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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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을 다시금 읽는 것은 묘한 기분을 갖게 한다. 책을 읽고 있는 지금의 나와 처음 책을 접했던 과거의 내가 만나게 되니까 말이다. 작년에 하루키의 책들을 죄다 읽으면서 이 책을 건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읽었던 책이라는 생각에서였는데, 우연히 헌책방에 들렸다가 사와서 또 다시 빠져버렸다. 책이 나온지 족히 10년은 넘었는데도 아직도 제법 읽히고 있는 걸 보면 이 책은 이제는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은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물론 이 작품보다 다른 책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하루키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고독과 상실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인 와타나베,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 나오코, 미도리, 또, 나오코와의 관계와 와타나베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레이코 여사, 그 외의 몇 몇 인물들. 그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고, 이를 치유하기도, 잠시 묻어두기도하면서 현실세계에 적응해간다. (물론, 나오코와 레이코여사는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곳에서 살고는 있지만...) 그렇지만, 그들 자신도 스스로 자신이 누군지는 100% 알지 못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과 내가 다른 점이 뭘까. 나도 나 자신에 대해서 100% 알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혼란스러운 것을.

 책을 읽고 나니 쓸쓸해진다. 한없는 우울함이 몰려오는 것 같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위대한 개츠비>가 문득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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