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 44가지 이유 - 이력서에서 면접까지, 취업.이직의 모든 것 서돌 직장인 멘토 시리즈
신시야 샤피로 지음, 전제아 옮김 / 서돌 / 2008년 9월
절판


회사가 일방적인 기준에 근거해 심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구직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런 기준은 능력이나 재능과는 관계없다. 일부 회사는 공정하고 합법적으로 채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는 그렇게 사려 깊게 행동하지 않는다. -29쪽

이력서를 쓸 때마다 당신은 자신의 경력을 놓고 도박을 하는 셈이다. 마치 승률이 4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룰렛 게임에 주사위를 던져놓고 이기기를 기다리듯 회사로부터 전화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력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일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또 어떤 회사도 알려주지 않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이력서를 냈는데도 연락을 받지 못한다면,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인사 담당자의 관심을 끄는 방법을 몰랐거나 아니면 이력서를 제출하자마자 '탈락'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실수를 저질렀거나. 이러면 인사 담당자의 눈에 이력서를 띄게 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인사 담당자는 어떤 종류의 이력서를 관심있게 보고 있던 것을 무시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46쪽

이력서는 인사권자에게 당신이 괜찮은 지원자임을 광고하고, 당신에게 기회를 줄 만한 특별한 게 있다고 설득하는 기회다. 그런데 기존에 당신이 작성한 이력서를 한 번 보라. 그 광고는 당신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는가? 당신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아니면 다른 이력서 더미에 묻혀 있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으니 다른 지원자를 더 찾아보라고 말하는가? 이력서란 지원자가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다양한 경력 중에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에 꼭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 대변하는 것이어야 한다. -49쪽

그렇다면 어떻게 유혹적인 이력서를 만들까? 광고하는 사람들처럼 하면 된다. 광고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정보를 모두 모은 뒤, 그 가운데 가장 호기심을 돋우는 정보로 범위를 좁힌다. 그리고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게끔 광고를 만든다. 부수적인 정보는 모두 걷어낸다. 시선을 잡으려면 커다란 흰 여백을 두어야 하고 결정적인 정보가 한눈에 보이도록 해야 한다. -53쪽

이력서는 보는 사람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력서의 목적은 인사 담당자가 당신을 만나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도록 만드는데 있다. 모든 세부 사항을 완벽하게 써놓으면 인사 담당자는 이력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은 이미 다 알았다고 가정하기 쉽다. 당신은 그런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력서를 슬쩍 한 번 읽어보고 세운 가정이라면 당신을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볼 수 없다. 제 아무리 이력서를 잘 써도 면접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당신의 이력서는 당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당신을 면접까지 가게 해주는 데 목적이 있다.
세부 내용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가장 흥미 있는 주제 위주로 이력서를 쓴다면, 당신이라는 사람이 워낙 역동적이어서 서면만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그런 방법으로 다음 단계가 진행되도록 만들어라. 이력서에 온갖 시시콜콜한 내용을 늘어놓지 않고도 인사 담당자의 관심을 사로잡아 전화가 걸려오게 하는 것이 비결이다. -56~7쪽

이번에는 메시지를 약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소개한다. 너무 절박하게 들리는 표현이나, 지나친 겸손의 표현은 어느 경우든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제 이력서를 검토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든가 "저는 귀사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다 갖추지는 못했습니다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귀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을 상세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와 같은 표현은 쓰지 말라. 이런 자기소개서는 인사 담당자가 훑어볼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모한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는 모두 자신감이 묻어나야 한다. 최소한 그런 척이라도 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으면 남들도 당신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 자리에는 제가 적임자입니다"라는 노골적인 발언도 삼가야 한다. 인사 담당자는 이런 발언에는 몸을 사린다. 면접을 보기도 전에 구인 공고만 보고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딘가 허풍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신의 경험과 능력에 대해 자신 있게 쓰고,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쓰면 된다. 당신의 자신감, 열정, 경력 등을 기초로 인사 담당자가 직접 당신을 판단하게 하라. -78쪽

인사 담당자가 아무리 친절하게 굴어도 당신의 이익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순간, 그는 당신의 반대편에 선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 사실을 절대로 알지 못한다.
요즘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서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어떤 종류의 리스크도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 그럴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 일에 110퍼센트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래야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회사가 직원의 안녕과 복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회사의 안녕과 이익을 우선할 따름이다.
이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인사 담당자는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지원 과정에서든 채용된 이후든, 개인적인 사정을 그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한다고 해서, 항상 도와줄 것처럼 군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사 담당자들은 그렇게 하도록 훈련받은 전문가다. 결코 당신의 친구가 아니며, 또 당신 편이 될 수도 없다. -104쪽

면접관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지 말라. 면접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어떤 질문이 나오든지 가능한 긍정적인 대답을 함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를 굳히는 일이다. 면접관이 당신의 과거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당신은 부정적인 부분을 살짝 피하고 오히려 그런 경험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 말해야 한다. -120~1쪽

면접관이 정한 시한에 속지 말라. 그들은 앞으로 5년 후에 당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게 아니다. 언젠가는 이 회사를 경영하고 싶다는 당신의 포부를 밝히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당신의 개인적인 희망, 계획, 야망, 승진에 대한 열망 등은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당신의 야심이 면접관의 야심을 밟고 올라서는 것도 절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승진은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건 회사가 결정할 일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회사가 제대로 알기 전에 승진에 대한 야망을 늘어놓으면 '저 사람은 이런 정도의 직책은 금방 싫증을 낼지도 모르겠군. 벌써부터 저렇게 큰 책임을 맡고 승진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127쪽

면접관이 무엇을 질문할지 미리 알 필요는 없다. 당신은 단지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핵심 몇 가지를 개발하여 철저하게 활용하면 된다.
정치인들은 이런 전략, 즉 '메시지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전략'을 잘 사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메시지를 개발한다. 일단 메시지를 정하면 인터뷰어가 무엇을 물어보든 상관없이 정치인들은 미리 준비한 메시지를 반복한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화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또 끈질긴 인터뷰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항상 강조하기 위해서다. 당신이 면접에서 진땀을 흘리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정치인들도 이 전략을 사용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서너 편 정도의 짧은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야기 하나당 2~3분을 넘기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는 주로 과거 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순간, 당신이 최근에 학교를 졸업했다면 학창 시절에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 같은 성공담이면 된다. -131~2쪽

면접을 볼 때마다 최선을 다하라. 면접을 마치기 전에는 그 직장에 어떤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미처 확신이 없었던 그 회사가 꿈의 직장이었다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러니까 모든 면접마다 당신이 최고의 선택을 한 것처럼 임하라.
이것이 꿈의 직장으로 들어가는 최고의 면접 연습이다. 만약 당신이 모든 면접을 가장 원하는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정말로 당신이 원하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75쪽

당신이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본 면접은 긴 채용 과정에서 1라운드에 불과하다. 거절당했다고 해서 그걸로 끝이 아니란 이야기다. 면접은 회사와 계속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잘 처신하면 그토록 원하던 자리가 당신에게 돌아온다. 다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법과 부적절한 방법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부적절한 방법을 택한다는 게 문제다.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제가 어떻게 했어야 탈락하지 않았을까요?", "다음번에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등등. 하지만 이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다시 그 회사에 지원해도 탈락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에는 평정심을 찾는 게 중요하다. 필요 이상으로 탈락의 이유를 집요하게 묻고, 회사를 원망하지 말라. 그저 회사의 번영을 빌고, 면접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전하라. 탈락 사유에 관한 이야기는 아예 언급하지도 말라. -255쪽

사람들은 구직 활동을 시작할 때, 겉으로는 모든 것이 잘될 거라 말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가 최고의 지원자인지 모르겠어", "경험이 더 많았으면 좋을 텐데", "실수나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왜 계속해서 일자리를 잃는지 모르겠어"와 같은 말을 되뇌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심리를 인사 담당자가 모를 리 없다. 이런 내면의 목소리가 당신의 이력서, 목소리 톤, 얼굴 표정, 몸짓, 심지어 질문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실 압박감이 심할 때 이런 침묵의 메시지는 가장 밝은 빛을 내뿜이며 드러난다.
내면의 게임에서도 실전과 같은 태도를 취해야 면접에 성공할 수 있다. 당신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승자인지를 보여줄 단서들이 온갖 자잘한 것들을 통해 드러난다. 어투, 악수하는 방식, 눈빛, 손을 맞잡은 형태 등.
부정적인 혼잣말을 유의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을 의식적으로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라. 가장 중요한 건 아는 것이다. 앉아서 당신이 구직 과정에 대해 하는 모든 생각을 써보라. 정직해져도 괜찮다. 당신 말고는 볼 사람도 없으니. 매일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 모두를 써라. -274~5쪽

이렇게 하다 보면, 두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첫째, 부정적인 메시지들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계속 반복되는 당신 머릿속의 습관인 셈이다. 사실, 많은 부정적 메시지가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그 부정적인 메시지가 얼마나 비이성적인 두려움에 기초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마 자신이 그런 두려움ㅇ르 느꼈다는 사실이 코믹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처럼 마음속에 잠재된 두려움, 걱정, 불신을 써내려가다 보면, 한때는 강력해 보이던 부정적 메시지가 그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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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 44가지 이유 - 이력서에서 면접까지, 취업.이직의 모든 것 서돌 직장인 멘토 시리즈
신시야 샤피로 지음, 전제아 옮김 / 서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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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이제는 제대로 된 직장 구하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취업관련 사이트에 가보면 하루에 수십, 수백개의 채용 공고를 만나게 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기껏 원서를 써낸다고 해도 회사로부터 연락이 없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불합격이면 좀 불합격이라고 알려라도 주면 좋으련만 회사로서는 굳이 불합격자에게 쓸데없는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저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아. 이번에도 떨어졌구나'라고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신감을 잃어가던 중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취업에 대한 44가지 포인트를 짚어주며 구직자의 실수를 되짚어볼 수 있게 도와준다. 

  사실 이런 류의 글은 취업 카페나 기사로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는 장점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현실을 깨닫게 해주고, 그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꽤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이었다. 이력서나 자소서를 쓰면서 항상 솔직하게 기입해왔던 내게 이 책은 해도 되는 거짓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고, 떨어지기만 했던 이력서와 자소서를 어떤 식으로 고쳐야겠다는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해줬다. 요즘 일대일 취업 컨설팅과 같은 서비스도 꽤 잘 팔리고 있다던데, 이 책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특히 채용 과정은 가장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를 적극적으로 탈락시키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냉정하게 들렸지만 그게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몇 군데에서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이나 한국이나 채용 시스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취업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이직에 관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 그 점은 아쉬웠지만, 여러모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력서를 쓰는 법에서부터 면접, 입사 후의 행동 등 취업 과정 전반의 기본적인 부분을 정리해준 책이었다. 이와 관련된 많은 책들이 출간되어 있지만,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어느 정도 마음의 인사담당자와의 심리전에 대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도 1승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을 모든 구직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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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의 인연>을 보고 문득 니노의 예전 작품을 뒤적거려봤는데, 때마침 눈에 들어온 <삼가 아룁니다, 아버님>. 4분기에 하는 <바람의 정원>과 같은 각본가(쿠라모토 소우)의 작품이라는 점과 그가 이제는 절필을 선언했기에 이왕이면 겸사겸사 3부작 (<자상한 시간>, <삼가 아룁니다, 아버님>, <바람의 정원>)을 함께 볼까 싶어 보게 됐다.



  카쿠라자와에서 메이지 시대에 문을 연 오래된 요정인 사카시타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잇페이. 하지만 카쿠라자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 생기고, 이에 사카시타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기에 사카시타의 실질적인 주인인 정계의 거물 정치가인 쿠마사와의 죽음으로 사카시타는 변화를 꾀하게 된다. 그리고 사카시타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과 자신의 아버지를 알지 못하는 잇페이의 이야기가 차분히 그려진다. 



  쿠라모토 소우의 작품들이 대개 그러하듯 이 작품 또한 잔잔하다. 때문에 뭔가 자극적인 요소들을 좋아하는 이라면 꽤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달리 튀는 색깔이 없는 이야기에 하품이 나올 지도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의외의 웃음와 감동, 그리고 메시지를 느낄 수 있어서 한 폭의 따뜻한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카시타라는 오래된 요정을 배경으로 전통과 현대와의 조화, 점점 사라져가는 옛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드라마에는 잘 녹아있다. 100년 넘게 낯선 손님은 받지 않고 단골의 소개로 알음알음 장사를 해온 사카시타의 풍습이 이제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보며 왠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점점 삭막해져만 가는 도시의 모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와 고층 빌라가 빼곡히 들어서 정겨움이 없어진 거리. 시대의 요구가 어쩔 수 없다지만 점점 변해간다는 것은 가슴 한 켠을 아릿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여기에 할머니를 둘러싼 이야기도 꽤 가슴이 아팠다. 한 때는 사카시타의 실권을 잡고 있었지만 이제는 딸에게 실권을 넘겨준 채 자신의 발언권마저 잃어버린 할머니. 딸이 몰래 사카시타를 없애고 신 사카시타 건축 계획을 세운 것을 알게 되고 가출을 했을 때 손녀를 빼고 가족들은 누구 하나 할머니가 그동안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알지 못한다. 정계의 괴물이라 불린 쿠마사와의 죽음을 접하면서도 첩이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멀리서 명복을 빌 수 밖에 없는 상황, 자신이 오랫동안 지켜온 사카시타를 무너뜨릴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할머니는 결국 무너지고 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비단 드라마 속의 할머니에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노인을 경시하는 모습이 사카시타의 이야기를 통해 잘 보여진 것 같았다. 



  '삼가 아룁니다, 아버님'이라는 제목처럼 이 드라마는 잇페이가 화자가 되어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편지 형식으로 전개해간다. 때문에 나레이션이 꽤 많은 편인데 니노의 목소리만 들어도 사건의 분위기가 전해져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꽤 가깝게 느껴졌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잇페이의 아버지 찾기가 주된 스토리가 되겠지만, 여기서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후반에 텟페이의 아버지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지만 이는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만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텟페이의 아버지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끝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드라마기에 미련은 남지 않았다. 텟페이는 텟페이일 뿐이니까. 



  잔잔한 가운데 중간 중간 유머가 녹아있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품은 채 볼 수 있었던 드라마. 니노의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내용도 화면도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다 보고 나니 분위기 때문인지 쌀쌀한 겨울에 제법 잘 어울리는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었다.



덧) 보통은 엔딩은 꺼버리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엔딩도 하나의 볼거리. 흑백사진 같은 장면들이 드라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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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서평을 보내주세요.
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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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딴지 일보의 명성은 들어왔지만 딴지 일보에 대해서는 직접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저 정치패러디 웹신문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다. 때문에 딴지 총수인 김어준이 누군지도 당연히 몰랐고, 현태준의 표지와 이런저런 개인의 문제에 대해 상담한다는 식의 내용에 끌려 읽게 됐다. 나, 가족, 친구, 직장, 연인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된 상담은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을 김어준 특유의 고민으로 해결(?)해줬다. 

  이미 이런 류의 상담집은 <너, 외롭구나>에서 접한 바 있다. 황신혜밴드의 리더인 김형태의 카운셀링을 모은 <너, 외롭구나>도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다만, <너, 외롭구나>가 좀 더 직업이나 미래에 대해 중심을 두고 있다면, <건투를 빈다>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중심을 두고 있다. 사실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나'로써의 온전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답게 살지 못하고 그저 타성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는 꽤 많다. 나 또한 어느 정도는 그런 부분이 있고. 하지만 이 책에서는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아닌 '나'로서 살아가야하는 팍팍한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해볼 수 있도록 이 책은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사실 90개의 상담을 담고 있지만, 읽다보면 그 고민이 그 고민인 것 같다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결국 김어준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스스로 삶의 문제들에 맞서 나가겠다는 결의, 자신에게 닥치는 세상만사를 주변의 기준이나 눈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세계관대로 대처하고자 하는 의지, 그런 게 바로 삶에 대한 장악력이다. 그게 있는 자, 졸라, 섹시하다."(p.62)가 아닐까 싶다. 그 대상이 친구, 애인, 가족, 직장동료 상관없이 말이다. 어차피 우리가 행복하자고 이 지랄들인데 이왕 사는 거 타성으로 살지 말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보자는 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다. 

  짤막 짤막한 상담에 서문에서 밝혔지만 문투도 너무 질러버려서 다소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웹상에서 이런 글을 본다면 그러려니했겠지만, 왠지 활자화되서 책으로 접할 때도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왠지 책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내가 책에 대한 허들을 너무 높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오히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상황이 100프로 자신의 상황이 아니라 할 지라도 적어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이나마 건질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진지하게 읽을 필요는 없고 그냥 맥주 한 잔 하면서 슬렁슬렁 카운셀링 받듯 읽으면 좋을 책.

 

* 서평도서의 좋은 점 - 가벼운 문투로 인생의 상담을 풀어간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너, 외롭구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달리 하고픈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 싶은 20대. 

*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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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에 쿠도 칸 각본, 게다가 니노 주연이라니 정말 두 번 고민할 거 없이 선택한 작품. 드라마의 내용상 한 주 한 주 챙겨보면 똥줄 빠질 것 같아서 막방인 이번 주가 되서야 보기 시작했는데, 하필 목요일에 다 봐버리는 바람에 하루 남짓을 막방은 대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까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범인의 정체는 내가 예상하고 있던 바로 그 사람이더라.)



  초등학생이었던 삼남매는 사자좌 유성을 보기 위해 비오는 밤에 몰래 빠져나간다. 다행히 비는 그쳐 유성을 보고 돌아온 삼남매. 하지만 혼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돌아온 집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 부모님을 발견하게 된다. 범인이 남긴 유일한 유류품인 우산에서는 지문이 발견되지 않고, 범인의 정체를 잡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 어느새 시효까지는 몇 주 남지 않게 된다. 어른이 되서 범인을 찾아 세 명이서 죽이자라는 맹세를 했던 삼남매는 아직 범인의 정체를 알지 못하고, 범인을 찾기 위해 마지막 수를 던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14년 전 사건의 진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14년 전 부모가 살해당한 후 유족으로서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삼남매. 각자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살기 위해 셋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여동생이 사기를 당하는 일로 그들도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하고, 사기를 차는 와중에 진범으로 짐작되는 사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효 당일 진범으로 추측되는 자와 대면하지만 그는 오히려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이로써 진범의 정체는 드러나게 된다. 



  사실 이런 식의 복수극이라면 내용이 엄청 무겁다거나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쿠도칸의 영향인지 의외로 코믹한 부분이 많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삼남매가 벌이는 사기에 소제목을 붙여 이야기를 풀어간다던지(예를 들어, '망상계장 다카야마 히사노부' 같은) 모자이크 처리 등 쿠도칸다운 면모가 오히려 극의 무거움을 덜어준 것 같다. 원작과는 결말이 다르다고 하던데(원작에서는 범인이 자살한다고.) 이 결말도 나름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니노는 워낙 연기를 잘해서(역시 아라시의 연기 담당ㅋ) 별 걱정이 없었는데, 그래도 나름 장남인데 둘째로 나온 니시키도 료보다 어려보여서 그게 걱정스러웠는데, 이제 니노도 좀 성인물(?)에 출연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 심지어 이 놈은 1화부터 10화까지 진행되는 동안에도 연기가 쑥쑥 늘더라. 마지막 회에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대사를 읊는데 정말 울컥하더라. (니노 만세!) 토다 에리카는 썩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최소한 <코드 블루>때보다는 괜찮은 느낌. 특히 망상계장 이야기와 얽힐 때는 대폭소. 다른 배우들도 딱히 튀는 역할 없이 잘 어우러져서 정말 오랫만에 한 작품 건진듯. 아라시가 부른 오프닝 곡 Beautiful days와 중간 중간 흘러나온 나카시마 미카(직접 출연도 해서 얼굴도 처음 봄;;)의 orion도 분위기와 잘 어울린듯. 분위기가 상반된 곡이지만 두 곡이 <유성의 인연>을 잘 표현해준다랄까. 4분기 기대작답게 실망스럽지 않았던 작품! 




 덧) 일본에서는 아리아케 하야시라이스도 판매했다고 하던데 어떤 맛일지 궁금. 뭐 그래봐야 하이라이스지만. <유성의 인연> 굿즈에서 또 탐나는 건 시즈나가 하고 나온 귀걸이. 요새 귀걸이에 별 관심없었는데 그 귀걸이는 좀 예쁘더라. (물론 18900엔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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