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못 읽는 남자 - 실서증 없는 실독증
하워드 엥겔 지음, 배현 옮김 / 알마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의 열혈 독서광이 어느 날 책을 읽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글은 쓸 수 있어도 자신이 쓴 글을 읽지 못한다면? 이 책은 어느 날 뇌졸증으로 실서증 없는 실독증(알렉시아 사이니 아그라피아)에 걸린 한 추리소설 작가의 이야기다. 

  책을 무척 좋아하고, 추리소설 작가가 자신의 천직임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저자 하워드 엥겔. 그는 어느 날 아침 신문을 주우러 간 그는 신문의 글자가 무슨 글씨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꼬불꼬불 이상하게 보이는 경험을 한다. 이에 자신이 경미한 뇌졸중을 앓았다고 확신한 그는 아이와 함께 침착하게(!) 병원으로 간다. 그리고 병원에서 그는 오른쪽 망막의 4분의 1을 잃었다는 점과 기억과 관련한 몇몇 부분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이 실서증 없는 실독증을 겪게 된 것도 알게 된다. 주변에 모든 글자가 꼬부랑 글씨로 보이는 경험을 하는 그는 당황한다. 하지만 그는 여느 사람들처럼 청각 기능을 발달시키기보다는 느리지만 재활을 통해 읽기 능력을 조금씩 되찾으려 한다. 

  알아볼 수 없는 글씨의 향연에 속이 메스꺼워져 신문도 끊었다는 저자는 책만큼은 끊지 못한다. 한 페이지를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사놓은 책도 다 못 읽을 정도지만 저자는 습관적으로 단골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한다. 읽지도 못하는 책을 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질없어 보이는 행동이지만, 나는 되려 책을 구입하는 그의 모습에서 재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애초에 실서증 없는 실독증이라는 독특한 증세에 혹해서 이 책을 읽게 됐지만 정작 책을 읽다보니 독특한 증세보다는 저자의 강인한 의지에 더 매료됐다. 비록 자신이 쓴 글을 읽지 못한다 해도 꾸준히 일기를 써서 기록을 남기는 모습이나, 정교한 문학적 장치를 요하는 추리소설을 쓰는 모습 등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도전조차 하지 않았을 일을 그것이 자신의 운명인양 담담히 받아들인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는 자신의 시리즈물인 베니 쿠퍼맨 시리즈를 완성한다. 게다가 베니 쿠퍼맨도 자신과 같은 실서증 없는 실독증을 앓는 것으로 설정해 자신이 겪은 혼란을 소설에 반영한다.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시리즈라(저자의 소설은 여러 작가의 소설을 모은 <베이커 가의 살인>만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다) 과연 소설 속에서 베니 쿠퍼맨은 탐정으로서 엄청난 핸디캡이 될 수 있는 실서증 없는 실독증을 어떻게 극복해갈 지 궁금해졌다. 독특한 병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를 유머러스하고 담담하게 풀어가는 저자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나니 베니 쿠퍼맨 시리즈에 급 관심이 갔다. 하워드 엥겔을 소설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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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1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어제 시사IN 읽는데 이 책 나오더라구요. 한번 읽어봐야지 싶었는데 이매지님은 벌써 다 읽으셨군요! 저는 아직도 상상조차 못하겠어요. 쓸 수는 있으나 읽을 수는 없는 그 상황을 말이죠.

이매지 2009-08-19 17:10   좋아요 0 | URL
시사IN에 소개되었군요 :) 익숙한 작가였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작가라 좀 아쉬웠어요. 읽으면서도 쓸 수는 있는데 읽을 수 없는 상황이 상상도 안 되더라구요~

xpel1408 2010-03-2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죠. 쓸 수는 있으나 읽을 수 없다...
쓸 수는 없어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인데...
제가 글을 못 읽는다면~ 휴~ 생각만해도...

이매지 2010-03-25 20:44   좋아요 0 | URL
생각만해도 끔찍하죠?
읽지 못한다면 얼마나 삶이 지루해질까 싶어요 :)
 
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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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에서 출신 성분이란 한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다. 혁명 원로의 손자로서 엘리트 군인의 길을 영웅적으로 밟아 가던 리강은 별반 내세울 것 없는 조명도에게 있어 아예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밤하늘의 별이었다. 하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바야흐로 여기는 통일 대한민국이니만큼 얘기는 달라도 한참 달라야 했다. 왜냐. 조명도는 자신이 천생 남조선식 자본주의 체질인 데다가 리강은 노동단증을 전투복 안쪽에 품은 채 아프리카 밀림에서 깜둥이들과 충질이나 해 대다 죽어야 어울리낟고 믿었기 때문이다. 조명도는 통일 대한민국이 아름다워서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26쪽

서일화의 소견으로 북조선과 남조선의 강력한 공통점은 고위층의 속물근성이었다. 서일화는 북조선에서는 그런 식이었으니 남조선에서는 이런 식으로 속물이 될 것을 다짐했다. 조국이니 민족이니 하는 것들이 애초부터 서일화는 웃겼다. 그것을 통일 대한민국이 넉넉히 증명해 주고 있었다.
서일화에게는 남조선이 사실이고 북조선이 추상이었다. 옳았다. 추상은 죽음이었다. 그래서 북조선은 죽었다. 이 천박하고 잔인하게 뭉개진 자본주의의 만상이 서일화에겐 참으로 리얼한 세계였다. 서일화는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수긍하였다. -38쪽

혁명? 혁명은 국회의사당과 방송국에서 총으로 하는 것이다. 파리의 극장과 길거리에서 "금지를 금지한다." 따위의 문학적인 구호를 외치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라 공연일 뿐이다. 1968년 1월 2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124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했다. 무덤을 파 시체 옆에서 잠자는 훈련까지 받았던 그들은 27명이 죽고 둘은 도망쳤으며 나머지 둘이 생포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수류탄으로 자폭했다. 유일한 생존자 스물여섯 살 청년 김신조는 수감 생활 중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기독교 신자 소녀와 결혼하여 훗날 장로교 목사가 되었다. 124부대원 31인 전원이 각기 한 정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 TT33이다. 비록 실패는 했지만 혁명은 그렇게 하는 거라고 리강은 믿었다. 그는 피를 지불하지 않는 어떠한 혁명도 신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변화시키고 싶은 간절한 모든 것들이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그는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71쪽

통일 대한민국이 잘 돌아갔다면 지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것도 조국이라면 조국은 어차피 쓰레기가 됐어. 금주법 시대와 마찬가지야. 혼란에 감사하라고. 네 문제가 뭔지 알아? 너는 항상 매사에 답을 구해. 답을 구하지 마. 세상은 주체철학 용어 사전이 아니야. 답을 구하니까 네가 세상보다 더 혼란스러워지는 거야. 답을 구하니까 망자에게 집착하는 거고. 주도면밀한 거? 사내가 물론 그래야지. 그렇지만 각론은 각론이고 총론은 총론이야. 살아남은 인간은 총론에 강하다. 전체를 읽어야 상황이 파악되고 할 일 안 할 일 구분하게 되는 거야. 혼돈의 시대에 각론은 잘해 봐야 감정싸움일 뿐이야. 답? 세상 어디에도 그런 건 없어. 질문도 성립이 안 되는데 답이 어딨어? 네가 이해는 돼. 우리가 그런 사회에서 살았으니까. 선과 악, 적과 동지를 확실히 정해 놓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북조선에서. -73~4쪽

자본주의란 게 결국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바다야. 어디에도 육지가 없는 바다. 사내들은 제 손바닥만 한 배에 돛을 올리고 조만간 어딘가에 도착할 수 있다고 믿지. 어리석은 짓이야. 정박할 땅이 없는 배가 바다를 이길 순 없다. 파도를 타고 떠돌다 운이 다하면 가라앉을 뿐이야. -80쪽

회사원인 거지. 양쪽 다 회사원. 현실에서 제 잇속만 챙기는 회사원. 짤리거나 진급이 안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회사원. 과자 던져 주면 냠냠 좋아하는 회사원. 국회의원들만 회사원이 아니야. 종교인들과 예술가들까지 전부 회사원이니 나머지 놈들은 말 다 했지. 종교인은 거론하기가 귀찮다. 관두자. 예술가는 뿔 달린 수도승이야. 균열이 없는 가슴에서 나오는 미학을 어떻게 믿을 수 있어? 회사원이 되지 말아야 그 사회가 건강해지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이 진짜 회사원들보다도 훨씬 옹졸한 겁쟁이가 돼 버린 거지. 늑대여야 하는 자들이 모조리 애완견이 돼 버린 거라구. 누가 키우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게 알아서 기거나 길들여진 놈들이 더 한심하지만. 현실에서 죽음 이후를 겁낼 필요가 없는 사회는 희망이 전혀 없다. 너 말이야, 뭐하는 놈인 줄은 모르겠는데, 한국에서 출세하고 싶거든 절대 비판하지 마라. 비판은 곧 죽음이다. 죽음. 정 하고 싶은 얘기가 있거든 열라 큰 그림을 그려서 얘기해. 못 알아듣게. 회사 중역들이 기분 상하면 그날로 좆 되는 거야. 정말 평생 죽기로 싸우고 나서 져도 절대 후회 안 한다는 열정이 확고할 시에만 비판해. -155~6쪽

넌 통일 이후의 대한민국이 우리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해? 천만에. 그건 이남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야. 여긴 원래 이랬어. 그게 통일 때문에 극심해져서 확연히 드러난 것뿐이지. 구더기는 썩은 살에 천사처럼 갑자기 나타나 들끓는 법이야. 아니라고 믿는 자들에겐 불행의 이유까지 제공하니 얼마나 좋아? 하핫. 나는 남조선이라고 해서 뭐 별것이 있는 줄 알았지?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케 하는 것이라고? 맞아. 그런데 이북 사람들과 이남 사람들은 서로를 사랑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어. 저 끔찍한 시점에 거의 다 다른 것 같다. 머지않아 상상을 초월하는 참상들이 펼쳐질 것 같아. 나는 여기서 그것들을 겪으며 끝까지 내 거짓의 죗값을 치를 작정이야. 하지만 리 부장 너는 달라. 너는 나라를 지키는 순결한 군인이었잖니? 그 허위로 유지되던 나라가 사라졌으니 어디서든 새롭게 시작할 자격이 네겐 있어. 아직 젊고 영혼이 남아 있을 때 이 화약고를 떠나.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를 데리고 네 조국이 되기에는 서로운 이 조국을 떠나라. 그리고 그곳에서 네가 누구인지를 너 자신에게 물어봐. 네 인생의 답을 구하고 얻어 내. -183쪽

폭동은 논리로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 화약고에 불을 붙이면 터지고 보는 게 폭동이에요. 다 불타 버리고 나서 이러니저러니 해 봤자 부질없구요. 폭동의 본질은 동기가 아니라 증오의 폭발 그 자쳅니다. 심지어는 국가와 국가끼리의 전쟁도 그래요. 전쟁 전에는 명분을 들먹이지만 전쟁이 진행되다 보면 명분 따윈 애초에 없었다는 것을 깨닫죠. 그냥 작동되는 겁니다. 폭력이란 게 원래 그래요.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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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8-1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에서도 출신 성분은 중요한데요.부모가 부자야라지만 비싼 과외를 받고,자사고나 외고에 들어가 SKY이나 외국 대학을 나와 일류 기업에 취직하니까요 ㅜ.ㅜ

이매지 2009-08-19 13:05   좋아요 0 | URL
우리도 어느 정도 출신 성분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그걸로 모든 게 결정되는 거 같지는 않아요. 뭐 돈을 들이 부어도 안 되는 놈들은 안 되던데요 뭐~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품절


사실, 고교생이 '찐따'가 되는 데에도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눈알이 축소돼 보이는 두꺼운 안경알, 악어가죽도 쥐포처럼 쭉 찢어먹을 공포의 쇠붙이(치아교정기), 뺨에서 기름기를 뽑아 올린 여드름, 더불어 교실용 책상 밑으로 두 다리를 한꺼번에 집어넣기 벅차게 만드는 비곗살. -12쪽

알리앙스 프랑세즈? 나는 아이들의 입에서 모르는 말이 흘러나올 때마다 입안의 교정기를 감추듯 입술을 꼭 다물었다. 나는 외국어고등학교가 외국어를 배우러 들어가는 학교인 줄 알았지, 외국어를 배워서 들어가는 학교인 줄은 미처 알지 못한 채 입학을 한 거다. 이곳은 뉴욕도, 파리도 아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니 국어가 아니라 영어와 불어를 잘 못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연합고사 평균점수가 이백 점 만점에 백구십오라는 불어과 아이들 대부분은 고등학교 일이학년 과정을 미리 떼고 온 눈치였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지 나로서는 모를 노릇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의 과외금지령으로 대학생 과외가 내내 불법이지 않았는가 말이다. 대학교에 다니는 언니, 오빠나 하다못해 삼촌도 없는 나 같은 아이는 누구에게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고 온단 말인가. 나는 영어교사의 말대로 이곳에서 한번 뒤떨어진 사람은 영원히 따라갈 수 없는 건지, 한번 열등생은 영원한 열등생인 건지 알 수 없어 불안했다. -16~7쪽

나는 교사들이 무슨 이유로 아이들을 일으켜세워 질문하는지 궁금할 적이 많았다. 불어교사뿐 아니라 영어교사도 시간마다 아이들을 지적하며 영어해석을 시켰다. 그날이 2일이면 2, 12, 22, 32, 42, 52번 아이들이 바짝 긴장을 했다. 물론 2번 학생을 일으켜세운 후, 그 뒷줄에 앉은 아이들을 주르륵 일으키는 방식도 심심치 않았다. 방식에 일정한 논리가 없다는 점에 아이들은 더 겁을 먹었다. 지뢰는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기에 무서운 거였다.
쉰일곱 명의 아이들 가운데 일으켜세워진 한 명이 입시학원 교재의 영어지문을 읽고 빠른 속도로 해석하는 동안 영어교사는 한 줄이라도 잘못 해석하면 넌 끝장이야, 라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나는 교사들이 그런 수업방식을 고수하는 까닭이 다음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1. 고도의 집중력으로 외국어 습득능력을 높이기 위해.
2. 혼자 다 읽고 해석하면 목구멍이 너무 아프니까.
3. 기분 나쁜 일을 약자에게 풀려는 의도.
4. 학생들의 정신력 강화를 도우려고.
5. 남을 괴롭히는 일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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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9-08-20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찐따가 뭐예요?
왕따와 비슷한 말인가요.
암튼 학교 다닐 때 저런 친구들 몇 명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네요.

이매지 2009-08-20 09:28   좋아요 0 | URL
왕따랑은 좀 다르구요,
찐따=찌질이랄까요 ㅎㅎ
 
[켈리워터] 알로에 워터젤

단종


어릴 때 휴가 끝나고 돌아와서 빨갛게 된 피부에 알로에로 팩을 했던 기억이 나서 그런지 알로에하면 '진정효과'가 저절로 연상되는 것 같아요.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어서 밖에 오래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름이라 그런지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얼굴이 화끈화끈하더라구요. 그럴 때 마침 체험단으로 받게 된 알로에 워터젤! 냉장고에 넣어놓고 시원하게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이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는 로레알에서 나온 수분크림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아침에는 로레알 제품을 사용하고, 저녁에는 켈리워터의 제품을 사용했어요.

둘다 수분감이 많은 제품이라 그런지 비슷해보이는데, 켈리워터 쪽이 더 쫀득한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형광빛 도는 색깔이 좀 거부감이 들기도 했는데, 계속 사용하다보니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다소 혐짤(?)이지만, 질감을 비교하기 위해 올려봤어요. 왼쪽이 켈리워터, 오른쪽이 로레알이예요. 로레알은 수분크림이지만 그렇게 묵직한 느낌도 없고 가벼운 편이라 그런지 켈리워터 쪽이 더 탱글해보이네요. 바르고 나면 켈리워터 쪽이 좀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더 촉촉한 것 같았어요.



예전에 켈리워터의 버찌젤을 사용할 때도 느꼈지만, 켈리워터는 정말 촉촉한 제품인 것 같아요. 특히 여름에 냉장고에 넣어놓고 쓰면 탱글탱글한 느낌때문에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제품! 향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고, 적은 양만 사용해도 되서 꽤 오래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살짝 가격이 비싼 감도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수분감 있는 제품을 찾으신다면 켈리워터 꽤 괜찮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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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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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는 어느 정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인지 1위 작품 뿐만 아니라 순위권에 올랐던 작품이 속속 출간되고 있는 듯하다. 2006년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과 1위를 놓고 다투었다는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도 그런 경우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인데 전혀 기대 없어 읽어서 그런지 간만에 정말 이야기에 푹 빠져서 잠자는 것을 미뤄가며 읽어갔다. 

  대학교 경음악부에서 유독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코올중독분과회'를 만들어 함께 부어라 마셔라 하며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졸업 후 각자 다른 곳에서 저마다의 길을 가게 된다. 그리고 꽤 오랫만에 이들은 알코올중도분과회의 멤버인 안도의 주최로 안도의 형의 고급 펜션에 모여 동창회를 연다. 무엇 하나 고급스럽지 않은 물건이 없는 장소. 마치 중세의 성 같은 이 장소에서 후시미는 아끼는 후배 니이야마를 죽이기 위해 만발의 계획을 세운다. 완벽하게 밀실 살인을 했다고 생각하는 후시미. 친구들은 모두 니이야마가 그저 푹 잠들어 있다고 생각할 뿐 니이야마가 죽어 있을 것이라는 '비일상적'인 생각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흘러가고 불안해지는 친구들. 어떻게든 문이 열리는 시간을 늦추려는 후시미. 그리고 이 상황에 의문을 품고 자신만의 추리를 시작하는 유코. 그들의 숨막히는 두뇌 대결이 시작된다. 

  발달한 과학수사 탓에 점점 본격 미스터리가 설 자리가 줄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이런 식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이 들었다. 부유한 동네에 위치한 고급 펜션. 마음만 먹으면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있고, 문을 부수거나 창문을 깰 수도 있지만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차마 이웃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못해, 어디서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문짝을 부수지 못해 밀실 상태를 유지시킨다. 도시 속에 있지만 외딴 섬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을 보며 저자의 착안에 감탄했다. 

  오랫만에 본격 미스터리를 만났다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만에 읽는 '도서 추리소설'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범인의 정체가 누군인지 밝혀내는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범인이 누군지를 보여주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가는 범인의 심리 상태나 범인의 정체에 도전하는 인물을 통해 긴장감을 이끄는 도서 추리소설. 이 책 속에서는 겉으로 보기엔 차갑지만 가슴은 뜨거운 후시미와 겉으로 보기엔 후시미와 비슷하게 차가워 보이지만, 실은 속마음도 차가운 유카. 닫힌 문을 두고 이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대결을 시작한다. 니이야마의 죽음을 단순히 사고사로 만들기 위해 후시미가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트릭을 하나씩 하나씩 부수며 후시미를 긴장시키는 유카. 대학 시절 핑크빛 로맨스가 있을 뻔한 관계였던지라 뭔가 껄끄러움이 있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함이 넘쳤다.   

  책 속에서 유카는 결국 후시미의 모든 것(심지어 동기까지)을 파악해 자신이 후시미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적인 면에서는 우수한 유카에게는 인간다움이 결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애초에 후시미가 니이야마를 살해한 동기도 뭐랄까 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물론, 그보다도 더 하찮은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만) 그런 동기로 범행을 저지른 후시미보다 후시미의 범행을 속속들이 까발리는 유카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에 뭔가 미심쩍은 것이 있으면 남들은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든 그 궁금증을 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미, 감성보다는 이성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하는 냉혹한 성격 등등 유카는 예쁘장한 얼굴을 한 추리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도 유카는 다른 추리소설에도 등장한다고 하는데, 일단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이시모치 아사미가 마음에 들어서 다른 작품도 읽게 될 것 같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수상작인 <용의자 x의 헌신>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낯선 작가라 다음 작품은 한참 있어야 만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찾아보니 저자의 다른 작품인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도 얼마 전 출간됐고, <달의 문>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시모치 아사미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왜 이제야 만나게 됐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을 정도로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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