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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과 마요네즈
나나난 키리코 지음, 문미영 옮김 / 하이북스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리뷰를 쓰기에 앞서... 알라딘에서만인 것 같지만 어쩌커나 많은 분들이 쓴 멋진 리뷰들이 수두룩한 판국에 별스럽지도 않은 리뷰 하나를 보태는 일이 적잖이 망설여진다. 하지만 음, 뭐...십인십색이라지 않더나.
배경도 없고 연고 없이 그렇게 조용히 맨땅에 헤딩하며 사는 미호와 세이.
미호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현재 남자 친구 세이. 과거만 먹고 산다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헌데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고 또 좋아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것은 돈이 되질 않는다고 어디서도 받아 주지 않는다. 같이 시작한 친구들은 돈이 되는 음악을 해서 그에게 뻐기는 소리나 한다. 금전적인 능력이 없는 연고로, 아아.... 나는 세이의 그 힘없이 처져 있는 어깨가 너무 슬퍼 보여 혼났다.
미호는 하필...
“넌 항상 사랑해 달라고만 해서, 옛날에 난 너랑 있어도 재밌지가 않았어.”
라고 말을 하는 남자에게 마음을 비끄러매었었다. 이런 젠장... ! 바보 같은 미호, 왜 저런 따위를 좋아했니... !
“우리들의 이 흔해빠진 일상은 실은 아주 망가지기 쉬워서 끝내 잃어버리지 않는 건 기적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내 일상은 잘 돌아가고 있나 훅 뒤돌아봤다. 잘 돌아가고 말고가 어딨나.
뭐 대단한 인생 살았다고.... 그러나 죽은 모 시인의 말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게 꽤 기적처럼 여겨진다. 항상 어딘가에 나를 비끄러매어 놓기 위해 조바심쳐 오지 않았었나 싶다. 그리고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슬아슬하게 였지만, 내가 만들어놓은 좁은 행동 반경과 내 주변부로 돌아가는 세상이 크게 충돌해서 어느 것 하나가 피를 흘리고 죽어 없어지거나 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는 것이고....
지금 몇 자 적고 있는데,,,, 미호가 주방에서 설거지 하는 그림 컷과 베란다에 나가 쪼그리고 앉아 담배 피우는 옆모습 컷. 언뜻 호박과 마요네즈를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컷이 자꾸 눈앞에 삼삼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