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그저 허리가 좀 피곤했을 뿐이라 생각했는데, 어째 한쪽 다리가 때때로 저릿저릿 하다가 말아서 (살이 찐 탓에) 바지가 끼어서 혈액순환이 안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러다 지난 목요일 잠들 때까지 다리가 저릿저릿. 엄청나게 불편한 밤을 보내고, 금요일 오후 퇴근길에 동네에 있는 정형외과에 들렀다. 인터넷에서 한쪽 다리만 저리면 좌골신경통 어쩌고 하길래 그건가 싶었는데, 그냥 디스크 초기랜다. 원래부터 허리가 안 좋아서 고3때도 물리치료 받으러 다니고 그랬는데, 1년 동안 책상 앞에 주구장창 앉아 있다보니 다시 도진 모양. 그래도 뭐 심하지는 않아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물리치료 받고, 견인치료 하면 한 달 정도면 괜찮아질 꺼라고. 금요일에 물리치료 받고 나니 다리 저림은 풀렸고, 오늘 또 한 번 가서 치료 받았더니 허리가 한결 가뿐하다. 구석진 자리라 그냥 하루 종일 자리에 처박혀 있었는데, 이제 좀 왔다갔다 하면서 스트레칭도 해야겠다.

2.
예전에 독자 입장에서 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생활 곳곳에 오자가 숨어 있다. 오자를 볼 때마다 고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물론 나도 100퍼센트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요즘 부쩍 눈에 거슬린다. 뭐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닌 듯도 싶은 것이, 합정역 근처에 있는 편집자 출몰 카페에는 메뉴판에 누가 교정부호를 해놓기도;; 어쨌거나 요새는 책을 읽어도 오자 잡는 것은 기본이고, 띄어쓰기(이거는 출판사마다 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명백한 띄어쓰기 오류인 경우), 하시라가 빠진 경우(페이지 옆에 책 제목이나 장 제목이 들어가는 부분), 동일한 사람의 이름을 잘못 표기한 경우 등 다양한 실수들이 눈에 띈다. 편집도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이런 흠(?) 없는 책이 어디 있겠냐마는, 다른 이들이 실수한 걸 볼 때면 '나도 조심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3.
요즘 기획에 욕심을 내고 있는데, 지난 번에 팀장님 컨펌을 받은 기획서는 국장님 컨펌까지 받고 저자에게 연락을 취해봤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일단은 올해는 여력이 없고, 그 주제로 책을 쓴다고 해도 내년은 돼야 가능할 것 같다고. 아흑. 그래도 이것도 인연인데 종종 인사나 드리고 기회를 다시 노려보련다. 뭐 기획이란 게 원래 한 번에 통과되면 재미 없다는 동료의 말을 위안 삼아 다른 기획거리를 찾아 고고씽, 하고 싶지만 지금 잡고 있는 원고가 너무 많아서 여력이 없다. 끄응-

4.
지난 번 강연회가 끝나고 저자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가 책의 운명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저자가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쓴 책은 출판사에서 홍보도 제대로 안 해줘서 그냥그냥 팔리고("좋은 책은 알아서 팔립니다"라는 도 닦는 소리를 했다고) 그냥 대충 쓴 책은 의외로 대박이 났다고. 사실 우리 회사에서 쏟아지는 책만 해도 한 달이면 수십 권인데, 그중에서 살아남는 책은 일부고, 대부분은 조용히 사라진다. 출간된 뒤 2주면 어느 정도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책의 운명이랄까. 어쩐지 안쓰럽고, 안타깝다.

5.
이번 달에 우리 팀에서 나오는 책이 세 권(더 되려나?!)인데, 어쩐지 다른 팀원들의 책이 나올 때면 나와 고전문학전집을 진행하는 동기는 다른 팀원들 덕분에 먹고 산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감사는 얼른 읽고 리뷰 하나 쓰는 것 정도일까나. 어쨌거나, 읽을거리가 늘어나서 좋지만, 한 편으로는 미안한 마음. 아, 나도 빨리 고전문학전집 내고 싶다.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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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3-2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슨 직업병이 맞는듯 싶구랴...
바쁘겠지만, 바쁘지만 종종 일어나서 몸도 풀어주고 그래야 겠네요. 어휴.. 지금부터 아프면 나중에 애 낳을때 고생해요.

이매지 2010-03-22 22:58   좋아요 0 | URL
담배 피는 사람들은 종종 담배 피러 나가느라 일어나는데, 저는 화장실 갈 때나 일어나니 너무 오래 앉아 있나봐요. 담배 안 펴도 좀 돌아다녀야겠어요. 쩝.

2010-03-22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2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10-03-23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벼운 디스크가 있어서 한쪽 다리만 저려요...ㅠㅠ
미국에서 물리치료 좀 다니다가 때려쳤는데 다시 가야되나 하고 있답니다;
허리나 다리도 그렇고 눈도 많이 피로하실텐데 가끔 휴식도 취하면서 쉬엄쉬엄하세요~

이매지 2010-03-23 09:52   좋아요 0 | URL
키티님도 -_ㅜ
어쩐지 미국에는 물리치료도 비쌀 것 같아요.
그나저나 감기는 좀 어떠세요?

조선인 2010-03-23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까페에 앉아 있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모두 광고지 교정을 보고 있었죠.

이매지 2010-03-23 09:53   좋아요 0 | URL
무의식적으로 교정 ㅎㅎ
조선인님도 그러셨군요! ㅎㅎㅎ

하늘바람 2010-03-2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너무나 잘 보이는 이매지님 생활이에요. ㅎㅎㅎ 기획 그래도 꾸준히 욕심내 보세요 기획자에 이름도 올려보시고요.

이매지 2010-03-23 09:54   좋아요 0 | URL
첫 기획으로 기획 이름 올리는 건 무리였나봐요~
그래도 뭐 다른 거리를 찾아봐야지요. ㅎㅎ

2010-03-23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3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2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수업 끝나면 쉬는 시간 있듯이 직장인도 쉬는 시간 있어야 돼요.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문제지만 장시간 모니터를 보고 있는 것도 나쁘잖아요.
그러면서 알라딘 서재에 몇 시간째 있는 나는...이거슨 직업병도 아니잖아.ㅋㅜㅜ

이매지 2010-03-23 09:54   좋아요 0 | URL
모니터가 좀 낮게 있어서 얼마 전에는 모니터 받침대도 샀어요.
눈 높이가 맞으니까 목이 한결 편하네요 :)
순오기님은 반은 알라딘 직원? ㅎㅎ

순오기 2010-03-24 22: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알라딘에서 나를 알바로 쓰면 잦은 실수는 줄어들지도...
직원은 아니어도 사실 나한테 상줘야 될 일은 있는데...ㅋㅋㅋ

이매지 2010-03-24 22:13   좋아요 0 | URL
요새는 워낙 고객서비스에서 미스가 많이 나서,
한편으로는 좀 불쌍해요 -_-;
순오기님에게 상 줘야 할 일은 뭔가요? +ㅁ+

L.SHIN 2010-03-2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 몇 달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었더니...
괜찮았던 등과 허리가 급격히 안 좋아졌어요.ㅡ.,ㅡ

그런데, 책도 광고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아무리 좋은 책도 광고로 세상에 알려주지 않으면, 유명한 작가가 아니고서야 쉽게
묻히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출판사가 모든 작가의 책을 홍보해주는 것도 아니고..
작가 사비로 광고하기에는 돈이 어마어마하죠..이래저래 안타깝습니다.

이매지 2010-03-23 22: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의자도, 광고도 중요하죠.
요새는 유명한 작가의 책도 종종 묻힐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인 듯.

sweetrain 2010-03-2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허리와 무릎이 안 좋아요.
고등학교때도 허리가 안좋아서(디스크) 애를 먹었는데;;
아마 제 업무 특성상 하루에도 몇번씩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서 그런듯;;;


이매지 2010-03-23 22:24   좋아요 0 | URL
컥. 저는 운동 부족이라 계단이라도 오르내릴까 생각중이예요.
운동도 너무 안 안하다보니까 허리도 더 아픈 듯.
단비님도 건강 관리하세요!

후애(厚愛) 2010-03-2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빨리 고전문학전집 내 주세요~ ㅋㅋ
나오면 제가 바로 구매할께요 :)
항상 건강하세요.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더 중요합니다.^^
종종 놀러올께요~

이매지 2010-03-24 13:05   좋아요 0 | URL
후애님을 위해서라도 빨리 내야겠는데요 ㅎㅎㅎ
종종 놀러오세요 :)
후애님과 저도 서로 눈팅만 하는 사이였군요 ㅎㅎ

머큐리 2010-03-2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이 제가 존경하옵는 편집자셨네요..ㅎㅎ 좋은 책도 많이 내시고 참신한 기획도 많이 제출하시고...무엇보다 건강하세요...(똑같이 운동하지 않은 제가 이런말을 드려 좀 뻘쭘하긴 합니다)

이매지 2010-03-24 22:53   좋아요 0 | URL
저는 머큐리님의 존경을 받을 정도로 빼어난 편집자가 아닙니다ㅎㅎ 아직 걸음마 단계예요 :)
요새는 집에서 싸이클링이라도 하고, 물리치료 받았더니 좀 살만해졌어요~ㅎㅎㅎ 머큐리님 함께 운동합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