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매사가 심드렁해져서 인생살이가 자꾸 허무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해놓은 일도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고, 이빨은 흔들리고, 눈은 침침해지기 시작합니다. 봄날은 어느 사이에 가버렸고, 내 인생이 결국 이러다가 끝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허무한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허무하다는 그 생각도 망상이야. 그 생각이 바로 마구니인줄 알아야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생각이 무엇인고 하고 다시 되물어야 해."
"그렇다면 어떤 생각이 망상이고, 어떤 생각이 망상이 아닙니까?"
"이 뭐꼬 외에는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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