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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모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 - 3단계 ㅣ 문지아이들 7
다니엘 페나크 지음, 장 필립 샤보 그림,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을 읽은 것은 제가 다니엘 페나크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이 글을 읽다 보면 당신은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리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는 사람은 까모임이 분명하지만 까모의 친구가 이야기를 주도하기 때문입니다.
까모와 엄마는 어느 날, 내기를 하게 됩니다. 영어를 잘 하지 못 하는 까모는 석 달 만에 영어를 잘 하게 될 것이고 직장에서 이주일도 못 돼 쫓겨난 엄마는 석 달 동안 직장에 취직하여 쫓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을 걸면서 말이죠.
까모는 맨 처음엔 여유만만한 자세로 엄마의 행동을 지켜 보지만, 엄마는 까모에게 바벨 에이전시라는 펜팔 상담소의 펜팔 상대자 목록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항상 바쁘게 직장에 다니면서 일을 합니다.
점점 초조해지는 까모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아무 문제 없이 직장을 잘 다니고 있었고 까모도 그 펜팔 상대자 목록에서 캐서린 언쇼라는 영국 여자아이를 골라 편지를 주고 받게 됩니다.
이 글의 백미이자 웃기고 독특한 것은 까모와 캐서린이 주고 받는 편지 내용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입니다.
맨 처음 까모는 로스트 비프라는 이름으로 캐서린을 부르면서 다소 툴툴거리고 버릇 없어 보이는 건방진 편지를 영국아이 캐시에게 보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까모가 정한 펜팔 상대자의 이름이 캐서린 언쇼라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에밀리 브론테가 지은 폭풍의 언덕이라는 영국 옛날 책을 이미 읽었기 때문에 캐서린 언쇼라는 이름이 누굴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저는 까모의 펜팔 상대자의 이름이 바로 캐서린 언쇼라는 것을 맨 처음엔 '뭐, 영국애들 중 자기 나라 옛날 책 등장인물 이름 가지고 있는 애들이 있겠지'하며 대수롭잖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국 여자아이 캐서린 언쇼가 보낸(맨 처음에는 까모의 그 기분 나쁜 애칭에 답이라도 하듯 까모를 '개구리 새끼'라고 불렀죠) 편지에서 저는 그 캐시가 진짜 소설책의 등장인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저는 그 당시에 까모 친구처첨 어떤 미친 작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죠.)
그래서 전 그 바벨 에이전시라는 펜팔 상담소에 어떤 마법의 힘 같은 것이 깃들어 있어 그런 한 1700년대 아이들과 펜팔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래의 일을 뻔히 알고 있는 예언자처럼(구슬을 들여다 보면서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는) 덤덤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그러나 정작 제가 맞이한 이야기의 결말 즉, 까모 친구의 노력으로 벗겨진, 캐시를 둘러싸고 있는 베일 뒤의 세계는 놀라웠습니다.
까모 엄마가 찾은 직업이란 것은 바로 파리의 아이들 중 두가지 언어를 배우고 싶지만 그 언어를 배우는 것이 지루하고 그래서 재미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아이들에게 직접 여러 나라의 옛날 책 속 주인공의 답장을 보내 주는 것이었던 것입니다.(참고로 이 책에는 까모 엄마가 유럽의 거의 모든 언어에 유창하다고 써져 있습니다.)
맨 마지막으로 까모는 엄마의 권유대로 폭풍의 언덕(영어로 쓰여 있죠)을 집어들고 빠져듭니다.
여러분들은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겨 가면서 모든 이상한 사건들의 베일을 조금씩 조금씩 벗겨 가는 듯한 긴박감과 추리하는 느낌을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 책에는 사춘기 아들을 향한 까모 엄마의 애틋한 사랑을 느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나름대로 독특하고 신선한 재미도 있고요.
그럼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