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혁명 - 매일 밤 조금씩 인생을 바꾸는 숙면의 힘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정준희 옮김 / 민음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잠이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잠을 잘 못자면 그 다음날 하루가 아주 불쾌해진다. 나는 흔히 말하는 잠귀가 어두운 사람인데, 달리 말하면 업어가도 모를 만큼 숙면을 취하는 수면 습관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은 그렇지가 않았다. 자겠다고 누운지 4시간째 흘러가고 있을 땐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ㅁㅊㄴㅁㅊㄴ 하기를 멈추고 그냥그냥 있었다.

 

 

175~176 쪽

꿈은 반복해서 꿀 수 있는데, 이러한 꿈에 흔히 등장하는 주제는 떨어지는 꿈, 시험을 망치거나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꿈, 쫒기는 꿈,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알몸으로 있는 꿈, 혹은 지각하는 꿈(이것은 내가 가장 많이 자주 꾸는 꿈이다.) 등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갖가지 형태로 지각하는 꿈을 자주 꾼다. 그중에는 회의에 늦는 꿈, 저녁 식사에 늦는 꿈, 비행기 시간에 늦는 꿈, 심지어 내 결혼식에 늦는 꿈도 있었다. 결혼식을 제외하고, 그 꿈들 모두가 때때로 현실로 나타났다.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나 스트레스 요인이 반영되어 있는 꿈은 종종 걱정이나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그러한 꿈을 더 이상 꾸지 않는다면, 근원적인 갈등이나 걱정이 해소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복해서 꾸는 꿈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의대생들의 꿈을 조사한 프랑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시험에 대한 꿈을 꾼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실제로 학생들이 시험에 관한 꿈을 꾸는 빈도와 실제 시험 점수 간에 상관관계가 있었다. 심지어는 (시험 시간에 지각을 한다든지, 답을 잊어버린다든지 하는) 부정적인 꿈을 꾼 경우에도 그러하다. 이러한 꿈은 그만큼 공부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뇌가 실제 시험에 대비해 예행연습을 하는 데 꿈이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연구의 집필진들은 이렇게 말했다. 꿈을 꿈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즉각적인 이점은 잠에서 깨어난 뒤 자신의 지식 가운데 취약한 부분을 찾아보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이점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꿈에서 경험한 끔찍한 상황(맹장염에 걸리거나 지각을 하거나 시험에 참석하지 못한 상황)과 다음 날의 보다 편안한 현실 상황 사이의 대조적 차이 덕에 학생들은 불안함을 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마음을 안정시켜 줄 수 있고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벼락치기 공부를 하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술이 덜 깬 좀비 같은 상태로 시험장에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269

노고에 지친 나는 서둘러 침대로 가

여독 어린 사지에 소중한 휴식을 주지만

그때 내 머릿속엔 여행이 시작되어

몸의 일이 끝났을 때 마음이 일을 하네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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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0-20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인 저는 지금도 한 번씩 시험치는 교실에 늦어 허둥지둥 하거나 시험을 치는데 죄다 모르는 문제여서 눈앞이 깜깜해지는 악몽을 꾸는데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긍정적인 의미라면 시험을 한 번 쳐볼까요??ㅋ
내친구중 한 명도 지금 내나이가 몇인데 본인도 시험장에 지각하는 악몽을 꾼다더라구요! 아~나만 그런게 아녔구나!안심하는데 친구 신랑이 하는 말이 본인은 군대 다시가라고 영장이 나오는 악몽에 한 번씩 시달리는데 똑같네?하더라는군요^^

고양이라디오 2016-10-20 23:07   좋아요 1 | URL
뭔가 현실 속의 불안감 초조감 스트레스 등이 꿈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요? 저도 가끔 꿉니다ㅠㅋ
최근에도 꿈 속에서 다음 날이 시험이라 후달려하면서 공부를 했다는...ㅜㅋ

icaru 2016-10-24 17:09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수학 시험을 그렇게 봐쌓네요~ 꿈에서 ㅎㅎㅎㅎ 학교라는 데를 졸업한 이후 줄곧 그랬어요~~ 희한해요!
맞다 군대 영장 다시 나오는 꿈은 진짜 다들 꾼다고 하대요!! 책나무님 부군님됴?? ㅌㅋㅋ 예외없이 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님도,, 제대하신지 얼마 안 되시나보다!! ㅎ

책읽는나무 2016-10-24 21:09   좋아요 1 | URL
아~~~다들 똑같군요?^^
처음엔 저만 그런줄알고 부끄러워 아무한테도 말안했거든요
내가 학창시절 시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 괜스레 예민하단 소릴 들을까봐서요ㅜㅜ

고양이 라디오님 댓글을 읽어보니 불안,초조,스트레스 이런게 맞는 것같아요ㅋㅋ
지인들은 절더러 늘 예민하게 굴지 말고 맘을 편히 가지고 살라고들 말하는걸 보면~~~그렇군요^^

요즘은 시험공부를 너무 안해서 그런가?시험보는 꿈은 좀 덜꾸네요^^
하지만 지진이 있었던탓에 가끔 짐 싸들고 피신하거나 집이 무너지는 꿈을^^

고양이라디오 2016-10-24 21:24   좋아요 0 | URL
제 주변에도 시험보는 꿈 꾸는 친구들 많아요ㅎㅎ

지진꿈도 시험보는 꿈 이상으로 상당히 무서울것같네요ㅎㄷㄷ

기억의집 2016-10-20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아파트에서 우연히 자주 마주치다가 사귀게 된 언니가 있는데 이 언니가 올해 초부터 불면증이 생겼어요. 어휴. 저는 불면증이 얼마나 고치기 힘든 병(?)인지 이 언니 보고 알았네요. 한달 새 잠을 못 자니깐 사람이 마르더라구요. 약간 통통한 언니였는데 밤에 잠을 못 자니 식욕도 안 생기다 하네요. 한달 사이에 몰라보게 말라서 걱정 많이 했어요 지금은 한 두시간은 푹 잔다고 하는데. 한동안 자기가 잠을 자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잠을 잠을 제대로 자는 게 복이더라구요.

고양이라디오 2016-10-20 23:08   좋아요 0 | URL
그정도면 치료가 필요하겠네요...

기억의집 2016-10-20 23:13   좋아요 1 | URL
병원, 한의원 다 다녔는데 병원에서 처방해준 메타민인가 왜 에이미가 복용해서 말많은 약을 처방 받았는데 그 약을 먹으면 온몸의 신경이 다 살아나는 것 같대요. 두세번 복용하다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져서 유명하다는 강남한의원도 다녔는데 안 되더라구요. 그나마 요즘 조금 나아진다고 하는데 예전만 못하다곤 해요. 잠 한번 푹 자는 게 요즘 이 언니 소원이에요!

고양이라디오 2016-10-20 23:28   좋아요 0 | URL
<수면혁명> 꼭 읽어보라고 하세요ㅜ 운동을 하고 햇빛을 많이 쬐시라고 조언해주세요ㅠㅠ

기억의집 2016-10-20 23:27   좋아요 1 | URL
이 책이 정말 효과 있을까요?! 이 언니가 잠을 자고 싶어서 낮에 하루종일 돌아다닌 적도 있다해요. 몸이 지치면 푹 잘 수 있을까해서. 그렇게 동네 돌아다니다 한번은 강남터미널 간다길래 저도 따라간 적 있어요. 아침부터 서둘러 가서 네시쯤 와서 각자 집으로 돌아갔는데 저는 집에 오자마자 애들 간식 챙겨주고 잠깐 잤는데 이 언니 잠자는 거실패했다고 하더라구요. 몸이 피곤한데 어찌그러냐하니깐 와서 드러누우면 정신이 또랑또랑해진다 하더라구요. 이 말 듣는데 무섭더라구요. 요즘은 그래도 밤에 한두시간 잔다고 하니 다행이죠!

고양이라디오 2016-10-20 23:30   좋아요 0 | URL
이 책이 큰 도움이 안될수도 있지만 밑져야 본전이니까요ㅠ 수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법들도 소개되어 있으니깐 도움이 되실지도 몰라요ㅠㅋ

icaru 2016-10-24 17:12   좋아요 1 | URL
운동을 한다거나 집안일을 한다거나 신체를 피로하게 만들라는 내용이 책에 나오기는 하죠~~ ㅎㅎㅎ
저도 그래요~ 몸을 덜 움직여서, 밤에 잠이 안오는 것은 아니고,,,,
지나치게 뇌가 각성이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ㅠ
잔걱정도 많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좀 ㅈㄹ 같아요 ㅠ,,ㅠ)) 그나마 12월 초 제출일로,,, 고지가 보이긴 해요!! ㅎ

이 책 읽으면서 느끼는 건,, ,잠도 잠이지만,,, 자신에게 여유와 휴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니... 뭐랄까 나를 돌보게 하는 책이랄까요? ㅎ

단발머리 2016-10-2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만 대면 잘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잠자는 저는.... 아하...
그게 바로 축복이군요,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요, icaru님 그게 다 호르몬 때문인가요?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시간을 겪게 되는 건가요?

icaru 2016-10-24 17:17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도 잠은 잘 자는 편이다 라고, 저 자신을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잠자리가 바뀌면 일테면 여행이랄지... 잘 못자거든요... 첫날은 특히!!!
개개인의 인생이 다 다르듯 개인차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2016년이 유독 힘드네요 ㅎㅎㅎ;;; 내년엔 이노릇이지 않을 거라고...잠도 마찬가지고요!!
 

추천도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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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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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8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인 보비 존스는 러프에서 공을 치려고 할 때 공이 조금 움직이는 것을 봤다. 이 광경은 존스 외에 아무도 보지 못했고, 나중에라도 이런 사실이 발각도리 우려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벌타를 받았고 결국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존스는 기자들에게 이 일을 기사로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내 행동을 칭찬한다면 그것은 은행을 털지 않았다고 칭찬하는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133~134

우리가 유혹을 피하려고 내리는 모든 결정은 어느 정도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 그런데 이런 수고를 반복함에 따라 의지력은 점점 더 소진된다. (...)

자아고갈의 이런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하루가 끝나가는 저녁에 특히 자제력을 잃기 쉽다. 하루 종일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애쓰다가 저녁이 되면 뇌가 지친 나머지 욕망에 쉽게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175쪽

우리는 단 한 차례의 부정행위도 사소하게 봐 넘겨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가 처음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용서한다. 처음 저지른 실수이고 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부정행위가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 및 그 시점 이후의 자기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1쪽

사람들은 내가 설명하는 실험들의 결과에 크게 놀라지 않았으며 그런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말했다. (...) 그 후 (...) 질문을 던지고 잠시 생각할 여유를 준 다음 각자 예상하는결과에 투표하거나 종이에 적으라고 했다. (...) 이 방법은 유효했으며, 이후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 사람은 천성적으로 자신이 정답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경향이 있다.

 

266쪽

사소한 잘못은 그 자체만으로는 (상대적으로 볼 때)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쌓이고 모이면 잘모소딘 행동을 대대적으로 해도 괜찮다는 어떤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잘못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 내는 효과가 단 하나의 부정직한 행동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결과를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꺠닫는 것이 중요하다.

 

267~268쪽

이들(정치인, 공무원, 사회 저명인사, 기업 경영자 등과 같이 대중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들)에게만 특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자칫 공정하지 못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관찰하게 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한층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들의 잘못된 행동은 사회적으로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끼치며 더 큰 비용을 부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저명인사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가볍게 받으면서보상은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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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 - 학벌주의의 뿌리를 찾아서
김동훈 지음 / 더북(The Book)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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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14~115쪽
하기는 그 이전에 역시 존경받는다던 전 대법원장도 물러나자마자 모 법률회사에 '취직'하지 않았던가. 어느 판사는 이러한 현상을 비꼬아 초등학교에서 정년퇴임하신 교장선생님이 그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구멍가게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정곡을 찌르는 비유다.

 

120~121쪽
조선의 양반가에는 자식이 태어나면 다섯 살부터 과거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 이에 대해 성호 이익 선생은 '아이들이 머리털이 마르기도 전에 과거 공부를 하려 한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당시 부모들의 교육관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권학가'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것은 한창 놀고 싶은 아이들을 종일 공부방에 처박아두면서 그들에게 지금의 고통을 참고 이기라는 격려의 노래였다.

부자가 되기 위해 좋은 토지를 사들일 필요가 없나니/책 속에 그냥 천 석의 쌀이 높여 있도다/ 편안히 살려 함에 있어 호사한 집을 지을 필요가 없나니/책 속에 그냥 황금의 가옥이 지어 있도다/문을 남섬에 시중들어 따르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지 말라/ 책 속에 여인이 있으되 얼굴이 옥과 같도다/남아로 태어나 평생의 뜻을 이루고 싶거든/육경을 창 앞에 두고 부지런히 읽으라. (송대에 편집된 명시문집인<<고문진보>>의 첫머리에 실려 있다.)

 

200~201쪽

중등 및 고등 교육의 수요를 억제하고자 했던 박정희 정권은 그에 따라 발생하는 진학 경쟁을 질서 있게 처리하기 위하여 입시의 국가 관리를 도입했으나 입시 경쟁의 격화가 점차 사회적 압박으로 다가오자 1968년에 중학교 무시험 진학 정책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국비로 학교를 신설하는 대신 사립의 설립을 장려하여 재정 부담을 덜고자 하였다.

중학교는 금방 포화 상태가 되었고 이것이 다시 고등학교 진학 경쟁을 격화하자 1974년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교 평준화 정책을 도입하여 6년 전과 똑같은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는 다시 고등학교의 포화 상태를 가져오고 다시 대입 경쟁을 격화시켰다.

1980년 광주 대학살 후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대입 경쟁의 격화에 따른 과외 부담을 덜어 민심을 얻으려 했다. 과외 적발자는 삼졸을 벌한다는 과외 금지령과 함께 대학 졸업정원제라는 것을 도입했고, 사립대학의 설립 인가를 남발하여 대학 정원을 대폭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전국민의 학사화'라는 초유의 학력 인플레를 가져오는 결과만 낳았다.

그리고 중학교 및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을 통해 무시험 입학은 달성했지만 공사립을 아울러 학군으로 묶어 학생을 배정하게 되었다. 이로써 사립학교는 완전히 공교육에 편입되었고, 이는 결국 사립학교의 재정 문제까지 국가가 떠안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사립은 사립대로 독자성을 잃어버리고 재정 부담을 국가에 떠넘기는 누워서 떡 먹기 식 장사를 하게 되어 이것이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국가는 국가대로 예산을 공교육에 집중하지 못해 겨우 초등학교 6학년밖에, 그것도 불완전하게 무상 교육을 실시하는 열악한 공교육 현실을 초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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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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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80쪽
1979년 6월 나는 군에서 제대했다. 친구 나해철의 어머님이 나를 찾았다. 어머님은 내게 돈 5만 원을 주셨다. 이걸로 방을 하나 얻고 싸로가 연탄을 사렴. 어머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 줄 알지? 이 돈은 뒤에 꼭 갚아야 한다. (...)
그해 나는 5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국립대학 3학년이었던 나의 등록금은 8만 몇천 원이었으니 이 상금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일 먼저 나해철의 어머님을 찾아갔다. 고맙습니다 어머님. 내가 말했을 때 어머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난 그 돈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구나. 젊은 놈이 자존심 상할까봐 꼭 갚으라고 얘기했지.

89쪽
나는 그 무렵 한참 쓰고 있던 시의 제목으로 '남광주역에서'가 아닌 '사평역에서'를 선택했다. 만약 이 시를 '남곽주역에서'라고 했다면 그 시적 환기력은 훨씬 약해졌을 것이다. 상상력은 현실 속에서 태어나지만 상상력은 강력한 현실을 만나면 죽는다.

95쪽
<사평역에서>가 발표된 지 서른 해가 넘었다. 처음 십 년 정도는 누군가 내게 <사평역에서>를 이야기하면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그 시를 썼던 시절의 용맹정진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누군가 내게 <사평역에서>를 이야기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1981년 이래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작가가 된다.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기도 하다. <사평역에서>가 나의 감옥이 된 것이다. 

 

101쪽

어느 해 봄 이곳 바다에 들른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개펄에서 일하는 아낙들을 바라보며 '봄날의 꽃보다 와온 바다의 개펄이 더 아름답다'는 얘길 했거니와 이는 훌륭한 육체노동을 하는 갯마을 아낙들의 삶에 대한 헌사에 다름 아니었다. 내가 쓴 시 한 쳔이 농부가 수확한 감자 한 망태나 토마토 한 광주리 같은 쓸모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은 나의 오랜 관심사였으니 평생 글을 써온 선생에 있어서는 그 소회가 오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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