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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막달, 돌아보니 나의 임신 기간은 6개월 이후부터 마냥 지루해진 것 같다. 임신은 출산이라는 큰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한 9개월간의 리허설이랄까~ 처음에는 흥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그러다가 이런 흥분이 가라앉으면 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읽은 것들 중에서 유독 재밌다고 생각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재밌는 소설이다. 노통브적인 가벼운 터치와 기발한 장면 전환이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경직된 일본 사회의 일면을 볼 수 있다고 들은 것과는 달리 실제로 노통이 그런 일본 직장 사회를 조롱하는 것을 주조로 읽히진 않았다.
우리 직장도 문화도 경직되고 권위적이긴 매일반인데, 뭐 그런 걸로 놀라워 할까나.
흥미진진한 것은 유부키라는 미모의 선임과 아멜리의 대결이다. 아멜리가 저항을 포기하고 철저하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내래이션하는 모습이 참 피학적이면서도 재치가 스민다. 이런 글쓰기는 자칫 가볍고 우습게 흐를 수도 있을텐데. 단단히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지루할 틈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