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정원에서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 레나 안데르손 그림 / 김석희 옮김 / 미래사
나는 꽃을 무척 사랑한답니다.
그건 우리 아파트 위층에 사시는 블룸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예요.
할아버지는 옛날에는 정원사이셨지만 지금은 은퇴하셨어요.
나는 할아버지 댁에 가서 프랑스 화가인 클로드 모네에 관한 책을 보는 게 즐거워요.
모네 역시 꽃을 사랑해서 많은 꽃그림을 그렸어요.
책에는 아름다운 모네의 정원 사진도 실려 있어요.
"모네의 정원에는 어떻게 갈 수 있죠?"
"우선 파리에 가야 돼."
"파리는 너무 멀잖아요."
"그래, 하지만 갈 수 없는 건 아니야."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파리에 갈 준비를 모두 끝내고 8월에 떠났어요.
수련이 8월에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에스메랄다 호텔'에 묵었어요.
호텔은 작고 낡았지만 파리 시내를 흐르는 센 강 근처에 있었어요.
에스메랄다는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에 나오는
집시 여인의 이름을 딴 거예요.
파리에 온 첫날,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마르모탕 미술관'에 갔어요.
이 미술관에는 모네의 그림이 많아요.
책에 실린 그림을 보는 것과 '진짜'를 보는 것은 전혀 달랐어요.
우리는 하얀 수련 두 송이가 그려진 그림 앞에 서 있었어요.
나는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 보았어요.
그랬더니 수련은 물감 얼룩에 지나지 않았어요.
내가 다시 뒤로 물러서자, 수련은 연못에 있는 진짜 수련으로 바뀌었어요.
참으로 신기한 마술이었답니다!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잠시 작은 배가 그려진 그림 앞에 앉아 있었어요.
"저 배가 아직도 거기에 있을까요?"
"내일 보러 가자꾸나."
이튿날 아침 일찍, 우리는 생라자르 역에서 열차를 타고 센 강을 따라 달렸어요.
강변을 지나고, 크고 작은 배들과 선착장, 집들,
강둑에 축 늘어진 수양버들과 높이 솟은 포플러 나무들을 지나갔어요.
우리는 베르농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내렸습니다.
역에는 자전거를 빌려 주는 곳이 있어서
'클로드 모네 기념관'이 있는 지베르니 마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었어요.
마침내 우리는 도착했어요!
정원에는 크고 많은 꽃들이 즐비했어요.
할아버지와 나는 경치를 구경해야 할지, 아니면 사진을 찍어야 할지
결정하기가 무척 어려웠어요.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를 졸졸 따라왔어요.
나는 모네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뒷계단에 나와 앉았어요.
나는 집에 보낼 그림 엽서에다 이렇게 썼어요.
"우리는 이곳에 앉아서 모네 가족을 흉내내고 있답니다.
정원은 너무너무 멋있어요.
이제 우리는 수련 연못을 보러 갈 거예요."
"할아버지, 저것 좀 보세요! 저기 일본식 다리가 있어요!"
마침내 다리 위에 섰을 때, 나는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였답니다.
"연못 저편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 다리를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째서지?"
"이 다리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인상'을 얻기 위해서예요. 모네처럼요."
하지만 건너편에 도착했을 때쯤, 내 인상은 모두 사라졌어요.
하지만 모네는 인상을 붙잡는 '훈련'을 쌓았어요.
모네는 날마다 다리를 주의깊게 관찰해서 그렸는데
똑같은 그림은 한 장도 없었어요.
나는 여러 각도에서 연못 사진을 찍었어요.
내가 수련을 카메라에 담고 있을 때면,
블룸 할아버지는 내가 연못에 빠질까 봐 가슴을 졸였지요.
우리는 모네의 정원으로 흘러드는 뤼 강 어귀에서 도시락을 풀었어요.
오는 길에 사온 염소치즈와 고기파이, 사이다도 좋았고
특히 바게트 빵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이 있었어요.
점심을 먹은 다음, 나는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았어요.
파리를 떠나는 날, 블룸 할아버지가 여섯 시에 나를 깨웠어요.
"지금 당장 일어나면, 멋진 걸 한 가지 더 볼 수 있을 게다."
"정말요? 그게 뭔데요?"
"센 강의 해돋이 장면."
"저는 졸리니까 할아버지 혼자 가세요."
하지만 나는 결국 할아버지와 함께 밖으로 나갔어요.
우리는 첫 햇살을 보며 모네가 그린 해돋이 그림을 떠올렸어요.
우리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여행이 끝났어도 즐거움이 남아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나는 게시판에 파리 여행에서 가져온 그림 엽서, 입장권과 차표,
비둘기 깃털 한 개와 모네의 정원에서 만난 모네의 의붓 증손 사진을 핀으로 꽂아 놓았어요.
이제는 내가 파리와 모네의 정원에 갔다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에펠탑은 어땠니?"하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답니다.
"에펠탑은 볼 시간이 없었어.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을 봐야 했거든."
모네의 그림 좋아하세요?
저에게 모네는 그림을 보는 눈과 마음을 열어 준 화가랍니다.
모네의 그림을 통해 다른 그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제게는 그림 선생님이나 다름없죠.
이 책은 모네의 정원과 관련된 책들을 찾다가 알게 되었어요.
주인공 리네아가 일본식 다리 위에서 기뻐하는 모습의 표지에 단번에 마음이 사로잡혔어요.
언젠가 저 자리에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하며 꿈을 꾸는 것도 좋았어요.
그 언젠가가 온다면 저도 리네아처럼 유명한 에펠탑보다는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에, 아를에 있는 고흐의 방에,
슈와젤에 있는 미셸 투르니에의 집을 보러 갈 거예요.
이 책의 주인공 리네아는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 소녀를 모델로 했어요.
검은색 머리의 동양적인 얼굴만 봐서는 한국에서 파리로 떠나는 건가 했는데...
아무래도 블룸 할아버지가 이름도 얼굴도 한국 사람같지 않아서 헷갈리셨을 거예요.
리네아는 이 책의 그림을 그린 레나 안데르손의 실제 딸이라는데
입양한 딸을 모델로 그림을 그린 걸 보면 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아요.
이 책은 단순히 모네의 정원을 다녀오는 여행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모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있어요.
페이퍼에 소개하는 글은 정말 극히 일부분의 글들이에요.
그러니 글을 읽을 줄 아는 나이대의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또 모네와 관련된 사진들도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작은 모네 안내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랍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