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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ㅣ 일공일삼 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평점 :
얼마 전, 집에 있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시 읽으려고 찾는데 도무지 보지 않아서 샅샅이 책장을 뒤지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안 그래도 '재미있다던데 도서관에서 빌려서볼까?'라고 생각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집에 있다니! 게다가 내가 어릴 때 이 책을 읽었었다니. 하기사 나의 기억력이란 보잘 것이 없어서 그럴 만도 했지만 정말 등잔 밑이 어두워도 너무 어두웠나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결국 못 찾았지만 그 대신에 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클로디아와 비밀을 나누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어린 시절의 나와 만나는 즐거움도. (책 사이사이에 과자부스러기가 있는 걸 보니 어릴 때는 과자 먹으면서 책 봤나보다. 이제는 안 그러는데...)
맏딸인 클로디아는 집안일도 도와야하고, 동생들도 챙겨야 하는 생활, 게다가 부모님은 그녀에게 무심한 상황 속에서 가출을 결심한다. 그리곤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돈이 필요해지자 동생 중에 구두쇠인 제이미를 끌어들여 함께 가출을 하고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숨어들게 된다. 가출치고는 모범적인 장소에서 생활을 하게 된 그 들. 미술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하더니 마침 박물관에 온 '천사의 상'의 작가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조사까지 시작한다.
클로디아는 가출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깔끔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없는 돈 털어서 빨래방에서 빨래를 하기도 하고, 분수에서 샤워를 하기도 한다. (단순히 샤워만 한게 아니라 돈까지 줍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 ! )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로디아는 제이미와 함께 모범적인(?) 가출생활을 한다. 가출이라는 것이 결코 옳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클로디아는 가출을 통해 나름의 목적을 갖게 되고, 가출 전보다 더욱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그지고 그들이 가출의 종착지에서 만나게 되는 프랭크 와일러 부인의 이야기들도 클로디아의 성장에 일조하는 것 같다. 친절하고 자상한, 게다가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프랭크 와일러 부인. 조금은 괴팍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멋진 할머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미술관으로의 가출. 생각만해도 흥미로운 일인데, 게다가 모험과 비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니. 나도 클로디아처럼 가출을 해봐 ? (이제는 가출이 아니라 출가나 독립인가. -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