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교사
재니스 Y. K. 리 지음, 김안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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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에 대한 완고하고 편견에 가득 찬 안내자 역할을 하는 트루디는 영국인은 거만하고, 미국인은 성가시리만치 열성적이고, 프랑스인은 지루하며 자기만족에 빠져 있고, 일본인은 변덕스럽다고 윌에게 장담한다. 윌은 그녀에게 어떻게 자신을 참아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글쎄, 당신은 약간 잡종이잖아." 트루디가 말한다. "당신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나처럼 말이야." 윌은 오랜 집안 친구에게 건넬 소개편지 한 통만 들고 홍콩으로 왔다. 그런데 함께 있는 것 외에는 원하는 게 없는 여자를 우연히 만남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규정짓기도 전에 그녀에 의해 규정되어버린 것이다. -52~3쪽

트루디는 가장 사랑스러운 무례한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관심을 고마워한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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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끔 누가 봐도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긍정적으로, 너무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만날 때가 있다. 정말 그들은 행복한 것일까? 정말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불행을,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일까? 등의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런 나의 삐딱하고 부정적인 시선도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아아, 정말 대단하다. 나도 정말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얻는다. 이 책 <나는 가능성이다>도 그런 이야기를 봤을 때처럼 책을 펴는 순간 내게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줬다. 

  1988년의 어느 날. 휴스 부부는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날이 될 첫 아이의 탄생을 경험한다. 하지만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는 기쁨도 잠시, 의사는 이들 부부에게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을 건넨다. 몇 번의 검사 끝에 의사들은 아이가 신체의 다른 부위에 비해 팔과 다리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짧고 기형이라 보통 사람들처럼 팔다리를 쓸 수 없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인 안와 안에는 아무 것도 없는 양안 무안구증이 있으며, 어쩌면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결과를 알린다.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애를 썼건만 대체 왜 이런 일이, 라고 생각한 휴스 부부. 하지만 이들은 마냥 절망에 빠져 있는 것보다는 이 시련 속에 뛰어드는 것을 선택한다. 다행히 성장하면서 지적 장애가 없음이 밝혀졌지만, 휴스 부부는 패트릭 헨리가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있게, 안구가 없어 안와가 내려 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숱한 치료와 수술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시련을 '함께' 감당해내는 휴스 가족. 그러던 어느 날, 우는 패트릭 헨리를 달래기 위해 피아노 연주를 한 아빠 덕분에 음악에 눈을 뜨게 된 패트릭 헨리. 그 때부터 보이지 않는 눈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하고, 그의 인생에 '음악'이라는 커다란 축복이 함께 한다.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휴스 가족을 보면서 일단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중에 장애를 가진 구성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삶과는 동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정신지체가 있는 동생 때문에 어려서부터 만약 동생에게 장애가 없었다면 겪지 않았을 일들을 많이 경험했기에 그들의 감정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았다. 하지만 우리 집이 그렇듯이 휴스 가족도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낸다. 키가 120cm가 되어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게 된 것도, 무엇보다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패트릭 헨리는 행복해한다.  

  야간에 우편 배송업체에서 일을 하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묵묵히 패트릭 헨리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이 책을 써야 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아내라고 말하며 그저 철없던 남편이었던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든 것은 아내였다고 말한다. 패트릭 헨리가 점자를 배울 때도 가족 모두가 점자를 배우게 하고, 조금이라도 패트릭 헨리를 낫게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있었기에 패트릭 헨리도, 아버지 패트릭 존도 삶을 좀더 긍정적으로, 좀더 열정 넘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신의 삶을 통해 책을 읽는 사람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패트릭 헨리 휴스.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가슴 한 켠이 사랑과 열정으로 가득차 오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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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전업 굿모닝 독학 일본어 첫걸음 (무료 동영상 강의, MP3 무료 다운로드, 워크북, 핸드북) - 최신 개정판
정선영 지음, 오현정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4년 3월
구판절판


CD를 떼내려다가 그만 잘라버리는 바람에 커버 없이 책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맨들맨들한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만약에 비닐커버가 안 찢어졌더라도 그냥 벗겨서 이용했을 것 같아요.

'아'저씨 이거 얼마예요, '이'거? 3만원. 이런 식으로 간단한 상황극을 통해서 히라가나를 익히게 도와줍니다. 뭐 읽으면서는 재미있었는데, 기억을 오래 남기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뭐 어쨌거나 단순히 히라가나, 가타카나가 나열되어 있는 것보다는 좋았어요.

각 파트의 시작은 이런 식의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파트에서는 어떤 내용들을 배울 수 있을지 미리보여주는 부분이예요. 제시된 대화를 한 번씩 읽으면서 배울 내용을 짐작해보는 것도 좋지만, 그림 자체만으로도 부담없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네요.

한 파트는 대개 4개의 문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문법이나 단어를 설명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1, 2장은 수정테이프로 독음을 지워놔서 이 페이지는 3장입니다. 띄어쓰기가 없는 일본어의 구조상 초보자의 경우엔 어디까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데 여기서는 밑줄을 그어서 설명해줘서 좋은 것 같았어요.
본문의 설명은 이 책만으로 공부하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동영상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문법 설명이 끝나면 뒤이어 현지회화가 등장합니다. 이 부분도 한글독음이 달려 있어서 좀 그렇긴 한데, 이 부분은 MP3로 꾸준히 듣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요.

책의 마지막에는 간단한 연습문제가 등장해 각 장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제대로만 했다면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 왠지 쓱쓱 답을 적으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짧게나마 한자 익히기도 수록되어 있어서 간단한 한자 정도는 익힐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각 챕터마다 5개 정도 수록되서 양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게 아쉬웠지만요.)

이미 다른 일본어 교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의 동영상이 탐나서 구입했는데 다른 교재랑 같이 공부하니까 효과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어쨌거나, 일본어 혼자 공부하시는 분들께는 꽤 괜찮은 교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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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0-1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어학책도 꽤 컬러풀하네요.갑자기 박성범 일본어가 왜 생각이 나는지...

이매지 2009-10-16 12:01   좋아요 0 | URL
박성범 일본어는 뭔가요? 궁금하네요 :)
 
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절판


그러니까 나는 태어날 때부터 우리 가족이 전혀 생각도 못 했던 레몬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이 세상에 온 셈이다. 아마도 우리 가족은 레몬보다 오렌지를 더 좋아했을 것이다. 오렌지가 더 달고 덜 시니까. 하지만 삶은 원래 이런 것이다. 싫어도 받아들고 가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애를 써본들 레몬을 오렌지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 부모님은 살면서 어떤 일이 생기든 포기하지 말고 맞서 부디쳐나가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 그러다보면 레몬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으며 레몬으로 더 좋은 것 - 이를테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몬 머랭 파이 같은 -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라고......-19쪽

엄마는 넘어야 할 수많은 장애를 가진 나 같은 아이의 엄마가 된 것도 운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본래 한 가족이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표현을 빌리면 엄마는 불굴의 의지를 타고난 사람이다. 엄마는 그저 나를 살리는 것만이 아니라 더 멋지게 살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걸 지원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엇지만 엄마는 알 수 있었다. 이 걸음을 떼기 전에 먼저 하느님이 주신 것을 받아들이고 믿어야 한다고. 그러다보면 언젠가 이 모든 것의 의미를 깨닫고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 오리라고. -27쪽

우리는 누구나 과거를 바꿀 수 있기를 원한다.
"지금의 '이 일' 대신 '저 일'이 일어났다면 내 삶이 얼마나 멋질까?"
도대체 그런 생각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뭔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더 힘들어지기만 한다. 당신을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할 뿐이다. 감히 말하건대 나는 이 진리를 터득했기에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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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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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라는 매개체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진솔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특히나 밤이 되면 좀더 감성적이 되는지라 아침에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보내지 못할 정도로 농밀한 이야기가 편지지 위에 펼쳐진다. 그런 편지를 받아본 지도, 그런 편지를 보내본 지도 오래된 내게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는 제목의 이 책이 눈에 띄었다. '편지'라는 왠지 진지함이 느껴지는 제목과 유머러스함이 느껴지는 표지의 어울림 때문인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퇴근길에 술술 읽기 시작했다.

  벌써 3년 째 '와조'(원래는 맹인안내견이었지만, 현재는 맹인이 된)라는 이름의 리트리버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주인공. 별다른 목적지도 없이, 별다른 목표도 없이 그는 세상의 이곳저곳을 정처없이 떠돈다.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숫자에 강한 주인공은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주소까지 받게 된 사람들에게 번호를 부여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모텔에서 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지로 풀어간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답장을 하지 않고, 그의 여행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의 소설을 직접 파는 소설가를 만나게 되며 주인공의 여행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집에서는 발작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주인공은 와조와 함께 세상을 떠돌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바닥에 버려진 껌딱지로 예술을 하는 사람, 성형외과의사와 불륜에 빠진 엄마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쌍커풀 수술을 요구하는 여학생, 자살하려는 순간에 가까스로 주인공이 구해낸 남자, 식물인간이 된 친구에게 매일 시를 읽어주는 사람 등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몇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 그들은 저마다의 삶, 저마다의 고독, 그리고 저마다의 행복과 불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조심스레 마음을 나눈 주인공은 그들에게 편지를 쓰지만 그 누구에게도 답장은 오지 않는다. 답장을 받으면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이 점점 틀어져 오지 않는 답장을 습관처럼 기다리며 끝없이 미로 같은 도시를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저 허공에 이야기가 떠돌 뿐 제대로 된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 사회. 그리고 끊임 없이 소통을 바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웠다.

  '편지'와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 책은 '소통'과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고 또 답장을 보내줄 사람이 있다면, 생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단 한사람뿐이라 하더라도"(p. 277)라는 책 속의 구절처럼 이 책은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다. 눈 먼 개와 말을 더듬었던 남자는 그렇게 양껏 세상을 받아들인다. 책 뒷표지에 실린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 나는 뻔히 속는 줄 알면서도 마음이 한번 휘청거렸다"는 평처러 이 책의 반전은 이미 예상가능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흔든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아쉽게 넘겼다. 말랑하게 읽히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소설, 오랫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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