 벼루 샘물을 술 삼아 길어올리니 마음의 향기 한 글자가 실낱같이 가늘고 희게 타오르는구나. 글을 잡고 신에게 고하노니 신령은 와서 흠향하시라. -이옥-182~3쪽

문학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내기 좋은 그릇이다. 그리움을 마음에 담아두어도 몇 십 년을 간직하기는 어렵다. 그림이나 사진에 담아둔다 해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일, 비석에 새겨 오래 보존하기를 바라지만 먼 옛날의 하고많은 빗돌 가운데 남아 있는 것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리움을 담기에 편리하고도 오래 갈 것이라곤 문학이 있을 뿐이다. 작품성이 뛰어나면 시대를 초월해 후대에까지 그 마음이 남겨지는 행운도 얻는다. -187쪽

공교롭고도 오묘하지요. 이다지도 인연이 딱 들어맞다니 누가 그런 기회를 만들었을까요? 그대가 나보다 먼저 태어나지 않고, 내가 그대보다 늦게 태어나지 않아 한세상을 살게 되었지요. 또 그대가 얼굴에 칼자국 내는 흉노족이 아니요, 내가 이마에 문신하는 남만사람이 아니라 한나라에 같이 태어났지요. 그대가 남쪽에 살지 않고, 내가 북쪽에 살지 않아 한마을에 같이 살고, 그대가 무인이 아니고 내가 농사꾼이 아니라 함께 선비가 되었지요. 이야말로 크나큰 인연이요 크나큰 만남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말을 구차하게 해야하거나, 억지로 상대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야 한다면, 차라리 천 년 전 옛사람을 친구로 삼든가 일백 세대 뒤에 태어날 사람과 마음이 통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박지원-232쪽

여유 있는 시간을 기다려 책을 읽고자 하면 한 해를 마칠 때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없다. 여유가 있을 때를 기다려 남을 구제하려는 사람은 죽는 날까지 남을 구제할 시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여유가 없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옛사람은 "한가로울 때도 바쁜 한 순간이 있듯이 바쁠 때도 한가로운 한 순간이 있다"라고 하였다. 어찌 독서만이 그러랴? 무릇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 말을 자신을 반성하는 도구로 삼아야 하리라. 이 이야기를 적어두어 옛일을 본받고자 한다. -박규수-23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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