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 유스케의 원작소설 <검은집>을 그야말로 오싹하게 봤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검은집>에 대한 기대도 커져갔다. 캐스팅이 약간 미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배우의 열연때문인지, 내가 그 배우에 대해 잘못 생각해오고 있었던 것인지 제법 그럴싸한 인물을 그려냈다. 



  보험회사 사정담당자로 첫 출근을 한 준오. 그가 처음으로 만난 고객은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해 120일마다 병명을 바꾸는 사람. 준오의 상사는 그런 사람은 사기꾼이라며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준오는 되려 그 남자의 아이를 들먹여 양심에 호소한다. 이렇듯 준오는 다소 바보스러우리만큼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한 여자에게 자살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냐는 전화가 찾아오고, 어린 시절 동생의 자살을 경험했던지라 회사의 규칙을 어기고 고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얼마 뒤, 수금원과의 마찰이 있어서 항의가 들어왔는데 준오를 콕 찝어 지명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게 된 검은 집. 준오는 그 곳에서 그 집 아들이 목을 매 자살해있는 것을 발견하고, 혹 부친(충배)에 의한 살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보험금 지급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충배는 매일 3시가 되면 찾아와 준오를 찾아 어서 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협박(?)을 한다. 그렇게 충배와 관련을 맺게 된 준오는 가서는 안되는 영역까지 걸어가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원작을 워낙 무섭게 봐서 그런지 영화가 원작보다 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다소 느린 전개때문에 살짝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속도가 붙어 괜찮았지만. 또 하나, 불필요한 연장전(?)과 같은 부분이 있어서 저 부분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나는 그렇게 약간 아쉬움을 느꼈지만 대체적인 관객들은 '무섭다'는 반응들이었던걸로 미뤄보아 무섭기는 했는 듯. 내가 어떤 공포영화를 보고도 무서워한 적이 없기때문에 무서움을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같이 간 사람도 몇 번이고 화면에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아 무섭기는 했던 것 같다. (무서웠던 건지 잔인했던 건지)



  영화 속에 나온 말처럼 사이코와 사이코패스는 다르다. 단지 죽이고 싶어서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와 그 사람을 죽이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예를 들어,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죽이는 사이코패스는 격이 다르다. 사이코에게는 인간의 마음이 있다면 사이코패스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은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고, 자신의 앞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없애버리는 것. 그게 사이코패스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치료법도 없고, 사회로부터 격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런 사이코패스의 실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현실에서 만나고 싶지도 않다) 이 영화 속에서는 '냉정한 살인마'보다 조금 더 심한 정도로 표현된 듯. 한국 영화에서는 낯선 소재이긴 했지만 오히려 사이코패스라는 장치를 이용함으로 개연성을 쉽게 획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황정민을 제외하고 크게 유명한 배우가 없어서(인지도면에 있어서) 지나치게 황정민에게 기대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행히 박충배 역을 맡은 강신일이나 충배의 아내 역을 맡은 유선이 영화와 잘 어울러졌던 것 같다. (유선은 캐스팅됐을 때 사실 내 걱정을 가장 많이 샀던 배역인데 여배우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배역에 몰입을 잘한 듯) 준오의 애인으로 나온 김서형의 비중이 너무 작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캐스팅도 이만하면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의 포스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간 나온 한국 공포, 스릴러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는 손색이 없었던 영화였다. 영화가 나오기 전 모 미스터리소설 클럽에서 어떤 분께서 이 영화는 '모 아니면 도'가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걸 봤는데, 내 생각으로는 모까지는 안되도 윷정도는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보는 편이 더 괜찮을 것 같은 영화였다.


덧) 표를 나눠주신 아프님께도 감사를~ㅎ
참고로 첫번째 사진은 원작자인 기시 유스케입니다.
영화 속에 엑스트라로 나온다고 하던데(보험회사에 찾아온 고객으로) 발견을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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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검은 집>
    from Mrs. Nobody 2007-06-24 00:58 
    어제 남편과 동네 극장에서 <검은 집>을 봤다. 사실 포스터도 어설프고, 황정민도 왠지 안 어울려 보여서 별 관심 없었는데. 알라딘에서 기시 유스케의 소설을 원작으로 ...
  2. 검은집
    from 윤소니서재 2007-07-06 17:38 
    http://blog.aladdin.co.kr/trackback/imagination7/1327990    
 
 
마늘빵 2007-06-19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오셨군요. :) 저도 보고팠는데 어제 레폿한다고 집에 있어놓고는 일찍 자버렸습니다.

이매지 2007-06-19 12:34   좋아요 0 | URL
갔는데 아프님 이름이 없다고 해서 난감.
그렇지만 뭐 영화 시간이 임박해서 그냥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갔다가 깜짝 손님으로 황정민이 와서 무대인사까지 했다는 ㅎㅎ

프레이야 2007-06-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소설 원작이군요. 이 영화 기대되는 걸요. 마지막 사진의 저 배우, 조연으로
연기 잘 하지요.

이매지 2007-06-19 14:46   좋아요 0 | URL
강신일씨도 그렇고 유선씨도 그렇고 원래 연기는 잘하는 배우들인데 아무래도 인지도가 떨어지다보니 밀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괜찮았어요^^ 혜경님도 한 번 보세요^^ 영화도 보시고 책도 보시면 올 여름 시원하게 보내실 수 있을 듯 ㅎ

스파피필름 2007-06-1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정민 검은 뿔테안경을 쓰니 이미지가 굉장히 달라보이네요.. 소설을 먼저 읽고 볼까 갈등중이에요.. ㅋㅋ

이매지 2007-06-19 15:49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는 일단 영화를 보시고 소설을 읽으시는 게 더 좋을 듯.
전 영화보다 소설이 더 좋았거든요^^

윤소니 2007-07-0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섭게 읽은 책인데.. 영화로 보니 새롭더군요.. ㅋ

이매지 2007-07-06 19:32   좋아요 0 | URL
책은 정말 무서웠는데 영화는 글쎄^^;
그래도 뭐 보통이상은 된 것 같았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