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금발의 여배우. 우연히 파티에서 만난 포와로에게 남편이 이혼해주지 않는다며 그에게 잘 얘기 좀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의 부탁을 선뜻 들어주는 포와로. 하지만 곧 그녀의 남편은 살해당하고, 그녀는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금발이 주는 이미지에 걸맞게 별 생각없이 허영심만 가득해 보이는 여배우. 곤경에 빠진 그녀를 구해주기 위해 포와로는 나름대로 조사를 시작하고 의외의 사실을 밝혀내는데...

애거사 크리스티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인 포와로 역은 기존에도 몇 번이나 포와로로 출연한 바 있는 피터 유스티노프가 맡았다. 책을 읽으며 내가 그렸던 포와로의 이미지와는 좀 달라서 처음에는 거부감도 들었던 배우인데(책 속에서의 포와로는 땅딸망하고 왠지 왜소한 느낌이었는데 피터 유스티노프는 체격도 좀 있는 편이라 포와로와 비슷한 건 수염과 태도 뿐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보다보면 독특한 발음(아마도 포와로가 구사했을 법한 벨기에식 영어 발음이 아닐까?)과 함께 친숙한 이미지가 들었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는 책과 비슷해서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원작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나야 원작을 읽은 지 워낙 오래되서 가물거리는 기억으로 새삼스럽게 봤지만. 나름의 반전은 약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답게 평균 이상은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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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Public 행복한 행정법총론 (2008 9급 한권으로 끝내기)
남현일 지음 / 사피엔스21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핵심요약부분이 너무 빈약해서 내용이 많이 빠져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작 문제를 풀다보니까 중요한 내용이나 판례들은 문제의 해석을 통해 실려있더군요. 어떤 문제집의 경우에는 정답에 대해서만 설명을 해놓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오답에 대해서도 설명과 판례를 소개하고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문제집들은 여백이 없어서 문제에 대한 해석을 써놓기가 불편할 때도 있는데 이 책은 문제 밑에 여백이 많아서 답지 부분에 있는 해설을 적어놓을 수 있는 점도 좋은 것 같네요.

큰 챕터에 들어가기에 앞서서는 출제 경향과 테마별 중요도, 국가직 분석(몇 문제가 어떤 부분에서 나왔는지에 대해)을 실어놓고 있고 세부적인 챕터에 들어가면 Big 3 분석이라고 해서 국가직, 서울직, 국회직에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출제, 미출제 여부를 실어놓아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 지 알 수 있어서 좋네요.

문제도 제법 많이 수록되어 있고(얼추 1000문제 이상은 되는 듯) 중요한 부분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고, 기출문제와 예상문제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문제풀이 연습도 되는 것 같아요. 아예 행정법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이 보시기엔 다소 부족할 것 같기도 하지만 문제풀이 삼아 요약 정리를 하고픈 분들께는 꽤 괜찮은 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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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내는 황정민, CF에서는 매 번 대박이지만 영화만큼은 불안불안한 전지현. 이들이 만난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감동과 재미, 그리고 교훈을 잘 버무린 영화였다.



  휴먼 다큐를 몇 년 째 찍고 있는 수정. 시청자의 감동과 재미를 위해 억지로 설정까지 해가며 찍는 다큐에 신물이 난 그녀는 밀린 월급 대신 카메라를 들고 아프리카에 간다며 회사를 나온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있는 동료에게 전화를 해보니 사자에게 물려 팀이 철수하고 있다고 한다. 계획이 틀어져버려 넋 놓고 있는 사이 카메라까지 날치기 당하고, 그러던 와중 한 남자 덕분에 날치기에게 다시 카메라를 찾게 된다.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하는 이 남자는 현재는 대머리 악당이 집어 넣은 크립토나이트 때문에 초능력을 쓸 수 없지만 슈퍼맨이 그러하듯 남을 도우며 살아간다. 제 정신은 아닌 것 같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수정은 그를 휴먼다큐의 소재로 삼아 촬영을 시작하게 되는데...



  '쇠문을 여는 것은 큰 힘이 아니라 작은 열쇠입니다'라는 한 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신경쓰며 살기에는 너무 바쁜 현대인들. 타인의 불행을 접하면서도 그들은 선뜻 자신의 힘을 나눠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가 싸워도, 누가 사고가 나도 그저 멀찌감치서 바라보기만 할 뿐, 자신의 삶에 저런 일이 생기지 않았음을 안도해하며, 타인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뿐, 자신이 그 삶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슈퍼맨을 통해 작은 힘이라도 모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왜 그렇게 사람을 돕느냐는 수정의 질문에 슈퍼맨은 남을 돕는 것은 즐겁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별다른 초능력이 없어도, 큰 힘이 없다고 해도 작은 힘이라도 모으면 조금씩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였다. 



  <말아톤>과 오버랩되는 부분도 많았고, 전지현의 연기도 여전히 뭔가 부족해보였고, 전반부에는 슈퍼맨의 기행을 보여주며 코믹쪽으로 흘러가던 이야기가 후반부에는 휴머니즘으로 바뀌어갔다는 점 등이 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전체적으로 무던하게 괜찮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말아톤>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던하게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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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클럽
텐도 아라타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을 살아가며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그것이 남에게 얼마나 사소하게 보일 지 몰라도 우리는 항상 상처를 받고, 때로는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며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가지만 그럼에도 평생을 괴롭히는 상처 또한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치유되는 이야기이다. 

  고교 2학년 생인 와라. 부모님이 이혼한 뒤 엄마와 동생과 함께 살아가며 이 세상에 사랑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 지, 어디에 능력이 있는 지 깨닫지 못하고, 그러기에 불안한 평범한 여고생.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병원 옥상에서 디노라는 괴짜와 만나게 된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장소(병원 옥상)에 상처가 있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 피를 멎게 하기 위해 붕대 좀 감자고 하고 대뜸 벤치에 붕대를 감아버린다. 무슨 황당한 짓인가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단지 붕대 하나 뿐이었는데 벤치가 치료받은 것처럼 느낀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구의 고민을 듣게 된 와라는 그 장소에 가서 붕대를 감자고 친구에게 건의하고, 그렇게 둘은 자신의 상처를, 남의 상처를 위해 클럽을 만들어 마을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고 다니기 시작한다. 

  붕대를 감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정말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처음에는 책 속에 등장하는 템포나 다른 어른들처럼 지저분하게 천을 왜 매다느냐, 애들도 아니고 무슨 짓이냐라고 생각했지만 그 장소에 붕대를 감기 위해 자신이 상처를 받았음을 인정하고, 그리고 그 상처와 마주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는 나도 상처받은 장소에 가서 붕대를 매달고 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을만큼 '붕대 클럽'의 발상에 동감하게 됐다. 

  요새는 인터넷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상처를 엿보곤 한다. 그럴 때면 때때로 '나도 그런 일을 겪었다'고 위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 속에서는 그런 류의 위로에 반대한다. 자라온 환경, 성격이 다 다른데 같은 사건에서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그 크기는 당연히 다르다고, 그들이 자신의 고민이나 상처를 털어놓는 것은 나도 그런 상처가 있다고 동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그 사실을 알아주는 걸 바란다는 걸 이야기한다. 그냥 빈 말로 하는 위로가 아니라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해. 그렇기 때문에 붕대 클럽의 멤버들은 그 상처를 자신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하찮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들을 위해 붕대를 감으며 조금이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의 입장이 되어서 이해하주는 것. 그런 과정은 비단 상처를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해 붕대를 감는 붕대 클럽의 멤버들에게 도움이 된다.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붕대 클럽 멤버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접하며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넓은 관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니까. 

  단순히 붕대 클럽이 활동했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훗날 이 야이기를 다시 묶는 형식으로 편집되어 중간 중간에 어른으로 성장한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상처를 받은 장소에 붕대를 감아버린다면 온 세상은 붕대로 뒤덥힐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붕대를 감아보는 것도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명의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원작부터 읽어봤는데 책만큼 영화도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 남자친구와 헤어진 장소(그네)에 붕대를 감아 치유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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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클럽
텐도 아라타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절판


내 안에서 여러 가지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 간다.
언제부터였는지 그 사실을 깨달았다. 차라리 악마 같은 놈이 나타나서 이것과 이것을 가져가겠노라고 선언하고 빼앗아간 거라면 그나마 기억에 남았을 테고, 조금은 저항도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깨달은 무렵에는 이미, 전혀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가고 난 후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다른 것을 빼앗아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분명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야 할 것을 매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빼앗긴 자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차츰 빼앗는 자가 되어 간다. -7~8쪽

그때는 분명 어렸지만, 소중한 것의 본질은 빠짐없이 존재했었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나마 그때 지키지 않았더라면 영영 되찾을 수 없었을 것도 많았다고 말할 수 있다. -10쪽

이제 뭘 할까 궁리하다가, 문득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생각해보았다.
5교시가 지리시간이었던 탓도 있다. 지도를 펼쳐 어디를 어떤 자원이 있고 어떤 무역이 활발한가 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같이 뭐 하나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은 점점 변해가는 이 세상에 과연 설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세상을 둘러보고 싶어졌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을 직접 눈으로 보고, 앞으로 내가 있을 곳이 정말 존재하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27쪽

단시오가 자살하고 싶다는 이유는, 실연이었다.
요즘 세상에 고작 그깟 이유로 죽으려는 거냐 싶다. 하지만 사실 이유야 뭐든 상관이 없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뚜렷한 동기라든가 이유 같은 것을 상실한 게 아닐까...
젊은 사람이 자살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면 텔레비전이나 신문은 동기를 찾느라 야단법석이다. 하지만 다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대단한 이유를 갖고 살아가는지가 의심스럽다.
예를 들면 친구가 문자를 보냈는데 답문을 깜빡했을 때, 별거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심각하게 고민이 되면서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거나, 불경스럽지만 친구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부질없는 환상 같아도 우연히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면 얼떨결에 실행해버리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31쪽

뭔가를 버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54쪽

마음속 풍경과 바깥 경치는 연결되어 있다... 직감으로 그렇게 느꼈을 때처럼 나는, 붕대를 감으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까닭은 상처가 나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여기서 상처를 받았다'라고 인식하게 되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건 상처야'라고 인정해주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74쪽

이름이 생긴 거야, 시오. 우울했던 일, 납득이 안 갔던 일, 못 참을 일이라며 마음에 쌓아두었던 일들. 그 감정에 붕대를 감았더니 이름이 붙은 거야. '상처'라고 말야. 상처받으면 아프고 누구나 침울해지는 게 당연해. 하지만 그래봤자 상처일 뿐이니까, 치료하면 언젠간 분명히 낫는 거잖아. -74쪽

"장난하냐? 그 정도야 다들 경험하는 흔한 추억이잖아."
"어. 그런 말 해도 되는 거야? 다들 경험하는 거라고 상처 안 받는 게 아니잖아? 자라온 환경, 성격이 다 다른데 설사 비슷한 경험이라도 받는 상처의 크기는 당연히 다르지 않겠어?
"그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데."
단시오가 말했다.
"우리 부모님이 내가 실의에 빠졌을 때 자주 그런 말을 하거든. 그런 일은 자기들도 겪었고 다들 있는 일이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격려한다고 해주는 말이긴 한데 괜히 모욕당하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어."
"아, 나도 이해한다. 나만의 상처를 멋대로 남의 거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달라, 이런 느낌이지."
-127쪽

다들 겪는 일이라고 한데 묶어버리는 건, 상대방의 마음에 신경 써주기가 귀찮거나 내키지 않는다는 정신적인 태만에서 온다고 봐. -128쪽

우리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항상 어느 대목에서 어떠한 이유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디노가 오니스가와 강의 강변에서 말했던 고통에 힘들어하는 수많은 아이들에 비하면 대부분 시시한 상처이겠지만, 역시 상처는 상처이고, 나름대로 답답해하고 잠 못 이루는 밤도 있다.
그리고 스스로 깨달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포함해서 자기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 역시 꽤 될 것이다. -130쪽

나라는 인간은 오만하다. 상처받는 건 나밖에 없고, 상처 주고 힘들어하는 것도 나밖에 없다고, 어느새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131쪽

다들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입고 산다. 그런 곳에 죄다 붕대를 감았다가는 분명 이 나라와 온 세상이 붕대투성이가 될 것이다... 문득 머릿속에, 붕대로 칭칭 감긴 지구가 떠올랐다. -149쪽

인간의 몸은 재생한다. 상처는 아물고 새살이 돋는다. 하지만 마음은 어떨까? -15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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