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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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때부터 한 번쯤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번 집었다가 놨다는 반복하다가 결국 1권을 읽다가 때려쳤던 경험이 있었던 이 책. 이 책을 다시 읽기로 결심한데에는 별다른 이유없이 '나 아직 아무도 빌려가지 않았소'하고서 내 눈을 끌었기 때문. 도서관에서 맨날 빌려보는 주제에 눈은 높아가지고 새 책을 좋아하는 기괴한 습성. 그때문에 근 몇 주간을 파우스트를 골골거리면서 읽었다.

 익히 우리가 파우스트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는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넘겨준다는 뭐 그런 식의 내용이다. 물론, 이 얘기는 어느정도는 맞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를 통해서 청춘으로 돌아가기도, 어여쁜 그레트헨과 사랑을 하게 되고, 또 헬레나에게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 끊임없이 파우스트를 시험하고 그의 영혼을 빼앗으려는 메피스토펠레스. 그러나 결국 파우스트가 영혼을 빼앗기려는 찰라에 하늘에서 나타난 천사들이 그의 영혼을 파우스트가 사랑했던(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가 갈라놓았던) 그레첸에게 데려다 준다.

 괴테가 자신의 온 생을 바쳐서 지었다는 이 작품. 물론,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악마의 유혹 속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의 고뇌와 그로인해 발생되는 일들은 이 책이 지어진 수백년 뒤인 지금에도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희극 대본인 이 책을 그저 책으로 만나보는 것은 뭔가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다. 우선, 내 자신이 이 시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무래도 무대위에 올려져있는 것으로 보아야 제격이 아닌가 싶다. 여튼간에 나름대로 버겁게 읽은 책이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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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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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얇디 얇은 책 속에는 무려 4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시험 기간에 머리 식힐 겸 읽을만한 책으로는 적합한 분량의 책. 하지만, 그 내용은 책을 몇 권을 쌓아둬도 닿지 않을만큼 깊다.
 
 첫번째로 실린 <깊이에의 강요>에서는 촉망받는 한 여류 화가가 어느 평론가가 그녀에게 던진 '깊이가 없다'는 말에 고뇌하다가 스스로 그 '깊이가 없다'는 말에 얽매이게 되고 결국은 죽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뒤 그녀의 그림 속에서 깊이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평론가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두번째 이야기인 <승부>에서는 체스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체스에 있어서는 문외한인 나이지만,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려는 체스의 강자와 새로이 등장한 한 젊은 도전자. 그 둘의 경기가 긴장감있게 진행되면서,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수로 체스를 두는 젊은 도전자에게 실제로는 이겼지만, 진실로는 패배했음을 깨닫는 이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세번째 이야기인 <장인 뮈사르의 유언>에서는 보석 세공업으로 성공한 뮈사르라는 인물이 자신의 정원에서 돌조개를 발견하게 되고 이것에 빠져들어 세계와 인간이 점점 돌조개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유언을 빌려 경고하고 있다.

 마지막 이야기인 <...그리고 하나의 고찰>에서는 문학적 건망증, 즉,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책에 대해 잊어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살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들은 읽고 나서도 독자가 어떤 점을 느끼기를 작가가 바란 것인지, 생각해보게 했다. 깊이가 없다는 비평에 얽매여 결국 죽음에 이르는 여류 화가,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외향적으로 홀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던 상대방 마저 혼란스럽게 했던 젊은이의 모습, 점점 조개화 되어가고 있는 지구에 대한 고뇌와 고통에 빠진 보석 세공 장인 등 이러한 여타의 모습들은 단편으로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들을 좀 더 긴 장편 속에서 만나볼 기회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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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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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글귀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자꾸 읽게 된다. 이번에 읽은 웨하스 의자도 그러한 이유때문에 읽게 되었는데, 예상외의 발견이라고 할까?! 내가 지금껏 읽어온 그녀의 작품 가운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38살의 중년이라면 중년이라고 할 수 있을 한 여자. 그리고 애가 둘딸린 유부남인 그녀의 애인. 어린아이와 같은 그리고 마치 손을 대면 부서져버릴 것 같은 웨하스 같은 상태의 여자의 모습, 가끔씩 찾아오는 절망을 쫓아내려고 하는 여자의 모습. 그녀의 일상이 고스란히, 그리고 혼자서 독백을 하듯이 그려지고 있다. 애인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라던지,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에서 그녀에게 많은 부분을 동감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랑의 다른 모습인 절망이 때때로 그녀를 찾아와 괴롭힐 때의 감정이라던지.

 만약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우울한 기분에 잠겨 있거나, 고독하다고 느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그녀에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코끝이 찡해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너무도 안타까운 여자의 모습이 자꾸만 머리 속을 파고든다. 한없이 나약한 한 마리 새같은 여자의 모습. 소설 속에서 또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묘해졌다. 어째 늘 내가 동감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늘 불륜을 하고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아, 그리고 이 책도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애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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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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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때 읽을만한 책으로 짧은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 전체 이야기가 100장남짓되는 짧은 이야기라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물론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좋아서 선택한 책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조나단은 <좀머씨 이야기>에서의 좀머씨처럼 세상과의 접촉을 되도록 피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는 은행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그는 5달 뒤면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된다는 것을 낙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존재는 바로 다름아닌 집 앞 복도에 있는 비둘기. 복도에 온통 똥을 싸놓고, 게다가 날개도 떨어져있는데다가, 그 눈으로 조나단을 쳐다보기까지 한다! 우리의 조나단 그 모습을 보고 그 비둘기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무도 끔찍하게 생각한 나머지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갰노라고 다짐을 하고 짐을 바리바리 싸서 여관에서 지내기로 한다. 그리고 출근을 한 그는 평소와 다른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동안의 자동적이고 기계적인 생활에서 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인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여관에서 묵게 된 날 악천후가 있게 되고, 그는 용기를 내어 집에 가고, 말끔하게 청소가 된 복도와 이제는 비둘기가 없음을 보게 된다.

 '대체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단 말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책은 경비원 조나단의 하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자. 우리의 모습이 조나단과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맞춰진 일과에 따라 하루하루 기계와 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조나단의 이 하루는 일상으로부터의 이탈. 혹은 일상의 기계화를 깨닫게 되는 자각을 담고 있다고 본다. 그깟 비둘기때문에 소심하게 벌벌대고 짐을 싸가지고 나온 조나단을 비웃지 말자. 비둘기는 단지 그가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하나의 매체로 사용되었을 뿐이니까. 만약 비둘기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그는 자동적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떠한 계기때문이던지간에 조나단이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 인식을 하게 되고, 그로인하여 다시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음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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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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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속에는 하루키의 초기 단편들이 실려 있다. 더불어 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서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었다. 대개의 경우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글을 썼는지는 밝혀주지 않으니 궁금한데, 이 책의 경우 하루키는 자신이 단편을 어떻게 지었으면 대충 어떤 시기에 지었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니 왠지 호기심 해결. (이 중에 몇 편을 제목부터 정해놓고 쓰기 시작했다니, 역시 사람마다 이야기를 짓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첫번째 이야기인 <중국행 슬로보트>에서는 자신이 만난 몇 명의 중국인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조금은 코믹하고, 조금은 모자라보이는 이야기에다가 자신의 존재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가 섞여들어간 조금은 가볍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는 않은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인 <가난한 숙모 이야기>에서는 가난한 숙모가 없는 주인공이 가난한 숙모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고,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의 등에 가난한 숙모가 함께 다니는 조금은 기묘한 이야기. 등에 있는 가난한 숙모라는 존재가 생겨나고, 그것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어느날 훌쩍 사라져버린 이야기에서 왠지 모를 허무함이 느껴졌다. 세번째 이야기인 <뉴욕 탄광의 비극>에서는 줄줄이 주변인의 죽음을 겪게 되는 한 사내의 이야기였고, 네번째 이야기인 <캥거루 통신>은 백화점 상품 관리과에서 일하는 한 사내가 레코드 교환을 원한 고객인 한 여자에게 보내는 편지로 황당하기도 하고, 만약 내가 그 여자였다면 '이거 미친 놈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법한 그런 황당한 이야기. 다섯번째 이야기는 <오후의 마지막 잔디밭>으로 아르바이트로 잔디를 깎는 사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일하는 집에서 잔디를 깎으며 겪는 이야기가 보여진다. 내내 차분한 정경이 그려지는 모습. 영화였다면 대사는 몇 마디 없이 화면만 보여지는 영화같았다고 할까. 여섯번째 이야기인 <땅 속에 묻힌 그녀의 작은 개>는 호텔에서 만난 여자와의 이야기로 비오는 풍경이 처음에 제시되서 그런지 비오는 날 인적이 드문 호텔 커피숍에서 읽으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인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에서는 양사나이와 양박사가 등장하는데, 그때문인지 몰라도 <양을 쫓는 모험>이 생각나기도 한. 사실 뭐 내용은 그보다는 추리소설에 나올 법한 무기력한 탐정 같지만. 물론, 뭐 정통 추리소설은 아니고 그저 그런 느낌이었다는...

 한 작가의 처녀작을 읽는 것은 왠지 설레임을 준다. 지금과는 다른 작가의 면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 책은 나에게 설레임을 줬고, 그리고 그런 나의 설레임을 지켜줬다. 그의 다른 장편소설보다는 뭔가 생각할거리는 적은 편이지만, 그냥 가볍게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은게 아닐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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