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막달, 돌아보니 나의 임신 기간은 6개월 이후부터 마냥 지루해진 것 같다. 임신은 출산이라는 큰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한 9개월간의 리허설이랄까~ 처음에는 흥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그러다가 이런 흥분이 가라앉으면 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읽은 것들 중에서 유독 재밌다고 생각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재밌는 소설이다. 노통브적인 가벼운 터치와 기발한 장면 전환이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경직된 일본 사회의 일면을 볼 수 있다고 들은 것과는 달리 실제로 노통이 그런 일본 직장 사회를 조롱하는 것을 주조로 읽히진 않았다.

우리 직장도 문화도 경직되고 권위적이긴 매일반인데, 뭐 그런 걸로 놀라워 할까나.

흥미진진한 것은 유부키라는 미모의 선임과 아멜리의 대결이다. 아멜리가 저항을 포기하고 철저하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내래이션하는 모습이 참 피학적이면서도 재치가 스민다. 이런 글쓰기는 자칫 가볍고 우습게 흐를 수도 있을텐데. 단단히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지루할 틈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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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0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이 저랑 참 안맞는다 느끼는데 이카루님 리뷰 보니 갑자기 땡기는 것이^^

반딧불,, 2006-08-0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혼자몸도 참 많이 힘든데 많이 힘드시죠??

icaru 2006-08-0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은 저랑 안 맞지는 않은데... 리뷰로 쓸 때는 참... 이렇게도 쓸말이 없다 합니다~ ㅎㅎ 이 리뷰는 쥐어짜는 글쓰기의 한예입니다 ^^
 
방외지사 2 -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절판



"저는 요즘 매사가 심드렁해져서 인생살이가 자꾸 허무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해놓은 일도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고, 이빨은 흔들리고, 눈은 침침해지기 시작합니다. 봄날은 어느 사이에 가버렸고, 내 인생이 결국 이러다가 끝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허무한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허무하다는 그 생각도 망상이야. 그 생각이 바로 마구니인줄 알아야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생각이 무엇인고 하고 다시 되물어야 해."

"그렇다면 어떤 생각이 망상이고, 어떤 생각이 망상이 아닙니까?"

"이 뭐꼬 외에는 전부!"
-p.33쪽


하지만 4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자꾸 드는 생각이 '인생 별 것 아니다'는 것이다. 지나온 20년을 생각하니까 순식간이다. 앞으로 20년도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 뻔하다. 이렇게 살다가 인생 종치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밀려온다. 뻔할 뻔자이다. 이러다가는 임종의 순간에 너무 후회를 할 것 같다. 이렇게 살다가 인생 종 때릴 바에는 모험을 한번 시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p.56쪽


1. 신시(身施): 다른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라. 몸을 반듯하게 간수해라.

2. 심시(心施):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 다른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라.

3. 안시(眼施): 눈빛을 좋게 비추어라. 상대방을 사납게 노려보지 마라.

4. 안시(顔施): 사람을 대할 때 얼굴빛을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라.

5. 방시(房施): 손님을 위해서 방을 잘 청소해라.

6. 좌시(座施): 어른이 오면 앉는 자리를 잘 정돈해 드려라.

7. 언시(言施): 말을 부드럽게 해라.


이상이 불가에서 말하는 7가지 보시다.
-p.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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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7-2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2권이 나왔군요...
아니 있었군요..
7보시 중 심시가 글자가 더 커보이네요..ㅎㅎ

2006-07-31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구판절판




그 사람은 제 모든 것이었어요... 여자가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을 때 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더구나 여자가 남자를 두고 내 모든 것이었다고 단호하게 뱉을 수 있는지. 나는, 이게 옳아요, 라는 확신과 신념과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인간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아마도 막연하게 그녀에게 질투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을 두고, 설사 그것이 유치하고 어리석으며 심지어 우스꽝스러운 결말로 끝난다고 해도, 그렇게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대상을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p.27쪽



"(...) 살고자 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새겨진 어쩔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건데,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가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p.159쪽




모두들 얼마간 행복하고 모두들 얼마간 불행했다. 아니, 이 말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사람들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면 얼마간 불행한 사람과 전적으로 불행한 사람 이렇게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종족들은 객관적으로는 도저히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뮈 식으로 말하자면 행복한 사람들이란 없고 다만, 행복에 관하여 마음이 더, 혹은 덜 가난한 사람들이 있을 뿐인 것이다.



-p.218쪽



하기는 석가모니의 말대로 이 세상에서 제일로 놀라운 일은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그 사실을 모두가 잊고 사는 일이었다.-p.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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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7-1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뮈 식으로 말하자면 행복한 사람들이란 없고 다만, 행복에 관하여 마음이 더, 혹은 덜 가난한 사람들이 있을 뿐인 것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네요.

icaru 2006-07-1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잉크냄새 님 서재 방명록으로 향하려던 중이었어요...
잉크냄새 님은 어느 쪽이신지요~ 마음이 더 가는 쪽?
저는 그때그때 다른 듯 ^^

2006-07-14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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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즈음 만들어지는 공동주택의 대문은 대개 밖을 향해 열린다. 이는 서구적 건축양식의 결과이며 사고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문은 무엇을 맞아들인다는 개념이 강한 반면 서구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이 강하다. 또 우리는 문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거나 배려하는 편에서 안으로 당겨서 열었지만, 서양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밖으로 밀어서 문을 열었던 것이다. 그것은 소극과 적극의 개념을 낳고, 다시 보수적이거나 진취적 혹은 폐쇄적이거나 개방적인 사고를 만들어 주며, 그것이 곧 민족성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모든 문이 안으로 열렸던 것은 아니다. 대문만 그랬을 뿐 광이나 부엌과 같은 곳의 문은 바깥으로 열렸다. 그것은 좁은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넓게 활용하려는 지혜였던 셈이다.
-p.49~51쪽

"할배요. 이거는 와 여다 이래 묶어 놓는데예?"
"와는, 니 똥 냄새 나지 말라꼬 해 놓는 기지. 이거 이래 해 노마 냄새도 안 나고 파리도 안 꼬이는 기라" 라며 빙긋 웃음을 짓곤 했다. 그것은 요즈음으로 치면 방향제나 살충제와 마찬가지였다. 갓 딴 모과를 매단 다음날.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킁킁대며 이것저것 뒤죽박죽된 냄새 가운데에서 모과 냄새를 찾아내며 힘주는 것도 잊어버린 채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었으니 지금에 와서는 흥겨운 추억이다.

-p.82~83쪽

"옛날, 옛날에 호래이 담배 피우던 때라, 집에 신이 살았다 말이라. 저 대문 안 있나. 그 사는 신이 냄편이고 부엌에 사는 신 안 있더나. 종재기에 물 떠 놓은 거 안 있더나. 조왕이라 카는 거. 그기 할마이라. 그 둘 사이에 너것들만한 아들이 일곱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저 큰길에서 집에 들어오는 골목을 지키는 신이라. 그란데 문간신, 이 영감재이가 바람을 피왔어. 그래 조왕 할마이 말고 또 다른 색시를 하나 얻었는데 그기 사는 데가 변소라. 변소가 집에서 젤 멀리 안 있더나. 그러이 영감재이가 할마이 모리게 젊은 색시를 감춰 논 거라 이말이라. 암만 그래도 손꼽쟁이만한 집인데 조왕 할마이가 그걸 모리겠나. 그래 그 할마이가 영감재이가 색시를 지벵 데리다 놨다는 걸 알고부터는 변소각시하고 둘이 영감재이 하나를 놓고 사흘 두루 쌈만한다 말이라. 맨날 얼굴을 맞대마 쌈질을 해대이 우짜노, 둘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구로 해야지. 그래가 부엌하고 변소하고는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기라. 그래 한참을 살다가 변소각시가 우째우째 해갖고는 고마 조왕 할마이를 죽이 뿟어. 그래 고마 또 조왕 할마이 아들들이 변소각시를 쥑이고 그라다 보이 부엌하고 변소는 천지간에 원수가 된 기라. 그라이 변소에 있는 물건을 부엌에 가주 가마 안 되는 기라. 부엌에 있는 것도 변소에 가주 가마 안 되는 기고. 그런 걸 자꾸 가주 가마 그것들이 싸운다 마링라. 그라마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는 기라. 그라이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기것나 어데. 엄마가 자구 뭐라 카는 기 그거 때문이라."

-p.86~87쪽

"그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거 아는 놈이 왜 그리 삐뚤빼뚤 살아. 좀 똑바로 살지. 작업하는 것도 다 흐름이 있는 거라. 좀더 해봐.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두는 게 잘하는 거야. 안 되는 거 아무리 아등바등해 봐야 안 되는 거느 안 되는 거야."


-p.141쪽

집이라는 것이 물질로 이루어진 것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집주인의 정신이 남김없이 집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둘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 정신이 물질을 낳는가 하면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기도 한다.



-p.209쪽

집이 초라하다고 그 주인의 생각마저 빈궁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현실과 사고는 집이 가난하면 곧 그의 생각마저도 빈궁한 것으로 치부하게 되었으니 경계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p.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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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서주의자의 책 -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표정훈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10월
품절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일 것이며, 깨어나 책을 읽거나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날릴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거닐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51쪽


물론 좋은 부모라는 게 반드시 아이 마음에 쏙 드는 부모는 아닐 터이니, 나름대로 설정한 최선의 부모를 머리 속으로 그리며 일관성을 지켜 나가는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으로 자식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어머니는 있는 그대로의 자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둘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듯....


-75쪽

책과 마주치는 기쁨은 사람과 마주칠 때의 기쁨과 똑같다. 독서의 기쁨은 해후의 기쁨이다. 그런데 모든 역사적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이 독서에서의 해후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해후란 말은 한편으로 어느 필연성을 뜻해야 한다. 완전히 우연하게 마주친 것 같지만 그것이 역시 필연이었다고 끄덕일 수 있는 것이 해후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히 외적인 필연성이 아니라 오히려 내적인 필연성이다.
이리하여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해후했고, 괴테와 실러도 해후했다. 독서에서도 똑같이, 혹은 스승으로서의 혹은 친구로서의 책과 해후하게 된다. 일생 이런 해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책을 읽어도 결국 아무것도 안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그런 해후를 경험할 수 있을까? 스스로 구해야 한다. 구하는 것이 없는 자는 마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가령 마주친다 해도 그것임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미키 기요시 <독서론>)
-121쪽

사람이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안락과 능률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그가 의자에 앉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때 의자는 형이상학적인 존재가 된다. 모든 형이상학이 다 그러한 것처럼 의자의 형이상학적 의미도 처음부터 분명하거나 명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자에 대한 각종의 음모와 와 유혈이 인간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내려오는 것일까. 의자란 자리를 의미하며, 자리란 자기가 있어야 할 위치와 장소를 의미한다.
이것이 의자가 상징해 주는 사회적 지위와 직능적 성질의 구체적 의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장소에 있지 않으면 자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자기의 의자를 갖는다는 것은 자기의 존재를 갖는다는 뜻이 된다. (조연현 <의자의 사상>)-179쪽



개념 공부는 개념들의 뿌리의 갈래에 관한 지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자, 그 지도를 길잡이 삼아 그물을 던져 새로운 개념을 포획하는 일이며, 이는 바꾸어 말하면 곧 독서가 된다.

-225쪽

과거의 자유 사회가 보여 준 중요한 미덕은 지적 생활의 다양한 형태를 가능하게 해주었다는 데 있다. 열정에 사로잡힌 반항적인 인물들이 있었는가 하면, 기품과 화려함을 뽐낸 인물도 있었고, 꼬장꼬장하고 엄격한 인물도 있었으며, 무척이나 영리하면서 복잡한 인물, 근면하면서 현명한 인물, 다만 묵묵히 바라보면 인내하는 인물도 있었다. (미국인의 반지성주의)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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