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내는 황정민, CF에서는 매 번 대박이지만 영화만큼은 불안불안한 전지현. 이들이 만난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감동과 재미, 그리고 교훈을 잘 버무린 영화였다.



  휴먼 다큐를 몇 년 째 찍고 있는 수정. 시청자의 감동과 재미를 위해 억지로 설정까지 해가며 찍는 다큐에 신물이 난 그녀는 밀린 월급 대신 카메라를 들고 아프리카에 간다며 회사를 나온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있는 동료에게 전화를 해보니 사자에게 물려 팀이 철수하고 있다고 한다. 계획이 틀어져버려 넋 놓고 있는 사이 카메라까지 날치기 당하고, 그러던 와중 한 남자 덕분에 날치기에게 다시 카메라를 찾게 된다.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하는 이 남자는 현재는 대머리 악당이 집어 넣은 크립토나이트 때문에 초능력을 쓸 수 없지만 슈퍼맨이 그러하듯 남을 도우며 살아간다. 제 정신은 아닌 것 같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수정은 그를 휴먼다큐의 소재로 삼아 촬영을 시작하게 되는데...



  '쇠문을 여는 것은 큰 힘이 아니라 작은 열쇠입니다'라는 한 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신경쓰며 살기에는 너무 바쁜 현대인들. 타인의 불행을 접하면서도 그들은 선뜻 자신의 힘을 나눠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가 싸워도, 누가 사고가 나도 그저 멀찌감치서 바라보기만 할 뿐, 자신의 삶에 저런 일이 생기지 않았음을 안도해하며, 타인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뿐, 자신이 그 삶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슈퍼맨을 통해 작은 힘이라도 모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왜 그렇게 사람을 돕느냐는 수정의 질문에 슈퍼맨은 남을 돕는 것은 즐겁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별다른 초능력이 없어도, 큰 힘이 없다고 해도 작은 힘이라도 모으면 조금씩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였다. 



  <말아톤>과 오버랩되는 부분도 많았고, 전지현의 연기도 여전히 뭔가 부족해보였고, 전반부에는 슈퍼맨의 기행을 보여주며 코믹쪽으로 흘러가던 이야기가 후반부에는 휴머니즘으로 바뀌어갔다는 점 등이 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전체적으로 무던하게 괜찮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말아톤>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던하게 볼 수 있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