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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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일에 대해서는 '먹고 살만하니까', '시간이 남아돌아' 즐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한 편, 책 한 권 읽을 시간조차 없는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2003년 유엔 조사 기준으로 0.8권에 그쳐 166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심지어 15세 이상 국민가운데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10명 중 4명이 넘을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지리도 책을 안 읽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결과에 자신의 독서량을 반성하고 그나마 책이라도 읽어보려는 사람은 발전의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그깟 책 좀 안 읽는게 뭐 문제냐.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자신의 벌이에 만족하고, GDP가 세계 13위라는 현실에 안주해 지금처럼만 살아간다면 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런 안일한 생각을 바꿔줄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시작에서 영화나 소설에서 지구가 멸망하는 내용이 등장할 때 왜 배경이 뉴욕일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순히 돈이 모이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가 모이는 도시이기에 그만큼 앞서가고, 경쟁력을 갖춘 도시라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그림 몇 개를 사들이고, 문화 기업이네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문화인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라이온 킹>은 애들이나 보는 작품이라고 치부하고 티켓값을 아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편견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인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뉴욕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조목조목 우리나라의 문화 결핍을 지적하고 있다. 겉으로만 문화 경영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속있는 문화 경영, 그리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마인드를 고쳐 다양함을 포용하라고 말하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갔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달달 외는 주입식 교육을 받은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수학이나 과학 국제대회에 나가 수상은 하더라도 노벨상은 받지 못하는 것은 결국 문화적으로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의 부재가 순환되고, 결국 시들시들한 양상추가 끼어있는 샌드위치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 이 책은 그런 한국인들에게 유연한 방식으로 타문화를 수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200페이지 남짓의 얇은 분량의 책이라 설렁설렁 읽었지만 의외로 알찼던 책이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이 이어진다는 점과 분량이 너무 적어서 이제 읽을만하다 싶어지면 이야기가 끝난다는 점이 아쉬웠고, 문화적 마인드를 갖추자는 의도는 좋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아 왠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전개되는 것 같았다. 현재로서는 개개인이 문화적인 마인드를 갖는다해도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희박해서 이런 풍토가 자리잡을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자연스럽게 습득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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