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티타임에 탐닉한다 ㅣ 작은 탐닉 시리즈 10
이민숙 지음 / 갤리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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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하루에 세 잔씩 벌컥벌컥 마시는 커피를 대체하고자 마시기 시작한 홍차. 그렇다보니 대중없이 멋도 모르고 마셨는데, 마시다보니 홍차에 대한 정보도 알고 싶어져서 관련된 책을 골라봤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아직 홍차 인구가 많지 않아서인지 관련된 책도 구하기 어려워서 아쉬워하던 차에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홍차를 좋아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왠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기 전에는 홍차에 대한 가벼운 입문서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건 탐닉 시리즈를 몰라서 그랬던 것. 읽다보니 이 탐닉 시리즈는 블로거들이 자신이 탐닉하고 있는 주제로 책을 꾸며간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이 책은 홍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홍차를 즐기는 법을 통해 독자에게 홍차를 즐기는 티타임은 그렇게 고급스럽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초반에는 기분에 따라, 때에 따라 다른 홍차를 마시며 즐거워하는 저자의 모습을 등장하는데, 아쉽게도 이 책에 소개된 홍차들을 대부분 아직 마셔보지 못해서 대체 어떤 향과 맛을 가진 홍차일까 마구마구 상상하면서 읽어나갔다. (특히 궁금했던 것은 마리아쥬 프레르 초코 민트와 실버 포트의 캐러멜 포와르!) 

  단순히 저자의 홍차 애정담을 들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도의 3대 홍차에 대한 설명, 다구 관리 요령, 티백 보관 방법 등의 홍차와 관련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어느 정도 구색을 맞췄다. 대체로 초보자가 읽어도 어렵지 않을 내용들이라 아직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한 나도 가볍게 읽어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홍차를 즐기는 법이 등장했는데, 아직 해보지 못한 우유 냉침과 소주냉침(!)에 꼭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홍차에 탐닉하는 저자의 일상을 보고 있자니 나도 왠지 홍차에 대한 사랑이 뭉글뭉글 솟아나는 기분. 점점 날이 쌀쌀해지니 따뜻한 홍차 한 잔이 고맙고, 즐거워지는 것 같다. 어느덧 하루에 한 잔 이상을 마시지 않으면 아쉬움이 남는 홍차. 세상은 넓고 홍차는 많으니 부지런히 사마셔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봤다. 쌀쌀한 가을에 홍차 한 잔 하며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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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8 - 장 담그는 가을날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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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나름 인기를 더해간 식객의 18권. 영화가 개봉했을 무렵에 출간된 것인지 이야기에 앞서 영화와 원작의 캐릭터 비교를 실어놓았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봉주 역에는 임원희가 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자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 왠지 통한 느낌. 어쨌거나 오랫만에 읽은 <식객>은 여전히 재미있고, 교양에 감동까지 안겨주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장 담그는 가을날이라는 부제처럼 이번 권에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함께 모여 장을 담그는 가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장 담그기 좋은 날을 골라 재료를 정성껏 골라 장을 담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가서 처음 접한 메주도 그림으로나마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제는 기력이 없으셔서 메주도 못 만드시는 게 서글펐다.)

  장 이외에 닭 한마리, 미나리, 불고기와 와인, 갱국과 같은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하는데, 언제나처럼 갓 지은 밥처럼 따뜻하고 맛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지나치게 설명이 많아서 지루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는 것.(특히 장, 와인 부분.) 음식에 대한 정보와 이에 얽힌 이야기를 균형있게 만드는 것은 퍽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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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8-10-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보고는 그 이후로는 안 본 것 같은데... 한번 1권부터 다시 시작할까봐요. 드라마 식객을 본 이후로 한번 봐야지 했었는데.--_;;;

이매지 2008-10-22 20:36   좋아요 0 | URL
이야기마다 편차가 있어서 사실 별 넷 반 정도가 좋을 것 같기도. ㅎ
1권부터 다시 찬찬히 보세요~
가끔 머리 식히기에도 좋아요.
(배고파지는 게 문제겠지만.)
 
베리썸 미네랄 솔루션 스킨 리커버리 블레미쉬밤 SPF21 - 50ml
인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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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이전에 베리썸 수분크림을 사용하면서 비비크림 샘플도 한 번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어서 본품에 욕심이 났는데, 우연하게 화장품 체험단에 당첨되서 사용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비비크림을 사용하는 큰 이유중에 하나가 '편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파운데이션의 커버력은 믿음직스럽지만 바쁜 아침에 꼼꼼하게 화장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기 일쑤. 가볍게 썬크림과 비비크림만으로 어느 정도 커버도 되고 화장 절차도 생략할 수 있어서 비비크림을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이 제품은 그런 과정까지도 팍 줄여주는 고마운 제품이예요. 주름개선+미백+자외선차단의 3중 기능성 비비크림인 이 제품은 자외선차단 정도는 SPF 21로 다소 약한 편이지만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팩트와 함께 사용하시면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아요. 약 10회 가량 사용해봐서 주름개선이나 미백효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효과가 있겠거니하고 왠지 모를 만족감이 드네요. 

  펌프식이라 깔끔하게 사용할 수는 있는데, 이상하게 전 펌프질을 하면 제품이 잘 안나와서 몇 번 헛 펌프질을 하고 제품을 만나곤 해요. 아무래도 제품 자체가 좀 되직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 그렇게 고생해서 짜내지만 정작 얼굴에 펴발라보면 그런 되직함이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게 잘 발려요. 예전에 사용하던 비비크림의 경우는 좀 되직하고 두껍게 발리는 경향이 있어서 스폰지나 파운데이션 브러쉬로 바르곤 했는데, 이 제품은 그냥 손으로 발라도 무난하게 발리는 것 같아요. 거의 로션 하나 더 바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볍네요. 

  향은 특별하지 않아서 향기에 민감하신 분들이 사용하시기에도 무리가 없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T존은 지성이고 U존은 건성, 거기에 민감성 피부를 갖춘 그야말로 가지가지하는 피부인데요 이 제품은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음에도 유분기가 많지 않고, 촉촉하게 발려서 그런지 볼 부위도 많이 뜨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제겐 트러블 없이 무사히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네요.
  요새는 비비크림 쓰시면서 커버력도 많이 따지시는데, 이 제품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들었어요. 일단 바르고 났을 때는 피부톤이 밝아져서(그렇다고 히멀건한건 아니고 환한 느낌이예요.) 만족스러운데 시간이 지나니까 잡티 같은 게 좀 드러나네요. 지속력은 그냥저냥 괜찮은 것 같구요.

  이래저래 불만도 있지만 가볍고 사용하기 편해서 이 제품 받은 이후로는 쭉 이거만 사용하고 있어요. 순하면서도 가볍고 유분기 적은 비비크림을 찾으시는 분들께 괜찮을 것 같은 제품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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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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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일에 대해서는 '먹고 살만하니까', '시간이 남아돌아' 즐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한 편, 책 한 권 읽을 시간조차 없는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2003년 유엔 조사 기준으로 0.8권에 그쳐 166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심지어 15세 이상 국민가운데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10명 중 4명이 넘을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지리도 책을 안 읽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결과에 자신의 독서량을 반성하고 그나마 책이라도 읽어보려는 사람은 발전의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그깟 책 좀 안 읽는게 뭐 문제냐.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자신의 벌이에 만족하고, GDP가 세계 13위라는 현실에 안주해 지금처럼만 살아간다면 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런 안일한 생각을 바꿔줄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시작에서 영화나 소설에서 지구가 멸망하는 내용이 등장할 때 왜 배경이 뉴욕일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순히 돈이 모이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가 모이는 도시이기에 그만큼 앞서가고, 경쟁력을 갖춘 도시라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그림 몇 개를 사들이고, 문화 기업이네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문화인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라이온 킹>은 애들이나 보는 작품이라고 치부하고 티켓값을 아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편견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인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뉴욕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조목조목 우리나라의 문화 결핍을 지적하고 있다. 겉으로만 문화 경영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속있는 문화 경영, 그리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마인드를 고쳐 다양함을 포용하라고 말하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갔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달달 외는 주입식 교육을 받은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수학이나 과학 국제대회에 나가 수상은 하더라도 노벨상은 받지 못하는 것은 결국 문화적으로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의 부재가 순환되고, 결국 시들시들한 양상추가 끼어있는 샌드위치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 이 책은 그런 한국인들에게 유연한 방식으로 타문화를 수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200페이지 남짓의 얇은 분량의 책이라 설렁설렁 읽었지만 의외로 알찼던 책이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이 이어진다는 점과 분량이 너무 적어서 이제 읽을만하다 싶어지면 이야기가 끝난다는 점이 아쉬웠고, 문화적 마인드를 갖추자는 의도는 좋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아 왠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전개되는 것 같았다. 현재로서는 개개인이 문화적인 마인드를 갖는다해도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희박해서 이런 풍토가 자리잡을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자연스럽게 습득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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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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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의 문화수준이 어떤 대접을 받느냐 하는 문제는 사소한 일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학교에 다닌 지 얼마 안 되는 한국이나 일몬 등 동양 아이들은 급식이 입에 맞지 않아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은 미국 학교에서도 좀 다른 대접을 받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김치는 고사하고 김밥도 거의 못 가지고 갑니다. 미국 아이들이 낯설어하고 이상하게 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일본 아이들은 당당히 아보카도를 넣은 일본식 김밥인 '롤'을 싸가지고 갑니다. 일본 음식점을 자주 찾는 미국인들은 롤을 무척 좋아합니다. 미국 아이들도 스시 같은 일본 음식은 최고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가 미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21~2쪽

예술의 출발은 돈이지만, 예술은 미다스의 손처럼 경제를 만듭니다. 예술과 문화를 얼마나 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대가도 달라집니다. -31쪽

뉴욕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중문화는 크리에이션은 잘 못해도 참 크리에이티브합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장르나 문화형태를 개척하는 데는 더딥니다. 그래도 미국 대중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문화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는 못해도 아이디어를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창조는 부족해도, 변형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변형이 바로 뉴욕 대중문화의 연쇄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냅니다. -42쪽

웹 2.0은 이렇게 이용자가 자유롭게 정보와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게 해주는 인터넷 서비스입니다. 기존의 웹1.0이 서비스 제공자가 만들어놓은 작품을 사용자들이 감상하는 수준이었다면, 웹2.0은 서비스 이용자가 백지 위에 원하는 작품을 마음대로 그리고 보여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웹2.0에서는 단순한 뉴스와 정보가 아니라 비평과 여론이 유통되고, 단순히 관람하기 위한 예술과 대중문화가 아니라 보여주고 즐기기 위한 예술과 대중문화가 만들어지고 공유됩니다.
또 그냥 상품이 유통되는 게 아니라 그 상품에 녹아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유통됩니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과 아이콘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문화가 창조됩니다. 한마디로 웹2.0은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전파되는 공간이자 놀이터입니다. 바로 거대한 '문화의 제국'입니다. -55쪽

전세계인이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것은, 그가 단지 뛰어난 사업가이거나 일대 기술혁신을 가져온 테크노크라토(Technocrat)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세계 직장인들은 "미칠 정도로 멋진 제품을 창조하자"고 하는 잡스를 바로 자신의 멘토로 생각하고 싶어합니다. 그의 연설에 감동하고, 그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카리스마를 느낍니다. '청바지'로 대표되는 그의 정신에 매료됩니다. 바로 세계인의 소비문화를 바꾸는 개척자이기 때문에 잡스에 열광하는 것입니다. -65쪽

대표적인 문화기업 이미지를 가진 몇몇 기업을 보면서, 시작도 끝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화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문화적인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제품과 서비스가 결국 회사를 문화적인 기업으로 만들어간다는 얘기지요. 기업 이미지나 제품을 문화적으로 포장하는 노력과 탁월한 문화마케팅이 비결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문화적인 마인드를 키우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고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 머릿속에 문화적 영감이나 상상력을 채워넣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킬 것이 아니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합니다. 주말까지 끼워 연수원에 불러다 앉혀놓고 빡빡한 일정으로 교육시켜봤자 남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더 비문화적이고 더 수동적으로 만들 뿐입니다. -107~8쪽

'샌드위치 한국'이 '딜리셔스 한국'이 되려면, 관건은 문화경쟁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성장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보루는 생산성이라고 했습니다.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노동과 자본 투입량이 같아도 산출량이 크다면 생산성이 높은 것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이 생산성은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가졌느냐에 의해 좌우됐습니다. 그러나 문화적 언어로 소통되는 문화제국에서 생산성은 얼마나 유연한 문화 환경과 콘텐츠를 가졌느냐에 의해 좌우됩니다.
한국의 수많은 시든 양상추 샌드위치 직장인이 딜리셔스해지기 위해서도 관건은 역시 문화경쟁력입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의 경제적인 능력이 문화수준까지 규정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수준이 개인의 경제능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121쪽

한국 사람들은 '문화'라는 말이 나오면 '나이'라는 색깔부터 먼저 규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들 문화' '당신들만의 문화'로 나눕니다.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채널을 보아나 이효리를 연신 보여주고, 또 어떤 채널은 30~40대를 마치 노인네 취급하듯 '7080콘서트'라고 이름 붙여버립니다. 또 50대 이상이 되면 설운도나 태진아만 나오는 <가요무대>만 봐야할 것 같습니다.
문화평론가들은 "외로운 30~40대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줘야 한다"고 점잖게 칼럼을 씁니다. "요즘 대중문화는 온통 10대에 국한되어 30~40대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문화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30~40대가 10대 문화에 근접하기 어려우니, 30~40대용 문화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문화생산자의 도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대체 문화에 나이가 어디 있습니까? 박진영은 나이가 마흔이 다 돼가지만 GOD를 만들고, 비를 만들고, 원더걸스를 만들었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거의 비슷한 스토리와 의상과 노래로 20년째 매주 8회씩 공연되고 있습니다. -124~5쪽

문화는 최신유행과는 다릅니다. 반짝하고 치우는 트렌드와도 다릅니다. 오히려 문화를 나이로 구분하거나, 반대로 세대를 문화로 구분하는 시도 자체가 반(反) 문화적인 것 아닙니까? 물론 세대간 정서차이가 없을 수는 없겠죠.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것을 보고 똑같이 느끼겠습니까? 그래서 아이들과 젊은 세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또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대화 자체가 안 된다'며 답답해하고, 다른 세대보다 '더 상처받고 있다'는 억울함으로 꽁꽁 웅크려 있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문화를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대간 문화의 동맥경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뉴욕의 문화가 번창한 것은 단지 보여줄 그림과 공연이 많아서만이 아닙니다. 나이 불문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도 <라이언킹>보러 가는 어른관객이 많아지면 더 좋은 공연이 계속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125~6쪽

문화와 관련된 모든 게 상품화되면서, 꼭 돈 주고 표 사서 들어가야만 문화마인드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적 마인드의 본질은 "당신, 해봤어?" "얼마나 해봤어?" 식의 질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안 해보고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에 있습니다. 다른 문화, 새로운 것, 비주류에 대한 포용력과 호기심 말입니다.
잭슨 폴록의 난해한 그림을 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목조목 분석하고 공부한 예술이론이 아닙니다. 그건 미술전문가의 몫입니다. 폴록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의 정신세계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어놓는 것입니다. 폴록의 기존 그림기법에 대한 반항, 기존 틀을 엎어버리고자 하는 갈망과 자유의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자세입니다. 상상력과 감성, 그리고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문화의 텃밭에서 자라는 것은 바로 이런 유연성 때문입니다. -1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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