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모 화장품 CF에서 영화의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를 연달아 내보낸 적이 있었다. 그 때 패러디되었던 영화 장면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탱고장면이었다. 그만큼 이 영화의 탱고장면은 유명하다는 증거.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명장면은 탱고장면도, 그렇다고 영화의 제목처럼 '여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장면도 아니다. 알콜중독에 성격까지 괴팍하고, 게다가 장님인 퇴역장교 프랭크 슬레드. 가난한 고학생인 찰리 심스는 크리스마스에 집에 갈 차비를 모으기 위해 추수감사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저 괴팍한 장님을 연휴동안 조카들을 대신해 보살펴주는 것. 하지만 조카가 떠나자 프랭크는 뉴욕으로 간다며 서두르고 결국 찰리도 함께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프랭크는 뉴욕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한껏 즐기며 연휴를 보내고, 그 와중에 찰리와 프랭크는 더욱 돈독해지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알파치노의 연기일 것이다. 맹인연기를 어찌나 잘 소화하고 있는지 실제 그가 맹인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들게할 정도. 그 뿐 아니라 겉으로 보기엔 괴팍해보이지만 사실 그의 진심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업으로 한다면 저정도는 해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연기였다랄까.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의 명장면은 탱고장면이 아니다. 추수감사절 연휴동안 찰리가 겪는 고민인 친구를 배신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 그는 그 일을 자신의 신념대로 밀고나가지만 좌절을 겪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프랭크는 전교생 앞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내면, 그리고 신념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찰리를 보호해주는 부분이 가장 감동적인 부분(혹은 인상깊은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그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발언이란!! 혹 이 영화의 제목이나 탱고장면을 떠올리며 이 영화는 당연히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삶에 괴로움을 안고 있는 두 사람이 자신의 괴로움을 나누고 해소해가는 과정이며, 꿈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젊은이의 길을 의지해주는 올바른 기성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짠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알파치노가 왜 명배우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 보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
- 2006년 5월 12일에 본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