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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한 달,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입씨름과 진척없는 회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서로 연대하면서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어린 친구들은 말을 참 망설임없이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 가차 없이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하는 말이 틀린 건 아닌데 말하는 뽄새가 영... 나도 늙는걸까.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생각할 단초를 얻고 싶었다. 그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부터 드는 것이다.
신영복은 나에게... 그러니까...
"존경"이랄지 "경외감"을 갖을 만한 인물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나에게
저 사람과 똑같이는 못 살더라도, 배워보려는 마음을 가져볼 만큼 그렇게, 존경심이 차오르는 사람이다.
그는 신념과 자신감이 있고...그리고 관찰보다는 애정, 애정보다는 실천의 중요함을 아는 사람
p32
슬픔의 위치
나의 아픔이 세상의 수많은 아픔의 한 조각임을 깨닫고
나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p.69
콜럼부스의 달걀은 발상전환의 전형적일화입니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결코 경쟁에 이길 수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메시지로 오늘날도 변함없이 예찬되고 있습니다. (...) 그러나 그것은 발상전환의 창조성이라고 하기보다는 생명 그 자체를 서슴지 않고 깨트릴 수 있는 비정한 폭력성이라 해야 합니다.
p.86
觀海難水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여러워합니다.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p.149
콜로세움은 맹수와 맹수, 사람과 맹수,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혈투를 벌이던 로마의 원형 경기장입니다. 이 경기장에서 혈투를 벌이다 죽어간 검투사들의 환영이 마음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우리의 마음을 암울하게 하는 것은 스탠드를 가득 메운 5만 광중의 환호 소리입니다.(...) 그리고 더욱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은 로마 유적에 대한 관광객들의 그치지 않는 탄성입니다. 이러한 탄성이 바로 제국에 대한 예찬과 정복에 대한 동경을 재생산해내는 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p.160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입니다.
p.188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기쁨 하나로 하여 엄청난 슬픔을 견디게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작은 기쁨의 소중함을 깨닫고 작은 기쁨의 그 위대한 증폭을 신뢰하는 일입니다.