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클럽
텐도 아라타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을 살아가며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그것이 남에게 얼마나 사소하게 보일 지 몰라도 우리는 항상 상처를 받고, 때로는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며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가지만 그럼에도 평생을 괴롭히는 상처 또한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치유되는 이야기이다. 

  고교 2학년 생인 와라. 부모님이 이혼한 뒤 엄마와 동생과 함께 살아가며 이 세상에 사랑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 지, 어디에 능력이 있는 지 깨닫지 못하고, 그러기에 불안한 평범한 여고생.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병원 옥상에서 디노라는 괴짜와 만나게 된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장소(병원 옥상)에 상처가 있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 피를 멎게 하기 위해 붕대 좀 감자고 하고 대뜸 벤치에 붕대를 감아버린다. 무슨 황당한 짓인가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단지 붕대 하나 뿐이었는데 벤치가 치료받은 것처럼 느낀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구의 고민을 듣게 된 와라는 그 장소에 가서 붕대를 감자고 친구에게 건의하고, 그렇게 둘은 자신의 상처를, 남의 상처를 위해 클럽을 만들어 마을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고 다니기 시작한다. 

  붕대를 감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정말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처음에는 책 속에 등장하는 템포나 다른 어른들처럼 지저분하게 천을 왜 매다느냐, 애들도 아니고 무슨 짓이냐라고 생각했지만 그 장소에 붕대를 감기 위해 자신이 상처를 받았음을 인정하고, 그리고 그 상처와 마주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는 나도 상처받은 장소에 가서 붕대를 매달고 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을만큼 '붕대 클럽'의 발상에 동감하게 됐다. 

  요새는 인터넷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상처를 엿보곤 한다. 그럴 때면 때때로 '나도 그런 일을 겪었다'고 위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 속에서는 그런 류의 위로에 반대한다. 자라온 환경, 성격이 다 다른데 같은 사건에서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그 크기는 당연히 다르다고, 그들이 자신의 고민이나 상처를 털어놓는 것은 나도 그런 상처가 있다고 동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그 사실을 알아주는 걸 바란다는 걸 이야기한다. 그냥 빈 말로 하는 위로가 아니라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해. 그렇기 때문에 붕대 클럽의 멤버들은 그 상처를 자신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하찮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들을 위해 붕대를 감으며 조금이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의 입장이 되어서 이해하주는 것. 그런 과정은 비단 상처를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해 붕대를 감는 붕대 클럽의 멤버들에게 도움이 된다.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붕대 클럽 멤버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접하며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넓은 관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니까. 

  단순히 붕대 클럽이 활동했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훗날 이 야이기를 다시 묶는 형식으로 편집되어 중간 중간에 어른으로 성장한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상처를 받은 장소에 붕대를 감아버린다면 온 세상은 붕대로 뒤덥힐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붕대를 감아보는 것도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명의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원작부터 읽어봤는데 책만큼 영화도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 남자친구와 헤어진 장소(그네)에 붕대를 감아 치유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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