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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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좋으나 궂으나 늘 한결같은 옷을 입고, 지팡이를 들고 거의 텅 빈 가방을 매고 마치 쫓기는 사람처럼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좀머씨. 이 책은 한 소년의 성장과 맞물려, 좀머씨의 기이한 삶과 함께 그의 죽음을 묵묵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이 책을 지은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퍽 괴짜같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문학상을 모두 거절하고, 사진 찍히는 일조차 피하고 있고, 게다가 자신에 대해 발설한 사람은 누구이던간에 절연을 선언해버리면서 계속하여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그. 좀머씨가 "제발 날 좀 내버려두시오!"라고 하는 모습에서 작가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되는 것을 그는 의도한 것일까? 좀머씨의 입을 통해서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일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맛깔스러운 글뿐만 아니라 장자크 상뻬의 그림까지 느낄 수 있어서 이 책은 더 좋았다. 두께도 별로 안되고, 책의 본문은 여백이 많아서 내용은 책보다 더 얇은 것 같지만, 좀머씨가 대체 무엇때문에 그렇게 도망치듯이 걸어다녔으며, 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 등을 해보면서 자연스레 책의 두께를 늘려갈 수 있었다. 더불어, 좀머씨를 바라보는 주인공 소년의 성장이야기도 풋풋하게 읽어갈 수 있었다. 헌데, 실제로 좀머씨에 대한 이야기보단 주인공 소년의 이야기와 그가 좀머씨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하는데, 왜 책의 제목은 좀머씨 이야기일까? 책 속에서는 그렇게 깊이 있게 다루지도 않았으면서...이런 저런 생각만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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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강 밤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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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읽어버린 책. 지난 번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에서 약간 실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문제,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좋으니까.

 이 책은 총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얀강 밤배, 밤과 밤의 나그네, 어떤 체험. 책 속에 등징하는 인물들을 하나같이 어딘가 코드가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하얀강 밤배에서는 유부남과 사랑을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얼마전 친구의 자살로 인한 충격과 유부남 애인의 식물인간 상태의 부인의 죽음을 자신도 모르게 바라면서 서서히 그 기다림에 지쳐가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지쳐감과 무력함을 잠을 잠으로써 회피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두번째 이야기인 밤과 밤의 나그네에는 자신의 오빠의 죽음을 겪은 한 여자와 오빠의 애인이었던 사라, 그리고 사촌이지만 애인인 마리에의 이야기이다. 오빠가 죽어버린 다음에 반쯤은 미쳐버린 마리에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어떤 체험에서는 한 남자를 놓고 하루라는 여자와 삼각관계를 이루던 여자가 술을 마시면 늘 들려오는 멜로디를 듣고 그것이 죽은 사람이 할 말이 있을 때에 그렇게 된다는 말을 들은 뒤, 무당비스무레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서 하루의 영혼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세 이야기는 각각 모습은 다르지만,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하여 살아 남은 사람의 아픔이 나타나있다. 그 허전함, 쓸쓸함, 고독함. 그것과 정면으로 대립하지 못하고 잠 혹은 술 등과 같이 자신의 의식과 멀어짐으로써 회피하는 모습들. 나약해보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도 없는 일이리라. 그런 아픔을 겪은 후에 그들은 지금보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겠지. 자신의 아픔을 딛고 일어 설 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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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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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총 12개의 장마다 하나의 요리가 소개되면서 요리를 만드는 과정과 함께 어우러져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군침을 흘려가면서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으니, 이 책을 읽을 땐 읽을 동안 먹을 양식들을 구비해놓고 보는 수밖에.

 이 책의 구성도 독특하지만, 내용도 조금은 독특하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티타는 가부장적인 성격을 가진 어머니인 마마 엘레나의 막내딸로 막내딸은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집안의 전통에 따라 사랑하는 남자인 페드로와 결혼을 하지 못하고, 페드로는 티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티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한 집에서 살게 된 두 사람이지만, 마마 엘레나의 감시때문에 이야기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으니... 그렇게 티타를 억압하던 상황에서 티타는 의사인 존을 만나게 되고, 정신병원으로 보내달라던 마마 엘레나의 요청에 따라 존은 티타를 데리고 가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보살핀다. 그리고 둘 사이에 사랑이 피어나고...그리고 페드로와 티타, 그리고 존의 이야기가 음식과 어울어져 맛깔스럽게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조금은 외설적이고, 관능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한 관능적이고 외설적인 표현도 음식에 빗대여 표현되기때문에 (예를 들어 도넛을 기름에 넣는 것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과 같은 비유를 들어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어쨋든간에 이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더불어 화도 난다. 티타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 남성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아니라 마마 엘레나라는 여성에 의해서 자행되는 것이며, 그녀의 모습은 어머니의 모습이라기보단 한 나라의 군주로의 모습처럼 너무도 강압적이고, 융통성 없기만 했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도망가지 못하고 그녀의 언니와 함께 사는 쪽을 택하는 페드로의 나약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나라면 존과 페드로중에 어떤 남자를 선택했을까? 열정적이지만 질투도 많고, 나약함도 가지고 있는 패드로를 선택했을까? 함께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고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는 존을 선택했을까? 나의 선택이야 어쨋든간에 티타의 선택은 그녀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것이었으리라.

 영화로도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넉넉한 포만감을 가지고 본다거나 옆에 먹을 걸 쌓아두고 말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멕시코 음식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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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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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을 다시금 읽는 것은 묘한 기분을 갖게 한다. 책을 읽고 있는 지금의 나와 처음 책을 접했던 과거의 내가 만나게 되니까 말이다. 작년에 하루키의 책들을 죄다 읽으면서 이 책을 건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읽었던 책이라는 생각에서였는데, 우연히 헌책방에 들렸다가 사와서 또 다시 빠져버렸다. 책이 나온지 족히 10년은 넘었는데도 아직도 제법 읽히고 있는 걸 보면 이 책은 이제는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은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물론 이 작품보다 다른 책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하루키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고독과 상실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인 와타나베,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 나오코, 미도리, 또, 나오코와의 관계와 와타나베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레이코 여사, 그 외의 몇 몇 인물들. 그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고, 이를 치유하기도, 잠시 묻어두기도하면서 현실세계에 적응해간다. (물론, 나오코와 레이코여사는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곳에서 살고는 있지만...) 그렇지만, 그들 자신도 스스로 자신이 누군지는 100% 알지 못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과 내가 다른 점이 뭘까. 나도 나 자신에 대해서 100% 알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혼란스러운 것을.

 책을 읽고 나니 쓸쓸해진다. 한없는 우울함이 몰려오는 것 같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위대한 개츠비>가 문득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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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에단 호크 지음, 우지현 그림, 오득주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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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에 '가타카'나 '비포선라이즈'를 보면서 나름 흠모했던 에단 호크가 지은 책이라고 해서 배우로서의 그가 아닌 소설가로서의 그의 모습이 어떨까하는 마음에 보게 된 책.

 이 책은 육군 하사인 지미 하트속과 그의 여자친구 크리스티의 이야기이다. 서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냉정과 열정사이가 떠오르긴 했지만, 그보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비판적이고 어떻게 보면 냉소적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둘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불안한 미래때문에 부딪힌다. 이 책은 로드무비의 성향을 띄고 있다는 점과 1인칭 화자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준다. 책의 내용도 뭔가 영화와 같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점에서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너무도 불완전한 사람들끼리의 만남,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한 남자의 애처로운 바둥거림, 그리고 섬세한 감정의 표현과 글을 구사함에 있어서의 에단호크의 글 솜씨에 칭찬을 보내고 싶다.

 생각외로 그에게는 소설가로서의 능력도 있는 것 같으니(몰랐는데 연기와 영문학을 공부했덴다.), 왠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고, 비포 선라이즈에서 작가로 나온 모습도 오버랩되서 생각되고, 이래저래 이 작품을 스스로 머릿속에서 영화화해서 그려버렸다. 왠지 그의 자전적인 소설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한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다소 몇 군데 번역이 껄끄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럭저럭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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